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윤석열 탄핵 2차 표결서 친한계, 일 낼까?

22명 찬성 상설특검 통과
복잡한 국민의힘 셈법은?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지난 10일, 비상계엄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재석 287명, 찬성 209명, 반대 64명, 기권 1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여당인 국민의힘서도 찬성표가 대거 나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표결서 조경태·김태호·김도읍·안철수·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준영·배현진·서범수·김건·김상욱·김소희·김용태·김위상·김재섭·곽규택·박수민·안상훈·우재준·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및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 오는 14일로 예정돼있는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선 어떤 표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권표 14명은 신성범·김미애·권영진·박형수·서일준·이성권·엄태영·김기웅·김종양·고동진·박성훈·박정훈·이달희·정성국 등 전원이 여당 의원들이었다. 이들 역시 2차 표결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가에선 상설특검 표결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탄핵안 표결서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중론이다. 상설특검의 경우 기명인 데 반해 탄핵 표결은 원칙적으로 무기명 투표인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마라톤 의원총회서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후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두 번째 ‘탄핵 표결 시계’가 재차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 여당 내부서 2차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인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것.

앞서 여당 의원 중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은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 즉시 하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면서도 “제 말(하야 요구)에 다 포함돼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해당 답변은 2차 탄핵 표결 전까지 하야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7일,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남아 투표했던 안철수 의원은 2차 탄핵 투표서도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서 “지금도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고 이런 상태가 계속 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만약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내고 여당서도 제대로 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차선책이지만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는 “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번 사태도 국민들이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1차 투표 때 당론에 따르지 않고 표결에 참여했던 배경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자기 소신에 따라 투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거기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안 의원처럼 당론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에 재입장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던 같은 당 김상욱 의원도 2차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사유가 없어 반헌법적이고, 목적이 정치적 반대 세력 척결이어서 반민주적”이라며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여당에도 진지한 잘못 인정과 대통령 탄핵 협조를 요구한다.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1차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던 김예지 의원도 2차 표결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배현진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주 표결에 참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2차)표결엔 들어갈 것”이라며 지난 7일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당의 큰 패착이라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 여부만 언급했을 뿐, 찬반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여당 내 소장파로 불리는 김재섭 의원도 11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늦은 밤, 저는 체포될 각오로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서 계엄을 막았다.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저는 탄핵에 불참했다. 분노와 흥분 속에서 겨우 나흘 만에 이뤄지는 탄핵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진에도 질서와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합헌성을 따져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엔 질서도, 퇴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이제 우리 당당하게 새로 시작하자. 부디 함께해달라”고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탄핵 찬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냐?’ ‘한동훈 대표와 사전 논의는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기자회견문에 있는 모든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일각에선 배현진·김재섭 의원의 표결 참석 및 찬성 입장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등 떠밀린 게 아니냐는 불편한 목소리도 나온다.

1차 표결 당시 불참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지난 10일, 이들 지역구 사무실 앞은 주민들의 항의성 근조화환 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계란을 투척하거나 ‘내란 공범! 부역자!’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사무실 문에 날계란 및 밀가루·케첩 등을 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배 의원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 의원은 아예 “탄핵에 찬성하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정계에선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당내 친윤계보다 세력이 작은 친한계인 데다 초선인 탓이다. 게다가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찬성을 당론으로 주장한 이도 없다.

11일 오후 <한국일보>는 ‘김소희·박정훈·유용원·진종오 및 초선 의원 한 명이 탄핵 표결에 참석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2차 탄핵 표결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만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들 역시 친한계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은 총 9명, 이 중 찬성 뜻을 밝힌 의원은 5명이다.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는 200명으로 야당 192명이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여당 의원 8명이 가결표를 던져야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표결까지 아직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1차 표결 때처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불성립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오는 12일로 예정돼있는 원내대표 선거서 어느 인사가 원내 사령탑에 오르느냐에 따라 지난 당론을 답습할 수도 있다.

현재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윤계 핵심인 5선 권성동 의원과 중립 성향의 4선 김태호 의원이 양자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날 선거 결과에 따라 당론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아직까지는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불참 카드가 한번 쓰여졌고, 그에 대한 여론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찬성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안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개개인의 헌법기관이고 개인 소신에 따라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 명운은 친한계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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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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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