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뒤늦게 인정한 한국미술사학회

“올해의 논문상 취소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60년 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단단히 맞잡은 손이 만든 ‘카르텔’에도 생채기가 났다. 그동안 ‘표절은 있지만 표절 시비는 없었던’ 한국미술사학회는 처음으로 논란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꼭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김모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투고한 학술논문이 자신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0932). 한국미술사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표절 의혹을 심의했고 지난 8월 최종 결과를 내놨다. 

환영하지만…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쓰는 과정서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경미하다는 게 한국미술사학회의 입장이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게재하고 3개월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으로 논란을 갈무리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수여한 ‘올해의 논문상’은 물론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관련자에 대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에 미술사학계 원로교수가 입을 열었다(<일요시사> 1456호 ‘<일요초대석> ‘미술사학계 원로’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의 일침’,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1645).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가 이토록 정치화 됐다는 것은 종신회원으로서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 “창립이념을 되새기고 학문의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박 교수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지난 4일 박 박사에게 수여한 올해의 논문상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김 교수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지 1년, <일요시사>의 첫 보도(9월24일)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당초 연구윤리위원회 최종 심의 결과에는 없던 추가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첫 보도 이후 2개월여 만에…
최종 심의에 없던 추가 조치

한국미술사학회는 ‘2021년도 올해의 논문상 선정 취소 알림’ 글에서 “한국미술사학회는 2015년부터 매년 <미술사학연구>에 게재된 신진 학자의 전년도 논문 가운데 학문적 우수성이 인정되는 논문을 올해의 논문상으로 선정해왔다”고 밝혔다.

교수 3명의 피어 리뷰(동료 평가)를 거쳐 <미술사학연구> 게재 여부를 판단한 뒤 그 중 올해의 논문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2021년 올해의 논문상은 박 박사의 ‘Picturing the Divine Agents of Food Bestowal: The Seven Buddhas in the Sweet-Dew Painting of the Chos˘on Period, 1392~1910’이 선정됐다. 김 교수가 런던대학 소아스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Sabangbul during the Chos˘on dynasty: regional development of Buddhist images and rituals 조선시대의 사방불: 불교 이미지와 의례의 지역적 발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로 그 논문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학회의 설립 목적과 올해의 논문상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위상, 투고 지침 및 간행 규정에 논문상의 선정기준 및 절차를 둔 취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2023년 11월6일 제242회 이사회서 ‘2021년도 올해의 논문상’ 선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김 교수는 “뒤늦은 결정이지만 학회 이사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며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대한)올해의 논문상 철회는 제보자인 나보다 학회의 명예와 상의 권위를 위해서 마땅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의 뒤늦은 조치에 몇 가지 의문점을 드러냈다. 먼저 공지 게시 시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의사회 의결은 지난달에 해놓고 공지는 한 달 뒤에야 올라온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지난 4일은 새 학회장 선출을 위한 온라인투표 마지막 날이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심의 결과 및 조치와는 별개로 갑자기 올해의 논문상 선정을 취소한 배경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처음 표절 의혹을 제기할 때부터 올해의 논문상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위원회의 최종 심의 결과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제재 조치에도 없었다.

김 교수는 “공지를 읽어보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일단 논문 저자의 이름이 빠져 있다. 또한 왜 올해의 논문상 수상을 철회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누락돼있다. 이런 공지는 육하원칙에 따라 누구의 어떤 논문이 무슨 이유로 문제가 돼서, 학회가 어떤 근거를 통해 수상을 철회한다고 내용을 적시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학회 명예·권위 위해 마땅”
공지에 철회 이유 등은 빠져

한국미술사학회는 “일련의 진행 과정서 공정하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정관을 비롯한 제·규정을 준수했으며 모든 심의를 진지하고 충실하게 논의해왔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올해의 논문상 수상 철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부연 설명만 가득한 한국미술사학회의 공지는 제보자는 물론 학회 회원에게도 일방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국미술사학회서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철퇴를 내린 것과는 별개로 박사논문이 추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박사는 <미술사학연구>에 학술논문을 투고하면서 2018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Shaping the Economy of Salvation: The Gamno Paintings of the Joseon Period(1392-1910)’의 챕터 4장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학술논문에 대한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상 박사논문에 대한 검증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미술사학계 관계자의 생각이다. 이 과정서 박 박사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지도교수의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교수, 피어 리뷰를 진행한 교수 등 여러 차례 검증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절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한국미술사학회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아쉬움 남아

