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하고 다신 오지 마” 베이커리 업주 반말 ‘입길’

발목 깁스 손님과 의자 문제로 옥신각신
“가족 앞에서 가장으로서 창피하고 억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가족들 앞에서 너무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자문을 받고자 글을 남깁니다.” 지난 20일, 경기도 소재의 A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다가 을질을 당했다는 한 누리꾼의 하소연 글이 화제다.

이날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40대 남성 B씨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난 19일,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을 가족들 앞에서 당했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그는 약 1개월 전, 실족으로 인해 좌측 발목삼과골절 사고를 당해 병원 퇴원 후 집에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상쾌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A 카페를 방문했다.

그는 “예전부터 눈요기하다가 첫 방문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4식구가 입장했는데 꽉 차 있는 주차장에 비해 안에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목발 신세인 관계로 딸들에게 빵과 음료 주문을 부탁하고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테이블로 온 직원에게 ‘보조기 하고 있는 발을 다른 의자에 얹고 싶다’고 했고 흔쾌히 ‘아무 의자나 갖다 쓰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빵을 고르고 있던 딸을 불러 옆 테이블의 의자 중 1개를 옮겨달라고 했고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고서 휴식을 취했다.

C씨가 나타나 B씨에게 다짜고짜 “몇 분이세요?”라고 따지듯 물었고 그는 “4명인데 보다시피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얹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C씨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후 자리를 떠났다.

B씨는 “솔직히 좀 당황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옆 테이블에 앉으려다가 의자가 모자라 요구했나 보다’라는 생각에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며 “잠시 후 식구들이 빵과 음료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앉는 순간 업주가 다시 다른 의자를 갖고 오셔서 (의자를)교체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C씨의 난데없는 행동에 화가 난 B씨가 “지금 뭐하시는 거냐?”며 따졌고 그는 “아니, 다른 손님들이 짝이 안 맞는 의자가 있으면 앉지 않아서 그러는데 의자 바꾸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라고 반문했다.

C씨는 다름 아닌 A 카페의 사장이었다.

B씨는 “다른 분도 아니고 사장님이라는 분이 손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고 불친절할 수가 있느냐? 사과하시라”고 요구했지만 C씨는 “내가 왜 당신에게 사과해? 다른 손님들 때문에 의자 바꾸는 게 그렇게 힘들어?”라고 반말로 대응했다.

B씨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데다 C씨가 큰형, 삼촌뻘은 돼 보였지만 상황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C씨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귓속말로 ‘야, 나도 집에 너만한 아들 있으니 적당히 하고 가라. 음식값 아까우면 환불해주라고 할 테니까 가.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오지 마. 자식아’라고 속삭였다.

B씨는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중요한 사실은 귓속말이지만 우리 4식구가 들리는 귓속말이었기에 가장으로서 너무 창피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 순간적으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에 목발 신세로 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경찰차 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C씨를 불러 사진 한 장을 찍었다”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남성의 사진 한 장도 함께 게재했다.


사진 속 해당 남성은 B씨가 아닌 A 카페 사장 C씨로 추정된다.

B씨 주장에 따르면 C씨는 당시에도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다. C씨의 연이은 언짢은 언행에 B씨는 주문한 빵과 음료를 뒤로 하고 황급히 A 카페를 나섰다.

그는 “가장으로서 창피했고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었을 정도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냥 ‘군소리 하지 말고 아픈 다리를 강제로 만져서 옮기더라도 웃으면서 의자를 바꿀 걸, 왜 따져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상황을 만들었나’ 등 기타 여러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부터 직원에게 추가로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가져다 쓴 게 잘못인지…추후에 사장님이 가져온 다른 의자는 양 옆으로 돌출 부위(팔걸이)가 높아서 다리를 얹을 수 없는 구조였다”며 “못난 아빠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생각에 글을 남겨본다”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다른 건 없다. 저는 이 사장님이라는 분께 사과받고 싶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자문을 구했다.

