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서 국정원 압수수색과 직원 체포로 정부와 정면 충돌해 직무배제 및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으나,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를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탄핵이라는 카드로 당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궤멸시킨 셈이다.
그 후 윤 대통령은 박 대통령 탄핵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7월 문재인정부서 검찰총장에 임명됐지만, 조국 사태 이후 역시 정부와 계속 갈등을 빚었고,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돼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법적 카드로 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궤멸시킨 셈이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박정부에선 탄핵 카드로, 문정부에선 사법 카드로 두 정부와 여당의 저승사자가 된 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임기 반환점을 막 돈 윤 대통령이 지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후 약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하고, 계엄령 선포 요건과 과정의 문제로 내란죄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스로가 탄핵 대상이 돼 본인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셀프 저승사자가 되고 말았다.
필자는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이라고 명명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 상황에선 정권 연장 없이 정권교체만 있었다. 당연히 여당과 야당도 뒤바뀌었다. 5년제 단임제서 정권교체가 자주 발생한다는 건 그 만큼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국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여당이 정권 연장이라는 목적만 갖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진짜 국민만 보고 현재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쌓아올린 경제 성장이나 K 문화 같은 금자탑이 건재할 수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됐지만, 내란죄 관련 윤 대통령의 수많은 리스크가 국민의힘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이 작동된다면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서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전락해야 하는 운명이다. 필자는 탄핵, 개헌, 특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정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서 국민의힘이 ‘플랜 B’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랜 B’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때 세우는 대체 전략을 의미하며, '대안책'이나 '차선책'이라고도 한다.
즉 필자가 언급한 플랜 B는 국민의힘이 엄중한 현재 상황을 인식해 여당으로써 책임감을 지고 정부 대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전략이며 궁극적으론 차기 대선서 승리하는 전략이 아니라 차기 총선서 승리하는 전략을 말한다.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하는 ‘플랜 A’만 고집하다간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보수정당의 존재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의 상황은 지난 3일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3일 이전까지 윤정부와 국민의힘의 국정운영 실정 모두를 합쳐도 12·3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죄 리스크 하나만 못하다. 3일 이전처럼 정권 연장이라는 플랜 A를 가동하면 안 되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이런 엄중한 상황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을 막는 건 당연한 이치다. 사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을 내줬고, 지금까지 탄핵 정당이라는 오명을 안고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서 민주당에 큰 의석수 차로 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이런 힘없는 정당의 수치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윤 대통령 탄핵을 막는 모습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
플랜 B는 소리 소문 없이 진행돼야 한다.
한동훈 대표도 지금 차기 대선서 대통령이 되는 개인적인 플랜 A 대신 차차기 대선서 대통령을 꿈꾸는 플랜 B를 세워야 한다. 아직 정치적 경륜도 짧고, 무엇보다 앞으로 국정 쇄신을 핑계로 대통령을 처단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간다해도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12·3 비상계엄 이후 기회를 잡았다고 정권교체를 앞당기기 위해 의회 독주만 고집해선 안 된다. 자칫 이재명 대표 구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도 안 된다. 국가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해야 우리 국민이 차기 대선서 밀어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대통령 한 명을 내려 앉히기 위해 국가를 위험의 도가니로 몰아 넣어선 안 된다.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이 되는 개인적인 플랜 A 대신 차차기 대선서 대통령을 꿈꾸는 플랜 B를 세울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선 가도에 사법적 리스크가 산재해 있고, 이를 극복하느라 민생을 챙기지 못하면 결국 우리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부동의 대선후보 0순위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게 문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난국서 “플랜 A 전략을 밀어붙이는 당이나 대선후보는 망하고, 플랜 B 전략을 세워 준비하는 당이나 대선후보가 승리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보기에, 국민의힘과 한 대표는 각각 플랜 B 전략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고, 민주당과 이 대표는 플랜 A 전략을 밀어붙이는 모습으로 판단된다면, 그땐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정부·여당 저승사자 프레임서 벗어나 차기 대선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플랜 B를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