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다시 도는 탄핵 시계

“나가!” 거세지는 민심 파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의 열기가 완전히 가셨다. 바깥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오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이 덩달아 분주해졌다. 저마다 장외 투쟁을 예고하면서 광장 곳곳이 소란스럽다. 2016년 그 겨울이 재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용산이 터질 듯한 둑을 온몸으로 막고 있지만 ‘김건희’ 세글자만 나오면 어김없이 무너진다. 이번 공략 대상은 아무래도 영부인인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지난날은 뒤로하고 우군으로 뭉치면서 대열 재정비에 나섰다.

어게인
지민비조

지난달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서 두 당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보였다. 호남과 부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는데 결국 혁신당이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관계가 삐걱거렸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본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선해야 할 점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고 부족함을 메워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서 패배하자 당 내에서 ‘혁신당 책임론’ 나오는 것에 불편하단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공성’보다 ‘수성’에 더 큰 공을 들인 것 같다”며 “우리는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손잡고 금정구를 돌면 부산 판세가 바뀔 것이라고 (민주당에)제안했는데 민주당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금정구청장 보선서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김경지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했다. 단일화로 후보를 양보했음에도 국민의힘과 크게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혁신당 일각서도 ‘민주당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보선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 일부 인사 또는 지지자들의 혁신당 조롱과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심정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민주당 안팎서 ‘보선서 왜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기조를 버렸냐’고 비난한다”며 “지민비조라는 선택은 민주당과 혁신당을 모두 키우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의 결과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조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크게 분노하며 혁신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이가 틀어지나 싶더니 민주당이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면서 단박에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제1야당이 처음으로 장외 투쟁을 선포하자 “혁신당은 우군” “같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등 여론이 형성되면서 대오 정비에 나선 것이다.

‘도이치 불기소’에 뿔난 여론
“롱패딩 준비” 장외 투쟁 예고

재보선으로 쏠려 있던 시선이 다시 국회로 집중되면서 야당은 김 여사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17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을 신호탄으로 발언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기소 처분 다음날인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는 “오늘은 완전히 거꾸로 한번 해보자”며 민주당 송순호 최고위원을 첫 번째 모두 발언자로 지목했다. 송 최고위원은 “어제 검찰의 김건희·최은순 모녀의 불기소 결정은 검찰 스스로의 사망 선고이기에 삼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윤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여론조사 결과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탄핵, 이것이 민심”이라며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하야다. 기다리고 응원하겠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김건희씨는 불소추특권을 누리는 실질적인 대통령이 됐고 검찰은 김씨가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가 됐다”며 검찰과 정부를 직격했다.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며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가오는 겨울 동안 장외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탄핵’ ‘정권 퇴진’ 등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피하던 민주당이 김 여사 불기소를 기점으로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김건희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며 규탄 대회를 열었다.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혁신당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검찰독재 정권 조기종식’을 내걸고 총선에 뛰어들었던 만큼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탄핵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혁신당이 선도적으로 정권 퇴진 분위기를 주도하면 거야인 민주당이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등 역할을 나눠 따로, 또 같이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 덮친
트라우마

11월에 접어들자 민주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4당이 일제히 움직임에 나섰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다르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국정 개입과 각종 의혹’을 규탄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이어진다.

앞서 조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회의서 “김 여사의 대통령 놀이를 끝장내겠다”며 “검찰청 앞에 모여 불의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접어드는 9일 전후로 혁신당 차원서 자체 마련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진보당도 동참에 나섰다. 진보당은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서 벌이고 있는 정권 퇴진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선출되지 않은 김건희 이름 석 자 앞에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떠한 공적 시스템으로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범국민적 힘을 모아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퇴진시키는 길뿐”이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역시 지난 9월 가칭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에 동참해 힘을 실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야4당의 각개전투가 아닌 ‘공동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장외 투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이 광장에 모인 건 2016년 9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고 언론에서는 앞다퉈 단독 보도를 쏟아냈다. 국정감사 역시 ‘기승전 국정 농단’으로 국회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위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집회 20회 만에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결정됐다. 이날까지 누적 인원은 주최 측 기준은 1658만1160명이다.

집회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탄핵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윤정부 취임 이후 정권 퇴진 운동은 꾸준히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거리로 나올 ‘한 방’이 없다”며 “‘최순실 태블릿 PC’ 같은 결정적 원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정적인 한 방’에 대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채 상병, 명품가방 수수 등 모든 의혹의 세기가 ‘강 강 강’”이라면서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어 (의혹을)화약고에 채우고만 있다. 흔히 말하는 ‘탄핵 트리거’가 될 만한 것이 터지거나 민심이 극에 달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부인
블랙홀

국민의힘은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탄용 탄핵”이라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무모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대한민국 시스템 파괴의 종착지는 대통령 탄핵”이라며 “예상했던 대로 이 대표의 11월 1심 판결이 다가오면서 야당의 대통령 탄핵 선동 수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매주 주말마다 서울 도심서 정권 퇴진 집회를 벌이고 있는 좌파 진영과 손잡고 본격적인 ‘제2촛불 선동’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라며 “부디 이성을 되찾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대한민국 안정과 발전을 위한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11월 장외 투쟁에 나선 배경에는 이 대표와 그의 부인인 김혜경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1심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14일 15일로 예정돼있다. 오는 25일엔 이 대표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14일에 본회를 열고 공천 개입 의혹이 포함된 ‘김건희 특검법’을 또다시 상정할 방침도 세웠다. 11월 장외 투쟁서 더 나아가 특검법까지 꺼내든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밀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노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보다 선명하게 탄핵을 외치는 혁신당은 오히려 진보 진영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이 여전히 민주당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어 집회가 자칫 ‘경쟁’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재보선 패배는 조 대표에게 오점으로 남았다. 선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진보 유튜버를 중심으로 혁신당에 강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재보선 패배를 지워내기 위해서는 지지층의 눈길을 광장으로 돌려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 ‘이’ 재보선 패 ‘조’
여당 맹공격에도 “기승전 김건희”

야4당이 광장으로 향했지만 민주당은 ‘탄핵’ ‘정권 퇴진’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규탄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섰지만 혁신당의 목표는 뚜렷하다. 앞서 혁신당 황 원내대표가 당 산하의 ‘탄핵소추안 준비위원회’서 본격적인 탄핵소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만큼 정권 퇴진 운동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민주당 지도부 차원서 탄핵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의원 개개인의 발언이자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장외 투쟁의 구호 역시 “윤석열 탄핵”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각개전투에 나섰지만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면 이들이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 혁신당 민주당이 조금 껄끄러워지긴 해도 올 연말에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진보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시민연대가 힘을 더해준다면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혁신당이 각자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탄핵 선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 여사 리스크가 더욱 큰 탓에 여론전서 밀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 원인으로 김 여사가 지목된 만큼 여당서도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직전 조사보다 2%p 하락한 2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영부인이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것이다. 해당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4%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요한 평론가는 이번 장외 투쟁이 “정권을 흔들 수는 있지만 무너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박근혜정권이 무너진 이유는 진보가 아닌 보수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위태위태
와르르∼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보수가 움직여야 탄핵이 가능한데 진보는 계엄 트라우마가, 보수는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 트라우마 때문에 보수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이 움직여야 퇴진 운동에 폭발적으로 불이 붙고 탄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장외 투쟁이 국민에게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각종 특검을 거치면서 이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그때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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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