<정치를 만나다>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간호법은 시대적 흐름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간호법은 세 번의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현재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반대 입장인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부분 파업을 벌였다. 현재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간호법은 시대적 흐름이다.”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던 지난달 27일, 외롭게 본회의장을 지켰던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간호사 출신의 최 의원이 말하는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민을 위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요시사>는 최 의원에게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 당론을 거스른 이유 등을 물었다. 

-간호사로 약 40년간 근무했다. 기억나는 일화는?

▲의료현장서 일하면 건강, 삶의 문제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에는 아동이나 청소년도 많았는데, 학대로 아픔을 겪거나 보호자도, 치료비도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봐왔다.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도 많다.

사고 후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수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일화를 바탕으로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가족이나 의료진까지 심리 지원을 받도록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0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시행 중이다.

이 법에 따라 설치된 트라우마센터가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큰 역할을 했다. 평소 고민한 것을 법률로 만들었고, 입법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체감하면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늘 다짐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간호사의 근무 환경은 나아졌다고 보나?

▲40~50년 전에는 간호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간호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서도 말렸었다. 지금이야 간호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 근무 환경도 개선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아직 신규 간호사들 이직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간호사 평균 근속 연수는 7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장에는 숙련된 간호사 수가 적다. 근로 환경개선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서 많은 간호사들이 불법과 합법 경계서 혼란을 겪고 있는데 선배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들어봤나?

▲숙련된 간호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만 한다. 더 나은 간호 돌봄을 제공해야, 신속한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다. 현재 상당수 1~2년 차 신규 간호사는 과도한 업무, 업무 부적응 등으로 임상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간호사들이 현장에 남아 경험을 쌓아야 숙련된 간호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교육전담간호사다.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 확보해야
정치적 고려 안 해 국민들이 우선

교육전담간호사제는 신규 간호사가 잘 적응해 우수한 간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범 사업 결과 신입 간호사 이직률이 감소하고, 안전사고 보고율이 줄었다.


프리셉터(일정한 시간동안 신규 간호사 교육, 상담, 시범을 보여주는 경력 간호사)의 시간 외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등 효과가 좋다 보니, 현장서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법제화 요구가 많았다. 이번에 발의한 간호법에도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있다.  

-당론을 거슬렀다. 지도부와 달리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과 의료기관 중심의 법이다. 의료인 중 간호사는 현재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학교,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근무 중이다. 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70년 전에 만들어진 의료법은 의료기관과 치료 중심의 법이다. 의료기관 밖인 ‘지역사회’서 초고령사회와 만성질환에 맞는 간호돌봄체계를 담기에는 법 체계나 성격상 맞지 않다. 

과거 의료인으로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의료현장에 있었다. 간호와 관련해 현행 의료법의 미비점들로 인한 문제들을 직접 봐왔다. 국민에게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론을 거슬렀다. 

당선 직후부터 21대 국회서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록 당시에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었지만, 당적·당론과는 상관없이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양심과 신념을 가지고 간호법을 추진해왔다. 

-본회의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당연히 심적 부담이 있었다. 그렇지만 간호법은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의 간호돌봄체계를 만들어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만든 법이다. 정치적 고려보다는 국민의 건강증진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소신에 따라 행동한 게 전부다. 자리를 지킨 이유는 국민께 더 나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 불법과 합법서 혼란
“대통령도 잘 알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한 20대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한 적이 있다. 바로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간병 살인’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간호·간병·돌봄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숙련된 간호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걸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에는 숙련된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은 이미 간호법이 존재한다. 이 나라들은 간호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간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그에 걸맞게 간호법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 진입 등으로 보건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서 간호법 통과로 우리 보건의료 체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계기가 마련됐다.


개혁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과의 갈등과 마찰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과거 변호사법, 변리사법, 세무사법 등이 만들어질 때도 기득권과의 갈등이 심했다. 현재는 잘 작동되고 있는데, 윤 대통령도 이를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정치는 국민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내 정치 슬로건은 ‘경천애인, 정치도 간호처럼’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고, 국민의 불편한 곳을 살펴 입법 공백을 메우겠다. 정치인은 소신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소신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믿는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강한 의지도 필요하다. 그래서 간호와 정치는 국민의 불편을 살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환자를 간호할 때 따뜻한 위로와 배려는 어떤 약보다도 효과가 뛰어난 좋은 치료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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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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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