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벚꽃 대선을 말하다

“윤석열 탄핵, 박근혜보다 쉽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제는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윤 대통령의 변론이 ‘궤변’이란 비판이 나오면서 설 땅이 좁아지는 모양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이 빛을 발했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정치의 양극화도 또다시 되풀이될까 여전히 걱정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에 따른 정국의 변화도 주목된다. 아직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국민의힘과 가시권에 접어든 조기 대선에 특히 이목이 쏠린다. 전직 검사 출신인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나 앞으로 펼쳐질 탄핵 정국을 예측했다.

정국 예측

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연이 깊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을 지냈으며 윤 총장에 대한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박 의원에게 최고 수준인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이른바 ‘채널A 사건’이 도화선이 됐는데, 이미 수사기관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논란은 예견된 사태였다.


박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을 떠올리며 “검찰권을 과도하고 무리하게 남용하는, 공직자로서는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에 큰 우려를 표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 우려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 정국을 자초하며 현실이 됐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스모킹건으로 비상계엄을 꼽았다. 그동안 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채 해병 수사 외압과 명태균 게이트 등을 제시했는데,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탄핵 사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상황은 빠르게 돌아갔다.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됐고 19일에는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게 비상계엄 이후 4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체포·구속 단계까지 마쳤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피청구인 측에서 서류 송달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가면서 첫 번째 변론기일이 굉장히 늦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일 만에 첫 기일을 잡았는데 윤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한 달 만에 잡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17번 변론기일을 진행했는데 당시 탄핵 사유와 쟁점이 굉장히 많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쟁점이 4~5가지에 증인도 훨씬 적다. 그래서 조기 대선 시기도 생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5~6월 장미 대선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변론기일이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되는 만큼 박 의원은 2월 중으로 탄핵 심판이 선고되고 이른 시일 내에 조기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서 꼼짝하지 않던 때처럼 변론기일 역시 비협조적으로 응하면 어떻게 될까?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박 의원은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결정적 사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헌법 수호 의지 없는 대통령
2월 파면 후 상반기 선거 예상

현재 윤 대통령은 피청구인 입장이지만 임기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따라서 헌재서 윤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본다면 추후 심판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도 박 전 대통령보다 중대하다고 봤다. 대통령 재직 중에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과 외환죄는 예외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그만큼 이 두 가지는 국민의 삶과 헌법과 법률 위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고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이 중요한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국회와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침해했다. 이 같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은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정치 태도에 대해서는 “아스팔트 지지층에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고 직언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남동 관저를 에워싸고 극우 지지자를 격려한 상황을 언급하며 “그런 맥락서 여당은 김상욱 의원 같은 사람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했다. 이번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벌어질 탄핵 정국은 “서부지법 법원 폭동과 같은 과격한 사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조기 대선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면 극렬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국민의힘이 현직 대통령과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 재건을 통해 건강한 경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윤 대통령이 조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혼탁한 대선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법치의 문제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만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목표로 한 혁신당은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이에 박 의원은 “검찰 정권을 끝낸 뒤에는 사회권 선진국인 제7공화국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해 민생과 복지, 노동, 인권 등 다양한 의제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대표의 근황도 전했다.

그는 조 전 대표가 “잠깐 떠났을 뿐”이라며 “그 안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 편지를 통해 국면마다 사안을 임팩트 있게 짚어주면서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존재감이 컸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면 또 그 국면서 크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기 대선 관련해서는 아직 고심이 깊은 모양이다. 박 의원은 “조기 대선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기로 했다. 사실 대선보다 탄핵과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구속이 시급했다. 지금까지 여기에만 힘을 쏟다 보니 사실 조기 대선에 대해서는 논의가 미뤄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탄핵 정국 이후 박 의원은 개인으로서의 목표로 ‘정치 검찰 시스템 해체’를 꼽았다. 박 의원은 “검찰개혁 입법 등 검찰권 정상화에 앞장서겠다”며 “윤석열정권에 쌓여 있는 문제와 비리, 그리고 적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혁하며 ‘복지국가 제7공화국’ 청사진을 국민께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은 과제들

아울러 박 의원은 “평범한 검사로 정치에 나서서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지지를 주셔서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께 효능감 있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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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