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극우발 부정선거론 뜯어보니…

최근 비상계엄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음모는 지난 22대 총선 이전부터 각본이 짜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이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국회’ 때문에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것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총선서 승리해 국민의힘을 국회 다수 세력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래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포획된 자가 아니었지만 지난 총선서 참패해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확정된 후부터 반드시 친위 쿠데타를 통해 지금의 국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절대 권력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본다.

여소야대
해체 전략

그는 지난 총선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음모론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2024년 총선 참패를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임기 전반기 자신의 국정운영이 실패작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의 성향상 그런 자기 성찰보다는 마음 편한 현실 왜곡이란 내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친위 쿠데타의 수단인 비상계엄을 위한 명분으로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을 끌어오고, 그 세력을 군대, 경찰, 검찰 세력 외에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 집단을 정치적 호위 세력으로 끌어들여 비상계엄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서 참패한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 수괴의 핵심인 부정선거론은 지난 총선이 끝난 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거대 야당의 위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보수 인사들과 유튜버들은 개표 과정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극우 세력들은 일부 지역서 투표용지 바코드 및 QR코드의 정당성 논란, 개표 조작 가능성 제기(특정 정당 표가 몰리는 현상), 전산 시스템 해킹 및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 적극 받아
북한 개입? 구체적 증거는 제시 못해

그는 당시 “북한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20년 4·15 총선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일부 인사들과 유튜버들이 선거 조작설을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투표 결과와 본투표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사전투표 조작설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법원에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 후 줄곧 ‘부정선거 증거가 넘쳐난다’고 했고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이유도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 소송의 검표 과정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탄핵 심판 내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2023년 국정원서 선관위 보안 점검 업무를 담당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선관위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침입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으로 백 전 차장을 골라 증인으로 세웠지만,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사실만 다시 증명되고 말았다.

부정선거 맹신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리인으로 영입해 신성한 법정서 유튜브·태극기 집회서 떠도는 얘길 퍼뜨렸다. 이미 대법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해묵은 음모론도 소환됐다.

2020년부터
조작설 주장

황 전 총리가 변론 종결 직전 제기한 ‘형상 기억 종이’ 의혹이 대표적이다. 형상 기억 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 복원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 세력이 ‘형상 기억 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빳빳한 투표지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증인으로 나온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1대 총선 (관련)소송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이 검증한 결과 그것은 정상적인 투표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거나, 개표 과정을 감시하는 수검표를 도입해 왔는데도 계속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 전 총리 등 선거 부정론자들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 심판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상당수는 극우·보수단체서 활동하며 부정선거론을 맹신해 온 ‘확신범’들로 구성돼있다.

패배 부정
자기 합리화

국회 탄핵소추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황교안 전 총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정치 공세, 정치 선동을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의 선봉에 선 황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당 대표로 공천 책임자였고 따라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선거 부정론을 퍼뜨리고 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구속돼 탄핵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은 급기야 극우 유튜브 채널, 태극기 집회서 떠드는 망상적 부정선거론에 매달린다. 내란의 늪에 빠져 자신들이 치른 선거와 그 결과마저 부정하고 있고 국회 청문회서 부정선거 의혹을 대거 제기하고 급기야 ‘선거제도 건강검진법’이라는 특별법까지 준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선거를 불신하는 것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어디 있겠나? 선거제도 검진보다 본인들부터 검진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선거를 맹신한다면 본인들 국회의원 배지부터 반납하는 게 맞다. 과정이 부정인데 결과를 움켜쥐고 권리를 주장하는 모순부터 해결하라.

되지도 않을 내란 정당화 도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모두 해체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론을 띄울수록 분명해지는 건 조작된 부정선거론의 허약성이다.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나올 것”이라는 ‘버거 보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궤변과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내부서 암처럼 번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선거제도 건강검진법?
탄핵 위기에 망상 심화


내란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힘을 여전히 지지하는 대중 사이에서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는 선거는 모두 부정선거”라는 편리한 논리가 만능 무기가 되어준다.

내란 수괴를 지키려 부정선거론이라는 썩은 동아줄에 매달린 국민의힘의 추락은 정치 후진국을 만들고 있다. 개연성도 부족한 싸구려 선거 부정에 매달릴 정도라면 국민의힘은 그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게 답이다.

또,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이 탄핵 심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하겠지만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부정선거론은 이번 탄핵 심판의 쟁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극우 지지층을 선동하고, 헌재 결정에 불복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지만, 어느 하나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못한다. 결국 선관위의 반론이나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관여자의 감시와 수·개표 시스템서 부정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부의 은밀한 정보조차 쉽게 유출되는 요즘 세상에, 선거 부정에 관여했다는 누군가의 자그마한 제보조차 드러난 적도 없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에게, 부정선거의 문제는 사실의 영역을 넘어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객관적, 합리적인 설명도 믿음을 뒤엎을 수는 없기에, 부정선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 갈수록 
확대 재생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될 선거와 대의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부정선거론은 현존의 위협이자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이렇게 국론을 분열하고 주변 국가와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2의 내란·외환 시도나 다름없다. 윤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론을 거두라.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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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