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윤석열의 무리수 미스터리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09 11:38:11
  • 호수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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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힐 줄 알면서 왜 밀어붙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진짜 속내는 담화문서 깨알같이 발견되는 두 글자로 확인할 수 있다. 꼭꼭 숨기려고 했지만, 끝내 숨기지 못했던 두 글자 ‘특검’. 과연 그 두 글자가 군을 동원하려고 했던 진짜 이유였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비상계엄 선포 사유는 ▲야권의 정부 관료 탄핵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제1심 선고 전 대규모 시위(판사 겁박) ▲야권의 검사 탄핵(사법 업무 마비) ▲야권의 특활비 삭감(국가의 본질적 기능 훼손) ▲야권의 민생 예산 삭감(대한민국 국가 재정 농락) 등이다.

모르고?
알면서?

이 사유들을 열거한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명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국을 ‘범죄자 집단 소굴의 자유 민주주의체제 전복 기도’라고 규정한 것이다.

범죄자 집단 소굴로 규정된 야권은 곧바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격상’됐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며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야권을 일컬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이라고 거듭 비난하면서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6시간 후인 지난 4일 오전 4시26분에 마무리됐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찰의 국회 통제에 담을 넘어 진입해 의원들의 긴급 소집을 발동했고, 야권 의원들 및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중립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0시29분 본회의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후 약 19분이 지난 3일 오후 10시46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약속했다. “야권과 국민의힘 내 친한계 의원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것”이라는 결말은 이때 이미 예측됐다.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의 본청 진입을 막는 가운데, 의원들은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1분 후 의원 190명은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계엄 선포 후 약 2시간35분이 지나 가결된 것이다.

행정부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을 권한이 없으므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때 사실상 마감됐다. 

계엄군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약 10분이 지난 오전 1시11분부터 국회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통령의 계엄 해제가 있을 때까지 계엄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오전 4시26분 제2차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고, 오전 5시4분 국무회의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약 6시간37분 동안 진행된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마무리됐다.

6시간 동안 이어진 충격과 공포
해제 의결에 적극 가담한 친한계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군사상 필요·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필요가 있을 때 한정해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 언급한 사유들이 과연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적 요건을 떠나, 윤 대통령으로서는 선포 당시 열거한 이유로부터 큰 위기감을 느꼈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전시·사변·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는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고, 22대 국회 출범 후 10명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12월11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해서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2023년 2월 이 장관을 탄핵 심판으로 넘겼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의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였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같은 해 7월25일 만장일치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야권의 탄핵소추는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어졌고, 직무대행을 맡던 이상인 전 부위원장도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이 전 위원장·김 전 위원장·이 전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퇴로 인해 폐기됐다. 사퇴하지 않았던 이 위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돼 현재 헌재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 윤 대통령과 줄곧 가까웠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당시 상관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이 전 부위원장도 BBK 특검보를 지냈고, 윤 대통령은 당시 파견검사였다.

이후엔 윤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검사들이 집중적으로 탄핵 소추됐다. 손준성·이정섭·강백신·김영철·엄희준·이창수·최재훈·조상원 등 탄핵 소추된 검사 대부분은 윤 대통령과 근무연으로 묶여있다. 이 중 강백신·김영철·조상원 검사는 윤 대통령이 ‘스타’로서의 위상을 굳혔던 ‘최순실 특검’에 함께 파견됐다. 

손 검사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임 당시 핵심 요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맡았고, 이정섭 검사는 윤 대통령의 대검 중수2과장 재직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다. 엄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중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요직 배치를 요구했다. 이창수 검사는 윤 대통령의 총장 재직 당시 대변인이었고, 최 검사는 정보관리담당관이었다. 

이들이 탄핵 소추되는 것을 보는 윤 대통령의 기분을 대변하는 옛 드라마 대사가 있다. 지난 2007년 방영된 KBS2 드라마 <한성별곡-정>의 임금은 수도 이전과 개혁을 추진하다가 독살당했다. 독살당하는 순간, 임금은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고, 나의 간절한 소망을 따랐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재들이 죽어 나간다”고 한탄했다.

윤 대통령에게 그들은 ‘소중한 인재들’이었을 것이고, 그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죽어 나가는’ 것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특활비 삭감
표면적 이유

자신의 국정운영은 ‘간절한 소망’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국민과 야권의 비판은 ‘나를 탓하기에 바쁜’ 일이었을 것이다. 임금은 세자에게 양위한 후 자신은 수원 화성으로 옮겨 친위부대 장용영을 끼고 한양을 압박하는 친위 쿠데타를 기획했다.


윤 대통령과는 달리, 임금은 “반대하는 신하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 지는 것”이라는 자기반성도 잊지 않았다.

측근 탄핵 못지않게 큰 위기감을 느꼈을 사안은 예산안이었다.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8일 2025년도 검찰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80억90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이하 특경비) 506억9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내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이렇게 성역과 예외와 특혜가 많은 부처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 ▲경찰 특활비 약 31억 원 ▲감사원 특활비·특경비 6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서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특활비는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17년 4월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로의 휘하에 있는 후배 검사들에게 1인당 100만원 상당 돈 봉투를 건넨 정황이 밝혀져 정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돈의 출처는 특활비였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특활비 사용명세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이어 큰 파문이 발생했다. 원래 밀봉해 보관해야 할 특활비 자료 중 사라진 명세들이 다수 확인됐고, 특활비가 기밀수사와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지급된 정황이 확인됐다.


