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이슈&인물’ 윤석열 부추긴 김용현 전 국방 장관

총대 메고 나가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대통령경호처장 자리에 있을 때부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김 전 장관이 탄핵과 특검으로 점철된 국회를 무산시키려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령을 직접 건의한 주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장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부인하다 
건의 인정

김 전 장관은 1959년 경남 마산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예비역 중장이다. 현역 시절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거쳤으며, 군 내부 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 등도 역임했다. 한때 군 내 서열 1위인 합참의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진급에 실패하면서 2017년 중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학창 시절 학도호국단장으로 유명했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정부가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으로 호국단장은 현재 학생회장과 유사하다.

김 전 장관은 “학교서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후배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윤 대통령을) 먼저 만나자고 했다”며 “우리는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문회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다시 알게 된 두 사람은 전화로 근황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020년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직무 정지로 야인 생활을 하던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술 한잔하자며 부르고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사회 각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을 소개해줬다. 윤 대통령은 해당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도 맡았다. 당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실무 작업을 맡았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취임 첫날 김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임명됐다.

경호처장 때부터 막강한 권력
인사청문회서도 나온 계엄설

윤 대통령의 신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장이 대통령 경호에 필요한 구역서 군·경찰 등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2022년 11월9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호 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이라는 제한을 두지만 경호처가 군·경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문민정부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은 경호처 요원 700여명과 1300명의 경찰, 1000명의 군병력 등 모두 3000여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이 경호처 권한 강화를 추진했던 명분은 사방이 트여있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지리적 특성상 경호 인력·장비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이를 비상령 선포 시 시민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보류됐다가 지난해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를 넣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호처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 장관은 윤석열정부의 세 번째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권은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을 행안부 장관에 앉힌 데 이어 국방부 장관 자리에까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을 앉히려는 것은 “탄핵 및 계엄 대비용 인사”라는 주장이었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다.

어떻게 
움직였나

야권은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겨 가면 일명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 박종선 사령관은 물론,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중장)까지 모두 충암파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인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조직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듭된 ‘반국가 세력’ 언급 역시 계엄 선포를 위한 밑 작업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지난 9월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총 8번에 걸쳐 ‘반국가 세력’을 언급했다. 이는 계엄 시 문재인과 이재명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척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도 여소야대 정국이었는데, 해당 문건에는 ‘국회의원들이 계엄을 해제할 경우,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짚었다.


이 같은 야권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권은 “괴담 선동”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김 전 장관도 인사청문회서 계엄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 9월2일, 그는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부승찬 의원 등의 질의에 “국민들과 군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을 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며 “계엄 문제는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대통령실도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단호히 일축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지난 9월2일 브리핑을 통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면 당 대표직을 걸라”고 경고했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인 지난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계엄령 발령을 위한)요건이 정해져 있고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발령되고 나면 국회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있다. 이런 것들이 다 돼있는데도 불구하고 (야권서)계엄, 계엄하시는 것에 대해서 저도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잊은 듯이 2~3개월 만에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독재’와 ‘국정 마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신이냐
간신이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심화 담화를 마치자 김 장관은 전군 지휘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이 지명한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약 1시간 뒤 계엄사 포고령 1호를 발표했고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계엄군은 헬기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계엄군 투입까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셈이다. 

이날 국회에는 경내에 두 차례에 걸쳐 계엄군 약 280여명이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부는 지난 3일 밤 11시48분부터 4일 오전 1시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시켰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왔다.

무장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정현관과 후면 안내실을 통해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가 불발되자 망치와 소총 등으로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난입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과 박 계엄사령관의 지휘는 특전사와 수방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선 부대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령관에 합참의장 대신, 계엄 관련 부서도 없는 육군의 수장을 앉히는 바람에 일선 부대에는 계엄 관련 지시가 제대로 내려가지 못했다. 또 수도권을 책임지는 육군지상작전사령부, 그리고 예하의 수도군단의 장교 등 간부들은 계엄 선포에 맞춰 부대로 들어갔지만 별다른 임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계엄군은 여의도 국회뿐 아니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까지 점령을 시도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30분쯤 소총을 비롯한 무장을 갖춘 군인 110여명이 과천 선관위 청사로 집결했다. 이들은 버스 형태 차량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가신 충암파 실세
그날 밤 작전 완전히 실패

군인들이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어떤 내용을 고지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청사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에 위치한 선관위 연수원 등지에도 계엄군이 전방위 배치됐으며, 지방 선관위에는 200여명의 군인들이 집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시간30여분 후인 지난 4일, 국회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4시경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하자 계엄군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 김 전 장관은 국방부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현 시간부로 비상소집을 해제한다”며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과부적은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대적하지 못한다’는 사자성어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 5시45분께 국회 의안과에 김 전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김 전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계엄령 선포 사태에 대해 김 전 장관이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방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6시13분께 출입기자단의 휴대전화 문자로 보낸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장관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해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계엄은 해제됐고 국민들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으나, 국내 정치 상황과 안보 상황은 녹록지 않다”며 “국방부는 이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당면한 현안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방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국가방위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할 것이며, 군에 부여된 본연의 임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전 장관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안보 상황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에 대해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김 전 장관과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소속 부대서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출석했다.

야당은 특히 박 총장에게 정치활동 금지, 언론 통제 등을 명시한 계엄포고령 작성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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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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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