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극우발 부정선거론 뜯어보니…

최근 비상계엄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음모는 지난 22대 총선 이전부터 각본이 짜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이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국회’ 때문에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것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총선서 승리해 국민의힘을 국회 다수 세력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래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포획된 자가 아니었지만 지난 총선서 참패해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확정된 후부터 반드시 친위 쿠데타를 통해 지금의 국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절대 권력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본다.

여소야대
해체 전략

그는 지난 총선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음모론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2024년 총선 참패를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임기 전반기 자신의 국정운영이 실패작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의 성향상 그런 자기 성찰보다는 마음 편한 현실 왜곡이란 내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친위 쿠데타의 수단인 비상계엄을 위한 명분으로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을 끌어오고, 그 세력을 군대, 경찰, 검찰 세력 외에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 집단을 정치적 호위 세력으로 끌어들여 비상계엄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서 참패한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 수괴의 핵심인 부정선거론은 지난 총선이 끝난 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거대 야당의 위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보수 인사들과 유튜버들은 개표 과정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극우 세력들은 일부 지역서 투표용지 바코드 및 QR코드의 정당성 논란, 개표 조작 가능성 제기(특정 정당 표가 몰리는 현상), 전산 시스템 해킹 및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 적극 받아
북한 개입? 구체적 증거는 제시 못해

그는 당시 “북한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20년 4·15 총선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일부 인사들과 유튜버들이 선거 조작설을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투표 결과와 본투표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사전투표 조작설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법원에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 후 줄곧 ‘부정선거 증거가 넘쳐난다’고 했고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이유도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 소송의 검표 과정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탄핵 심판 내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2023년 국정원서 선관위 보안 점검 업무를 담당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선관위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침입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으로 백 전 차장을 골라 증인으로 세웠지만,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사실만 다시 증명되고 말았다.

부정선거 맹신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리인으로 영입해 신성한 법정서 유튜브·태극기 집회서 떠도는 얘길 퍼뜨렸다. 이미 대법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해묵은 음모론도 소환됐다.

2020년부터
조작설 주장

황 전 총리가 변론 종결 직전 제기한 ‘형상 기억 종이’ 의혹이 대표적이다. 형상 기억 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 복원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 세력이 ‘형상 기억 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빳빳한 투표지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증인으로 나온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1대 총선 (관련)소송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이 검증한 결과 그것은 정상적인 투표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거나, 개표 과정을 감시하는 수검표를 도입해 왔는데도 계속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 전 총리 등 선거 부정론자들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 심판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상당수는 극우·보수단체서 활동하며 부정선거론을 맹신해 온 ‘확신범’들로 구성돼있다.

패배 부정
자기 합리화

국회 탄핵소추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황교안 전 총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정치 공세, 정치 선동을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의 선봉에 선 황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당 대표로 공천 책임자였고 따라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선거 부정론을 퍼뜨리고 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구속돼 탄핵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은 급기야 극우 유튜브 채널, 태극기 집회서 떠드는 망상적 부정선거론에 매달린다. 내란의 늪에 빠져 자신들이 치른 선거와 그 결과마저 부정하고 있고 국회 청문회서 부정선거 의혹을 대거 제기하고 급기야 ‘선거제도 건강검진법’이라는 특별법까지 준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선거를 불신하는 것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어디 있겠나? 선거제도 검진보다 본인들부터 검진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선거를 맹신한다면 본인들 국회의원 배지부터 반납하는 게 맞다. 과정이 부정인데 결과를 움켜쥐고 권리를 주장하는 모순부터 해결하라.

되지도 않을 내란 정당화 도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모두 해체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론을 띄울수록 분명해지는 건 조작된 부정선거론의 허약성이다.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나올 것”이라는 ‘버거 보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궤변과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내부서 암처럼 번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선거제도 건강검진법?
탄핵 위기에 망상 심화

내란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힘을 여전히 지지하는 대중 사이에서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는 선거는 모두 부정선거”라는 편리한 논리가 만능 무기가 되어준다.

내란 수괴를 지키려 부정선거론이라는 썩은 동아줄에 매달린 국민의힘의 추락은 정치 후진국을 만들고 있다. 개연성도 부족한 싸구려 선거 부정에 매달릴 정도라면 국민의힘은 그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게 답이다.

또,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이 탄핵 심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하겠지만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부정선거론은 이번 탄핵 심판의 쟁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극우 지지층을 선동하고, 헌재 결정에 불복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지만, 어느 하나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못한다. 결국 선관위의 반론이나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관여자의 감시와 수·개표 시스템서 부정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부의 은밀한 정보조차 쉽게 유출되는 요즘 세상에, 선거 부정에 관여했다는 누군가의 자그마한 제보조차 드러난 적도 없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에게, 부정선거의 문제는 사실의 영역을 넘어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객관적, 합리적인 설명도 믿음을 뒤엎을 수는 없기에, 부정선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 갈수록 
확대 재생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될 선거와 대의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부정선거론은 현존의 위협이자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이렇게 국론을 분열하고 주변 국가와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2의 내란·외환 시도나 다름없다. 윤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론을 거두라.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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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