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볼펜에 진심이었던 어느 보배인의 최후

쓰다가 남은 볼펜심으로 다수 실험 및 후기
“실험정신에 경의” “스카웃해가야” 등 화제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필기구 제조 전문업체 모나미의 장수 볼펜인 모나미 153 볼펜에 대한 한 누리꾼의 실험 후기가 누리꾼들 사이서 화제를 흩뿌리고 있다. 2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모나미 153 볼펜에 대한 집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직접 해당 실험을 했다고 밝힌 A씨는 이날 “모나미 153 볼펜심을 갈고 1/4 정도 썼는데 또 안 나오길래 초록창 지식인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 집착을 해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에 1/5을 쓰고 놔둔 심과 이번에 나오지 않는 1/4 사용 심으로 초록창 카더라 실험에 돌입한다”며 10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에는 새 것, 1/4 및 1/5 사용한 볼펜심, 디지털 초시계 및 디지털 체온계와 볼펜심, 테스트 결과지, 싱글광택기까지 등장한다.

A씨는 “날이 추워 잉크가 굳어 안 나오는 것이니 따뜻하게 하면 나온다고 하길래 체온계 맥시멈 범위인 45도를 넘겨 H가 뜨도록 핫팩을 데워 10분간 열찜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4, 1/5 사용한 볼펜심을 종이에 연속적으로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1/5 사용한 볼펜심은 끝까지 잘 써졌지만 1/4 사용 볼펜심은 세 번째 줄 중간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흐려졌다.

그는 “열찜질 10분 후의 결과는 1/5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1/4은 어느 정도 나오다가 다시 흐려진다. 1/5 남은 것도 좀 더 쓰니 나오지 않아 다음 실험으로 넘어간다”며 라이터와 볼펜심 사진을 첨부했다.


이어 “라이터로 볼펜 끝을 태워주면 잘 나온다고 해 라이터를 이용해 볼펜 끝을 지져본다”며 테스트 결과지를 공개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테스트해본 결과 라이터로 볼펜 끝을 태우는 방식도 별 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A씨는 “핫팩에 10분 찜질한 것보다는 좀 더 오래 나오기는 하는데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흐려지면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라이터로 볼펜 끝을 지지는) 방법은 심을 잘 보시면 플라스틱 튜브가 조금 녹아 있다. 열을 가하는 방법과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효과가 그닥 좋지 않다”고 싱글광택기 상단에 볼펜심을 붙인 사진을 공개했다.

빠른 회전을 이용한 원심력으로 볼펜 잉크를 최대한 볼펜 끝으로 모을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음 방법으로 입으로 뒤쪽을 불어 잉크를 밀어주거나 흔들어 잉크가 앞쪽으로 쏠리도록 하면 된다고 해서 좀 더 편하고 과학적으로 더 강한 힘을 주기 위해 싱글광택기라는 도구를 이용해 본다”고 소개했다.

A씨는 볼펜심을 떨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부착한 뒤 2분 동안 싱글광택기를 작동시킨 후 동심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써 지는지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단순히 라이터로 열을 가하는 것보다 약 2배가량 지속적으로 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얼마 가지 않아 흐려졌고 결국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A씨가 첨부한 싱글광택기 테스트 종이 사진으로 라이터로 지진 후 테스트엔 1/4, 1/5 볼펜심의 2개가 두 줄 형식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반면, 광택기 테스트지엔 한 줄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A씨는 “2분을 돌려준 결과 가장 오래 잘나오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하고 흐려져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 볼펜심은 2개였는데 1개는 어디 갔느냐? 그 이유는…원심분리 도중 아까 녹았던 펜의 끄트머리 부위가 날아가서 산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잠시 찾지 마시라. 바닥과 벽 쪽이 난장판이 돼 알콜 들고 닦으러 간다. 벽은 새로 도배해야겠다”고 우울해했다.

아울러 “나오지 않는 400원짜리 모나미 153 볼펜의 집착에 대한 결론은 실험하는 데 총 4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고, 제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해 효율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뻘짓이었다”며 “153 볼펜 쓰다가 안 나오면 100원 비싸도 끝까지 잘나오는 153 시리즈의 153 COOO이나 153 SOOOO, 1000원 비싼 FXOOO 쓰시길 추천드린다”고 마무리했다.

A씨의 투철한 실험정신에 보배 회원들은 “심심하신가 봐요. 정성스러운 실험이라 추천드려요”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웃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웃으면 안 되는데 ㅋㅋㅋ” “고생하셨다. 얻어진 결과가 너무 조촐해서 안습이네요” 등 놀라우면서도 재밌다는 반응이다.

이 외에도 “대단하시다. 좋은 정보 감사하다” “부자들의 실험정신과 집착이란…” “실험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와, 이런 분들이 역사를 만드시는 것 같다. 모나미는 이런 분을 스카웃해서 하루 종일 볼펜 테스트시킵시다” 등 재치 만점의 댓글들이 달렸다.

“세상 할 일 없네요”라는 댓글에 A씨는 “초록창의 카더라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슬프다”고 호소했다. 다른 회원이 “(글 보고)병원서 미친 듯이 웃고 있다”는 댓글에는 “제 자리 벽과 책상은 어쩌죠”라고 대꾸했다.

투철한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해당 후기글은 게시 2시간 만에 2만50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조회했으며 100개의 댓글과 611명 회원들의 추천을 받았다(21일 오후 1시30분 기준).

한 보배 회원은 “팁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저렇게 쓰다가 안 나오거나 오래 방치했다가 쓰려면 종이컵에 5분가량 따뜻한 물 담아서 쓰면 요즘 애들 말로 엄청 잘 나온다”며 팁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모나미 측은 “문구류의 경우 소모품으로 영구적인 사용이 어렵다. 시일이 지나면서 잉크의 건조와 분리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잉크를 담고 있는 파이프나 필터의 잉크가 굳어버리게 되면 재사용은 힘들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뜨거운 물을 사용하거나 볼을 불에 달굴 경우 제품 손상 및 잉크 유출 위험이 있다”며 “잉크 재사용에 대해선 별도의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9일에도 ‘모나미 153 볼펜’이라는 제목으로 “필사할 때 153 볼펜을 쓰는데 2년 전 즈음부터 오리지널 153은 0.7mm건 1.0mm건 심하면 1/5, 보통은 1/4 정도 쓰면 안 나오는 고질병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글을 올렸던 바 있다.


그는 “솔직히 끝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이소서 파는 손소독용 에탄올을 주사기나 분무기에 담아 뒤에 1cm 정도 넣어주고 일주일 정도 눕혀두면 1/3 지점 정도까지 쓸 수 있다”며 “이 또한 볼펜이 흐려져 다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153은 끝까지 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통 공부할 땐 저렴하게 쓰기 위해서 영심이라는 리필심을 사서 쓰는데 12개들이를 사도 한 학기를 못 버텨서 요즘은 2다스 사서 한 학기 버티고 있다”고 소개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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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