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경제 삼킨 ‘1호 영업사원’

나라 말아 먹을 작정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비상계엄’ 카드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킨 것도 모자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던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일즈 외교에 따른 경제성과가 확연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지난달 4일 대통령실은 2022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통해 총 929억달러(약 122조원) 규모의 경제성과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임기 2년6개월 동안 매달 약 4조3000억원의 국익을 창출했다는 계산이었다.

공치사
바쁘더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비롯해 대형 사업 수주,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등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해 역대 최대 방산 수출의 활로를 뚫었고,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간 정상회담 이후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유치, 체코 방문을 통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일조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치적으로 부각시킨 경제 성과는 순식간에 빛을 잃어버렸다. 윤 대통령이 꺼내 든 ‘비상계엄’ 카드가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고, 급기야 세일즈 외교를 통한 경제 성과를 집어삼킨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엄 정국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튿날 새벽 계엄이 해제된 직후부터 국내 경제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이 휘몰아쳤다. 당장 원/달러 환율은 40원 넘게 오르는 등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연출됐다. 지난 4일 코스피는 1.97% 내린 2450.76, 코스닥지수는 1.91% 내린 677.59로 을 열었다.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3000억원 넘게 매도하면서 하락을 주도했고,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순매도를 나타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30% 이상 폭락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안정한 국내 정국은 뉴욕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일(미국 동부시각)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6.47포인트(0.17%) 내린 4만4705.53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2.73포인트(0.05%) 오른 6049.88, 나스닥종합지수는 76.96포인트(0.40%) 상승한 1만9480.91에 거래를 마감했다.

계엄이 국가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무디스 애널리틱스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 언급한 예산안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법안을 통과해 효과적으로 실행할 정부 역량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프랑스, UAE 등과 같은 등급이다.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이다.


계엄 후폭풍이 경제 전반에 여파를 미치자, 정부는 급하게 5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채권안정펀드를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4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세일즈 외교 과시하더니…
잘못된 선택…순식간에 나락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금융회사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추가 담보금 요구) 위험 등에도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을 계기로 국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더욱 부추길 명분을 줬다고 전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는 남북 대치와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경영 등이 꼽혀왔으며 최근에는 경기 부진과 미중 갈등이 우려 요인이었다. 여기에 계엄 사태가 부정적 요인으로 추가된 형세다.

혼자 터트리고
모두가 고생

실제로 <블룸버그통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고 봤다. 계엄 여파로 선진 증시 지수에 편입되고 재벌들의 기업 지배를 개선하려던 당국의 시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중심의 투매급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약해진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더해진 정치 불확실성은 원화 자산의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라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비상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나정환·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며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나, 해당 이슈가 빨리 해소된 만큼 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번 이슈는 한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 변화 요인이 아닌 만큼 매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체코 원전 수주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던 국책사업들이 향후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 온 상당수 국책사업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불편한 현실
어두운 전망


당장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불명확했던 내년 예산 문제가 전액 삭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야당과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5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분위기다.

체코 원전 사업 역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간 야권은 불투명한 수익성 문제에 주목하면서 해당 사업에 물음표를 던진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사자로 선정된 상황인데, 최종 계약은 내년 3월경으로 예정돼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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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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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