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텅 비는 대통령실

대한민국이 멈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척서 보좌한 이들을 들러리로 보고 계엄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계엄에 연루된 내각과 참모가 더 있는지,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과 국무위원들도 계엄에 관해 몰랐다며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기능
상실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의 여파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 4일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과 별개로 윤석열정부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3분께 용산 대통령실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만장일치 가결시켰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이후 윤 대통령은 새벽 국무회의에 앞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전 4시30분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계엄이 해제된 직후 각종 언론에서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계엄 선포에 관해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오후 9시 이전까지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이날 9시30분을 지나며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하며 기류가 급반전했다.

이 시점부터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대통령실 측에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모두 수신을 거부하거나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 사실은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일단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서 보좌했건만 들러리 신세
참모·국무위원들 줄줄이 사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직들이 모두 포함된다. 정 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대통령실 참모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받아 정부 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우선 국무회의서 의결되지 않고 김 전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계엄사령군이 뽑혔다. 실제로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계엄사령관도 계엄법 5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됐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로 취급됐다.

혼란에
빠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개최하지도 않았고, 한 총리도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헌법 제89조는 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개최하지 않았으면 이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계엄령 선포 1시간 전에 국무회의가 열렸고 회의 이후 계엄령이 선포됐기에 회의에 참석한 총리·장관 등 국무위원들에게도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야 할 것 없이 회의에 참석한 내각의 총사퇴를 주장했다.

실제로 국무위원 전원은 지난 4일 오전 한 총리와의 간담회서 사의를 표명했다.

한 총리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 주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의 이날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시점에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우선 국무위원들의 총사퇴 기류는 수습 국면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의 사의를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성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이 사퇴해 국무회의가 중단되면 정책, 예산, 법률 등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돼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이날 각 부처 차관들과 비공개 차관회의를 열어 “국정이 엄중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차분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총리실 내부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뤄졌던 전례들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2004년 노무현정부(고건 총리)와 2016년 박근혜정부(황교안 총리)서 있었던 두 차례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대행 
기록 검토


국무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것과 별개로 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이 누군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국무회의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외교)·김영호(통일)·박성재(법무)·김용현(국방)·이상민(행안)·송미령(농축산부)·조규홍(보건)·오영주 (중기) 장관의 참석이 확인됐다.

다만 당초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계엄령에 반대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 듯했다.

우선 국무회의 개최 약 1시간 전인 8시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가 계엄 소식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환율이 들썩이고 대외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고,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며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한 총리 외에 최 부총리와 조 장관 등이 국무회의서 “경제와 외교가 어려워진다”며 계엄령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특히 조 장관이 계엄 선포 시 발생할 대내외적 파장 등을 근거로 들며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윤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장관 중에도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선뜻 동의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에 두어 명의 장관이 반대했다는 주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논의 국무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두어 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령 논의 당시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몇명이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령에 찬성을 표했느냐, 반대를 했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국무회의는 찬반을 명확히 가리는 자리가 아니며, 대부분의 장관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 인식과 책임감과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은 다르다고 말했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령 선포 논의를 직접 제안했는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장관들이 모인 자리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계엄 선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논의는 장관들 사이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회의 당시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전혀 몰랐다”
국정 사실상 마비 상태

조 장관은 “3일 저녁 9시14분, 대통령실로부터 ‘용산 회의실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10시17분에 도착했으나 회의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며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10시23분 곧바로 비상계엄령 선포가 이뤄져 자신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복지위 야당 의원들이 그가 지난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 질타하자 “2시6분 국무조정실서 연락이 왔는데 2시간 정도 인지를 하지 못했다. 4시에 확인하고 놀라서 연락하니 이미 회의가 끝났다더라”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제 소임을 다 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포고령 1호에 ‘전공의 처단’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저희도 놀랐고,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하고, 장관도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며 “국정 공백이 있으면 안 되니 최종 사퇴까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도 “국무회의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일부 장관의 반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엄에 반대한 국무위원들이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내란죄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에 각 부처와 장관들은 쉬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등에 동조했던 국무위원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국무회의 속기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4일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무회의 회의록과 속기록, 녹음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대한민국헌법 제89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시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 회의록 일체는 반헌법적 범죄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증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록원에 이번 계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의 처분을 즉각 동결하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위원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 총리는 다시 한번 국정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서,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며 “내각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빈자리
어떻게?

그러면서 “특히,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해 신속히 대처하고, 치안 유지와 각종 재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방안’ ‘방위산업 분야 수출 규제 개선 방안’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 등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해오던 정책 방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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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