해당 글은 15만6000회 이상 읽혔으며 713개의 댓글과 2738개의 추천 수를 받아 ‘이번주 최다 댓글 랭킹 2위’에까지 올라 있다(21일 오후 4시 기준).

통상 모욕죄는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감정이나 추상적 생각이나 경멸적 표현을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위반 시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특정성’은 충족되지만, 같은 학교나 회사, 가족 등 친분이 없는 불특정 다수(제3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인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아 모욕죄 성립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서도 불특정 다수의 기준을 피해자나 가해자와 친분이 없는 7~8명 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A 카페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했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저 사장은 답도 없다. 1년 넘게 직원들과 으쌰으쌰 열심히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 출근했으니 나오지 말라’고 통보당했다”며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아무튼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립 지킬 필요 없다. 저 사장은 손님한테 호통 치는 사람이고 차 두세 대 타고 와서 한 테이블에 앉으면 ‘한 대로 몰아오지 왜 따로 타고 오느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라며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고 거들었다.

회원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얼마 못가서 망할 집이다. 그냥 냅두셔라” “다 떠나서 가족 앞에서 망신 주는 게 좋은 행동이냐?” “이야! 이곳 후기가 장난 아니다. 더 이상한 건, 후기가 성지라고 하는데도 사람들이 찾아가서 갑질을 당하고 온다는 것인데…간만에 대단한 성지가 나타났다. 곧 순례길 떠나야겠다” 등 다양한 댓글을 달았다.

양평에 거주 중이며 직장이 하남이라 매일 해당 카페를 지나다닌다는 한 회원은 “하남서 양평 가는 길목에 여러 식당이 있는데 저 베이커리만 불친절하다”며 “4살짜리 아이 데리고 땀 좀 식힐 겸 아이가 좋아하는 빵이 버터스틱을 좋아해서 커피시키면서 질문하고 있는데 뒤에 사람 기다리니 ‘가서 직접 찾아보고 없으면 없는 것이다. 다 맛있으니 아무거나 먹어’라고 반말 하는데 와…순간 잘못 들은 건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 때문에 화도 못 내고 그냥 나온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덕소에 거주 중이라는 한 회원도 “여기 팔당 라인 음식점들은 맛도 별로고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주말에 교외로 나들이겸 이쪽으로 많이들 오시는데 우리 동네 분들은 팔당 쪽으로 거의 가질 않는다”며 “서비스도, 위생 상태도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고 거들었다.

다만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쪽 말 다 들어봐야 한다” “처음부터 두 분의 대화를 자세히 들어봐야 알 것 같다. 내용이 여기저기가 잘린 것 같다” “다짜고짜 사장님이 저렇게 반말했다면 지탄받아야 하지만 상식적으로 의자 하나 때문에 저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중립” “왜, 맘카페 글처럼 보일까?” “서론에 너무 감성적 서술이 중립의 이유가 된다” 등 중립 입장이거나 색안경을 낀 듯한 댓글도 등장했다.

반면, 양측 모두를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낮엔OO’은 “공공장소서 의자에 다리 올리는 게 혼자 편하자고 주위 사람들에게 눈살 찌푸리게 할 수도 있고 사장 입장에선 의자뿐만 아니라 매장 분위기에 거슬릴 수도 있다”며 “문제를 안 만들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둘 다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당일 가입자도 아닌 17년이나 된 회원으로 이른바 ‘당일 가입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사과받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던 그가 700개에 달하는 댓글에 단 한 줄의 대댓글도 달지 않은 점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B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C씨의 언행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손님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가족들 앞에서 반말로 모욕적인 언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B씨의 의자를 교체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회원은 “왜 발을 올려놔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팔걸이가 있어 못 올린다는 게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면전에선 못 따지고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무슨 의도로 묻는지 알면서 당연하게 깁스해서 의자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내가 사장이라도 열 오를 것 같은데 그 의자는 누가 닦느냐?”고 반문했다.

21일, <일요시사>는 B씨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업주의 부재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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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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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