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후기‧협박에 고통” 갑질당한 카센터 사장의 토로

벤츠 GLS 소음 수리 1년 후 업체 A/S 요구
온라인 카페에 상호 적시…악의적 글 올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나름 양심과 신념을 갖고 장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사장님(고객)에게 부끄러운 게 없네요.”

지난 14일, 대구 봉무동서 ‘이시OOO’라는 소규모의 카센터를 운영 중이라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이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부도덕한 업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일을 겪었다”며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회원 A씨는 “눈팅만 하다가 이런 글을 올리게 돼 송구스럽다. 악의적인 글에 해명하기 위해선 등업 과정을 거쳐야 해서 자동차 대표 사이트 격인 보배에 글을 올린다”며 “장문의 글이라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5월9일, 고객 B씨가 해당 카센터에 벤츠 GLS 차량의 하체 소음 수리를 의뢰했다. 해당 증상은 ‘이미 타 업체서도 수리를 포기했다’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데다 정비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울 것 같아 ‘제 차량이라면 수리 진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A씨의 이 같은 설명을 들은 B씨는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분이 없었다’며 ‘힘들더라도 여기서 수리를 진행하고 싶다며 작업을 맡겼다.

A씨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분명히 고지를 드렸는데 입고 다음날부터 독촉했다. 대구에 재고가 없어 부품 수급에 시간이 걸렸는데 교환 후 소음의 개선은 미미했다”며 “다시 점검한 후 허브 및 허브 베어링을 재조립하자 확연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는 교환이 정답이지만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이 되는 부분이니 차주분에게도 설명을 드리고 소음 개선 정도로 출고하기로 했다”며 “저격글에는 저희가 5번이나 시간을 어겼다고 하시는데 억울하다. 정비시간을 왜 고객 마음대로 정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언제까지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통보하는 식이었는데 반해 A씨는 ‘노력해보겠다’고 응대해 결국 약속을 어긴 게 됐다는 것이다. 소음 작업은 ▲10일 입고 후 점검 ▲12일 타이로드 부품 입고 후 개선 없음 통보 ▲13일 재점검(15일 주말) ▲16일 점검 완료 ▲17일 출고 요청(야간 출고 원했으나 외근 관계로 미출고) ▲18일 출고 순으로 이뤄졌다.

A씨는 “21일에 타보고 만족하시면 결제하라고 했다. 저격글에는 전혀 수리가 안됐다고 하는데 문자메시지를 봐도 개선이 됐고 고객님은 시운전 후 재방문해서 결제했다”며 “19일에 미약한 소음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하시길래 재조립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교환이라고 설명드렸고 비용 문제로 그냥 타시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 A씨는 363일 만인 지난달 16일, B씨로부터 “A/S를 받고 싶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시 작업 중이었던 A씨는 전화를 받지 못했고 체크도 못했다. 이틀 뒤 다시 전화를 받은 그는 “죄송하다. 입고 차량이 많이 밀려 있다”고 상황 설명을 했는데 B씨로부터 ‘방금 통화는 돈 안 되고 힘든 일은 안 하겠다고 들려서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A/S가 안 된다’도 아니고 저희 사정 설명드리고 조금 기다려주셨다가 예약을 해달라는 건데 왜 이런 문자를 받아야 하는지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저희는 실제로 5월18일부터 6월5일까지 내부 공사 관계로 선입고된 차량만 작업하고 신규 입고 차량은 받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 후 지난 13일 ‘편한 시간에 방문하겠다’고 하시길래 일이 많이 밀려 있어 편한 시간이 없다. 사장님 편한 시간을 말씀하시면 최대한 맞추겠고, 그것도 어려우면 비슷한 시간에 봐드리겠다고 말씀드리니 화를 내면서 환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일방적인 말씀만 하시고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바쁜 시간에 시간 뺏기는 게 더 손해겠다’고 판단해 ‘부품은 사용된 것이니 공임 부분을 환불해드리겠다’고 했는데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신고하겠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 등과 함께 조롱 섞인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저희 업체를 아시는 분은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또 좋게 봐 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나름 전 양심과 신념을 갖고 장사하고 있다”며 “저 사랑님한테 부끄러운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영업 정말 힘드네요. 저 분도 장사하시는 분이던데, 상호 다 노출시키고 없는 말 지어내고 이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앞서 지난 13일, B씨는 해당 차량의 네이버 카페에 ‘대구 봉무동 OOO오토 리페어 서비스 차량수리 이용 후기, 회원님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긴글) 꼭 읽어봐 주십시요’라는 글을 올렸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제목에는 업체명을 ‘OOO’으로 표기했지만 해당 글의 본문에는 그대로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에 작성됐고 업체의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주장만 담아 A씨 및 업체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악의적’인 글이었다. 

실제로 해당 카페 글에는 ‘이차 펑크 낼 때부터 손절했어야 한다고 본다. 완전 쓰레기 업체네요’ ‘기본이 안 돼있는 곳 같다’ 등 A씨와 업체를 비판하는 22개의 악플이 달렸다. 현행 허위 사실 유포 시 형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글은 작성 후 1시간 만에 다른 보배드림 회원 ‘달려라OOO’의 댓글로 회원들의 화력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자신을 ‘지금은 퇴사하고 조그마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벤츠 GLS 차량이 입고됐을 당시에 해당 업체서 근무했던 직원’이라고 밝힌 이 회원은 “차량이 입고된 후 사장님과 같이 일하는 형님, 동생과 함께 4명이서 소음 잡아보겠다고 시간 날 때마다 시운전하고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게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주분은 모르시겠지만 많은 차량이 입고돼 작업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소리를 잡아보겠다고 사장님 및 직원 모두가 많은 노력을 했다”며 “차주분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카센터의 잘못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청했다.

이어 “OOO오토 사장님, 정말 양심적으로 가게 운영하시는 분이다. 조금 더 싸게 해드리려고, 과잉정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고, 혹시나 오진단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면서 그에 따른 손해도 많이 보신 분”이라며 “1년이 지난 A/S는 그 어떤 업체서도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A/S 처리를 위해 노력하시고 환불까지 진행해주시려는 OOO오토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원은 “얼마 전, 악성후기 글쓰고 베스트글 올라갔던 사람인데 진정서 작성하고 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세요”라고 응원했고 대부분의 회원들도 “카푸어인가? 1년 지나서 A/S? 허허, 나원 참… 뭐든 적당해 해야” “자영업은 진짜 극한직업인 듯…진상들이 너무 많다” 등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자 당사자로 보이는 보배 회원은 댓글을 통해 “저의 온라인상 카센터 후기로 글을 작성하신 대표님께 사과 말씀드린다. 이런저런 상황 얘기하지 않겠다”며 “성인으로 대표님의 불성실한 응대에 미숙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숨어서 제가 겪은 걸 말하고 퍼뜨렸으니 갑질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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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