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뒤늦게 인정한 한국미술사학회

“올해의 논문상 취소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60년 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단단히 맞잡은 손이 만든 ‘카르텔’에도 생채기가 났다. 그동안 ‘표절은 있지만 표절 시비는 없었던’ 한국미술사학회는 처음으로 논란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꼭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김모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미술사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모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 <미술사학연구>에 투고한 학술논문이 자신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일요시사> 1446호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0932). 한국미술사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표절 의혹을 심의했고 지난 8월 최종 결과를 내놨다. 

환영하지만…

박 박사가 학술논문을 쓰는 과정서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경미하다는 게 한국미술사학회의 입장이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미술사학연구>에 게재하고 3개월 동안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으로 논란을 갈무리했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수여한 ‘올해의 논문상’은 물론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관련자에 대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미술사학회의 태도에 미술사학계 원로교수가 입을 열었다(<일요시사> 1456호 ‘<일요초대석> ‘미술사학계 원로’ 박영숙 런던대학 소아스 한국미술사 명예교수의 일침’,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1645). 박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가 이토록 정치화 됐다는 것은 종신회원으로서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 “창립이념을 되새기고 학문의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박 교수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지난 4일 박 박사에게 수여한 올해의 논문상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김 교수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지 1년, <일요시사>의 첫 보도(9월24일)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당초 연구윤리위원회 최종 심의 결과에는 없던 추가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첫 보도 이후 2개월여 만에…
최종 심의에 없던 추가 조치

한국미술사학회는 ‘2021년도 올해의 논문상 선정 취소 알림’ 글에서 “한국미술사학회는 2015년부터 매년 <미술사학연구>에 게재된 신진 학자의 전년도 논문 가운데 학문적 우수성이 인정되는 논문을 올해의 논문상으로 선정해왔다”고 밝혔다.

교수 3명의 피어 리뷰(동료 평가)를 거쳐 <미술사학연구> 게재 여부를 판단한 뒤 그 중 올해의 논문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2021년 올해의 논문상은 박 박사의 ‘Picturing the Divine Agents of Food Bestowal: The Seven Buddhas in the Sweet-Dew Painting of the Chos˘on Period, 1392~1910’이 선정됐다. 김 교수가 런던대학 소아스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Sabangbul during the Chos˘on dynasty: regional development of Buddhist images and rituals 조선시대의 사방불: 불교 이미지와 의례의 지역적 발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로 그 논문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학회의 설립 목적과 올해의 논문상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위상, 투고 지침 및 간행 규정에 논문상의 선정기준 및 절차를 둔 취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2023년 11월6일 제242회 이사회서 ‘2021년도 올해의 논문상’ 선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김 교수는 “뒤늦은 결정이지만 학회 이사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며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대한)올해의 논문상 철회는 제보자인 나보다 학회의 명예와 상의 권위를 위해서 마땅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의 뒤늦은 조치에 몇 가지 의문점을 드러냈다. 먼저 공지 게시 시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의사회 의결은 지난달에 해놓고 공지는 한 달 뒤에야 올라온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지난 4일은 새 학회장 선출을 위한 온라인투표 마지막 날이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심의 결과 및 조치와는 별개로 갑자기 올해의 논문상 선정을 취소한 배경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에 처음 표절 의혹을 제기할 때부터 올해의 논문상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위원회의 최종 심의 결과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제재 조치에도 없었다.

김 교수는 “공지를 읽어보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일단 논문 저자의 이름이 빠져 있다. 또한 왜 올해의 논문상 수상을 철회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누락돼있다. 이런 공지는 육하원칙에 따라 누구의 어떤 논문이 무슨 이유로 문제가 돼서, 학회가 어떤 근거를 통해 수상을 철회한다고 내용을 적시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학회 명예·권위 위해 마땅”
공지에 철회 이유 등은 빠져

한국미술사학회는 “일련의 진행 과정서 공정하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정관을 비롯한 제·규정을 준수했으며 모든 심의를 진지하고 충실하게 논의해왔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올해의 논문상 수상 철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공정하게 처리했다’는 부연 설명만 가득한 한국미술사학회의 공지는 제보자는 물론 학회 회원에게도 일방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국미술사학회서 박 박사의 학술논문에 철퇴를 내린 것과는 별개로 박사논문이 추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박사는 <미술사학연구>에 학술논문을 투고하면서 2018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Shaping the Economy of Salvation: The Gamno Paintings of the Joseon Period(1392-1910)’의 챕터 4장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학술논문에 대한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상 박사논문에 대한 검증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미술사학계 관계자의 생각이다. 이 과정서 박 박사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지도교수의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교수, 피어 리뷰를 진행한 교수 등 여러 차례 검증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절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한국미술사학회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아쉬움 남아

