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석열 탄핵, 헌재 시나리오

기각되면 복잡하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했다. 이는 국회가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73일 만에 이룬 중요한 이정표다. 향후 2주가량 재판관 평의, 평결, 결정문 작성 등을 거쳐 선고기일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헌재는 선고 2~3일 전 선고 기일을 통보해 왔다.

헌재가 변론 절차를 종결함에 따라 이날부터 재판관 의견을 듣기 위한 평의도 갖는다. 평의는 심판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쟁점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표결하는 과정으로, 주심재판관이 사건에 대한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재판관들이 의견을 교환한다.

모든 평의가 이뤄진 뒤 최종적으로 표결하는 평결을 하게 된다.

11일?
14일?

평결에서는 주심재판관이 의견을 내고 임명 일자 역순으로 후임 재판관부터 차례로 의견을 낸 다음 마지막으로 재판장이 마무리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결과에 따라 주심재판관이 다수 의견을 기초로 사건에 관한 결정서 초안을 작성한다. 주심재판관이 소수 의견을 내면 다수 의견을 낸 재판관 중 한 명이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결정문 작성이 완료되면 선고기일을 지정하게 된다.

헌재가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를 검토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중대한 헌법·법률상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경우 파면을 선고하면, 그로부터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반면 중대한 위반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될 경우 기각과 동시에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변론이 종결된 후 선고가 이뤄지기까지 예상되는 시간은 대략 2주로, 전직 대통령들의 탄핵 심판 사례를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내려졌던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한민국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반면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정부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차치하고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윤 대통령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 정치의 방향성을 결정 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국가 통치의 정당성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삼고 있으며, 이 같은 논의는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중요한 필요성을 일깨워 줬다. 따라서, 이번 탄핵 심판의 최종 결정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맥락서 그 의미가 심오한 사건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이번 탄핵 심판의 종결과 선고 과정서 사회의 분열된 입장 차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는 법적 과정을 통해 드러날 사건 이후 정치적 후폭풍을 예고한다. 특히, 제도에 대한 신뢰와 불신,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드시 탄핵돼야 하는 이유
연산군 보면 윤정부 보여

여기에 더해 헌재의 결정은 정치적 압박과 사회적 스트레스를 동반하게 된다. 유권자로서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방어하기보다는, 법의 원칙과 정의가 구현되기를 더욱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며, 정치적 투명성과 책임을 위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토대는 국민의 의식과 참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의 당위성을 짚어보자.

역사적으로도 지도자의 무능과 독선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의 연산군을 들 수 있다. 연산군은 국정을 사유화하고 권력을 남용해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으며, 결국 반정(쿠데타)으로 쫓겨났다.

윤 대통령 역시 독단적인 국정운영, 경제 파탄, 외교 실책 등을 반복하며 국민적 실망을 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 탄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연산군은 조선을 대표하는 암군이다. 그는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사화를 일으키고 언론을 탄압하며, 사치를 일삼았다. 특히, 권력을 사유화하며 국정을 파탄 낸 점이 오늘날 윤석열정부와 닮아있다.

윤 대통령 역시 검찰총장 출신답게 법치주의를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법치를 가장한 보복 정치를 펼쳤다. 정적을 탄압하고,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방식은 연산군이 사화를 일으켜 사대부를 숙청한 것과 유사하다.

극명한 분열
후폭풍 예고

대통령 임기 동안 행해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200여회에 달하고, 지난 22대 총선 패배 직전까지 윤 대통령이 단 한 번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통해 그의 국회관과 정치관이 소름 끼치게도 연산군의 정치관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오직 권력 의지만을 위해 정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연산군 시대의 경제 실패는 백성들의 삶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연산군은 쓸데없는 토목공사를 남발하고, 자신의 향락을 위해 국고를 탕진했다. 그 결과 조선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백성들은 극심한 세금 부담을 겪었다.


자기 딸의 자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또는 사냥터를 만들기 위해서 민가 몇백 채를 헐었다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현재 대한민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둔화하고 물가는 폭등하며, 청년 실업률은 악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금리인상 등으로 국민은 큰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경제 위기를 윤 대통령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총선 직전, 갑자기 뜬금없이 마트에 와서는 말도 안 되는 현 경제 상황에 맞지 않은 말을 한 것이 패배로 이어진 상황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내놓으며 경제 위기를 방관하고 있다. 이런 경제 실정만으로도 윤 대통령의 탄핵은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사회적
스트레스

연산군의 외교 정책은 조선의 국제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 그는 외교 감각이 부족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국익을 해쳤다. 이로 인해 조선은 국제적으로 고립됐으며, 이는 이후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산군 이후 일어났던 삼포왜란, 을묘왜변과 여진족의 난동 등은 이를 대변한다.


윤정부 역시 외교적으로 크나큰 실패를 거듭했다. 특히 한일 관계서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양보를 반복하며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거의 독도를 포기한 듯한 행보를 계속 보여왔으며, 한국 기업인 라인 또한 그 경영권을 일본에 내주게 생겼다.

또,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미국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펴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외교의 기본 원칙인 실리 외교를 망각한 채,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외교를 펼친 결과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무오사화를 일으킨 연산군은 백성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던 군주다. 그는 자기 뜻에 반하는 모든 의견을 억압했고, 공론의 장을 없애면서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특히 그는 간언하는 3사 관리들을 아주 혐오했다.

그래서 2번의 사화(무오사화·갑자사화)를 통해 그들을 제거하고 난 후 3사 관리들에게 ‘신언패(말을 삼가라는 팻말)’를 달게 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해 군신공치(임금과 신하가 견제를 통해서 균형을 이루는 유교 정치)를 저버린 암군이 됐다.

더군다나 그 당시 경제 상황이 극악에 달하자 민가에서는 연산군을 비방하는 글이 많았는데, 이 글 대부분이 한글로 쓰이자 한글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대선 당시에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집권 후에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고집했다.

그렇게 73일 지났다
외교 실패와 국격 추락

자신을 반대하는 기자들은 출입을 금지시키는 소인배로서의 모습을 보였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보다는 본인의 정치적 신념에 맞춘 정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권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 분수에 맞지 않게 벼락 진급으로 검찰 총수가 됐고, 이렇듯 오랫동안 검사 생활만 하다가 아무런 정치 경험도 없이 단지 자신을 키워준 문 대통령을 배반하고 “공정과 상식”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허울 좋은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다.

대선후보 선호도 등 정치 호감도가 오르면서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던 국민의힘에 영입돼 대통령 후보가 됐던 사람이다. 요즘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공정한 방식이 아닌 조작된 여론조사가 작용한 결과라고 하니 한심스러울 뿐이다.

이렇게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 그는 2022년 3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 역대 최소 차이로 꺾고 당선되면서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역사적으로 국정을 실패한 지도자는 결국 국민의 힘에 의해 자리서 내려왔다. 연산군 역시 그의 폭정에 분노한 신하들과 백성들에 의해 중종반정으로 쫓겨났다. 이는 독재적이고 무능한 지도자가 오래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 역시 임기 초반부터 독단적 국정 운영, 경제 파탄, 외교 실패, 소통 단절 등으로 국민의 실망을 샀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실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은 더 이상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 되고 있다.

지속 시 
큰 혼란

윤정부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전반이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힘으로 부당한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할 때다. 윤 대통령 탄핵이 대한민국이 다시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국가 반란은 보수와 진보의 정권 유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의 나라 운명이 걸린 문제다.

<hntn1188@naver.com>

 



배너

관련기사

6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