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끝까지 갈’ 국회의 반격

계엄군 앞에 여야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는 155분 만에 끝났지만 여진은 이보다 훨씬 길게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서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들이닥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던 탓일까? 국회는 기어코 방아쇠를 당긴 윤 대통령을 향해 매섭게 회초리를 들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약 44년 만의 계엄령이었다. 한달음에 국회로 달려간 여야 국회의원 190명은 속전속결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긴박했던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섣불렀던
자책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가결 직후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기습으로 선포한 만큼 절차적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즉시 하야하라”고 소리를 높이며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탄핵, 하야 등 직접적인 단어와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민주당보다 앞서 윤석열정부 퇴진을 외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군사 반란에 준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국회서 탄핵돼야 할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란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지금 벌이고 있다. 미치광이를 몰아내는 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조차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야6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는 점을 입 모아 강조했다.

헌법 제77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령 떨어지자 앞다퉈 여의도로 집결
“국회를 적으로 돌린 대통령” 뒷감당은?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예산안 독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등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는데 해당 이유가 전시·사변에 맞먹을 만큼 비상사태인지 강한 의문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절차적 문제도 논란이다. 계엄법 제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시행 일시와 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시점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마친 약 1시간 후인 지난 3일 오후 11시 반 경으로 대부분의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에 통보도 없이 담화 형식으로 (계엄을)선포한 게 제정신인가”라며 이 역시 위헌 소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에는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 상황이 내란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라며 “내란죄에 가까운 행위다. 모든 죄를 따져 국민의 심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야6당은 이런 요소가 담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다.

국민의힘엔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 지도부조차 예견하지 못한 탓이었는지 계엄 선포 당일 밤에도 연일 오락가락했으며 더 나아가 분열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국회 차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겠다”며 국회로 향하던 한 대표는 “당사에 머물러야 한다”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언성을 높였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결국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는 국민의힘 의원 18명(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조경태·주진우·한지아)만 참여했다.

여당도
커버 불가?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된 인사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 간의 극한 대립 가운데 국민을 볼모로 삼은 비상식적 국회 운영으로 파탄에 이르렀다”면서도 “그 어떤 이유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명분 없는 정치적 자살 행위에는 절대로 동조할 수 없다. 대통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제 국민께 나와 소상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12월3일 윤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는 실패했다. 헌정 유린이자 대한민국 정치사의 치욕”이라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몰아치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한 대표, 추 원내대표, 그리고 국민의힘 중진인 주호영·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과 함께 대책 회의를 가졌다.

문제는 대책을 내놓겠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또다시 야당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남발하는 탄핵 폭거를 막는 게 뭐가 잘못이냐”며 경고의 의미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게 화근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한 대표의 아리송한 행보가 시작됐는 평이 나온다.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계엄이 경고성일 수 없다. 계엄을 그렇게 쓸 수 있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사태는 저와 국민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두 가지만 언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사뭇 다른 태도라는 해석이다.

분명히
한배인데…

한 대표가 총대를 메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대표의 행보에 탄력을 받아 친한계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향해 ‘진실된 사과’와 ‘책임자의 조사 및 처벌’을 촉구하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임기 단축은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던 때 개혁신당이 임기 단축 카드를 제시한 적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서 이토록 날 선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나온 건 처음이다.


야당의 탄핵 시도를 막기에도 벅찬 상황서 친한계의 독자적인 행보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당의 화합을 강조한 건 원내가 아닌 원외 인사라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두 번 다시 박근혜처럼 헌정이 중단되는 탄핵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당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치단결해 탄핵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로 꼽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금 정부와 여당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 앞에 닥친 혼란을 해소해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라며 “분열은 무책임일 뿐이다. 각자의 이견은 접어두고 오직 민생과 국가 안위에 전념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단축 주장한 국힘 ‘소장파’
앞으로 첩첩산중…어두운 윤 앞날

야6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보고하던 날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갈등이 다소 봉합되는 듯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은 또 한 번의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108명 의원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단결을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탄핵안 부결 당론에 사실상 한 대표도 동의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당시 국민의힘 소장파가 “탄핵 표결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 “(임기 단축 개헌에)공감하는 당내 의원이 있다”고 주장했던 만큼 추가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당이 주춤하는 사이 민주당은 추가적인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 5일 각종 상임위서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군 관계자들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위 현안 질의서 그날 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향해 “난 총장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앞으로 ‘당신’이라고 호칭하겠다”며 “대한민국 조국과 국민에 총칼을 겨눴다.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하고 단두대서 처단돼야 할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내란죄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집단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자리를 지킨 이들도 있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현안 질의서 “선진 대한민국서 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과정서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과 한기호 의원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으로 난감하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여의도 뒤편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그 어렵다는 여야 통합을 해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아직 두 진영 사이에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하지만 탄핵과 하야, 무엇이 됐든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이긴 매한가지다.

계엄령이 휩쓸고 간 국회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간을 달리고 있다. 44년 만에 다시 마주한 계엄 사태에 국민도 여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 진영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