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김건희 여사가 성형외과를 방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PDM 성형외과(이하 P병원) 박동만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대통령 자문의’라는 설명과 대통령실 로고를 새긴 명함을 통해 대통령과 돈독함을 드러냈다.
지난 12월3일 오후 6시25분 성형외과 건물을 방문한 차량은 올해 대통령실이 새로 등록한 ‘관용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김건희 여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P 병원을 방문했다는 의혹에 관해 대통령 측은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관용차
병원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 의원에게 제보한 목격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3일 오후 6시25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약 3시간가량 P 병원에 머물렀다.
장 의원은 지난 12월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김 여사가 카니발 하이리무진, 차량번호 274다73XX 차량을 탔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정확히 1시간 전에 (병원서)나왔다는 것은 민간인인 김건희씨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의)목격자 제보가 열흘 전 들어왔고,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매체를 통해 공개된 CCTV에는 장 의원이 말한 차량번호의 검은색 카니발 등 두 대가 성형외과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토교통부 웹사이트 ‘자동차365’를 통해 이 검은색 카니발 차량번호를 조회한 결과 ‘관용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최초 등록일자는 지난 5월7일. 소유자 변경 이력은 따로 없었다.
평일 저녁 시간에 해당 차량이 P 병원으로 들어갔으나, 어느 기관에 소속된 차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274다73XX’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대통령실서 운용 또는 소유한 차량인지 묻는 MBC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12·3 당일 약 3시간 성형외과 방문 논란
안면거상 전문 박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장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당일)김건희씨는 카니발 하이리무진 차를 타고 신사역 4번 출구에 있는 P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가 5층에 있는 성형외과로 올라갔다. 이후 경호처 직원 5명이 와서 병원 출입 차량 명부를 가져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박 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대통령 자문의로 임명됐다. 박 원장을 대통령실이나 관저로 불러 시술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데 김 여사가 왜 강남에 직접 병원을 찾아갔는지도 의문이다. 장 의원은 “이날 관저로 부를 수 없던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장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평소에는 김건희씨가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원장이 출타를 가곤 했다는데, 왜 굳이 계엄 날만 원장이 출타를 가지 않고 직접 왔는지에 관한 강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안가서 계엄을 모의할 때 김건희씨도 있었는지, 3시간 동안 성형외과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SNS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밀회설, 청와대 비아그라 등으로 재미 본 수법의 리바이벌”이라고 반박했다.
석 변호사는 “장경태 의원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 발표 당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성형외과 자문의 병원에 3시간 다녀왔다는 악성 의혹을 제기했다”며 “얼마 전 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거짓말 유언비어 제조기 김어준을 과방위로 불러 위증책임이 따를 증인선서도 없이 사살설이라는 유언비어를 날조했다가 재미가 없자 다시 그 아류 수준인 장경태를 앞세워 유언비어 2탄을 제조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재조명
국민의힘 구자룡 전 비대위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별의별 얘기가 다 있었지 않나. 거짓말로 밝혀지고 인격 말살을 당했는데, 누가 사과하거나 책임졌냐”며 “하나하나 따지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휩쓸고 넘어가 버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여권 공세에도 그치지 않고 김 여사가 성형외과를 찾은 목적에 ‘증거인멸’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눈덩이를 키웠다. 장 의원은 같은 날 다른 라디오에 출연해 “여러 병원 종사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리터치 수준에서는 3시간 정도 걸릴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불법적인 어떤 의료 행위가 있었거나 혹은 최소한 어떤 시술 기록 등 증거인멸을 위해 오랫동안 머물렀던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수사는 탄핵에 상당히 집중됐기 때문에 그런 의혹들까지 세세하게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며 “김 여사 문제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자문의인 박 원장은 윤 대통령 부부 해외순방에 동행한 바 있다. 박 원장은 지난 6월10일부터 15일까지 5박7일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도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과
K-성형
박 원장은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방 당시 관계자들에게 지급한 명패를 착용한 채 찍은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명패 상단엔 태극기와 방문국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해당 명패는 대통령 해외순방 등 국제 행사를 주최하는 국가서 사전에 등록된 인사에게 현지서 발급해 제공된다.
