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윤석열 탄핵론

두 달 됐는데 아웃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계에선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말이 몇가지 있다. ‘종북’ ‘친일’ 같은 극단적인 단어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과한 비난 등이 그것이다. 국회 보좌진은 본인이 돕고 있는 의원이 이런 ‘표 떨어져 나갈 말’을 할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달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보좌진은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가 정계에서 금기시되는 말을 불현듯 뱉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발언했다. 

부글부글

발언의 취지를 해석하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뜻보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용산 대통령실 인사에 대한 비판에 더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최근 측근 지인, 보수 유튜버의 가족 등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며 언론의 뭇매를 수차례 맞는 중이었다.

그러나 미디어는 박 원내대표의 본래 취지보다는 ‘탄핵’이란 단어에 더욱 주목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 대통령제가 도입된 후 지난 수십년간 역대 대통령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해왔다.

7000여자리에 달하는 인사권, 입법부와 사법부를 넘나드는 영향력은 말 그대로 한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를 두고 생긴 말이었다. 그런 제왕의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4년 때의 일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이 있던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야당이 된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음으로 발의했다.

이후 또 다른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과 자유민주연합이 여기에 동조하며 탄핵이 공론화됐고, 결국 국회 재적 271명 중 193명이 동의해 소추안이 가결됐다. 당시 소수의 의석을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당시 여당)은 이를 제지할 힘이 없었다.

발단은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었다. 그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6개 언론사와 가진 경인지역 합동 회견장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발언했고, 얼마 후 방송 기자 초청 회견에서는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쭉쭉 빠지는 지지율
임기 초 특수 없어

삼권분립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시스템상 노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위헌 소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탄핵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반대했다. 당시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여론은 70%가 넘었다.

이는 이후 총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탄핵의 역풍이 분 것이다. 역풍 덕분에, 열린우리당은 16대 국회에서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리된 후 49석에 그쳤던 소수당이었지만,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후 정계는 한동안 탄핵이란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됐다. 금기시됐던 탄핵이란 단어가 다시 정계를 맴돌기 시작한 건 2016년 때다. 당시 JTB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 최순실씨를 업무에 개입시켜 국정을 농단하게 했다는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수시로 업무를 조언받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주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일부 인정하면서 사건은 심각해졌다. 국민 여론은 탄핵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갔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스스로 하야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하야할 뜻이 없음’으로 입장을 바꾸자 의회는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이후 정의당도 동조했다. 여기에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까지 합세해 탄핵소추안의 가결 가능성은 커져갔다.

하야와 탄핵의 갑론을박 속에 탄핵 의결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당일 재적 300명 중 234명이 찬성하며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랐던 점은 여론이 탄핵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77%가 탄핵에 찬성했고, 반대는 18%에 그쳤다. 헌법재판소는 수차례 재판을 거친 끝에 결국 소추안을 인용했다.

지난 탄핵 사례 보니…윤 부합할까?
노 땐 실패 박 땐 성공 “여론이 키”

한번은 성공하고 한번은 실패로 돌아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의 탄핵 발언은 국민들에게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고, 야권에서는 취지에 동조한다는 뜻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가 지나가듯 말한 게 화제가 된 듯하다”며 “그러나 말 속에 뼈가 있었다. 떨어지는 지지율의 추세가 너무 급격한 것을 보면 민심을 반영한 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하는 중이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2%의 지지를 받았고, 부정평가는 7% 오른 60%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지지율의 하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검사 출신만 공직에 임명한다는 형평성 시비를 수차례 들었고, 기껏 임명한 장관 4명이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등 ‘인사 부실’ 비판도 들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토사구팽’ 논란에 휩싸이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중이다. 여권이 격앙된 반응을 내놓는 이유는 이처럼 윤 대통령이 실제로 ‘힘이 빠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역대 최소 득표 차로 승리한 윤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누렸던 ‘임기 초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입법부를 차지하고 있고, 역대 최소 득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임기 2달 됐는데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악의적인 선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박 원내대표가 실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힘=친윤

이 관계자는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의석 수가 전체의 2/3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여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모두 ‘친윤(친 윤석열)’이라 봐도 될만큼 당 전체가 윤 대통령에게 호의적이다. 현재 내부 권력 갈등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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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