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대학가 시국선언 실체

학생은 없고 극우만 득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탄핵을 촉구했던 대학가서 갑작스레 탄핵 반대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의 주인인 학생과 교수들의 참여는 적다. 이에 빈집을 노린 ‘여론몰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이후부터 이어진 대학가 시국선언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재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아닌 외부인들도 자신의 신념에 맞춰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참여한 시국선언에 대학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엔
퇴진 촉구

지난해 12월에 대학가에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시국선언이 한창이었다. 대학생들이 전국 대학가 곳곳에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총학생회 연합 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은 지난해 12월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규탄에 나섰다. 공동 기자회견에는 고려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까지 전국서 총 7개교의 총학생회장이 참석해 차례로 대통령 규탄 발언을 했다.

이 시기 대학 각 캠퍼스서도 시국선언은 진행됐다. 서울교대 총학생회는 ‘민주주의를 이뤄냈노라 말할 수 있도록 예비교사들이 행동하겠습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규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연세대 재학생·졸업생 일동 또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윤석열정권 퇴진 촉구 1809인 대학생 시국선언’을, 한국외대 재학생 일동 역시 ‘윤석열정권 퇴진 145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이 같은 시국선언 바람은 국내외 교수들에게도 퍼져갔다. 한양대 교수진 일동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한양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국회는 전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라”고 규탄에 나섰다.

같은 날 전 세계 23개국 170여개 대학서 활동 중인 한인 교수와 연구자 등 300여명도 “반헌법적 내란을 일으킨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처벌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도 시국선언 흐름에 올라탔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1014명 일동은 성명문을 내고 “헌법을 짓밟은 윤석열에게 법학도로서 응당 분노합니다”라며 정권 규탄에 가담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각각 지난해 12월5일과 6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가세했다.

일부 대학 총학들은 대통령 규탄을 위한 재학생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학생총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계엄 주동 세력의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학생 결의’라는 제목의 학생총회를 개회했고 1000명 이상의 재학생이 결집했다.

전국 대학 40여곳 탄핵 반대
재학생 수는 10~20명 내외?

서울대 학생들은 당시 캠퍼스 광장서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 요구의 건’을 의결했으며, 안건은 총 투표수 2556표 중 찬성 2516표로 가결됐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들도 정권 규탄에 동참했다. 이들은 “전공의 등 의료인을 처단하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정권 유지와 사익을 위해 의료 개악을 이용했음을 보여준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힘을 합쳐 윤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를 내던 대학가는 어느새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립을 이루는 장소가 됐다.

가장 먼저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낸 대학교는 연세대다. 지난달 10일 연세대에서는 탄핵 찬성 측과 탄핵 반대 측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지난해 12월12일 연세대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윤 대통령 퇴진 요구안 의결’에 대한 학생총회가 열린 후 공식적인 첫 집회다.

탄핵 찬성 측은 이날 오후 1시 학교 정문서 집회를 시작했다. 약 21명의 재학생, 동문, 일반인이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연세대 행동’이라는 현수막과 ‘쿠데타 옹호 말이 되냐! 민주주의 지켜내자’ ‘서부지법 폭동 강력 규탄한다’ ‘열사 정신 계승하자’ 등의 팻말을 들었다.

학내 탄핵 찬성 집회를 주도한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김태양씨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반민주적 폭거를 저지른 윤석열과 쿠데타 동조자들에 대한 심판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극우 세력은 서부지법 난동 같은 폭력 사태까지 일으키며 탄핵 절차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대학서도 극우의 논리가 고개를 들고 있고 연세대, 서울대, 한양대 등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하겠다는 일부의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 학생총회 참석자 2733명 중 2704명이 윤석열 퇴진에 찬성한 데서 드러나듯이 다수의 학생들은 윤석열 퇴진을 바라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한열, 노수석 정신을 올바르게 잇는 일”이라고 외쳤다.

반면, 탄핵 반대 측에서는 찬성 측에 ‘간첩이냐’ ‘거짓말과 선동으로 얼룩진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는 말을 10여명이 외칠 뿐이었다.

