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보안각서’ 쓰고 깜깜이 밀실 회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맞잡은 손은 접착제를 붙여놓은 듯 떨어질 줄 몰랐다. 뭔지 모를 것을 지키기 위해 둥글게 둘러선 채였다. 썩고 있는 고인 물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물 튀는 소리를 감추려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웅크렸다. 곧이어 수면이 잠잠해졌다. 물은 다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한국과 관계지역의 미술사 연구를 위해 1989년 9월18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1960년 8월15일 고미술품 애호가였던 전형필·최순우·진홍섭·황수영·김원룡 선생이 모여 만든 고고미술동인회가 전신이다. 2020년 60주년에 이어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았다.

창립 63년
미술사 연구

최근 한국미술사학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원 간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최근 표절 제보 건에 최종 심의 결과와 제재 조치를 내놨다. 제보자가 문제를 제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 과정서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모 교수는 2012년 영국 소아스 런던대학교서 ‘Sabangbul during the Chos˘on  dynasty: regional development of Buddhist images and rituals 조선시대의 사방불: 불교 이미지와 의례의 지역적 발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박사학위 논문의 챕터 4~5장을 정리해 한국미술사학회에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표 당시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경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제작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같은 주제의 논문을 보게 됐다. 김 교수의 20년 지기인 재미교포 박모 박사가 <미술사학연구>에 발표한 ‘Picturing the Divine Agents of Food Bestowal: The Seven Buddhas in the Sweet-Dew Painting of the Chos˘on Period, 1392-1910’ 학술논문이다. 

<미술사학연구>는 한국미술사학회서 발행하는 학술지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은 2020년 <미술사학연구> 307호에 실렸다. 박 박사는 학술논문에 관해 2018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Shaping the Economy of Salvation: The Gamno Paintings of the Joseon Period(1392-1910)’의 챕터 4장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에 투고한 학술논문은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의 논문상은 <미술사학연구>에 게재된 신진 학자의 직전 해 논문 중 선정된다. 심사위원 3명의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쳐 논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고 이사회 논의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구조다.

김 교수는 박 박사의 학술논문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중 4장(The Esoterization of Sabangbul: The Five Tathagatas and the Sisik Rite in Kamno-t’aeng, 사방불의 밀교화: 감로탱에서의 오여래와 시식의례)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주제와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학술논문뿐만 아니라 박사학위 논문에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창립 이후 첫 표절 시비 휘말려
9개월 만에 결론 ‘경미한 정도’

김 교수는 “제 논문과 같은 내용을 유사 단어로 대체하고 문장과 구조를 바꿔 문단 사이에 삽입하는 등 표절에 걸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작업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와의 친분이 동료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만나고 같이 외국 여행을 가는 등 15년 이상 교류한 사이였다는 것이다. 


특히 박 박사가 소아스 런던대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무렵인 2016~2018년에는 이전보다 훨씬 자주 교류했다고 덧붙였다. 대화 내용은 감로탱, 밀교, 의례집 등 두 사람의 논문 주제였다. 하지만 2018년 6월 박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심사를 통과한 이후 거짓말처럼 연락이 끊겼다. 

이후 박 박사는 김 교수의 전화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박 박사가 내 논문을 표절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년간 아낌없이 도움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이용한 뒤 모른 척 한다고 생각해 마음이 상한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김 교수가 박 박사의 논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12일 한국미술사학회에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박사가 자신의 논문과 동일한 주제, 소재, 방법론을 따르면서 주석이나 참고문헌 등에 인용 표기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어 ▲핵심 단어를 유사 단어로 대체 ▲같은 내용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패러프레이징) ▲단락의 순서를 바꾸거나 중간에 다른 내용 끼워넣기 등의 방식으로 표절 검사를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의 표절 행태는 대학과 학계를 상대로 한 고의적이면서 전면적인 사기 행위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응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김 교수의 박사논문과 박 박사의 학술논문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표절 제보 건에 대한 연구윤리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르면 “(박 박사의 학술논문이)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규정에 의거 제5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사’항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경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 제기 전
알 수 있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규정 제5조 사항은 ‘그밖에 각 학문분야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연구윤리위원회의 판단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제5조 다항에 명시하고 있는 ‘표절’ 대신 이른바 ‘기타’에 해당하는 조항을 적용한 셈이다.

