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 독한 혀들의 대결> 정봉주에게 듣다

존재감 드러낸 원외 저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봉도사’ 정봉주가 돌아왔다. 무려 네 번의 컷오프에도 굴하지 않고 여의도를 향해 뚜벅뚜벅 걷는 중이다. 최고위원 후보가 된 그는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의도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정부 시절 BBK와 다스 등을 추적하며 오랫동안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원외 돌풍’을 타고 전당대회 초반에 선전하나 싶더니 “정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된다”는 이른바 ‘요주의 인물론’이 일부 당원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자신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한다면 민주당 당론 1호로 ‘윤석열 탄핵’을 제안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원외서 싸우던 전투력을 이제는 당 안에서 용산을 상대로 펼쳐 보이겠단 의지다. 다음은 정 후보와의 일문일답.

-그동안의 근황과 최고위원 출마 계기가 궁금하다.

▲국회 배지를 달고 등원만 안 했지, 나는 늘 거리서 싸우고 있었다. 싸움을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이번 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는 단 하나, ‘윤석열 탄핵’이다. 윤석열정부를 반드시 끝장내겠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원 동지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본인이 최고위원으로 뽑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지금 나는 오로지 윤석열 탄핵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끝장낸 전투력으로 윤 대통령을 끝장내겠다. 나는 국회의원 배지도 없고 권한도 없다. 무관의 정봉주가 윤정부와 제대로 싸우려면 최고위원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서 정봉주가 최고위원이 될까 봐 가장 불안한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다. 그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 준비된 전사, 길 위의 최고위원 후보, 정봉주를 기억해달라.

-당원을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는 오랜만일 듯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오랜만에 현장서 당원들을 만나니 굉장히 설렌다. 이 분위기가 많이 그립기도 했다. 그래서 더 많은 당원과 사진을 찍고, 대화도 나누려고 한다. 합동연설회는 한 지역서 대략 두 시간 넘게 진행되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지금 민주당 당원대회는 탄핵의 에너지를 모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한마디로 단결의 한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는 다르지만 민주당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기 때문이다.

이재명 ‘티 나는’ 특정 후보 밀어주기?
“우리 사이 이간질해도 긴 세월 함께해”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예상했나?

▲지난 2010년 첫 번째 컷오프 이후 지난 총선까지 4번 컷오프 됐다. 특히 이번 총선서 공천장을 뺏긴 게 트리거가 된 것 같다. 당원들 중 일부는 동정표, 일부는 부채 의식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싸웠는데 막상 그가 당선되니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싸우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감옥도 다녀왔다. 오래전 일이어서 당원들이 잊고 있었지만 이번 공천 취소로 다스, BBK까지 소환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재명 전 대표가 밀어주는 특정 후보가 단숨에 순위권에 오르다 보니 ‘명심’이 과하게 관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투표 순위에 변동이 생겼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이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그런 소문이 난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성공했다고 본다. 실제 도왔는지 아닌지는 이미 의미가 없다. 당원들의 인식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간질을 하고 이 전 대표를 욕해도 나는 그와 20년 세월을 함께한 사이다. 이 전 대표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제부터는 ‘원팀’이 되어 국민과 당원과 함께 탄핵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그 방법에 대한 고민밖에 없다.

당선되면 1호 안건 ‘윤석열 탄핵’
“BBK와 싸운 정봉주 기억해달라”

-유일한 원외 후보다. 국회 밖에서 바라본 민주당은 어떤가?

▲지금 최고위원 후보 8명 가운데 중도 확장이 검증된 사람은 정봉주다. 감옥에 있을 때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보고 정치를 배웠다. 고맙다”는 편지도 받았다. 중도 확장은 부드러운 정책을 써서 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분명할 때 중도층은 끌려오게 된다.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에 의해 작동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원심력이 작동해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지키면서 세력 간 연대를 펼쳐야 한다고 본다. 이는 역대 대선이 입증한 결과다.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하루빨리 윤정부를 끝장 내야 한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도 승리해야 한다. 반드시 정권을 탈환해 민주당 4기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윤석열 탄핵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가장 빠르고 온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더욱 단결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고위원 후보로서 포부 한마디.

▲최고위원이 되면 민주당 당론 1호 안건으로 ‘윤석열 탄핵’을 제안하겠다. 국회, 헌재를 통해 진행될 법적 탄핵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내는 ‘정치적 탄핵’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조국혁신당이 ‘탄핵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제보센터까지 설치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탄핵에 대한 열망을 구체적으로 모아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정봉주가 가장 잘하는 일인 만큼 믿고 맡겨주시길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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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