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1일, 인천 OO포구에 들렀다가 꽃게를 구매해 집으로 와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다 떨어진 상태의 꽃게가 아이스박스에 담겨있었다는 황당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됐다.
자신을 인천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이날 ‘땡땡포구 꽃게 구입 후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간 인천 살면서 몇 년간 거들떠도 안 봤던 OO포구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왠지 가보고 싶길래 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건전한 마음으로 갔다가 입구 쪽 1만3000원짜리 생선구이를 먹었는데 속초의 1만5000원짜리보다 구성도 좋고 맛도 좋았다”며 “‘드디어 땡땡포구도 바뀌었구나’ 생각에 대야 안에 펄펄 뛰고 있는 꽃게를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집으로 왔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스박스를 확인한 A씨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싱싱한 꽃게들을 골랐는데 제대로 다리가 달려 있는 꽃게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님들, 꽃게는 얼음 채우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다리가 사라지느냐”고 반문하며 다리가 잘려나가 있는 6마리의 꽃게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A씨는 “참고로 아이스박스 안에 떨어진 다리는 없다”며 “나머지 한 박스도 사진은 없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회원님들 시간 되시면 사진 속의 꽃게 다리 좀 봐 달라. 웃음만 나온다. 내 생애엔 더 이상…(OO포구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해당 글에는 1540명이 추천 버튼을 눌렀으며 2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OO포구의 이 같은 장사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들이 주를 이뤘다.
게시글에 보배드림 회원들은 “OO포구라고 왜 말을 못해요” “포장 또는 가게서 먹고 갈 경우 수산물을 고른 다음에 포장 또는 손질 과정을 지켜보고 있어야 된다. 저울 속이기는 이제 일반인들이 모두 아는 상식이 된 지라 그것만 신경 쓰고 구입 후에는 마음을 놓는데 악덕 업주들이 그걸 노린다”며 “생선 고른 손님을 식당 내부로 안내하면서 상태가 좀 떨어지는 다른 생선으로 바꿔치기 하는 방식으로 회 일부만 뜨고 남겨뒀다가 다른 손님상에 합쳐 내놓기도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회원 ‘스마트한OOO’은 “20년 전, 신혼 때 장모님께 게장 담궈드시라 OO포구서 꽃게 사다드렸는데 상인이 보여준 것과 다른 시들한 꽃게가 있었다. 결국 게장은 못하고 탕으로 끓여먹었는데 이때 트라우마가 생겨 이후로 절대로 가지 않고 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박스 안에서 지들끼리 뜯어먹었다고 그럴 사람들이네” “이건 장사가 아닌 사기질이다” “부두 근처 사시면 남항유어선부두에 오후 4시쯤 가셔서 꽃게배 들어올 때 직거래로 사셔라” “글만 봐도 OO포구 비린내가 생각나네” “무인도서 사셨나보군요. 이제껏 모르셨다니…” 등의 댓글도 달렸다.
해당 글이 베스트에 오르자 A씨는 지난 23일엔 ‘OO포구 꽃게 구입 후기를 쓴 호구;;;입니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그는 “속상한 마음에 보배 형님들께 푸념이나 늘어놓고자 글을 썼는데 일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며 “다시 한번 보배의 화력을 몸소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고 전했다.
이어 “지극히 평범한 저 같은 사람에게도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하루였다”면서도 “마음만 감사히 받고 더 이상 일을 키우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이쯤 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더욱 더 공론화시켜 해당 업체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싶지만 제가 방문했던 생선구이점 같은 기분 좋은 가게까지 피해가 갈까 하는 염려도 있다”며 “OO포구 관계자께서도 도와주시겠다는 것으로 봐서 그쪽 분들도 인지하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욕심일지 모르겠으나 부디 제 작은 경험담이 불씨가 되어 인천 남동구청, OO포구 수협분들이 더 노력해서 ‘OO포구 다녀왔다고 호구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글 작성자의 의도와는 달리 보배 회원들은 업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것저OOOO’ 회원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 결국 이렇게 이슈가 된 이상 모든 업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업체 공개를 하지 않는 게 과연 모두의 피해를 막는 것인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 같다”는 댓글은 404명의 추천을 받아 1등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2등 베스트 댓글도 “결론은 일이 커지니 겁이 난다‘는 내용이군요”(추천 수 358), 3등은 “자성의 목소리요? 풋! 퍽이나…”(추천 수 251) 댓글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해당 업체를 공개해야 그 집에 사람들이 안 갈 거 아닙니까?” “OO포구 양아치 짓이 1~2년이냐? 20년도 넘었다. 자기네들도 알 것이다. 절대 안 바뀌는 동네다” “장담컨대 절대 안 바뀐다. 그냥 재수 없었다 치거나 신경도 안 쓰고 돈 버는 데 혈안이라 더 악질적으로 행할 것이다. 어차피 한 달이면 잠잠해질 것” 등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피해자가 (공개를)하지 않겠다는데 왜 제3자들이 피해자에게 돌을 던지느냐?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행세하고 있다”며 글 작성자를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다른 회원도 “아무나 자유롭게 글 쓰는 커뮤니티에 본인 푸념글 올린 것도 문제냐?”며 “글쓴이가 본문에 ‘억울하다,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개인 푸념글인데 그걸 보배 몇 명이 일 키워놓고 왜 글쓴이에게 뭐라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댓글로 찬반 논란이 일자 그는 추가 글을 통해 “해당 업체에 따로 연락해본 적 없고 몰래 업체와 개인적 합의 볼 만큼 ‘양아치’로 살아오지 않았다”며 “예전 먹튀 사건처럼 싸잡아 취급하시면 정말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판단이겠지만 작은 경험담이 뉴스에 나왔던 만큼 효과는 어느 정도 냈다고 판단된다”며 “제 작은 글을 보고 OO포구를 찾아 저와 같은 호구를 당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혹여 부득이 찾게 도더라도 선택한 꽃게가 박스에 담기는 과정을 지켜볼 텐데 제가 글을 올린 취지와도 딱 맞다”며 “오늘 내일 일도 아니고 저 또한 OO포구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 스스로 이렇게 정신승리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결코 후진기어 넣는 거 아니다. 바꿔치기했다는 목격자나 동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돼 준비도 없이 섣불리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끝까지 간다는 판단 하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이 계시면 쪽지로 연락처 주시면 제가 연락드려 방법을 배우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