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가습기살균제로 아내·장모 잃은 송기진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대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28 13:44:10
  • 호수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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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기업 치료비도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7000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숫자다. 이들은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인 폐섬유화증 등 각종 폐질환에 걸렸다. 일상생활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거나 걷는 것조차 힘든 피해자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가해기업들은 “금액이 부담스럽다” “재판 결과를 보자”며 치료비 제공을 미루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34조(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에는 ‘환경부 장관은 이 법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지원 등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원료물질 사업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분담금(이하 분담금)을 부과·징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담금 산정은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의 총액은 1000억원으로 하며, 개별 가습기살균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분담금은 공식 계산식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만들었거나 판매한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분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이 분담금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 사람마다 증상은 다 다르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경제적 활동이 어렵고, 보호자가 간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해 분담금은 필수적이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니 기업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21일, 서울시 도봉구 소재의 한 카페서 송기진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대표를 만나 해당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송 대표는 자신이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과 통화한 내용을 <일요시사>에 제공했다. 해당 통화서 가해기업은 “(우리 입장에선)분담금 액수가 적지 않다. 기업이 동일한 수준의 분담금을 낸다.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다른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책임을 갖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우리는 일단 최종 결과를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업 측이 말하는 ‘최종 결과’는 2021년 1심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한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본 것인데, 이는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것과 배치된 결과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재판 결과는 내년 1월11일에 나온다. 즉, 항소심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은 분담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송 대표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120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구성된 모임의 대표로 어떻게 피해자 대표가 됐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표는 왜? 

▲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땐 이미 장모님과 아내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한 이후다. 그때만 해도 가습기살균제 사건 때문인지 몰랐다.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 시간이 흘러 아내가 일하기 위해 보건소 건강검진 기록지가 필요해 검사해 보니 폐에 문제가 있었다. 굉장히 건강했으며, 가족 중 폐가 아픈 사람도 없다. 대학 병원에 가니까 2년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언론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들이 보도되면서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가 아프단 것을 알게 됐고, 피해 인정도 받았다. 그리고 2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문제 해결 긍정적
공식적으로 만나자면 나몰라 꽁무니


사람이 이렇게 죽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원래 목사였는데,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목회를 계속 할 수 없어 탁구장을 운영한다. 그런데 알아 보니 사람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피해자들이 피해 배·보상을 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피해자 대표를 맡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장모와 아내가 어떻게 투병 생활을 했나?

▲앞서 말한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픈지 몰랐다. 우선 장모님은 연세가 많으셨는데, 병원에 가보니 폐 섬유화가 진행 중이었고 그로 인해 돌아가셨다. 아내도 같은 병이었다. 병원에 유전병이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해 난치병 환자로 분류돼 치료받았다.

대학병원 의사는 50대 초반의 아내가 2년밖에 못 산다고 했으니 완전히 날벼락이었다. 계속 치료했지만, 폐 기능이 저하되면서 아내는 점점 숨을 쉬지 못했다. 집이 3층이었는데, 막판에는 계단을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집에서도 산소호흡기를 끼고 다녔다.

마지막 방법이 폐 이식이라서 이식받겠다고 등록했지만, 이게 순서라는 있어서 그런지 기증자가 없었다. 만약 1년 안에 기증자가 나왔더라면 아내는 살았을 것이다.

한 번은 기증자가 나와서 수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기증자의 폐가 너무 안 좋아서 수술이 취소됐다. 그 후 이식 등록 1년이 지난 뒤 이식받았는데, 기증을 받고 나서 40일 지나 중환자실서 일반실로 갔다. 당시엔 교회서 한 달 휴가를 받아 아내를 간병했다.

아내는 이식한 뒤 한 달 정도 회복에 전념했다. 처음엔 손에 힘이 없었는데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그렇게 희망적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잠을 못 자더니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했다.

-병원비는 얼마나 들었나?

