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미술사학계 원로’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의 일침

“한국미술사학회 민낯이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두가 입을 다물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3개월짜리 시한부 공지를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렬한 반성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전무하다. 보다 못한 미술사학계 원로 교수가 나섰다. 

지난해 12월 김모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발표한 학술논문이 김 교수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깜깜이 회의

한국미술사학회가 구성한 연구윤리위원회는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경미한 정도로 판단된다’는 최종 심의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명시하고, 10월31일부터 12월31일까지 3개월 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우수논문상을 수여한 전 집행부나 학술논문을 피어 리뷰(동료 평가)한 3명의 교수,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작성하는 데 참고한 서울대 박사논문의 지도교수 등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없었다.

심지어 연구윤리위원회는 현재까지도 심의를 총괄한 위원장이나 위원을 알 수 없는 ‘유령 집단’으로 남아 있다.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는 이 같은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 종신회원이면서 김 교수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다. 김 교수가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부터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박 박사의 박사논문 지도교수 등에 이메일을 보내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한국미술사학회서 표절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학회장 등 관련자가 직을 내려놓는 등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학회 관계자 가운데 한 사람 정도는 제게 연락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는 박 교수의 예상과 달랐다. 마치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듯 평소와 같은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서 반성이나 자책,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절 의혹,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처 등을 가감없이 비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 교수의 박사논문과 박 박사의 학술논문 간의 유사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김 교수와 박 박사는 모두 조선시대 감로탱을 주제로 논문을 썼습니다. 김 교수의 논문은 학계서 널리 인정을 받아 관련 분야 연구자라면 무시할 수 없는 연구물입니다. 하지만 박 박사는 논문 주제인 ‘감로도와 시식’에 관련된 논문은 모두 열거하면서 가장 중요한 선행 연구인 김 교수의 박사논문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두 논문을 읽어본 학자라면 주제, 도상해석, 방법론, 참고문헌까지 그 유사성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뿐더러 박 박사의 명백한 표절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박 박사가 김 교수의 논문을 알고 있었지만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연구윤리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명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문적 규범과 규준에서 일탈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것이 국제화를 기대하는 학계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의 표절 의혹 제기 이후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에 이메일을 보내셨는데?

▲김 교수가 요구한 바는 박 박사가 표절을 인정하고, 학회가 이 사실을 공표하면서 우수논문상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해 박 박사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서울대 이모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심의 결과 게시로 끝?
누구 하나 언급 없다

하지만 ‘윤리위원회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는 내용의 답장만 한 뒤 일체 연락이 없었습니다. 장모 학회장은 ‘제3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박사논문 지도교수조차 제3자로 치부한 셈입니다.

-표절 의혹을 심의한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보를 공개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학계의 근본인데 한국미술사학회는 소수의 이사들이 감투를 쓰고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독식한 채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누가 박 박사의 학술논문을 피어 리뷰했는지,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이 누구였는지 발표도 없었고 문의해봐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결정권을 누가 어떻게 행사했는지 과정과 절차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김 교수의 요청을 기각했을 때부터 학회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정해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내놓은 최종 심의 결과에 ‘카르텔’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표절 시비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이런 표절 사건이 가끔 있던 모양입니다. 한 익명의 학자는 표절을 당하고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울분을 감추고 가까운 동료에게만 호소했다고 합니다. 표절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이유는 학회지 논문 게재나 취업에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학회장에 선출되려면 학연이 가장 중요하고 학연에 따라 편을 나눠 자신들과 ‘일’을 도모하기 용이한 사람들을 선출하려고 학회 회원들에게 거듭 연락해서 종용한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이 정도로 정치화됐다는 것은 종신회원인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슬픈 일입니다. 카르텔이라니, 어느 학계든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정치용어가 허용되는 조직체가 한국학회에 존재하는 겁니까? 

-이번 논란 과정서 한국미술사학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일요시사> 기사에서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이 “다른 학회도 이런 문제가 많은데 왜 우리 학회만 취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을 봤습니다. 학회장의 발언은 연구자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자로서 윤리적, 도덕적 책임관이 상실된 언급이며 표절을 당한 학자에게 고통과 피해를 가중시키는 표현입니다. 


표절을 인정하면서도 표절 논문의 우수논문상 수여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학회로서의 존재가치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학회’라는 표현은 한국 학계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그릇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학회장에게 학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진리 추구가 과연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미술사학회 새 집행부에 당부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학문적 업적과 인격으로 존경받았던 창립위원 학자들(황수영, 진홍섭, 김원용, 최순우)과 그분들께서 세운 한국미술사학회 창립 이념을 다시금 되새기고 학문의 진실성을 회복할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타인의 연구성과를 도용하는 연구 부정행위는 학계서 근절돼야 합니다. 

카르텔 흔적

학자로서의 양심을 잃어버린 채 쓴 논문은 세계학회에 발표한다 해도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겁니다. 한국 학회서 종종 일어나는 표절 논란은 외국 학회에서는 절대 용납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표절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근절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회를 개최해 표절에 대한 학회의 태도가 엄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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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