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권성동·신평·전한길, 3인방 한속 노림수

일단 지르고 본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일부가 진보 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말고’식 추측성 발언에 더해 헌법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는 진보 성향 재판관들을 향한 공격이 위험 수위를 넘어 향후, 탄핵 인용 불복의 속셈으로도 읽힌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초등학생도 혀를 찰 정도의 질 낮은 궤변으로 불순한 대국민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23년 이균용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균용 후보자가 ‘법원의 하나회’로 불릴 정도의 보수 법관들 모임인 ‘민사 판례 연구회’ 소속임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 1심 재판을 언급하며 당시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면서 어떠한 특정 단체 소속이거나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고정관념을 갖고 평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자 “우리법연구회 판사도 올바른 재판을 한다”며 “보수 법관 모임 소속인 이균용 대법관 후보자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방어에 나섰던 전례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권 원내대표는 자신 재판에 무죄를 선고할 때는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더니, 같은 판사가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짝퉁 영장’이라며 우리법연구회를 들먹이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재판관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뻔히 속내가 보이는 질 낮은 선동과 내로남불식의 막가파 공격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거나 자기 말을 자신의 언행으로 반박하는 부끄러움은 엿 바꿔 먹은 지 오래인 듯하다.

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과거 연수원 동기로서 호형호제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며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논리로 문 권한대행을 공격했다.

이 같은 발언을 그의 논리로 따지자면,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는 중앙대 법학과 동문으로 사석에서 이 대표가 권 원내대표를 형님으로 부른다고 알려졌으니, 그는 자칭 보수들이 내뱉는 묻지 마 빨갱이 간첩이 된다.

그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이자 윤석열에 대한 실질적 탄핵소추인 이재명 대표의 절친이라면 탄핵 심판을 다룰 자격이 과연 있겠느냐”며 선동질을 이어갔다. 이 역시 그런 논리라면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헌재 재판관들도 보수 측 인물들 재판에선 모두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정말 하나마나 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권 원내대표의 파렴치한 선동질은 이 대표 모친상까지 들먹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모친상에 문 권한대행이 조문 갔던 사실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며 아무런 근거도, 사실 확인도 없이 극렬 우파 지지자들 뇌 속에 던져 놓고 봤다.

헌재는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문상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하자, 그제서야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헌재가 다른 부분은 반박하지 않았으니 두 사람이 가깝다는 것은 시인한다는 얘기라는, 어이없고 황당한 억지 선동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징징댔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따위 수준이 자칭 보수 정당 원내대표의 현실이니 이 나라 보수에 앞으로 무슨 희망이 있으며, 극우 난동질 말고는 딱히 어떠한 창의력도 남아있질 않은 것이다.

구역질 나는 선동질에 버금가는 자가 있다. 윤석열의 멘토로 알려져 자주 언론에 노출되며 인지도를 높이고, 윤석열의 무도하고 무식한 국정운영에 쓴소리도 못하던 변호사 신평. 위헌적 비상계엄과 불법 내란으로 탄핵소추에 구속까지 당한 윤석열을 두둔하느라 허위 사실로 판사를 매도하고 공격하는 선동에 나섰다.

신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매일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로 밝혀졌다”며 서부지법을 점령하고 난동질한 자들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에 대해 적대적 반감이 있는 자라면 스스로 영장 재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몰래 숨기고 법을 위반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묻지 마’식 선동질에 열을 올렸다.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부지법 판사가 매일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열렬한 탄핵 지지자로 밝혀졌다는 허위 사실에 더해 차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막가파식 선동까지 곁들인 것이다.

법원이 차 판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신 변호사에 대한 고발 조치와 함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여러 방면에서 차 판사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그 사실의 진실성에 관해 조금의 의심도 없이 글을 썼다고 구차한 항변을 내놨다.

변호사라는 인간이, 내란 수괴 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에 불만을 품은 폭도들이 법원을 침탈하는 시국에, 담당 판사를 음해하는 가짜 뉴스를 사실 확인도 없이 남들 말만 듣고 올렸다? 이뿐만 아니라 서부지법 폭도들을 청년의 열정으로 둔갑시키며 공동체를 위한 열정에 넘쳐 그만 선을 넘어버린 것이라는 헛소리로 서부지법 폭도들을 옹호했다.

법원 기물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며 건물에 기름을 뿌려 불을 붙이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을 죽일 듯 외쳐 부르는 그 섬뜩하고 광기 어린 목소리를 같잖은 신 변호사 당신은 듣지 못했는가? 윤석열의 멘토라는 인간의 수준이 이 정도니 윤석열이나 그 지지자들 수준 또한 더 언급할 필요가 있겠는가.

한국사 일타 강사라는 전한길은 보수단체 집회서 국내 현대사를 제대로 통찰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얼치기 애국 신파 쇼를 펼쳤다. 그는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헌법재판관을 호명하며 그들이 윤석열 탄핵 심판서 재판을 회피하거나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임명하거나 보수 성향이라고 알려진 재판관들만 윤석열 탄핵 심판이 가능하고,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재판관들은 윤석열의 탄핵 심판을 하면 안 된다는, 공산당 뺨치는 질 낮은 논리를 비장한 표정으로 쥐어짜 내며 악을 썼다.

또 윤석열 탄핵 인용 시 국민이 헌재를 휩쓸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헌재 재판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는 듯한 황당하고 정신 나간 인민재판식 선동을 이어갔다.

역사 강사라는 사람이 아무 근거도 대지 못하는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의 부정선거 기사 따위를 신봉해 악다구니 쓰며 부정선거 타령을 하더니, 이젠 대놓고 헌재 재판관들을 공격했다. 심지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서부지법 폭동처럼 헌재도 휩쓸 것이라는 내란, 소요를 선동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대중 앞에서 내뱉었다.

그동안 이런 인식 수준으로 역사를 강의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지금, 윤석열의 탄핵 심판에 즈음해 헌재를 공격하는 비겁하고 어리석은 삼류 선동질이 난립하고 있다.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재판관을 침탈하려는 행위에는 강력한 사법 대응만이 국가가 올바로 서는 길이다.

헌재 재판관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이 고도로 훈련된 법관들이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무리처럼 법관을 음해하거나, 재판 결과를 부정한다면 민주주의는 절대 지켜지지 않는다.

<hntn1188@naver.com>

 



배너

관련기사

5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