▲가장 큰 문제는 병원비가 아니었다. 아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늦게 등록됐지만, 난치병 환자로 분류돼 병원비는 전체의 10%만 지불했다. 문제는 내가 간병해야 하니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폐 이식을 진행하면서 6개월에 6000만원 정도의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나중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되면서 이 금액(분담금)은 모두 받았다. 이 돈이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인정된 후에 받았으니, 6000만원 비용은 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전부 빚이었는데, 그나마 피해자로 인정받고 병원 영수증을 제출해서 병원비를 다 받았으며, 치료비는 한도 없이 준다.

-가해기업 측 발언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너무 화가 난다. 2021년부터 계속 가습기살균제 관련 측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으로 만나서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해보자” “배·보상을 진행해보자”고 하면 항상 긍정적인데,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내용을 공개하자” “공식적으로 만나자” “우리끼리만 만나지 말고 피해자 대표들끼리 만나자”고 하면 자리를 피한다.


7000명 인생이 망가진 사건
“정부는 왜 분담금 내지 않나?”

그래도 대화는 해야 하고 13개 피해자 단체가 회의도 하니 계속 만났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법적으로 가해기업들이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정해놨는데, 이제 기업 간 분담금 내는 것이 똑같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솔직히 말해 피해자가 이런 일까지 신경써야 하는 게 화난다. 사실 이건 기업 간 조율해야 할 일 아닌가? 이미 법을 만들 때 본인들도 인정한 부분이 있다. 합의금이든, 배·보상 문제든, 분담금 비율이든 기업이 법적으로 다퉈서 각자 비율을 정하는 것은 알아서 해야 한다. 제발 피해자를 가해기업이 싸우는 데 끼어들게 하지 마라.

-분담금이 생긴 이유는?

▲기본적으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지고 피해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병원비는 계속 들어가고, 언제까지 들어갈지 알 수도 없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은 더 그렇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도 단계가 있는데, 1~2단계 사람들은 이미 배·보상을 받았다. 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문제는 남은 사람인데 병원비, 유족 위로금, 요양 급여 등 구제급여를 만들었다. 병원비용은 과거 영수증까지 내면 받을 수 있다.


-기업이 갑자기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사건이 처음 터진 상황에서는 피해자 수가 적기도 했고, 사망자는 돈을 한 번만 주면 되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가 많아졌다. 7000명이 넘는다. 그러니 내야 하는 금액도 무한대가 됐다. 분담금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내야 한다.

그러니 가해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의 연관성이 없다고 소송을 걸어놓은 것이다. 여기서 기업이 이기면 피해자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게 된다. 더 이상한 것은, 법을 보면 정부도 책임이 있어 구제급여를 내야 하는데 1차만 내고 2차는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기업들이 분담금을 못 내겠다고 하면 피해자들 치료비는 어떡하느냐? 그럴 때는 정부가 내야 한다. 2차 때 정부가 왜 돈을 안 냈는지는 모르겠는데, 1차 때 냈던 정부 돈도 쓰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것도 왜 안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3차 돈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끼워 넣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남들보다 늦은 스물여섯살에 신학대학교에 갔고 서른살에 졸업해 서른두살에 결혼했다. 목사가 되려면 대학원까지 가야 해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마흔한살때였다. 다행히 중간에 임대아파트로 들어갔다.

바로 목사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부목사를 잠깐 했었는데 꿈을 이뤘던 기간이기도 하고, 이 기간이 내 인생서 유일하게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나뿐만이 아니다. 지금 피해자가 7000명이나 되는데, 7000명 인생 모두가 무너진 것이다. 여태까지 기업이 피해자 가족에게 배·보상해준 인원은 1, 2단계 피해자 뿐이다.

과거 영수증까지 내면 받을 수 있다. 아내 사망 당시 구제급여 및 유족조의금 한도가 4000만원이었고 병원비 및 간병비(증빙된 영수증)로 75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유족조의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구제급 한도가 1억으로 조정되면서 25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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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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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