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윤석열 탄핵 2차 표결서 친한계, 일 낼까?

22명 찬성 상설특검 통과
복잡한 국민의힘 셈법은?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지난 10일, 비상계엄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재석 287명, 찬성 209명, 반대 6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여당인 국민의힘서도 찬성표가 대거 나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표결서 조경태·김태호·김도읍·안철수·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준영·배현진·서범수·김건·김상욱·김소희·김용태·김위상·김재섭·곽규택·박수민·안상훈·우재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및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 오는 14일로 예정돼있는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선 어떤 표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권표 14명은 신성범·김미애·권영진·박형수·서일준·이성권·엄태영·김기웅·김종양·고동진·박성훈·박정훈·이달희·정성국 등 전원이 여당 의원들이었다. 이들 역시 2차 표결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가에선 상설특검 표결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탄핵안 표결서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상설특검의 경우 기명인 데 반해 탄핵 표결은 원칙적으로 무기명 투표인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마라톤 의원총회서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두 번째 ‘탄핵 표결 시계’가 재차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 여당 내부서 2차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것.

앞서 여당 의원 중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은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 즉시 하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면서도 “제 말(하야 요구)에 다 포함돼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해당 답변은 2차 탄핵 표결 전까지 하야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7일,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남아 투표했던 안철수 의원은 2차 탄핵 투표서도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서 “지금도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만약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번 사태도 국민들이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1차 투표 때 당론에 따르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던 배경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안 의원처럼 당론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 재입장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던 같은 당 김상욱 의원도 2차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사유가 없어 반헌법적이고, 목적이 정치적 반대 세력 척결이어서 반민주적”이라며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에도 진지한 잘못 인정과 대통령 탄핵 협조를 요구한다.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1차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던 김예지 의원도 2차 표결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배현진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주 표결에 참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2차)표결엔 들어갈 것”이라며 지난 7일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 여부만 언급했을 뿐, 찬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여당 내 소장파로 불리는 김재섭 의원도 1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늦은 밤, 저는 체포될 각오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서 계엄을 막았다.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탄핵에 불참했다. 분노와 흥분 속에서 겨우 나흘 만에 이뤄지는 탄핵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진에도 질서와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엔 질서도, 퇴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이제 우리 당당하게 새로 시작하자. 부디 함께해달라”고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탄핵 찬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냐?’ ‘한동훈 대표와 사전 논의는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기자회견문에 있는 모든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일각에선 배현진·김재섭 의원의 표결 참석 및 찬성 입장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등 떠밀린 게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도 나온다.

1차 표결 당시 불참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지난 10일, 이들 지역구 사무실 앞은 주민들의 항의성 근조화환 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계란을 투척하거나 ‘내란 공범! 부역자!’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사무실 문에 날계란 및 밀가루·케첩 등을 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배 의원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 의원은 아예 “탄핵에 찬성하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정계에선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당내 친윤계보다 세력이 작은 친한계인 데다 초선인 탓이다. 게다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찬성을 당론으로 주장한 이도 없다.

11일 오후 <한국일보>는 ‘김소희·박정훈·유용원·진종오 및 초선 의원 한 명이 탄핵 표결에 참석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2차 탄핵 표결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만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들 역시 친한계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은 총 9명, 이 중 찬성 뜻을 밝힌 의원은 5명이다.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는 200명으로 야당 192명이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여당 의원 8명이 가결표를 던져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표결까지 아직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1차 표결 때처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불성립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오는 12일로 예정돼있는 원내대표 선거서 어느 인사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지난 당론을 답습할 수도 있다.

현재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윤계 핵심인 5선 권성동 의원과 중립 성향의 4선 김태호 의원이 양자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날 선거 결과에 따라 당론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불참 카드가 한번 쓰여졌고, 그에 대한 여론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찬성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안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개개인의 헌법기관이고 개인 소신에 따라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 명운은 친한계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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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