제5조 다항은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결과, 분석된 데이터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도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거나 이미 출판된 내용을 자신의 다른 논문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연구윤리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두 논문의 소재 및 주제 간의 유관성은 존재함이 인정되나’ ‘기존 논문(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각주 및 인용의 미비는 확인됨’ ‘인용이 충분치 못했음이 인정됨’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제5조 다항서 정의하는 표절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일반적’ ‘보편적’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학계의 일반적 허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도용을 의심케 할 수위의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음’이라는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박사가 학술논문에 활용한 문헌이나 분석 방법 등이 미술사학계 연구서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김 교수와 박 박사의 논문을 두고 비교한 외국의 한 교수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한 이정희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서 “2020년 출간된 관련자(박 박사)의 학술논문은 표절 의혹 제기자(김 교수)의 논문 챕터 4와 그 주제, 소재, 결론이 아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표절 아닌
기타 적용


이어 “문제는 이 논고와 연관성 있는 제기자의 논문이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고 인용 표기도 없고 참고문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학술논문서 가장 중요한 ‘독자적 연구는 무엇인가’에 대해 박 박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학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라며 “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소재, 주제가 같고 전개 방식과 흐름이 같으며 결론도 같은데 어떠한 인용 표시도 없는 것이 한국학계에 통용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재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위원회는 김 교수의 요청을 기각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심의 결과가 나온 5월 이후 박 박사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일에야 연구윤리규정 제12조(판정 및 제제조치) 나항 3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본회 홈페이지와 학술지에 해당 사실과 조치를 게시’한다는 내용이다. 올해의 논문상에 대한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박사의 지도교수를 비롯해 동료평가를 진행한 심사위원, 전·현직 이사회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사학계 관계자는 “김 교수의 논문이 10년 전에 나왔고 지도교수나 심사위원, 이사회서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학술논문이)표절 시비에 휘말린 이상 도의적인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연구윤리위원회 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중이다. 위원회 구성은 물론 위원장 호선에 이르기까지 ‘깜깜이’로 이뤄졌기 때문. 현재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장모 교수는 물론 이사진은 연구윤리위원회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일반적으로 연구윤리규정에는 ‘기피·제척·회피’ 조항이 포함된다. 제보자나 피조사자가 연구윤리위원에게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기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보자 혹은 피조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윤리위원장
“규정에 없어 공개 안 했다”

김 교수는 연구윤리위원을 알려 달라고 한국미술사학회에 요청했지만 “알아서 잘 구성했다”는 장 회장의 말만 들어야 했다. 실제 장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학연, 지연 등을 전부 배제하고 위원을 선별했다”면서 “연구윤리규정에 연구윤리위원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없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윤리위원들은)연구윤리위원을 맡았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위원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 일부는 이른바 ‘보안각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구윤리위원장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가 언급한 인사는 극구 “아니다“라면서 “학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을 역임했고 문화재청 유관단체서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해당 인사는 “오랫동안 학회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박 박사를 알지 못하고 본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박 박사의 올해의 논문상 수상 경위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및 심의 결과가 나온 과정 등을 담은 <일요시사>의 서면 질의에 “학회도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심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자율성과 권한을 최대한 보장했다”고 답변을 전해왔다. 

김 교수는 올해의 논문상 수상 취소, 한국미술사학회 정회원에게 전달되는 소식지에 박 박사의 연구윤리 위반 내용 기재 등의 조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솜방망이’ 조치를 취한 이상 서울대를 비롯해 외부 편집위원, 해외 미술학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는 이번 사건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의 지도교수는 박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서울대 이모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침묵을 깨라”고 일갈했다. 또, 장 회장에게도 편지를 보내 한국미술사학회 차원에서 공정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미술사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술사를 공부할 당시 해외 논문을 그대로 베낀 국내 논문을 본 적이 있다”며 “내용을 공유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외국은 난리
국내만 조용

실제 장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두 차례 통화서 “다른 데(학회)도 이런 문제가 많은데 왜 우리 학회만 취재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게 기사 쓸 거리가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 정회원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학회와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자신은 한국미술사학회와 어떤 고리도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학회장이 찾아왔을 때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표절은 있지만 표절 시비는 없었던”(미술사학계 관계자) 한국미술사학회는 이제야 연구윤리규정을 뒤적이면서 해석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63년 만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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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