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하고 다신 오지 마” 베이커리 업주 반말 ‘입길’

발목 깁스 손님과 의자 문제로 옥신각신
“가족 앞에서 가장으로서 창피하고 억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가족들 앞에서 너무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자문을 받고자 글을 남깁니다.” 지난 20일, 경기도 소재의 A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다가 을질을 당했다는 한 누리꾼의 하소연 글이 화제다.

이날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40대 남성 B씨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난 19일,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을 가족들 앞에서 당했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그는 약 1개월 전, 실족으로 인해 좌측 발목삼과골절 사고를 당해 병원 퇴원 후 집에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상쾌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A 카페를 방문했다.

그는 “예전부터 눈요기하다가 첫 방문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4식구가 입장했는데 꽉 차 있는 주차장에 비해 안에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목발 신세인 관계로 딸들에게 빵과 음료 주문을 부탁하고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테이블로 온 직원에게 ‘보조기 하고 있는 발을 다른 의자에 얹고 싶다’고 했고 흔쾌히 ‘아무 의자나 갖다 쓰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빵을 고르고 있던 딸을 불러 옆 테이블의 의자 중 1개를 옮겨달라고 했고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고서 휴식을 취했다.

C씨가 나타나 B씨에게 다짜고짜 “몇 분이세요?”라고 따지듯 물었고 그는 “4명인데 보다시피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얹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C씨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후 자리를 떠났다.

B씨는 “솔직히 좀 당황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옆 테이블에 앉으려다가 의자가 모자라 요구했나 보다’라는 생각에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며 “잠시 후 식구들이 빵과 음료 주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앉는 순간 업주가 다시 다른 의자를 갖고 오셔서 (의자를)교체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C씨의 난데없는 행동에 화가 난 B씨가 “지금 뭐하시는 거냐?”며 따졌고 그는 “아니, 다른 손님들이 짝이 안 맞는 의자가 있으면 앉지 않아서 그러는데 의자 바꾸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라고 반문했다.

C씨는 다름 아닌 A 카페의 사장이었다.

B씨는 “다른 분도 아니고 사장님이라는 분이 손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고 불친절할 수가 있느냐? 사과하시라”고 요구했지만 C씨는 “내가 왜 당신에게 사과해? 다른 손님들 때문에 의자 바꾸는 게 그렇게 힘들어?”라고 반말로 대응했다.

B씨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데다 C씨가 큰형, 삼촌뻘은 돼 보였지만 상황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C씨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귓속말로 ‘야, 나도 집에 너만한 아들 있으니 적당히 하고 가라. 음식값 아까우면 환불해주라고 할 테니까 가.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오지 마. 자식아’라고 속삭였다.

B씨는 “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중요한 사실은 귓속말이지만 우리 4식구가 들리는 귓속말이었기에 가장으로서 너무 창피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 순간적으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에 목발 신세로 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경찰차 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C씨를 불러 사진 한 장을 찍었다”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남성의 사진 한 장도 함께 게재했다.


사진 속 해당 남성은 B씨가 아닌 A 카페 사장 C씨로 추정된다.

B씨 주장에 따르면 C씨는 당시에도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다. C씨의 연이은 언짢은 언행에 B씨는 주문한 빵과 음료를 뒤로 하고 황급히 A 카페를 나섰다.

그는 “가장으로서 창피했고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었을 정도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냥 ‘군소리 하지 말고 아픈 다리를 강제로 만져서 옮기더라도 웃으면서 의자를 바꿀 걸, 왜 따져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상황을 만들었나’ 등 기타 여러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부터 직원에게 추가로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가져다 쓴 게 잘못인지…추후에 사장님이 가져온 다른 의자는 양 옆으로 돌출 부위(팔걸이)가 높아서 다리를 얹을 수 없는 구조였다”며 “못난 아빠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생각에 글을 남겨본다”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다른 건 없다. 저는 이 사장님이라는 분께 사과받고 싶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자문을 구했다.

