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넘긴 윤석열 탄핵 심판 예측

“국민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60여일이 지났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는 다른 심판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분수령을 넘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관해 헌법학자들에게 물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가 절반가량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미리 지정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기일은 모두 8차례로, 지난 4일 5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마지막 변론기일도 오는 13일에 종료 예정이라 예상보다 빠르게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

시간 싸움

2024년 12월4일 발의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7일 국회 본회의서 투표 불성립 선언 후 다음날 오전 12시48분에 기한 경과로 폐기됐다.

국회법 제130조 제1항엔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 국회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제2항서 ‘본회의가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의 조속한 일단락을 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12월14일 재발의돼 국회 재적 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의결(가결)될 수 있었다. 탄핵소추의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당시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두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아닌 탄핵소추 대상자에 대한 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정청래 소추위원장이 헌재 민원실을 방문해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해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국회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오후 5시로부터 1시간15분 만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9조는 소추위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헌재에 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면 탄핵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휴일인 지난해 12월15일 사건 검토에 착수했다. 다음날 헌재는 재판관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사건 처리 일정을 논의했다.

예정된 변론기일 절반 이상 지나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 전부 소환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헌재는 탄핵 심판 절차를 되도록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측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탄핵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강수를 뒀다. 형법상 내란죄 부분이 탄핵심판서 제외되면 탄핵 심판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회 판단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53일 만에 변론기일이 중반 이상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일 진행된 5차 변론기일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을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정치인 체포 지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저지’에 관해 증인들의 진술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을 지휘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불리한 답변을 거부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한 반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재차 증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도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지난 6일 진행된 6차 변론기일에는 곽 전 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출석했다. 남은 변론기일에는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증인들이 모두 나오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증언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3달간 변론준비기일, 변론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헌법학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서 결과에 영향을 끼칠 쟁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의 정당성 문제 ▲내란죄 성립 여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 등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한 인사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 정당성 문제가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 다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에 나온 걸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월3일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이번 탄핵소추는 국회가 하나 돼 소추한 게 아니라 야당이 여당을 배제하고 소추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헌법 제65조 제2항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단서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 될 수 있는 3가지 남아”
“국민 신뢰 저버린 경우 사유”

윤 대통령 측은 여당이 참여하지 않은 탄핵소추안 의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헌법학자는 “향후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 탄핵 심판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이와 관련해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고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적 정지’가 아닌 ‘임의적 정지’인 만큼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탄핵 심판을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현재 윤 대통령은 형사소송과 탄핵 심판서 모두 내란죄 혐의를 다투고 있다.

탄핵 대상자의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가 클수록 탄핵 대상자의 법 위반의 정도 또한 중대하고 심각해야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서 헌재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 위반 행위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헌재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7인 이상 출석과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이 오는 4월18일로 예정되면서 이후 헌재가 6인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관련 부분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적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두 헌법재판관의 임기 이전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헌법재판관이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우는 예상

또 다른 헌법학자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했을 때,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은 명백해 보인다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은 명백해 보이며 그 위반의 중대성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사유에 비해서도 훨씬 크다”며 “이에 헌재가 윤 대통령을 탄핵해 대통령직서 파면하는 결정을 신속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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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