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이슈&인물’ 윤석열 부추긴 김용현 전 국방 장관

총대 메고 나가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대통령경호처장 자리에 있을 때부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김 전 장관이 탄핵과 특검으로 점철된 국회를 무산시키려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6시간 만에 해제한 가운데,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령을 직접 건의한 주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장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부인하다 
건의 인정

김 전 장관은 1959년 경남 마산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예비역 중장이다. 현역 시절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거쳤으며, 군 내부 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 등도 역임했다. 한때 군 내 서열 1위인 합참의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진급에 실패하면서 2017년 중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학창 시절 학도호국단장으로 유명했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정부가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으로 호국단장은 현재 학생회장과 유사하다.

김 전 장관은 “학교서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후배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윤 대통령을) 먼저 만나자고 했다”며 “우리는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나중에 동문회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다시 알게 된 두 사람은 전화로 근황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020년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직무 정지로 야인 생활을 하던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술 한잔하자며 부르고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사회 각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을 소개해줬다. 윤 대통령은 해당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도 맡았다. 당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실무 작업을 맡았다.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취임 첫날 김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임명됐다.

경호처장 때부터 막강한 권력
인사청문회서도 나온 계엄설

윤 대통령의 신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장이 대통령 경호에 필요한 구역서 군·경찰 등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2022년 11월9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호 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이라는 제한을 두지만 경호처가 군·경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문민정부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은 경호처 요원 700여명과 1300명의 경찰, 1000명의 군병력 등 모두 3000여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이 경호처 권한 강화를 추진했던 명분은 사방이 트여있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지리적 특성상 경호 인력·장비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 측은 이를 비상령 선포 시 시민의 반발을 제압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보류됐다가 지난해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를 넣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경호처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김 장관은 윤석열정부의 세 번째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권은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을 행안부 장관에 앉힌 데 이어 국방부 장관 자리에까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을 앉히려는 것은 “탄핵 및 계엄 대비용 인사”라는 주장이었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다.

어떻게 
움직였나

야권은 김용현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겨 가면 일명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 박종선 사령관은 물론,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중장)까지 모두 충암파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인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조직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듭된 ‘반국가 세력’ 언급 역시 계엄 선포를 위한 밑 작업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지난 9월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총 8번에 걸쳐 ‘반국가 세력’을 언급했다. 이는 계엄 시 문재인과 이재명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척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도 여소야대 정국이었는데, 해당 문건에는 ‘국회의원들이 계엄을 해제할 경우,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짚었다.


이 같은 야권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권은 “괴담 선동”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김 전 장관도 인사청문회서 계엄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었던 지난 9월2일, 그는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부승찬 의원 등의 질의에 “국민들과 군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을 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며 “계엄 문제는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대통령실도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단호히 일축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지난 9월2일 브리핑을 통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 농단”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면 당 대표직을 걸라”고 경고했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인 지난 10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계엄령 발령을 위한)요건이 정해져 있고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발령되고 나면 국회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있다. 이런 것들이 다 돼있는데도 불구하고 (야권서)계엄, 계엄하시는 것에 대해서 저도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잊은 듯이 2~3개월 만에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전 장관이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독재’와 ‘국정 마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신이냐
간신이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심화 담화를 마치자 김 장관은 전군 지휘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이 지명한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약 1시간 뒤 계엄사 포고령 1호를 발표했고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계엄군은 헬기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계엄군 투입까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셈이다. 

이날 국회에는 경내에 두 차례에 걸쳐 계엄군 약 280여명이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부는 지난 3일 밤 11시48분부터 4일 오전 1시18분까지 24차례 헬기를 동원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시켰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왔다.

무장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정현관과 후면 안내실을 통해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가 불발되자 망치와 소총 등으로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난입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과 박 계엄사령관의 지휘는 특전사와 수방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선 부대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령관에 합참의장 대신, 계엄 관련 부서도 없는 육군의 수장을 앉히는 바람에 일선 부대에는 계엄 관련 지시가 제대로 내려가지 못했다. 또 수도권을 책임지는 육군지상작전사령부, 그리고 예하의 수도군단의 장교 등 간부들은 계엄 선포에 맞춰 부대로 들어갔지만 별다른 임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계엄군은 여의도 국회뿐 아니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까지 점령을 시도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30분쯤 소총을 비롯한 무장을 갖춘 군인 110여명이 과천 선관위 청사로 집결했다. 이들은 버스 형태 차량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가신 충암파 실세
그날 밤 작전 완전히 실패

군인들이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어떤 내용을 고지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 청사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에 위치한 선관위 연수원 등지에도 계엄군이 전방위 배치됐으며, 지방 선관위에는 200여명의 군인들이 집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시간30여분 후인 지난 4일, 국회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4시경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하자 계엄군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 김 전 장관은 국방부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현 시간부로 비상소집을 해제한다”며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과부적은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대적하지 못한다’는 사자성어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 5시45분께 국회 의안과에 김 전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김 전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계엄령 선포 사태에 대해 김 전 장관이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방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6시13분께 출입기자단의 휴대전화 문자로 보낸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장관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해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계엄은 해제됐고 국민들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으나, 국내 정치 상황과 안보 상황은 녹록지 않다”며 “국방부는 이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당면한 현안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방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국가방위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할 것이며, 군에 부여된 본연의 임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전 장관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안보 상황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에 대해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김 전 장관과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소속 부대서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출석했다.

야당은 특히 박 총장에게 정치활동 금지, 언론 통제 등을 명시한 계엄포고령 작성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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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