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엄설 진실과 거짓

둘 중 하나…위험한 도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계엄령이 다시 한번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쏘아 올렸고 정부여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여야의 숨 가쁜 반박이 이어지면서 공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계엄령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계엄령 시나리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물밑에서만 돌곤 했다.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첫 회동에서다. 두 사람이 앞서 준비된 모두발언부터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던 중 이 대표가 돌연 ‘계엄령 준비설’을 꺼내 들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근거는?

지난 1일 이 대표가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완벽한 독재국가”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약 한 시간 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냈다. 실제로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발동되더라도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해제를 요구하면 즉시 해제되는 만큼 정부 입장서 위험요소를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지난 2일 국민의힘이 계엄령을 다시 탁상에 올리면서 판이 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이 정도의 거짓말은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달 21일 김 최고위원이 용산의 국방부 라인 교체와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을 근거로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주장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 김 최고위원은 ‘근거는 차차 제시하겠다’고 했다. 차차가 언제냐”며 “11년 만에 열리는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서 나왔으니 민주당이 우리 모두 수긍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끓는 점 향해가는 계엄 준비설
증거 달라는 여, 말 돌리는 야

대통령실은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추궁하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선동 정치의 연장선상”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용산발 리스크를 하나씩 거론하며 “당연히 의심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최근 교체된 용산의 국방·안보 라인을 지목했다. ‘입틀막 경호’로 논란이 됐던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목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앉힌 용산의 행동을 미뤄봤을 때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정부의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게 김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신원식 장관 같은 분들이 얼마나 강경한 분들인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도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분”이라며 “계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동문이 속속들이 자리 잡으면서 세력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김 국방부 장관 후보를 비롯해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중장, 대북 정보기관인 777사령부 박종선 사령관 등도 충암고 출신이다.


이 같은 인사교체를 두고 야당은 계엄령 대비를 위해 윤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열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서도 민주당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제2의 하나회’ ‘충암파 계보’ 등을 언급하며 이들이 군 세력을 장악한 후 계엄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를 쏟아냈다.

박근혜정부 시절 작성된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도 또다시 국회에 소환됐다. 지난 2018년 세상에 드러난 해당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시 군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에 따르면 현 국군방첩사령부 격인 국군기무사사령부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16년 3월 담화문과 비상계엄 선포문을 미리 작성했고, 국회를 압박해 계엄 해제 표결 자체를 막겠다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8년 만에 드러난 박근혜 계엄 문건
“혹시 이번에도?” 믿는 구석 있을까

이 대표가 모두발언서 말한 ‘종전 계엄안’ 역시 이를 토대로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부 시절 계엄령이 실제로 검토된 적이 있고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밝혀진 만큼 현 정부도 비슷한 계획을 꾸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랑 용산에서는 ‘제보’라는 단어에 꽂혀 근거를 내놓으라는데 애당초 ‘계엄’에 반응해 펄쩍펄쩍 뛰는 게 더 의심스럽다”며 “지금 국가운영 상태를 보면 충분히 (계엄에 대해)우려할 수 있다. 그런 우려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게 정부여당”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오직 의혹만으로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근거도 현실성도 없고 오로지 상상에 기반한 괴담 선동”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당은 합심해 민주당이 뚜렷한 제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점을 파고들며 역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띄운 계엄령 준비설을 ‘사전조치’로 해석하는 정치권의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계엄령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지금부터 엄포를 놓겠다는 해석이다. 계엄 분위기를 조성해 다음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계속해서 땔감을 공급하지 않는 이상 금방 식어버릴 이슈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온갖 안건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주목도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오히려 민주당에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속도 조절

이 관계자는 “민주당서 무슨 카드를 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엄령을 계속해서 끌고 가려면 확실한 카드는 내밀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자세를 취하다가는 괴담 정치 프레임에 묶일 수도 있다”며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계엄령에 관해)제보한 사람이 없다’고 한 만큼 민주당서도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리 보면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계엄령)논란이 이렇게까지 힘을 받고 있다”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부가 평소 국민에게 어떤 행실을 보여줬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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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