큰 수사가 있을 때마다 지출이 있었다는 것을 토대로 “포상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증빙 없이 특활비를 무단 사용한 정황과 별도 계좌·이중 장부가 사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업무 추진비 사용명세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활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활비 전액 삭감 처리에 대해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서 국가 본질의 기능을 훼손했다”며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성토했던 것은 ▲재해 대책 예비비 1조원 삭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삭감 ▲청년 일자리·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등 4조1000억원 삭감 ▲군 간부 처우 개선비 제동 등이었다.

표적은 
민주당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서 “역대 정부서 예비비는 1조5000억원 이상 사용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예산안심사소위 위원들도 지난 2일, 아이 돌봄 지원 수당·청년 일자리 예산 삭감에 대해 “여야가 이미 감액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94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변호사로 활동한 1년을 제외하고 약 26년 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윤 대통령도 특활비가 친숙하게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도 담화 중 특활비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다.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즉위하기 전엔 많은 땅을 거느린 ‘땅 부자’였다. 그를 즉위시킨 이성계 세력은 토지개혁을 시도했다. 정도전은 가족 수에 따라 백성들에게 토지를 나눠주는 계민수전을 주장했다. 조준은 경기도 내 토지에 한정해 관리들에게 수조권을 부여하고, 다른 지역 토지는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과전법을 주장했다.

두 안 모두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고려의 모든 사전(私田)을 빼앗아 국유화한다”는 것이었다. 고려에선 많은 전란을 극복하는 과정서 공신들에게 나눠줄 땅이 부족해져 같은 땅을 여러 사람에게 반복해서 나눠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따라서 땅 하나에 2명 이상의 주인이 각자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백성으로부터 반복해서 세금과 소작료를 가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성계 세력에 반대했던 보수파 이색도 최소한 소유권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일전일주제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보수파엔 정예 사병 가별초 2000여명을 거느린 이성계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력이 없었다. 최영은 위화도회군 이후 축출됐다. 이성계를 견제하던 조민수와 변안열도 위화도회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출됐다.

정도전과 조준은 이성계의 무력을 기반으로 토지 몰수를 시도했다. 이성계의 선택은 과전법이었다. 과전법이 발표돼 많은 백성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공양왕은 슬퍼 눈물을 흘렸다. 개인 소유 토지가 모두 몰수됐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유로 특활비 삭감을 내걸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특활비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반대로 “특활비가 삭감돼 민생 치안 공황 상태가 됐다”고 성토했다. 혹시 ‘윤석열 검사의 특활비’는 ‘공양왕의 개인 소유 토지’와 비슷한 의미였던 걸까?

고려 멸망 공민왕·공양왕
윤 대통령도 같은 길 걷나 

비상계엄이라는 뜬금없는 선택을 하게 된 진짜 역린은 두 글자 안에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두 글자는 ‘특검’이다. 특검은 딱 1번 언급됐다. 꾹 참고 숨기려다가 참다못해 터져 나왔던 1번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띈다.

야권이 끈질기게 발의했던 특검의 대상자는 김건희 여사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다. 이 중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돌아와 오는 10일 재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일, 본회의서 부결 처리됐다. 그렇다면 담화 중 언급된 특검은 김건희 특검법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지난 10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 갈무리 사진 1장을 올렸다. 김 여사와의 대화였다. 김 여사는 대화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달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사과드린다”며 “오빠가 이해 안 간다, 지가 뭘 안다고”라고 덧붙였다.

이 ‘오빠’를 두고 “김 여사의 친오빠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명씨는 “내가 김 여사의 친오빠와 토론했겠느냐”고 주장하다가 “친오빠가 맞다”고 번복했다. 하지만 다수설은 여전히 윤 대통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수설대로 해석하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향한 반복적인 특검법 발의에 왜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로부터 부부의 굳건한 잉꼬 금슬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여사가 취임 기념 만찬서 윤 대통령의 샴페인 음주를 눈짓으로 막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 영상과 명씨가 공개한 카톡에 대한 다수설을 조합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보인다. 아울러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했던 ‘황금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부부의 금슬에 비견할 수 있는 부부로는 고려 공민왕·노국공주 부부가 확인된다. 공민왕은 즉위 후 아내의 지지를 기반으로 고려를 통치했다. 노국공주는 원나라 공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반원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또 원나라 공주라는 신분을 반대파 압박에 사용했고, 부정부패도 저지르지 않았다. 공민왕은 아내의 강력한 지지를 토대로 친원파를 숙청했고, 북진정책을 추진했다. 측근 김용의 반란 당시 공민왕을 지킨 사람도 노국공주였다. 그런 노국공주가 출산 중 사망하자, 공민왕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공민왕은 무명의 승려 신돈에게 국정 일체를 맡기고, 자신은 아내의 영전 공사에 몰두하는 등 기이한 행각을 일삼다가 암살당했다. 

윤 대통령의 아내 사랑에 대해선 2개의 반응이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월14일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국민들
막았다

하지만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 2023년 12월14일 <폴리뉴스> 칼럼서 “자식을 사랑했기에 자식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속죄의 기회를 마련해줬던 YS(고 김영삼 대통령)·DJ(고 김대중 대통령)·MB(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하는 것이 진정 아내를 위한 길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의존했던 공민왕은 고려의 문을 닫았다. 반대로 가혹하게 처남들을 숙청했던 태종 이방원은 조선왕조 500년 기반을 닦았다. 따뜻한 남편의 길과 훌륭한 대통령의 길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아내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분노가 군을 동원한 진짜 이유였을까? 공민왕과 고려의 몰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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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