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극우발 부정선거론 뜯어보니…

최근 비상계엄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음모는 지난 22대 총선 이전부터 각본이 짜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이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국회’ 때문에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것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총선서 승리해 국민의힘을 국회 다수 세력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래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포획된 자가 아니었지만 지난 총선서 참패해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확정된 후부터 반드시 친위 쿠데타를 통해 지금의 국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절대 권력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본다.

여소야대
해체 전략

그는 지난 총선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음모론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2024년 총선 참패를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임기 전반기 자신의 국정운영이 실패작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의 성향상 그런 자기 성찰보다는 마음 편한 현실 왜곡이란 내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친위 쿠데타의 수단인 비상계엄을 위한 명분으로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을 끌어오고, 그 세력을 군대, 경찰, 검찰 세력 외에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 집단을 정치적 호위 세력으로 끌어들여 비상계엄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서 참패한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 수괴의 핵심인 부정선거론은 지난 총선이 끝난 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거대 야당의 위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보수 인사들과 유튜버들은 개표 과정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극우 세력들은 일부 지역서 투표용지 바코드 및 QR코드의 정당성 논란, 개표 조작 가능성 제기(특정 정당 표가 몰리는 현상), 전산 시스템 해킹 및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 적극 받아
북한 개입? 구체적 증거는 제시 못해

그는 당시 “북한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20년 4·15 총선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일부 인사들과 유튜버들이 선거 조작설을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투표 결과와 본투표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사전투표 조작설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법원에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 후 줄곧 ‘부정선거 증거가 넘쳐난다’고 했고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이유도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 소송의 검표 과정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탄핵 심판 내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2023년 국정원서 선관위 보안 점검 업무를 담당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선관위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침입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으로 백 전 차장을 골라 증인으로 세웠지만,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사실만 다시 증명되고 말았다.

부정선거 맹신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리인으로 영입해 신성한 법정서 유튜브·태극기 집회서 떠도는 얘길 퍼뜨렸다. 이미 대법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해묵은 음모론도 소환됐다.

2020년부터
조작설 주장

황 전 총리가 변론 종결 직전 제기한 ‘형상 기억 종이’ 의혹이 대표적이다. 형상 기억 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 복원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 세력이 ‘형상 기억 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빳빳한 투표지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증인으로 나온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1대 총선 (관련)소송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이 검증한 결과 그것은 정상적인 투표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거나, 개표 과정을 감시하는 수검표를 도입해 왔는데도 계속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 전 총리 등 선거 부정론자들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 심판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상당수는 극우·보수단체서 활동하며 부정선거론을 맹신해 온 ‘확신범’들로 구성돼있다.

패배 부정
자기 합리화

국회 탄핵소추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황교안 전 총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정치 공세, 정치 선동을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의 선봉에 선 황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당 대표로 공천 책임자였고 따라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선거 부정론을 퍼뜨리고 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구속돼 탄핵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은 급기야 극우 유튜브 채널, 태극기 집회서 떠드는 망상적 부정선거론에 매달린다. 내란의 늪에 빠져 자신들이 치른 선거와 그 결과마저 부정하고 있고 국회 청문회서 부정선거 의혹을 대거 제기하고 급기야 ‘선거제도 건강검진법’이라는 특별법까지 준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선거를 불신하는 것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어디 있겠나? 선거제도 검진보다 본인들부터 검진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선거를 맹신한다면 본인들 국회의원 배지부터 반납하는 게 맞다. 과정이 부정인데 결과를 움켜쥐고 권리를 주장하는 모순부터 해결하라.

되지도 않을 내란 정당화 도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모두 해체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론을 띄울수록 분명해지는 건 조작된 부정선거론의 허약성이다.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나올 것”이라는 ‘버거 보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궤변과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내부서 암처럼 번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선거제도 건강검진법?
탄핵 위기에 망상 심화


내란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힘을 여전히 지지하는 대중 사이에서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는 선거는 모두 부정선거”라는 편리한 논리가 만능 무기가 되어준다.

내란 수괴를 지키려 부정선거론이라는 썩은 동아줄에 매달린 국민의힘의 추락은 정치 후진국을 만들고 있다. 개연성도 부족한 싸구려 선거 부정에 매달릴 정도라면 국민의힘은 그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게 답이다.

또,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이 탄핵 심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하겠지만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부정선거론은 이번 탄핵 심판의 쟁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극우 지지층을 선동하고, 헌재 결정에 불복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지만, 어느 하나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못한다. 결국 선관위의 반론이나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관여자의 감시와 수·개표 시스템서 부정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부의 은밀한 정보조차 쉽게 유출되는 요즘 세상에, 선거 부정에 관여했다는 누군가의 자그마한 제보조차 드러난 적도 없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에게, 부정선거의 문제는 사실의 영역을 넘어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객관적, 합리적인 설명도 믿음을 뒤엎을 수는 없기에, 부정선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 갈수록 
확대 재생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될 선거와 대의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부정선거론은 현존의 위협이자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이렇게 국론을 분열하고 주변 국가와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2의 내란·외환 시도나 다름없다. 윤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론을 거두라.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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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