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도량발호’ 윤석열 예견된 몰락

민주주의 모르는 대통령 뽑았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로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분명 비민주적이고 위법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점거하려는 장면이 뉴스에 생중계되며 시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폭압적 독재는 분명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아니 내란을 일으킨 반국가적 판단과 행위였다.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사용했다지만, 동기와 명분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윤석열의 어이없는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국회에 군인들이 난입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의 정국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윤석열의 책임을 묻고 긴급 체포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독재적인
위험한 발상

경제 악화에 대한 걱정도 큰 문제다.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환율 문제 등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대다수 국민은 발전된 민주화가 이뤄진 대한민국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과 함께 ‘윤석열 탄핵’이라는 혁명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믿어왔던 민주주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는, 그 뿌리가 전혀 깊지 않은 생명력이 얕은 나무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다시 확인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노력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잠시만 방심한다면 잘못된 소수의 신념으로 그 근간이 뿌리 뽑히고 난도질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가 군부 쿠데타 등에 의해 폭력으로 전복되는 게 민주주의 붕괴라면, 민주주의의 퇴행은 민주주의의 특성이 불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잠식되는 현상이다. 이번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령과 같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행동으로 민주주의 제도, 규칙, 규범이 점진적으로 잠식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민주주의는 퇴행할까?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분립의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좌우되고, 행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때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사법부는 공정과 신뢰를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나 시스템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에 달려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권리를 누리고 있지만, 그 권리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반복되는
갈등·분열

그 역할은 단순히 투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또 민주주의는 타협과 대화해야 한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가가 됐다. 하지만 그 과정서 나타난 갈등과 분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경제적 격차, 정치적 이념 대립, 지역 간 불균형 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책임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처럼, 국민의 뜻은 결국 국가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그 민심이 감정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민과 성찰서 비롯된 성숙한 민심이 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 세대서 완성되는 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더 성숙하고 균형 잡힌 체제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부터가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함을 느낀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수를 위한 시스템인 동시에 소수를 보호하는 장치다. 그것은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책임을 요구하며, 권리를 누리면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그 철학을 실천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임 묻고 긴급체포 여론 증폭
경제 앟과 불안감 갈수록 커져

이번의 계엄과 탄핵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스템서 필수적인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였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각 권력이 서로를 감시하며 국민을 위한 공정한 정책을 실행하게 하는 장치다.

하지만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하고 국민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계엄령이란 비상 상황서 국가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발동될 수 있는 제도지만, 그것이 남용될 때 오히려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최근의 계엄 논란은 군사 개입이 국가 운영에 있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졌다. 계엄령의 준비 과정과 실행 논의가 국민의 뜻과 헌법 절차를 벗어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탄핵 사태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 사례였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권위와 신뢰를 잃고, 국회와 사법부를 통해 그 권력이 중단되는 과정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민주주의 체제가 자신의 결함을 치유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인물이나 사건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약점과 사회적 갈등이 표면화된 결과였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 요소들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체감하게 됐다.

먼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입법부는 정당 간의 대립과 이해관계로 인해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행정부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며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정책을 강행했고, 사법부는 그 공정성과 독립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이나 특정 기관의 잘못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 전반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강점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 위에 서 있다. 법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권력자조차 법 아래서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권력남용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개선할 능력
중요한 조건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단순히 투표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이성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서 정치 문제를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권력이 특정 기관에 집중되지 않도록 각 권력 기관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감시와 협력을 이루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민주주의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투쟁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결과물이다. 대한민국도 독재와 억압을 극복하며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완성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선돼야 할 이상이다.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 위기를 단순히 과거의 상처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이를 교훈 삼아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것이다.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준비를 할 12월에 대한민국은 탄핵 정국이라는 소용돌이 안에 있다. 시민들의 일상과 안녕을 위협에 빠뜨린 사건의 주역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비극이다. 국가의 대외 신임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뼈아프게 후퇴시켰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그는 지난 2년 반 이상 대부분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이권을 챙기는 데 썼다. 시민들은 그의 지도와 통치를 거부했고 국회는 지난 14일 탄핵했다. 무엇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윤석열의 비정상적인 사고의 결과물이자 탄핵 사유다.

앞으로
더 문제

리더의 비정상적인 사고는 왜 위험한가. 자기 행동에 대한 정당성으로 확증 편향적인 가치관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신념하에 특정 정보에만 주목하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아상을 유지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막대한 권력까지 쥐고 있었다.

학식 있는 전국 교수들이 한 해가 저물 무렵 뜻을 모아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도량발호(跳梁跋扈)’가 1위를 차지했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전까지 반영한 것이라고 하니 이번 사태는 선정된 사자성어를 재차 확인시켜 준 권력의 사적 남용의 결정판인 셈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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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