김 교수는 “학회는 학회 회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집행부는 회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리로 학회를 운영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몇몇 소수가 학회를 대표한다고 오인해 학회를 지배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사유화하고 있다. 일반 회원과 집행부의 거리는 천지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가 창립부터 이 자리에 오기까지 헌신하고 노력한 많은 원로께 누가 되지 않도록 기본 원칙을 돌아볼 때”라며 “한국미술사학회는 군림하지 않고 회원의 권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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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본 ‘윤석열 석방’ 조건과 특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본 ‘윤석열 석방’ 조건과 특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사표를 내던졌던 인물이 있다. 바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다. 그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얘기했다.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류 전 감찰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현재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수차례 의문을 던졌다.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외의 예외를 적용해서 풀어줬다. 이해가 안 간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언성을 높이며 한 말이다. 그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풀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를 제외한다고 해도 계엄에 연루된 인물들의 행보를 보면 검찰과 윤 대통령 측이 ‘운명 공동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게 류 전 감찰관의 주장이다. 공동체처럼 움직인다 윤 대통령은 현재 구속 취소가 인용돼 서울구치소서 한남동 관저로 돌아갔다. 검찰은 ‘즉시항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나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풀어줬다. 류 전 감찰관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검찰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 화가 날 정도로 어이가 없다. 검찰 내부에도 무슨 생각으로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후배들이 상당하다. 심 총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즉시항고를 포기해도 절차적 문제가 남아 논란이 됐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의 실익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류 전 감찰관은 윤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 법무부와 검찰서 근무한 기간 27년 6개월 내내 윤 대통령과 같은 검찰청서 근무하지도 않았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사표를 내던질 수 있었던 건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없었기 때문일까? 류 전 감찰관은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니었어도 과감하게 사직했을 것이다. 법률적으로 하자 투성이다.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적 정의도 갖추지 않은 상태이기에 불법 계엄이었다. 또 경고성 계엄 또는 2시간짜리라면서 다친 시민이 없었으니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미친 소리”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 정신 나간 결정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입은 사회·경제적 손실은 누가 감당하나. 온전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집이라도 팔아서 그 손실을 메운다고 해도 용서하는 국민들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렇게 반대했더니 좌파가 됐다. 난 좌우가 아니고 그냥 낭만파”라고 강조했다. 류 전 감찰관은 “법은 가장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지금 윤 대통령은 직접 헌재에 나가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잡범을 뛰어넘는 영리하고 악랄한 ‘법꾸라지’”라고 지적했다. “심우정 총장 무슨 생각인지” “김주현·박성재도 수사해야” 그는 “심 총장도 그러면 안 된다. 즉시항고 위헌 사례를 언급했었는데 어느 피고인에 대한 사례인지 아느냐. 이름 모를 평범한 사람이었다. 윤 대통령이 ‘평범’한 사람인가? 국사범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자를 두고 무슨 인권을 논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류 전 감찰관은 “윤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해서 의견을 개진했기에 불법 구속으로 인해서 본인이 충분히 방어하거나 헌재서 변론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서 구속된 이후에 일체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수처 기록이 헌법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게 없는데,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헌법재판관 분들의 심증을 형성하는 데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이라는 건 단순하게 헌법 위반 사실이 있느냐를 떠나서 이 사람에게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이 있는지, 앞으로 공직 수행을 맡겨도 되겠는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런 때 헌법 수호의 결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제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 싶다. 징계 처분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했는데 이 사람이 계속 공직을 수행케 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며 “그렇기에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저는 당연히 인용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쪽이든 간에 8대 0으로 결론을 내려주실 필요가 있고 오히려 6대 2, 5대 3 이런 식으로 결론 난다면 헌법재판관 개인에 대한 공격은 물론이거니와 법조 전체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악랄한 법꾸라지 윤 대통령의 석방 이후 타격을 입은 건 검찰뿐만이 아니다. 공수처도 수사권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문에는 이례적으로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가 언급됐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검찰이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했다고 주장했는데, 담당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나아가 재판부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논란이 있다고 밝히면서 유·무죄가 아닌 공소 기각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검·경, 공수처는 비상계엄 이후 총 20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은 각종 논란으로 대법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류 전 감찰관은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수사가 3주간 지연됐었다. 체포영장 청구 과정서도 수일이 소요됐다. 수사 적기를 놓친 것이고 여러번 실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며 “고질적인 인력난이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부족한 수사 경험으로 인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과 협력이 잘 이뤄졌다면 즉시항고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공수처 수사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즉시항고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관련된 정확한 규정이 없어 법원서 종국적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기존의 관행과 검찰의 시스템을 보면, 구속기간은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계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구속기간 만기 부전지’를 붙이고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계산한다. 그런데 이번 법원의 결정은 이런 관행과 법률 규정에 따른 계산을 벗어난 것인 만큼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누구나 아는 벗어난 계산 그는 “구속기간은 신분을 떠나 만약 도과했다면 어떤 경우에도 석방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구속 취소 사안의 경우엔 풀어준 뒤, 직권으로 다른 범죄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 재구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찰과 군검찰과 협력하는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을 꾸렸다. 공조본은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보다 많은 인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검찰 특수본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사 대상인 인물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실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계엄 관련자들은 검찰에 자진 출석하거나 증거 물품을 제출하는 등 공조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계엄 수사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불출대장이 그렇다.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공수처 수사권 보완 필요…검, 권력 단절 시급 “탄핵 인용 법률적 문제없어…3월 안에 끝내야”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의지가 상당히 강했고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류 전 감찰관은 “물밑 협조까진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 그래서 김 전 장관이나 계엄 피의자들이 믿을 만한 검찰을 택하지 않았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박 장관이나 김 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봐라.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도 박 장관과 이 전 장관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만 답보 상태에 있다. 어차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되는데 봐줄 것이라는 게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 수사 의지가 아니라 애초 ‘선배 대우’를 하려는 분위긴데 이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당장 특검을 해야 한다. 내란 사태의 경우, 과거 12·12 사태를 보면 15년이 지나서 검찰이 수사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선배 대우 류 전 감찰관은 현재의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조직으로 비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편향적인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논의하기에 앞서 정치권이나 실세들과의 단절이 필요하다. 인적이든 물적이든 가리지 말고 청산하고 갈아엎어야 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소권 분리 등을 통해 검찰을 아무리 개혁한다고 해도 또 과거로 회귀한다. 검증된 방법을 통한 개혁이 필요한데 검찰의 통제 수단으로 탄생한 공수처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