해당 글은 15만6000회 이상 읽혔으며 713개의 댓글과 2738개의 추천 수를 받아 ‘이번주 최다 댓글 랭킹 2위’에까지 올라 있다(21일 오후 4시 기준).

통상 모욕죄는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감정이나 추상적 생각이나 경멸적 표현을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위반 시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특정성’은 충족되지만, 같은 학교나 회사, 가족 등 친분이 없는 불특정 다수(제3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인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아 모욕죄 성립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서도 불특정 다수의 기준을 피해자나 가해자와 친분이 없는 7~8명 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A 카페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했었다는 한 보배 회원은 “저 사장은 답도 없다. 1년 넘게 직원들과 으쌰으쌰 열심히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 출근했으니 나오지 말라’고 통보당했다”며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아무튼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립 지킬 필요 없다. 저 사장은 손님한테 호통 치는 사람이고 차 두세 대 타고 와서 한 테이블에 앉으면 ‘한 대로 몰아오지 왜 따로 타고 오느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라며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고 거들었다.

회원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얼마 못가서 망할 집이다. 그냥 냅두셔라” “다 떠나서 가족 앞에서 망신 주는 게 좋은 행동이냐?” “이야! 이곳 후기가 장난 아니다. 더 이상한 건, 후기가 성지라고 하는데도 사람들이 찾아가서 갑질을 당하고 온다는 것인데…간만에 대단한 성지가 나타났다. 곧 순례길 떠나야겠다” 등 다양한 댓글을 달았다.

양평에 거주 중이며 직장이 하남이라 매일 해당 카페를 지나다닌다는 한 회원은 “하남서 양평 가는 길목에 여러 식당이 있는데 저 베이커리만 불친절하다”며 “4살짜리 아이 데리고 땀 좀 식힐 겸 아이가 좋아하는 빵이 버터스틱을 좋아해서 커피시키면서 질문하고 있는데 뒤에 사람 기다리니 ‘가서 직접 찾아보고 없으면 없는 것이다. 다 맛있으니 아무거나 먹어’라고 반말 하는데 와…순간 잘못 들은 건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 때문에 화도 못 내고 그냥 나온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덕소에 거주 중이라는 한 회원도 “여기 팔당 라인 음식점들은 맛도 별로고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주말에 교외로 나들이겸 이쪽으로 많이들 오시는데 우리 동네 분들은 팔당 쪽으로 거의 가질 않는다”며 “서비스도, 위생 상태도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고 거들었다.

다만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쪽 말 다 들어봐야 한다” “처음부터 두 분의 대화를 자세히 들어봐야 알 것 같다. 내용이 여기저기가 잘린 것 같다” “다짜고짜 사장님이 저렇게 반말했다면 지탄받아야 하지만 상식적으로 의자 하나 때문에 저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중립” “왜, 맘카페 글처럼 보일까?” “서론에 너무 감성적 서술이 중립의 이유가 된다” 등 중립 입장이거나 색안경을 낀 듯한 댓글도 등장했다.

반면, 양측 모두를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낮엔OO’은 “공공장소서 의자에 다리 올리는 게 혼자 편하자고 주위 사람들에게 눈살 찌푸리게 할 수도 있고 사장 입장에선 의자뿐만 아니라 매장 분위기에 거슬릴 수도 있다”며 “문제를 안 만들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둘 다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당일 가입자도 아닌 17년이나 된 회원으로 이른바 ‘당일 가입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사과받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던 그가 700개에 달하는 댓글에 단 한 줄의 대댓글도 달지 않은 점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B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C씨의 언행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손님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가족들 앞에서 반말로 모욕적인 언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B씨의 의자를 교체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회원은 “왜 발을 올려놔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팔걸이가 있어 못 올린다는 게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면전에선 못 따지고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무슨 의도로 묻는지 알면서 당연하게 깁스해서 의자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내가 사장이라도 열 오를 것 같은데 그 의자는 누가 닦느냐?”고 반문했다.

21일, <일요시사>는 B씨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업주의 부재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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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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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