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다시 도는 탄핵 시계

“나가!” 거세지는 민심 파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의 열기가 완전히 가셨다. 바깥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오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이 덩달아 분주해졌다. 저마다 장외 투쟁을 예고하면서 광장 곳곳이 소란스럽다. 2016년 그 겨울이 재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용산이 터질 듯한 둑을 온몸으로 막고 있지만 ‘김건희’ 세글자만 나오면 어김없이 무너진다. 이번 공략 대상은 아무래도 영부인인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지난날은 뒤로하고 우군으로 뭉치면서 대열 재정비에 나섰다.

어게인
지민비조

지난달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서 두 당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보였다. 호남과 부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는데 결국 혁신당이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관계가 삐걱거렸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본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선해야 할 점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고 부족함을 메워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서 패배하자 당 내에서 ‘혁신당 책임론’ 나오는 것에 불편하단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공성’보다 ‘수성’에 더 큰 공을 들인 것 같다”며 “우리는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손잡고 금정구를 돌면 부산 판세가 바뀔 것이라고 (민주당에)제안했는데 민주당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금정구청장 보선서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김경지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했다. 단일화로 후보를 양보했음에도 국민의힘과 크게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혁신당 일각서도 ‘민주당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보선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 일부 인사 또는 지지자들의 혁신당 조롱과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심정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민주당 안팎서 ‘보선서 왜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기조를 버렸냐’고 비난한다”며 “지민비조라는 선택은 민주당과 혁신당을 모두 키우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의 결과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조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크게 분노하며 혁신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이가 틀어지나 싶더니 민주당이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면서 단박에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제1야당이 처음으로 장외 투쟁을 선포하자 “혁신당은 우군” “같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등 여론이 형성되면서 대오 정비에 나선 것이다.

‘도이치 불기소’에 뿔난 여론
“롱패딩 준비” 장외 투쟁 예고

재보선으로 쏠려 있던 시선이 다시 국회로 집중되면서 야당은 김 여사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17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을 신호탄으로 발언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기소 처분 다음날인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는 “오늘은 완전히 거꾸로 한번 해보자”며 민주당 송순호 최고위원을 첫 번째 모두 발언자로 지목했다. 송 최고위원은 “어제 검찰의 김건희·최은순 모녀의 불기소 결정은 검찰 스스로의 사망 선고이기에 삼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윤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여론조사 결과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탄핵, 이것이 민심”이라며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하야다. 기다리고 응원하겠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김건희씨는 불소추특권을 누리는 실질적인 대통령이 됐고 검찰은 김씨가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가 됐다”며 검찰과 정부를 직격했다.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며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가오는 겨울 동안 장외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탄핵’ ‘정권 퇴진’ 등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피하던 민주당이 김 여사 불기소를 기점으로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김건희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며 규탄 대회를 열었다.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혁신당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검찰독재 정권 조기종식’을 내걸고 총선에 뛰어들었던 만큼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탄핵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혁신당이 선도적으로 정권 퇴진 분위기를 주도하면 거야인 민주당이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등 역할을 나눠 따로, 또 같이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 덮친
트라우마

11월에 접어들자 민주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4당이 일제히 움직임에 나섰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다르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국정 개입과 각종 의혹’을 규탄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이어진다.

앞서 조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회의서 “김 여사의 대통령 놀이를 끝장내겠다”며 “검찰청 앞에 모여 불의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접어드는 9일 전후로 혁신당 차원서 자체 마련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진보당도 동참에 나섰다. 진보당은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서 벌이고 있는 정권 퇴진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선출되지 않은 김건희 이름 석 자 앞에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떠한 공적 시스템으로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범국민적 힘을 모아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퇴진시키는 길뿐”이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역시 지난 9월 가칭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에 동참해 힘을 실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야4당의 각개전투가 아닌 ‘공동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장외 투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이 광장에 모인 건 2016년 9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고 언론에서는 앞다퉈 단독 보도를 쏟아냈다. 국정감사 역시 ‘기승전 국정 농단’으로 국회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위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집회 20회 만에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결정됐다. 이날까지 누적 인원은 주최 측 기준은 1658만1160명이다.

집회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탄핵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윤정부 취임 이후 정권 퇴진 운동은 꾸준히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거리로 나올 ‘한 방’이 없다”며 “‘최순실 태블릿 PC’ 같은 결정적 원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정적인 한 방’에 대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채 상병, 명품가방 수수 등 모든 의혹의 세기가 ‘강 강 강’”이라면서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어 (의혹을)화약고에 채우고만 있다. 흔히 말하는 ‘탄핵 트리거’가 될 만한 것이 터지거나 민심이 극에 달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부인
블랙홀

국민의힘은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탄용 탄핵”이라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무모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대한민국 시스템 파괴의 종착지는 대통령 탄핵”이라며 “예상했던 대로 이 대표의 11월 1심 판결이 다가오면서 야당의 대통령 탄핵 선동 수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매주 주말마다 서울 도심서 정권 퇴진 집회를 벌이고 있는 좌파 진영과 손잡고 본격적인 ‘제2촛불 선동’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라며 “부디 이성을 되찾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대한민국 안정과 발전을 위한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11월 장외 투쟁에 나선 배경에는 이 대표와 그의 부인인 김혜경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1심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14일 15일로 예정돼있다. 오는 25일엔 이 대표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14일에 본회를 열고 공천 개입 의혹이 포함된 ‘김건희 특검법’을 또다시 상정할 방침도 세웠다. 11월 장외 투쟁서 더 나아가 특검법까지 꺼내든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밀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노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보다 선명하게 탄핵을 외치는 혁신당은 오히려 진보 진영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이 여전히 민주당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어 집회가 자칫 ‘경쟁’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재보선 패배는 조 대표에게 오점으로 남았다. 선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진보 유튜버를 중심으로 혁신당에 강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재보선 패배를 지워내기 위해서는 지지층의 눈길을 광장으로 돌려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 ‘이’ 재보선 패 ‘조’
여당 맹공격에도 “기승전 김건희”

야4당이 광장으로 향했지만 민주당은 ‘탄핵’ ‘정권 퇴진’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규탄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섰지만 혁신당의 목표는 뚜렷하다. 앞서 혁신당 황 원내대표가 당 산하의 ‘탄핵소추안 준비위원회’서 본격적인 탄핵소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만큼 정권 퇴진 운동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민주당 지도부 차원서 탄핵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의원 개개인의 발언이자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장외 투쟁의 구호 역시 “윤석열 탄핵”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각개전투에 나섰지만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면 이들이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 혁신당 민주당이 조금 껄끄러워지긴 해도 올 연말에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진보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시민연대가 힘을 더해준다면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혁신당이 각자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탄핵 선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 여사 리스크가 더욱 큰 탓에 여론전서 밀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 원인으로 김 여사가 지목된 만큼 여당서도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직전 조사보다 2%p 하락한 2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영부인이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것이다. 해당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4%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요한 평론가는 이번 장외 투쟁이 “정권을 흔들 수는 있지만 무너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박근혜정권이 무너진 이유는 진보가 아닌 보수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위태위태
와르르∼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보수가 움직여야 탄핵이 가능한데 진보는 계엄 트라우마가, 보수는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 트라우마 때문에 보수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이 움직여야 퇴진 운동에 폭발적으로 불이 붙고 탄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장외 투쟁이 국민에게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각종 특검을 거치면서 이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그때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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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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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