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가습기살균제로 아내·장모 잃은 송기진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대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28 13:44:10
  • 호수 1455호
  • 댓글 0개

“가해기업 치료비도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7000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숫자다. 이들은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인 폐섬유화증 등 각종 폐질환에 걸렸다. 일상생활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거나 걷는 것조차 힘든 피해자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가해기업들은 “금액이 부담스럽다” “재판 결과를 보자”며 치료비 제공을 미루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34조(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에는 ‘환경부 장관은 이 법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지원 등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원료물질 사업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분담금(이하 분담금)을 부과·징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담금 산정은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의 총액은 1000억원으로 하며, 개별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은 공식 계산식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만들었거나 판매한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분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이 분담금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 사람마다 증상은 다 다르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경제적 활동이 어렵고, 보호자가 간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해 분담금은 필수적이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니 기업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21일, 서울시 도봉구 소재의 한 카페서 송기진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대표를 만나 해당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송 대표는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과 통화한 내용을 <일요시사>에 제공했다. 해당 통화서 가해기업은 “(우리 입장에선)분담금 액수가 적지 않다. 기업이 동일한 수준의 분담금을 낸다.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다른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갖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우리는 일단 최종 결과를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업 측이 말하는 ‘최종 결과’는 2021년 1심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한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본 것인데, 이는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것과 배치된 결과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재판 결과는 내년 1월11일에 나온다. 즉, 항소심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은 분담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송 대표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120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구성된 모임의 대표로 어떻게 피해자 대표가 됐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표는 왜? 

▲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땐 이미 장모님과 아내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이후다. 그때만 해도 가습기살균제 사건 때문인지 몰랐다.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시간이 흘러 아내가 일하기 위해 보건소 건강검진 기록지가 필요해 검사해 보니 폐에 문제가 있었다. 굉장히 건강했으며, 가족 중 폐가 아픈 사람도 없다. 대학 병원에 가니까 2년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언론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들이 보도되면서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가 아프단 것을 알게 됐고, 피해 인정도 받았다. 그리고 2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문제 해결 긍정적
공식적으로 만나자면 나몰라 꽁무니


사람이 이렇게 죽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원래 목사였는데,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목회를 계속 할 수 없어 탁구장을 운영한다. 그런데 알아 보니 사람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피해자들이 피해 배·보상을 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피해자 대표를 맡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장모와 아내가 어떻게 투병 생활을 했나?

▲앞서 말한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픈지 몰랐다. 우선 장모님은 연세가 많으셨는데, 병원에 가보니 폐 섬유화가 진행 중이었고 그로 인해 돌아가셨다. 아내도 같은 병이었다. 병원에 유전병이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해 난치병 환자로 분류돼 치료받았다.

대학병원 의사는 50대 초반의 아내가 2년밖에 못 산다고 했으니 완전히 날벼락이었다. 계속 치료했지만, 폐 기능이 저하되면서 아내는 점점 숨을 쉬지 못했다. 집이 3층이었는데, 막판에는 계단을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집에서도 산소호흡기를 끼고 다녔다.

마지막 방법이 폐 이식이라서 이식받겠다고 등록했지만, 이게 순서라는 있어서 그런지 기증자가 없었다. 만약 1년 안에 기증자가 나왔더라면 아내는 살았을 것이다.

한 번은 기증자가 나와서 수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기증자의 폐가 너무 안 좋아서 수술이 취소됐다. 그 후 이식 등록 1년이 지난 뒤 이식받았는데, 기증을 받고 나서 40일 지나 중환자실서 일반실로 갔다. 당시엔 교회서 한 달 휴가를 받아 아내를 간병했다.

아내는 이식한 뒤 한 달 정도 회복에 전념했다. 처음엔 손에 힘이 없었는데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그렇게 희망적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잠을 못 자더니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했다.

-병원비는 얼마나 들었나?

