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엄설 진실과 거짓

둘 중 하나…위험한 도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계엄령이 다시 한번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쏘아 올렸고 정부여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여야의 숨 가쁜 반박이 이어지면서 공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계엄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계엄령 시나리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물밑에서만 돌곤 했다.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첫 회동에서다. 두 사람이 앞서 준비된 모두발언부터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던 중 이 대표가 돌연 ‘계엄령 준비설’을 꺼내 들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근거는?

지난 1일 이 대표가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완벽한 독재국가”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약 한 시간 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냈다. 실제로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발동되더라도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해제를 요구하면 즉시 해제되는 만큼 정부 입장서 위험요소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지난 2일 국민의힘이 계엄령을 다시 탁상에 올리면서 판이 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이 정도의 거짓말은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 최고위원이 용산의 국방부 라인 교체와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을 근거로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주장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 김 최고위원은 ‘근거는 차차 제시하겠다’고 했다. 차차가 언제냐”며 “11년 만에 열리는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서 나왔으니 민주당이 우리 모두 수긍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끓는 점 향해가는 계엄 준비설
증거 달라는 여, 말 돌리는 야

대통령실은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추궁하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 정치의 연장선상”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용산발 리스크를 하나씩 거론하며 “당연히 의심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최근 교체된 용산의 국방·안보 라인을 지목했다. ‘입틀막 경호’로 논란이 됐던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목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앉힌 용산의 행동을 미뤄봤을 때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정부의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게 김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신원식 장관 같은 분들이 얼마나 강경한 분들인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도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분”이라며 “계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동문이 속속들이 자리 잡으면서 세력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김 국방부 장관 후보를 비롯해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중장, 대북 정보기관인 777사령부 박종선 사령관 등도 충암고 출신이다.


이 같은 인사교체를 두고 야당은 계엄령 대비를 위해 윤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열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서도 민주당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제2의 하나회’ ‘충암파 계보’ 등을 언급하며 이들이 군 세력을 장악한 후 계엄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를 쏟아냈다.

박근혜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도 또다시 국회에 소환됐다. 지난 2018년 세상에 드러난 해당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시 군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에 따르면 현 국군방첩사령부 격인 국군기무사사령부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16년 3월 담화문과 비상계엄 선포문을 미리 작성했고, 국회를 압박해 계엄 해제 표결 자체를 막겠다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8년 만에 드러난 박근혜 계엄 문건
“혹시 이번에도?” 믿는 구석 있을까

이 대표가 모두발언서 말한 ‘종전 계엄안’ 역시 이를 토대로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부 시절 계엄령이 실제로 검토된 적이 있고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밝혀진 만큼 현 정부도 비슷한 계획을 꾸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랑 용산에서는 ‘제보’라는 단어에 꽂혀 근거를 내놓으라는데 애당초 ‘계엄’에 반응해 펄쩍펄쩍 뛰는 게 더 의심스럽다”며 “지금 국가운영 상태를 보면 충분히 (계엄에 대해)우려할 수 있다. 그런 우려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게 정부여당”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오직 의혹만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근거도 현실성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당은 합심해 민주당이 뚜렷한 제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점을 파고들며 역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띄운 계엄령 준비설을 ‘사전조치’로 해석하는 정치권의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계엄령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지금부터 엄포를 놓겠다는 해석이다. 계엄 분위기를 조성해 다음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계속해서 땔감을 공급하지 않는 이상 금방 식어버릴 이슈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온갖 안건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주목도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오히려 민주당에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속도 조절

이 관계자는 “민주당서 무슨 카드를 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엄령을 계속해서 끌고 가려면 확실한 카드는 내밀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자세를 취하다가는 괴담 정치 프레임에 묶일 수도 있다”며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계엄령에 관해)제보한 사람이 없다’고 한 만큼 민주당서도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리 보면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계엄령)논란이 이렇게까지 힘을 받고 있다”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부가 평소 국민에게 어떤 행실을 보여줬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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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