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미술사학계 원로’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의 일침

“한국미술사학회 민낯이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두가 입을 다물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3개월짜리 시한부 공지를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렬한 반성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전무하다. 보다 못한 미술사학계 원로 교수가 나섰다. 

지난해 12월 김모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발표한 학술논문이 김 교수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깜깜이 회의

한국미술사학회가 구성한 연구윤리위원회는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경미한 정도로 판단된다’는 최종 심의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명시하고, 10월31일부터 12월31일까지 3개월 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우수논문상을 수여한 전 집행부나 학술논문을 피어 리뷰(동료 평가)한 3명의 교수,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작성하는 데 참고한 서울대 박사논문의 지도교수 등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없었다.

심지어 연구윤리위원회는 현재까지도 심의를 총괄한 위원장이나 위원을 알 수 없는 ‘유령 집단’으로 남아 있다.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는 이 같은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 종신회원이면서 김 교수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다. 김 교수가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부터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박 박사의 박사논문 지도교수 등에 이메일을 보내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한국미술사학회서 표절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학회장 등 관련자가 직을 내려놓는 등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학회 관계자 가운데 한 사람 정도는 제게 연락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는 박 교수의 예상과 달랐다. 마치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듯 평소와 같은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서 반성이나 자책,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절 의혹,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처 등을 가감없이 비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 교수의 박사논문과 박 박사의 학술논문 간의 유사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김 교수와 박 박사는 모두 조선시대 감로탱을 주제로 논문을 썼습니다. 김 교수의 논문은 학계서 널리 인정을 받아 관련 분야 연구자라면 무시할 수 없는 연구물입니다. 하지만 박 박사는 논문 주제인 ‘감로도와 시식’에 관련된 논문은 모두 열거하면서 가장 중요한 선행 연구인 김 교수의 박사논문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두 논문을 읽어본 학자라면 주제, 도상해석, 방법론, 참고문헌까지 그 유사성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뿐더러 박 박사의 명백한 표절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박 박사가 김 교수의 논문을 알고 있었지만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연구윤리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명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문적 규범과 규준에서 일탈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것이 국제화를 기대하는 학계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의 표절 의혹 제기 이후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에 이메일을 보내셨는데?

▲김 교수가 요구한 바는 박 박사가 표절을 인정하고, 학회가 이 사실을 공표하면서 우수논문상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해 박 박사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서울대 이모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심의 결과 게시로 끝?
누구 하나 언급 없다

하지만 ‘윤리위원회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는 내용의 답장만 한 뒤 일체 연락이 없었습니다. 장모 학회장은 ‘제3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박사논문 지도교수조차 제3자로 치부한 셈입니다.

-표절 의혹을 심의한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보를 공개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학계의 근본인데 한국미술사학회는 소수의 이사들이 감투를 쓰고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독식한 채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누가 박 박사의 학술논문을 피어 리뷰했는지,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이 누구였는지 발표도 없었고 문의해봐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결정권을 누가 어떻게 행사했는지 과정과 절차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김 교수의 요청을 기각했을 때부터 학회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정해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내놓은 최종 심의 결과에 ‘카르텔’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표절 시비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이런 표절 사건이 가끔 있던 모양입니다. 한 익명의 학자는 표절을 당하고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울분을 감추고 가까운 동료에게만 호소했다고 합니다. 표절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이유는 학회지 논문 게재나 취업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학회장에 선출되려면 학연이 가장 중요하고 학연에 따라 편을 나눠 자신들과 ‘일’을 도모하기 용이한 사람들을 선출하려고 학회 회원들에게 거듭 연락해서 종용한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이 정도로 정치화됐다는 것은 종신회원인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슬픈 일입니다. 카르텔이라니, 어느 학계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정치용어가 허용되는 조직체가 한국학회에 존재하는 겁니까? 

-이번 논란 과정서 한국미술사학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일요시사> 기사에서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이 “다른 학회도 이런 문제가 많은데 왜 우리 학회만 취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을 봤습니다. 학회장의 발언은 연구자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자로서 윤리적, 도덕적 책임관이 상실된 언급이며 표절을 당한 학자에게 고통과 피해를 가중시키는 표현입니다. 


표절을 인정하면서도 표절 논문의 우수논문상 수여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학회로서의 존재가치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학회’라는 표현은 한국 학계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그릇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학회장에게 학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진리 추구가 과연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 새 집행부에 당부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학문적 업적과 인격으로 존경받았던 창립위원 학자들(황수영, 진홍섭, 김원용, 최순우)과 그분들께서 세운 한국미술사학회 창립 이념을 다시금 되새기고 학문의 진실성을 회복할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타인의 연구성과를 도용하는 연구 부정행위는 학계서 근절돼야 합니다. 

카르텔 흔적

학자로서의 양심을 잃어버린 채 쓴 논문은 세계학회에 발표한다 해도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겁니다. 한국 학회서 종종 일어나는 표절 논란은 외국 학회에서는 절대 용납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표절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근절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회를 개최해 표절에 대한 학회의 태도가 엄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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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