▲가장 큰 문제는 병원비가 아니었다. 아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늦게 등록됐지만, 난치병 환자로 분류돼 병원비는 전체의 10%만 지불했다. 문제는 내가 간병해야 하니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폐 이식을 진행하면서 6개월에 6000만원 정도의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나중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되면서 이 금액(분담금)은 모두 받았다. 이 돈이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인정된 후에 받았으니, 6000만원 비용은 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전부 빚이었는데, 그나마 피해자로 인정받고 병원 영수증을 제출해서 병원비를 다 받았으며, 치료비는 한도 없이 준다.

-가해기업 측 발언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너무 화가 난다. 2021년부터 계속 가습기살균제 관련 측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만나서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해보자” “배·보상을 진행해보자”고 하면 항상 긍정적인데,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내용을 공개하자” “공식적으로 만나자” “우리끼리만 만나지 말고 피해자 대표들끼리 만나자”고 하면 자리를 피한다.


7000명 인생이 망가진 사건
“정부는 왜 분담금 내지 않나?”

그래도 대화는 해야 하고 13개 피해자 단체가 회의도 하니 계속 만났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법적으로 가해기업들이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정해놨는데, 이제 기업 간 분담금 내는 것이 똑같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솔직히 말해 피해자가 이런 일까지 신경써야 하는 게 화난다. 사실 이건 기업 간 조율해야 할 일 아닌가? 이미 법을 만들 때 본인들도 인정한 부분이 있다. 합의금이든, 배·보상 문제든, 분담금 비율이든 기업이 법적으로 다퉈서 각자 비율을 정하는 것은 알아서 해야 한다. 제발 피해자를 가해기업이 싸우는 데 끼어들게 하지 마라.

-분담금이 생긴 이유는?

▲기본적으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지고 피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병원비는 계속 들어가고, 언제까지 들어갈지 알 수도 없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은 더 그렇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도 단계가 있는데, 1~2단계 사람들은 이미 배·보상을 받았다. 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문제는 남은 사람인데 병원비, 유족 위로금, 요양 급여 등 구제급여를 만들었다. 병원비용은 과거 영수증까지 내면 받을 수 있다.


-기업이 갑자기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사건이 처음 터진 상황에서는 피해자 수가 적기도 했고, 사망자는 돈을 한 번만 주면 되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가 많아졌다. 7000명이 넘는다. 그러니 내야 하는 금액도 무한대가 됐다. 분담금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내야 한다.

그러니 가해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의 연관성이 없다고 소송을 걸어놓은 것이다. 여기서 기업이 이기면 피해자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게 된다. 더 이상한 것은, 법을 보면 정부도 책임이 있어 구제급여를 내야 하는데 1차만 내고 2차는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기업들이 분담금을 못 내겠다고 하면 피해자들 치료비는 어떡하느냐? 그럴 때는 정부가 내야 한다. 2차 때 정부가 왜 돈을 안 냈는지는 모르겠는데, 1차 때 냈던 정부 돈도 쓰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것도 왜 안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3차 돈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끼워 넣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남들보다 늦은 스물여섯살에 신학대학교에 갔고 서른살에 졸업해 서른두살에 결혼했다. 목사가 되려면 대학원까지 가야 해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마흔한살때였다. 다행히 중간에 임대아파트로 들어갔다.

바로 목사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부목사를 잠깐 했었는데 꿈을 이뤘던 기간이기도 하고, 이 기간이 내 인생서 유일하게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나뿐만이 아니다. 지금 피해자가 7000명이나 되는데, 7000명 인생 모두가 무너진 것이다. 여태까지 기업이 피해자 가족에게 배·보상해준 인원은 1, 2단계 피해자 뿐이다.

과거 영수증까지 내면 받을 수 있다. 아내 사망 당시 구제급여 및 유족조의금 한도가 4000만원이었고 병원비 및 간병비(증빙된 영수증)로 75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유족조의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구제급 한도가 1억으로 조정되면서 25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