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계엄이 삼킨 이슈들

2024년 빨아들인 6시간 블랙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무슨, 말도 안 돼’라며 괴담 취급을 받을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 같은 인식을 깨뜨렸다. 동시에 국민의 일상도 무너졌다. 그날의 나비효과가 만든 소용돌이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원래라면 묵은 해를 뒤로 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분위기로 사회가 들썩여야 한다. 하지만 연말 풍경은 사라졌다. 송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한 자영업자는 빗발치는 예약 취소 문의를 감당하고 있다. 8년 만에 다시 일어난 사건에 체감경기가 얼어붙었다.

사라진
연말 대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2주다.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4일 국회의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같은날 오전 4시27분 6시간 만에 최종 해제됐다. 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6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지난 7일 1차 표결은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폐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당 192표 외에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지난 14일 2차 표결은 가결됐다. 


국회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두고 심리하고 있다. 청구인 국회와 피청구인 윤 대통령은 헌재서 단판 승부를 가려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서 나타나는 갈등이다. 이미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서류를 수취하는 문제로 1주일 가까이 진통을 겪었다. 

3명이 공석인 헌재 재판관 구성을 두고도 여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헌재는 6명의 재판관으로도 심리와 변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이 중대사인 만큼 ‘완전체’의 결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후에 생길 가능성이 있는 논란서도 그편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헌재법상 탄핵 심판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민생·경제 다 뒷전으로
4대 개혁은 좌초 직전

헌재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한국 사회는 엄청난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기각돼도 6개월,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8개월가량 갈등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들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기간까지 합치면 국민은 1년여 동안 정쟁과 대립 구도를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모양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이슈가 비상계엄 사태에 쓸려가고 있다. 특히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만 옴짝달싹 못하는 중이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는 암울한 지적도 나온다. 

먼저 민생이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 12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경기전망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연말 대목을 기다렸던 자영업자들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연말 경기에 대한 전망도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90.1%)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서도 정부나 국회는 민생을 뒷순위에 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서 이미 외면받던 국민의 삶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완전히 쓸려나가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매주 진행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서 부정 응답의 1순위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경제/민생/물가’였다.

체감경기가 이미 바닥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언제쯤
끝날까?

여야는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서 비쟁점 민생 법안 28건을 처리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명시한 AI 기본법 제정안, 단통법 폐지안 등이 통과됐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 차가 있는 쟁점 법안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곡법 개정안은 입법 발의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반도체특별법은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여야 간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과반 의석을 무기로 정부 부처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당 대표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된 여당은 당내 정리조차 안 되고 있다.

정치권 자체가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와 조기 대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국민의 삶을 지탱할 지지대가 없는 상태다. 

외교 쪽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당장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라 외교 무대에 나설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내달 출범할 트럼프 2기 정부와 접촉면을 넓혀야 할 시기에 비상계엄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국에 밀리게 됐다. 

수장 없는
외교 폭망

여기에 미국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3일 <한국 정치 위기,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윤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국민의힘 정부가 주요 외교 정책 계획에 참여할 능력이 약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 가능성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여러 외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기술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억지력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북 정책 ▲세계 중추 국가로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동맹·동반자관계망에 한국 통합 ▲중국 행위를 향한 공개적 비판 ▲일본과 관계 개선·한미일 관계 확대 등을 꼽았다. 


정책 이슈도 실종됐다.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윤정부의 4대 개혁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 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다”고 언급할 만큼 4대 개혁에 공들였다. 

특히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은 의정 갈등만 야기한 채 표류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정책이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윤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정책 중 하나였지만 탄핵소추로 동력이 완전히 꺾였다는 분석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문도 닫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노총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서 다뤄졌던 ‘계속 고용’ 의제는 논의 재개 시점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고용은 정년을 연장·폐지하거나 정년을 넘긴 노동자를 지속해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연내 로드맵 수립이 목표였다.

사상 최초 노벨문학상까지
국민이 갚아야 할 빚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노동약자 보호’ 등의 정책도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 민생토론회 의제 등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정책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여야 간 합의, 노동계 참여가 요원해짐에 따라 법안 제정 등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문화계 이슈도 관심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올 한 해 한국 문학계의 최대 쾌거라고 할 수 있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탄핵 정국에 묻혔다. 지난 10월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 열풍’이 서점가를 강타했지만 비상계엄 선포-탄핵 표결이 이어지면서 잠잠해진 모습이다. 


다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오버랩된다는 말이 나왔다. 또 한강이 노벨문학상 시상식서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한 수상소감을 남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한 작가는 “이런 시국이 아니었으면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4월부터 올 한 해를 달궜던 민희진-하이브 간의 갈등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아이돌인 뉴진스 멤버 하니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정도로 ‘핫한 이슈’였다. 연예인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던 차였다.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하이브 일부 임직원 사이서 공유되던 문서에 K-팝 팬덤과 연예기획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른바 ‘하이브 사태’는 모기업과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음반 밀어내기, 음원 사재기, 굿즈 갑질 등 각종 의혹도 터져 나왔다. K-팝 업계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암흑기
시작되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블랙홀’ 현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탄핵 심판 사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가 더해지고, 여기에 윤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죄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사회 모든 이슈가 비상계엄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경우의 수’에 빠진 상태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기각, 이 대표의 유죄와 무죄, 내란죄 처벌과 무혐의 등 어떤 결과가 나오든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를 일이 산재해 있다. 결국 비상계엄의 여파는 국민의 어깨에 얹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서 언급했듯 ‘5100만명의 국민이 갚아야 할 할부’로.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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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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