김 교수는 “학회는 학회 회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집행부는 회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로 학회를 운영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몇몇 소수가 학회를 대표한다고 오인해 학회를 지배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사유화하고 있다. 일반 회원과 집행부의 거리는 천지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가 창립부터 이 자리에 오기까지 헌신하고 노력한 많은 원로께 누가 되지 않도록 기본 원칙을 돌아볼 때”라며 “한국미술사학회는 군림하지 않고 회원의 권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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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이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김건희는 무려 10살 차이를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재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랐다. 개명하기 전 이름인 김명신의 과거 행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녹취록 공개 파장에 무속 논란으로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혹이 빗발치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으나 이를 까먹은 듯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김건희는 지난 1972년 9월2일 경기도 양평군서 아버지 고 김광섭, 어머니 최은순 사이서 셋째로 태어났다. 서울 남동부로 이주해 지금의 송파구에 살며 잠동초등학교, 잠실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동구로 이사한 후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름은 김명신이다. 예술 두각 숱한 경력 김건희가 15세 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부친 김광섭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987년 작고했다. 김건희는 어린 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커진 김건희는 향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서울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그는 이 시기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서 입선을 차지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교육 분야서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후 2001년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한림성심대서도 강단에 섰다. 서일대학교와 서울정보기능대학교서도 강의를 맡으며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문학 과정(AFP)과 글로벌 리더 과정(GLA)을 이수하며 지식을 넓혔다. 지난 2007년 해외 유명 소장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회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엔 안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와 색채,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테크노디자인대학원서 강의를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이어갔다. 김건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나이는 52세로, 40세였던 김건희와 12살 띠동갑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서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유흥주점 근무” 주장 “쥴리 하고 싶어도 못해” 반박 윤 대통령 주변 인사는 “김건희를 처음 만난 자리서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건희의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대통령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건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17년 남편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그의 직업적 성취와 함께 김건희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며, 지난 2019년 청와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재산은 대부분 김건희 명의로 밝혀졌다. 그는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건희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건희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1990년대 IT붐이 일었을 당시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돼 사업체를 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하게 자녀가 없다.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유산한 후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김건희는 지난 2021년 12월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숑 프리제 종 2마리를 제외한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3마리는 모두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중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유흥업소서 일했다는 의혹과 경력 관련 논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은 김건희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 1층 모 나이트클럽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 왔다. 나이트클럽서 접대부로 활동했던 김건희를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개인 접대 공간(호텔 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봤다고 말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건희는 지난 2021년 6월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에 해명했다. 먼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두고 김건희는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억울해했다. 각종 소문들 숨겨진 과거 이어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이라며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김건희가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사람이 술집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 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운영자들 역시 정천수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수 전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나이트클럽 공동대표였던 조모씨와 배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에 대해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이른바 VIP들이 따로 사용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또 호텔 건물로 직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비중 있는 손님들과 친교를 가진 여성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엔 “한번도 들은 적 없고, 전혀 없다”며 “종업원 외에 다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르네상스 지하 또는 1층에 그림을 전시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조남욱 회장이 특정 여성을 동석시키거나 같이 다녔냐는 물음에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배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호텔 6층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구조상,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며 “건물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건 미친 사람 아니면 그걸 왜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특정 여성이랑 있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한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못 봤다”고 답했다. ‘김 교수’라는 여성의 호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력 논란도 김건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건희는 지난 2008년 개명한 이후 전시 관련 일을 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건희를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 거물급 대형 전시회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김건희는 페이스북에 서울대 대학원 졸업이라고 개재하며 SNS로도 본인을 홍보하는 데 힘썼다. YG 빅뱅 멤버들이 홍보도 해줄 정도로 정관계, 연예계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때 전시회에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12~16곳이 넘는 협찬을 끌어오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될 무렵 일주일 사이에 협찬사가 무려 12곳이나 불어났다. 무속인 연결 녹취록 공개 수사에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사였던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협찬에 나선 한 유명 게임업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행사를 주최한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협찬한 거라고 해명해 왔지만, 수사팀은 협찬금이 언론사를 거쳐 그대로 코바나컨텐츠 측에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건희의 무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한 국면서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대통령과 역술인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022년 1월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윤 대통령을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지난 2021년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 대통령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에게 초청 받아 코바나컨텐츠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건진·천공과 인연은? “도사들과 대화 좋아해”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서 사퇴했던 지난 2021년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같은 해 10월 <YTN> 인터뷰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에게서)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 줬다고 했다. 김건희가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 통화 녹취록서도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해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김건희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사법고시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문재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남편 앞에서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내가 무당을 많이 만난다고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며 “제가 더(점괘 등을) 잘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며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내 역할만 충실한다더니… 김건희는 대선 과정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 12월 기자회견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션 등이 시선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설과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건희가 남편인 윤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조용한 내조 대신 ‘광폭 행보’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yuncastle@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