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윤석열 탄핵 2차 표결서 친한계, 일 낼까?

22명 찬성 상설특검 통과
복잡한 국민의힘 셈법은?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지난 10일, 비상계엄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재석 287명, 찬성 209명, 반대 6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여당인 국민의힘서도 찬성표가 대거 나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표결서 조경태·김태호·김도읍·안철수·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준영·배현진·서범수·김건·김상욱·김소희·김용태·김위상·김재섭·곽규택·박수민·안상훈·우재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및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 오는 14일로 예정돼있는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선 어떤 표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권표 14명은 신성범·김미애·권영진·박형수·서일준·이성권·엄태영·김기웅·김종양·고동진·박성훈·박정훈·이달희·정성국 등 전원이 여당 의원들이었다. 이들 역시 2차 표결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가에선 상설특검 표결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탄핵안 표결서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상설특검의 경우 기명인 데 반해 탄핵 표결은 원칙적으로 무기명 투표인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마라톤 의원총회서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두 번째 ‘탄핵 표결 시계’가 재차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 여당 내부서 2차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것.

앞서 여당 의원 중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은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 즉시 하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면서도 “제 말(하야 요구)에 다 포함돼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해당 답변은 2차 탄핵 표결 전까지 하야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7일,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남아 투표했던 안철수 의원은 2차 탄핵 투표서도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서 “지금도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만약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번 사태도 국민들이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1차 투표 때 당론에 따르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던 배경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안 의원처럼 당론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 재입장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던 같은 당 김상욱 의원도 2차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사유가 없어 반헌법적이고, 목적이 정치적 반대 세력 척결이어서 반민주적”이라며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에도 진지한 잘못 인정과 대통령 탄핵 협조를 요구한다.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1차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던 김예지 의원도 2차 표결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배현진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주 표결에 참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2차)표결엔 들어갈 것”이라며 지난 7일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 여부만 언급했을 뿐, 찬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여당 내 소장파로 불리는 김재섭 의원도 1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늦은 밤, 저는 체포될 각오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서 계엄을 막았다.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탄핵에 불참했다. 분노와 흥분 속에서 겨우 나흘 만에 이뤄지는 탄핵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진에도 질서와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엔 질서도, 퇴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이제 우리 당당하게 새로 시작하자. 부디 함께해달라”고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탄핵 찬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냐?’ ‘한동훈 대표와 사전 논의는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기자회견문에 있는 모든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일각에선 배현진·김재섭 의원의 표결 참석 및 찬성 입장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등 떠밀린 게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도 나온다.

1차 표결 당시 불참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지난 10일, 이들 지역구 사무실 앞은 주민들의 항의성 근조화환 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계란을 투척하거나 ‘내란 공범! 부역자!’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사무실 문에 날계란 및 밀가루·케첩 등을 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배 의원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 의원은 아예 “탄핵에 찬성하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정계에선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당내 친윤계보다 세력이 작은 친한계인 데다 초선인 탓이다. 게다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찬성을 당론으로 주장한 이도 없다.

11일 오후 <한국일보>는 ‘김소희·박정훈·유용원·진종오 및 초선 의원 한 명이 탄핵 표결에 참석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2차 탄핵 표결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만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들 역시 친한계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은 총 9명, 이 중 찬성 뜻을 밝힌 의원은 5명이다.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는 200명으로 야당 192명이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여당 의원 8명이 가결표를 던져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표결까지 아직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1차 표결 때처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불성립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오는 12일로 예정돼있는 원내대표 선거서 어느 인사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지난 당론을 답습할 수도 있다.

현재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윤계 핵심인 5선 권성동 의원과 중립 성향의 4선 김태호 의원이 양자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날 선거 결과에 따라 당론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불참 카드가 한번 쓰여졌고, 그에 대한 여론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찬성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안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개개인의 헌법기관이고 개인 소신에 따라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 명운은 친한계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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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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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