박 원장은 2022년 7월 윤 대통령의 자문의로 임명됐다. 그는 안면거상 수술과 리프팅 시술 등을 주로 하는 ‘실버(고령층) 성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성형외과 의사가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여사의 일정에 박 원장이 동행한 사실이 확인되고, 동반 일정도 복수로 드러나면서 박 원장이 실제론 윤 대통령 대신 김 여사에 대한 의료행위를 담당해온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빌려 프로포폴 등 불법 약물 투여도 의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외순방 동행 의혹과 관련해 박 원장은 지난 5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출장에 동행한다. 많은 인원이 외국에 출장 가면 배가 아픈 일이 생기지만 외상도 생긴다”며 “(대통령)비서실서 외상 치료 필요성을 느껴서 시스템을 마련해 외유를 나간다”고 말했다.
목격자 제보에 따르면···
여권 ‘유언비어’ 반박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여사의 성형시술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매체를 통해 “윤석열은 남성 대통령이어서 성형의 요구가 있어서 자문의로 뒀을까? 진짜 김건희 대통령이 맞았구나. 자문의조차도 본인을 위한 사람을 뒀구나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원장이 김 여사 맞춤 진료를 위해 개업했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박 원장이 참석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SNS 계정에 당시 참석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그해 7월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 병원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는 ‘대통령 자문의’라고 명시했다.
특히 박 원장은 지난 2023년 8월 성형외과 병원을 새로 개업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이 개업 축하 화환을 보냈다. 그는 SNS에 “좋은 선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리본에 윤 대통령 이름이 적힌 화분 사진을 게재했다. 당시 박 원장이 새로 만든 명함에는 대통령실 로고를 넣고 ‘대한민국 대통령 자문의’라고 명시했다.
현재 P 병원은 별점 1점과 항의성 댓글 공세를 받고 있다. 지난달 기준 180개의 항의성 후기가 가득 올라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별점 1점과 함께 “3시간 동안 뭐 하셨냐” “3시간 동안 무슨 시술이나 수술을 했냐, 너무 궁금하다” “대통령 주치의가 성형외과의라니 코미디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별점 5점을 주며 “김건희 여사가 인정한 계엄 맛집”이라고 해당 업체를 비판했다.
원장 향한
댓글 테러
김 여사의 성형외과 진료 의혹 보도에 관해 누리꾼들은 해당 병원의 모든 소통망을 찾아 항의 메시지를 남겼다. 인스타그램 메시지와 댓글 등으로 항의가 이어졌고 홈페이지는 한때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매체는 박 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병원 직원은 관련 질문에 “모른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제 망신 김건희 여사
지난 12월 외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의 원인 중 하나로 김건희 여사를 지목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김 여사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여주인공 ‘레이디 맥베스’에 비유했다.
또 김 여사의 정치 관여 스타일을 ‘마키아벨리식(권모술수에 능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많은 한국인은 계엄이라는 재앙적 조치가 부분적으로는 아내를 수사 및 기소 가능성서 보호할 수단이었을 것으로 의심한다”며 김 여사의 학력 위조,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나열했다.
또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이 평범한 한국인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때부터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남편이 추구하던 보수 정치의 주요 의제를 자신의 야망과 뚜렷한 취향, 강한 의견 등으로 가려 버린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김 여사가 남성 기자의 손금을 보면서 윙크하는 영상, 윤 대통령을 비판한 언론인에게 “그들을 모두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복수를 예고한 발언 등도 논란을 불렀다고 전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중세 시절 스코틀랜드 귀족이었던 남편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자 남편을 부추겨 왕을 살해하고 왕좌를 차지하도록 결심하게 한 장본인이다.
강한 권력욕으로 남편을 권좌에 올려놨지만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더타임스>는 또 부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충성심 또한 상당하다며 가수 안치환이 2022년 대선 과정서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 부인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격노했었다고 전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