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대학 전공의 폭행사건’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조선대학교병원 측에서 사흘 만인 지난 23일, 사과문을 게재하고 공식 사과했다.
조선대학교병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김경종 병원장 명의로 “저희 병원 지도교수의 전공의 폭력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전공의 선생님과 선생님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인술을 베풀고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병원이라는 의료 현장서 이런 비인간적인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와 의료계에 큰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여러번의 폭력이 이뤄졌음에도 병원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해 참담함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뉘늦게나마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 즉시 가해 교수와 피해 전공의를 분리조치했으며 교육수련위원회를 소집해 진상파악과 함께 피해자 보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현재 해당 가해 교수는 모든 직무가 정지돼 외래, 입원 및 수술 등 진료 행위는 물론 교육에 관여하지 않도록 조치됐다. 또 대학 인권성윤리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원칙적이며 공정한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김 원장은 “앞으로 이런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통해 폭력 예방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보완해나갈 것이며 최우선적으로 피해를 입은 전공의가 추가 피해 없이 심신 회복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제도 개선과 함께 수평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존중과 배려 문화 확산에도 힘쓰겠다. 어떤 상황서도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기에 병원장으로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52년간 시민들과 함께한 지역 사립대병원으로서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학병원 전공의다. 상습폭행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최근 병원서 담당교수에게 상습폭행을 당해온 전공의다. 이 일이 묻히지 않고 추후 다른 전공의들과 전국의 모든 전공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녹취록과 동영상을 함께 첨부했다. 이후 추가 녹취록 2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첫 번재 녹취록에는 가해 교수가 A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수차례 폭행을 가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녹음돼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녹취록에도 가해 교수의 폭행에 따른 A씨의 외마디 소리가 등장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지도교수는 A씨를 지속적이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다수의 환자들이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는 물론, 외래환자 앞에서도,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폭행을 당했다.
때론 따로 불려가서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기도 했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으며 목덜미가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다. 심지어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
A씨는 “폭행을 당하면서도 가르침을 받는 전공의라는 신분과 지도교수라는 위치 차이서 오는 두려움은 너무 커서 꾹꾹 눌러 참으며 지냈다. 전공의 4년 차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까지 ‘한 번만 더 참자. 하루만 더 참자, 나만 모르는 척 하면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주문을 외며 스스로 무던히도 달래고 위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려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고 누군가에게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며 나아가 결국 본과, 본원, 의료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서 본원 출신 선배님들도 해당 교수에게 구타당한 경험이 있고 이런 폭행이 계속해서 이어져왔음을 알게 됐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 사회서 시대에 동떨어진 개탄스러운 현실을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고 후배 전공의들의 개선된 수련 환경과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주길 바라며 전문의 시험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학업 환경 및 근무 일수에 지장이 없도록 교육수련부 차원서 보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병원서 간호대학교 실습을 했다’는 보배 한 회원 B씨도 “전공의 선생님께서 올렸던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려지긴 했지만 딱 보면 바로 알겠더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대학 공대 졸업생이고 졸업 몇 년 후에 집 근처 간호대 가서 3학년 2학기 때 병원 수술실서 실습했었고, 4학년 1학기 때 응급실 실습했다”며 “다들 좋으셨는데 일부는 눈살 찌푸려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때는 힘없는 실습학생이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아주 고질적인 문화는 징글징글했다. 교수면 다냐? 전공의 선생님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폭언에 폭행을 하느냐?”며 “조용히 따로 불러서 잘못한 부분을 알려주셔도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B씨는 “안 그래도 필수과 인력 없어서 지방의료 붕괴된지 오래인데…의대 졸업생은 아니지만 창피하다. 이러니 지방대라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병원은 가해 교수 해임해야 한다. 간호사이기 이전에 환자 입장서도 저런 의사는 10트럭 갖다줘도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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