순수 모임?
세력 개입

연세대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와 고려대, 경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 40여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유수호대학연대’라는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희 자유수호대학연대 대표는 단체에 대해 “대학교서 탄핵 찬성 시국선언만 열리는 것을 보고 뜻을 같이 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며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 다수의 대학교서 약 9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유수호대학연대 관계자는 “(각 학교)졸업생과 대학원생 분들에게도 접촉을 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유수호대학연대는 참여자 모집부터 장비·인력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대학별 시국선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앞둔 3·1절에 대학로 일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33개 대학 연합체 자유수호대학연대 회원 등 2500여명은 이날 낮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사대부초 인근 차로를 차지하고 전국 대학생 탄핵 반대 시국선언 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몰려든 인파 상당수는 유튜버와 보수 집회 참가자였다. 보수단체 ‘사단법인 자유실천연대’ ‘호국총연합회’ 등의 대형 깃발들이 집회 현장 곳곳서 나부꼈다. 보수단체가 학생들의 집회 경호를 자처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날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대학의 탄핵 반대 시위였다. 연세대와 서울대, 고려대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자평했다.

대학가에서는 자유수호대학연대가 주관하는 시국선언에 재학생이 아닌 외부인 참석 비중이 높고, 서명 건수도 전체 학생 수 대비 낮아 학교를 대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릴레이 시국선언 현장서 재학생 참가자는 10~20명 내외로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극우 유튜버나 탄핵 반대 단체 관련자 등 외부인 중심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대표하기
어렵다

한국외대 시국선언 일동이 밝힌 이번 시국선언 서명 동참자는 약 300여명으로 그 중 절반은 익명이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외대 재적 학생 수가 2만259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 1.3%가 해당 의견에 동의한 셈이다. 먼저 시국선언을 진행한 서울대도 졸업생까지 포함했으나 약 500명의 서명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의 재적 학생 수는 2만1671명이다.

고려대는 지난달 21일 탄핵 반대 집회와 이에 맞서는 학생들이 충돌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유튜버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며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참여자 가운데 재학생은 10여명에 그쳤다.

내란 사태 직후 학생회와 교수, 교직원들이 모두 목소리를 모아 탄핵 찬성 시국선언을 한 것에 반해 지극히 극소수의 학생들이 탄핵에 반대한 셈이다.

이를 두고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는 지난 5일 ‘연세대학교 명칭을 내건 무책임한 발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성명문은 “마치 해당 의견이 연세대 전체 또는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 학교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의 입장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포장하는 것은 학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한 관계자는 “자유수호대학연대가 주관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재학생, 대학원생, 졸업생의 수가 지극히 적다”며 “아무리 이들의 시국선언이 방학에 이뤄졌다고 해도 10~20명의 각 대학 동문들이 참여하는 것에 학교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 자유수호대학연대 이름을 내걸고 한 대학서 시국선언을 진행해야 할 수준”이라며 “자유수호대학연대와 극우 단체들이 릴레이 시국선언으로 교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구성원 탄핵 촉구”
윤 지지자 2030 내세워

그러면서 “각 대학 학생회들은 2차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라며 “지난 5일 고려대서 발표한 탄핵 찬성 2차 시국선언에는 교수님과 학생, 교직원 등 582명이 참여했는데 이야말로 학교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2차 시국선언을 준비한 재학생 노민영씨는 “방학 중 고려대서 극우 세력이 결집하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윤 대통령 탄핵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느냐에 대한 문제인데, 대학가 여론이 뒤바뀐 것처럼 여겨지는 걸 보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학생, 동문, 교수 등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내란 종식을 바라고 있다는 다짐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5일 학생 2626명 의견을 모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던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도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나선 숙명여대 학생들은 ‘대학생이 앞장서서 민주주의 지켜내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극우 세력의 내란 옹호 행위 규탄한다” “내란 옹호 세력은 숙명서 나가라”고 외쳤다.

연서명에 참여한 숙명여대 학생 1112명은 “최근 내란 옹호 세력이 대학가를 표적 삼아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런 세력이 숙명을 흔들려는 시도에 엄중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은 탄핵 찬성 시국선언으로, 내란 옹호 세력은 탄핵 반대 세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란을 일으킨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대학가를 침범하고 있는 내란 옹호 세력도 부정의한 권력을 비판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외쳤던 우리의 목소리를 훼손할 수는 없다”며 “윤석열 탄핵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한 한국외대 재학생 조세연씨는 “정말 탄핵에 반대하고 싶다면 학생들의 총의를 모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 지난주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그러지 않았고, 원색적인 욕설과 고성이 이어져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학교가 이런 공간으로 남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의실을 돌며 시국선언 취지를 발표하고 연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국민 명령?

한편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2030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탄핵 반대가 국민의 명령”이라는 궤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헌법재판소 앞을 찾아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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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