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1.18 14:03:41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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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사법개혁은 변호사 기본소득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의신청이 복잡해지고, 검찰의 법리 검토가 줄어 국민의 법률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검찰 해체 이후를 예상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법 왜곡죄 신설 등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시도에 대해선 “대법원에 대한 ‘복수혈전’”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8월 검찰개혁 토론회를 열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하고, 보완수사를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나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소액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고, 대법관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천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국회의원으로서 체감한 검찰·법무부에 대한 범여권의 적대감은 어느 정도였는가?

▲상당수의 범여권, 특히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범죄자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검찰만 아니었으면 내 잘못이 들통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거나 “검사 때문에 내 인생이 힘들어졌다”는 생각으로 형사·사법체계를 보는 것 같다.

-범여권에선 “검찰이 우리한테만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다 환상이다. 전두환·노태우씨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인척도 다 갔다 왔다. 물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면은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죽은 권력에 대해선 항상 처벌해 왔다. 검사는 2000명이 넘는다.


언론에서 주로 문제 있는 검사들을 다루다 보니, 국민적 인식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하지만 국회의원도 300명이다. 그들 중 나쁜 사람이 없겠는가? 몇몇 검사의 잘못으로 조직·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여권의 검찰 해체에 대해 “보완 수사·이의신청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검찰 해체가 ‘변호사 기본소득법안’이라고 본다. 요즘 변호사 업계가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이의신청 절차가 복잡해지고, 검사들이 법리 검토를 해줬던 부분이 줄면, 경찰 단계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이 지출하는 법률 비용의 총액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다.

-범여권 강경파는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데….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피의자가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 같으면 자백을 하는 사례가 많다.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피의자가 검찰에 자백을 했을 때, 검사는 즉시 절차를 멈춰야 한다. 자백을 받는 것은 수사이기 때문이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진술 청취·면담 정도라면 몰라도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수사권을 남겨두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면담도 수사다. 면담 도중 중요한 자백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면 위법 수집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충실한 수사를 막으려는 범여권의 주장은 범죄자 중심 사고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굳이 막자면, 별건 수사만 막으면 된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내부에서 검사 출신·검찰 수사관 출신·경찰 출신·변호사 출신이 파벌 다툼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경찰 출신도 경찰대파·비 경찰대파로 나뉠 것이다. 5개의 파벌이 나뉘어 서로 협조가 안 되거나, 자리·성과 다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수사 성과는 오히려 나빠지거나, 과잉 수사할 우려가 있다. 더 나쁜 괴물을 탄생시켜 국민의 인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

“범여권, 범죄자 사고로 형사·사법 접근”
“중수청, 검찰보다 더 나쁜 괴물 될 수도”

-대법원은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정치적 논란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적대적 반응이 쉽게 예상됐을 텐데….

▲민주당의 주장처럼 대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싶었다면, 파기자판을 해서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곧바로 박탈할 수 있었다. 대법원이 대선 직후 이 대통령의 유죄를 확정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난다. 대법원의 판단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도 논란을 빚었는데….

▲판사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소를 거쳐 바로잡으면 된다. 판사는 선례와 똑같은 판결을 하는 기계가 아니다. 판사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이유로 정치권에서 “사법부를 때려잡자”고 나서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상고심에 대해선 “서두르면 안 된다”고 하더니, 국회에선 너무 급하게 몰아치고, 일방 독주한다. 대법원이 선고기일을 잡았을 땐 “무죄가 선고돼 빨리 털고 갈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 선고가 나오니까 “왜 그렇게 빨리 선고했느냐”고 몰아 붙였다.

-민주당이 다시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이 있겠는가?

▲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본다. 법원을 상대로 ‘복수혈전’을 찍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상당히 때려잡았다.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해 새롭게 때려잡을 엘리트 집단으로 법원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을 일관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직접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법관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판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그들이 제시하는 법리적 의견의 무게가 떨어진다. 전원합의체도 실질적 논의를 하기엔 너무 커진다.

“개딸에 카타르시스 주려 법원 때려잡나”
“이, 퇴임 후 감옥 안 가려 대법관 증원”


-“상고심이 폭증하고 있어 12명은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우리 상고심 구조는 신청 자체는 많이 받아주면서 상당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쳐내는 형식으로 돼있다. 상고심은 판례 변경 등 법리적으로 중요한 사건 위주로 연간 수백·수천건만 해야 한다. 대법관 수를 늘려서 상고심 숫자도 함께 늘리면, 국민의 법률 비용 지출도 늘어난다. 재판 확정도 늦어지는데, 상고심을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빠르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법관의 힘을 빼면서 이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 22명 이상을 임명하면 대법원을 장악할 수 있다. 여기엔 변호사 기본소득 계획·이 대통령 임기 후 감옥 가지 않게 하기 위한 계획도 있는 것 같다. 임기 후 재판을 받더라도 대법원에서 빠져나갈 수 있단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다.

-재판소원은 대법원·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간 위상 싸움의 핵심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대법원에 대한 ‘복수혈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해준 헌재에 부여하는 보상이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단순한 프레임으로 굉장히 나쁜 불장난을 한다. 헌재의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사실상 4심제가 된다.


재판 확정 시기는 그만큼 늦어져 재판받는 이들이 겪는 고통·혼란이 이어진다. 반대로 이 대통령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한 기간이 길어져 이득을 봤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들이 “불확실한 기간을 늘려서 우리도 덕을 좀 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혁신당과 천하람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검찰·사법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이 미진한 수사를 서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검사도 수사는 할 수 있되, 직접 수사하는 사례는 많지 않아야 한다. 검찰의 특수 수사 기능을 조금 줄이는 선이면 된다. 선진국에선 대체로 이렇게 운영된다.

우리 법원은 소액 민사사건을 맡을 판사에 대한 투자를 안 한다. 국민이 사법불신을 갖는 큰 계기 중 하나는 소액 사건을 부실하게 심리한다는 것이다.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소액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해야 한다.

대법관의 임기를 늘려 충분한 기간 동안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정치권력이 대법관을 자주 바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원이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법률심의 역할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법관이 맡는 사건 수를 줄이면, 대법관을 늘릴 필요가 없다. 대법관을 늘리는 것도 다 돈이다. 어지간해선 항소심에서 다 끝낼 수 있도록 하고, 대법원은 중대한 사건만 예외적으로 심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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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