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텅 비는 대통령실

대한민국이 멈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척서 보좌한 이들을 들러리로 보고 계엄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계엄에 연루된 내각과 참모가 더 있는지,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과 국무위원들도 계엄에 관해 몰랐다며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기능
상실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의 여파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 4일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과 별개로 윤석열정부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3분께 용산 대통령실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만장일치 가결시켰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이후 윤 대통령은 새벽 국무회의에 앞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전 4시30분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계엄이 해제된 직후 각종 언론에서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계엄 선포에 관해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오후 9시 이전까지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이날 9시30분을 지나며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하며 기류가 급반전했다.

이 시점부터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대통령실 측에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모두 수신을 거부하거나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 사실은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일단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서 보좌했건만 들러리 신세
참모·국무위원들 줄줄이 사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직들이 모두 포함된다. 정 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대통령실 참모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받아 정부 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우선 국무회의서 의결되지 않고 김 전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계엄사령군이 뽑혔다. 실제로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계엄사령관도 계엄법 5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됐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로 취급됐다.

혼란에
빠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개최하지도 않았고, 한 총리도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헌법 제89조는 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개최하지 않았으면 이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계엄령 선포 1시간 전에 국무회의가 열렸고 회의 이후 계엄령이 선포됐기에 회의에 참석한 총리·장관 등 국무위원들에게도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야 할 것 없이 회의에 참석한 내각의 총사퇴를 주장했다.

실제로 국무위원 전원은 지난 4일 오전 한 총리와의 간담회서 사의를 표명했다.

한 총리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 주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의 이날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시점에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우선 국무위원들의 총사퇴 기류는 수습 국면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의 사의를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성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이 사퇴해 국무회의가 중단되면 정책, 예산, 법률 등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돼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이날 각 부처 차관들과 비공개 차관회의를 열어 “국정이 엄중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차분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총리실 내부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뤄졌던 전례들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2004년 노무현정부(고건 총리)와 2016년 박근혜정부(황교안 총리)서 있었던 두 차례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대행 
기록 검토

국무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것과 별개로 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이 누군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국무회의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외교)·김영호(통일)·박성재(법무)·김용현(국방)·이상민(행안)·송미령(농축산부)·조규홍(보건)·오영주 (중기) 장관의 참석이 확인됐다.

다만 당초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계엄령에 반대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 듯했다.

우선 국무회의 개최 약 1시간 전인 8시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가 계엄 소식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환율이 들썩이고 대외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고,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며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한 총리 외에 최 부총리와 조 장관 등이 국무회의서 “경제와 외교가 어려워진다”며 계엄령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특히 조 장관이 계엄 선포 시 발생할 대내외적 파장 등을 근거로 들며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윤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장관 중에도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선뜻 동의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에 두어 명의 장관이 반대했다는 주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논의 국무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두어 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령 논의 당시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몇명이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령에 찬성을 표했느냐, 반대를 했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국무회의는 찬반을 명확히 가리는 자리가 아니며, 대부분의 장관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 인식과 책임감과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은 다르다고 말했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령 선포 논의를 직접 제안했는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장관들이 모인 자리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계엄 선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논의는 장관들 사이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회의 당시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전혀 몰랐다”
국정 사실상 마비 상태

조 장관은 “3일 저녁 9시14분, 대통령실로부터 ‘용산 회의실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10시17분에 도착했으나 회의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며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10시23분 곧바로 비상계엄령 선포가 이뤄져 자신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복지위 야당 의원들이 그가 지난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 질타하자 “2시6분 국무조정실서 연락이 왔는데 2시간 정도 인지를 하지 못했다. 4시에 확인하고 놀라서 연락하니 이미 회의가 끝났다더라”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제 소임을 다 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포고령 1호에 ‘전공의 처단’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저희도 놀랐고,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하고, 장관도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며 “국정 공백이 있으면 안 되니 최종 사퇴까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도 “국무회의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일부 장관의 반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엄에 반대한 국무위원들이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내란죄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에 각 부처와 장관들은 쉬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등에 동조했던 국무위원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국무회의 속기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4일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무회의 회의록과 속기록, 녹음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대한민국헌법 제89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시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 회의록 일체는 반헌법적 범죄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증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록원에 이번 계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의 처분을 즉각 동결하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위원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 총리는 다시 한번 국정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서,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며 “내각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빈자리
어떻게?

그러면서 “특히,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해 신속히 대처하고, 치안 유지와 각종 재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방안’ ‘방위산업 분야 수출 규제 개선 방안’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 등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해오던 정책 방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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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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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