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광진구에 깃발 꽂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브라더스, 고민정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소신파, 27년 만에 보수 불모지를 뚫어내고 기적을 쓴 인물.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를 떠났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오 브라더스 동생이 형의 복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오 전 정무부시장이 내년 총선서 다시 한번 기적을 쓰기 위해 보수의 험지 광진구로 향한다. 

“광진구는 익숙한 공간입니다.”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다. 아내의 동네이자, 정무부시장 때도 종종 방문했던 지역구로 광진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왔다. <일요시사>가 오 전 정무부시장을 만나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느낀 점, 광진구을 출마 여부, 정치철학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개월간 몸담았던 서울시청을 떠났다.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8월 첫 출근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110년 만의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에 잠겼다. 오자마자 현장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늦어졌다. 시청에 계신 분들도 내게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화요일이 첫 출근이었는데, 금요일에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일복이 참 많구나’라고 느꼈다. 10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1분1초를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 정무부시장이라는 직책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직원들과 소통, 외부에 계신 시민과 소통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점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향소 유족에게 출구를 마련해드려야 하는데,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문제를 국회가 결단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는 어떻게 소통했나?

▲직접 연락하면서 소통 창구의 채널 역할을 했으나 서울광장으로 유가족이 오시면서 단절됐다.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나도 자식을 둔 입장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고 그 마음을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라는 입법기구를 경험하다 행정을 경험했다. 어떤 걸 느꼈나?

▲정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범인을 찾는 데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행정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지 않는다. 행정은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부분이라는 걸 배웠고, 무게감도 다르다는 걸 느꼈다. 국정 시야의 폭을 넓힌 계기이기도 하다.

-퇴임 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어차피 정치인이라 언젠가는 나간다는 걸 전제로 행정 분야를 경험했다. 시기를 스스로 선택한 측면은 있다. 임명권자이고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 시장에게 퇴임 한 달 전에 말했는데, 선택을 존중해줘 계획대로 다시 정치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행정 경험으로 시야 더 넓어져
“광진, 사실상 고향과 다름없다”


-본래 지역구는 관악구을이였는데, 광진구을 출마 소식이 들려온다. 확실히 밝혀달라

▲내년 총선은 광진구을로 나갈 생각이다. 그 지역은 민주화 이후 보수 정치인이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지역이다. 관악구을서 두 번을 지냈는데, 양지를 찾아가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지역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오 시장의 전 지역구이기도 한데, 그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지역 현안인 자양4구역 지구단위 개발 문제를 일단락 짓는 과정서도 주민들이 광진구을로 출마해달라는 많은 요청도 보내줬다. 광진구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지역주민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 관악구을서도 27년 만에 보수 정치인이 당선됐다.

-왜 광진구을인가?

▲경험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이런 측면서 광진구을은 우리 당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이겨본 적 없는 험지가 서울에 세 곳있다. 그 중 하나인 관악구을서 내가 2015년 기적을 이뤘다. 27년 만이다. 

이제 남은 곳은 광진구을과 강북구을이다. 광진구을서 36년 만에 기적을 이뤄내면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윤정부 후반기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사도 했을 텐데, 지역을 좀 둘러봤나?

▲지난 22일에 이사했다. 사실 광진구는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국대학교는 내 모교다. 더 익숙한 것은 아내의 고향이다. 7년간 연애를 하면서 자주 오갔다. 동네가 낯설거나 어색하진 않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오 시장과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리턴매치격 성격인가?

▲정치권에서는 나와 오 시장을 ‘오 브라더스’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서 ‘오 브라더스의 리벤지 매치’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오 시장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 선거캠프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했었다. 사실상 정치적 동지와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광진구을로 나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이 출마했을 당시인 21대 총선서 광진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광진구는 인접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 오랜 기간 한쪽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고 선택해 고여 있는 느낌마저 든다. 지역이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 사람을 바꿀 기회가 왔다.

지금은 광진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광진구 주민의 마지막 선택이 22대 총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꾼 호소인이 아니라 진정한 진짜 일꾼을 광진구을 주민이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 


“오 시장 함께 리벤지 준비 중”
양당 한발씩 물러나 협의해야

-광진구을은 보수당에게 험지로 불린다

▲험지를 떠나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간 주거 정비사업과 관련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거의 부재하고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그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분출 중이다. 이런 욕구들이 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단순히 주거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광진구는 이런 가능성들이 상당히 열려 있는 곳이다. 

-본래 정치인이다. 시청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봤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행정을 하면서 시민의 입장서 정치를 지켜봤다. 정치라는 건 누가 더 잘하느냐로, 국민에게 희망과 대안이 돼야 한다. 최근 정치는 누가 누가 더 못하냐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다. 정치는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되고, 희망이 돼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심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감옥에 보낸 검찰총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정치 초보 프레임을 씌우고 매사 멸시와 증오의 언사로 헐뜯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을 회복해 줬으면 바람이다. 물론 정치란 구조적으로 상대 정당이 잘못해야 국민에게 주목받는 맹점을 가졌다.

“중앙정부, 지방에 권력 이양해야”
“문제 제기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

-원내대표를 경험해봤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원내 협상 때 여론전을 자주 펼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당의 생각만 100% 관철하려 하면 양쪽이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조금 양보하고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쪽 주장만 팽팽하게 맞서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치가 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그런 모양새가 그려지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

엄연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끌어안고 포용하면서 가야 하는 게 정치의 훈명이다. 이 점을 지금 정치인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맞다. 국민의힘도 국민에게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해야 한다.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국민의힘도 앞으로는 미래 비전, 담론을 갖고 우리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걸 국민에게 제시하면 좋겠다. 

-국회로 돌아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도 한 지방정부다. 서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방 도시들이 늘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무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산권, 인사권, 조직권을 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은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때부터 시작된다. 중앙정부 혼자서는 광역 226개의 기초단체를 다 관장할 수 없다. 분권을 통해 지방에 역할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 인구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고령화·저출생 문제가 그렇다. 서울 출생율 0.5명은 전대미문의 숫자다. 이 와중에 서울은 글로벌 유명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을 빌어 자치권을 확대해 다양성으로 인구 소멸을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광진구 지역 주민과도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만났나?

▲광진구을을 선택한 계기다.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주거환경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챙겼다. 이 중 광진구서도 자양 4동 1, 4구역 신통기획으로 지정돼있는 구역의 주민과 간담회를 했었다. 

-오신환은 어떤 정치인인가?

▲스스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팔로우십과 실무능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려주신다. 나는 여의도서 유일하게 연극을 전공한 한예종 출신 정치인이다. 연극은 주연배우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 대본을 쓰고 무대를 세우고 미술·조명·음악이 어우러져야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소리다. 주변을 빛나게 해주면 장기적으로 동료의 신뢰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연극무대서 몸소 배웠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도 앞으로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소임이다. 문제 제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내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신환 다음 정무부시장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강철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가 내정됐다.

신임 강 정무부시장은 2000년 오세훈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함께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0년 오 시장 재임 때는 정무조정실장을 맡았고, 2011년 오 시장이 서울시를 사퇴할 때도 함께 떠났을 만큼이다.

2021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미래전략특별보좌관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지방선거서 캠프 대변인, 7월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로 보임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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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