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50년간 염전노예’ 남성에 세금 독촉장 발송 논란

보배드림에 “주소지 살아나자 주민세 등 발송돼”
“행정 절차대로” VS “현실 안타까워…”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으로 악명을 떨쳤던 전남 신안군서 50년간 염전노예로 살다가 정신질환까지 앓던 남성에게 면허세, 주민세 납부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돼 입길에 올랐다.

1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염전노예 50년 탈출 후 신안군서 날아온 세금 독촉장’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날 글 작성자 A는 “올해 67세 B 어르신으로 50년간 신안 염전노예로 사시다가 탈출하신 건지, 쓸모없어 풀어준 건지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노숙생활하다 이번 장마 태풍 기간에 자타해 위험이 높아 정신병원으로 입원하신 분(이 있다)”이라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현재 거주 중인 동에서 주거지 불명(이전 주소지 말소)을 살려 생계비 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는데 주소지가 살아나면서 여섯장의 독촉장이 날아왔다.

그는 예닐곱장 날아온 면허세, 지방세, 주민세 납부 독촉장을 함께 확인했으며, 1만원과 7000원 등이었다. B씨는 과거 신안군의 한 섬에서 김 양식장, 김 공장서 일하며 일이 없는 날이면 염전으로 향했다고 한다.

50년을 반복해서 노동했던 덕분에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실상 B씨는 업주로부터 노동의 댓가로 받은 소득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50년간 일하고 1원 한 푼 없이 쫓겨난 사람에게 사과나 보상은 못해줄 망정, 세금 몇 만원 받겠다고 주소지 살려놓으니 독촉장을 보내는 신안군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푸념했다.

이어 “물론 자동으로 담당자들이 (독촉장을)날리는 것이고 돈 안 주고 부려먹은 사장이 나쁜 것들이지만 신안군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신안군이 어떻게 유지되고 왜 염전의 실상을 알고도 눈 감는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이러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글과 함께 신안군수 발신 명의로 된 독촉장 6장을 사진으로 첨부했다.

그는 “당사자와 상담했지만 어쩔 수 없다. 안타깝지만 이건 신안군도 절차대로 하는 거라 군 잘못도 아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올린 글”이라고 말했다.

회원 ‘희망OO’은 “방송 제보하셔라. 지자체 공무원들도 예산이 많은 곳은 갑질하느라 바쁘겠지만 신안군은 예산도 많이 없어서 소수의 공무원들이 처리해야 하다 보니 행정 사각지대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훈수했다.

해당 댓글에 A씨는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전화드렸는데 담당자 출장이라고 했다. 직원분들이야 그냥 밀린 거 주소지 살아나니 자동으로 우편 발송됐다는데, 그래도 많이 씁쓸하다”고 답했다.


“별개로 봐야 한다. 지원금(복지)을 받고 계시니 당연히 세금은 내야 한다. 염전노예에 대한 보상은 당사자 또는 정부에 소송하셔야 하는 것이고 세금 문제는 복지 받는 국민인 이상 납부하셔야 한다”는 회원 댓글에는 “당연히 내셔야 하는데 2019년, 2020년, 2021년의 경우 수급대상자가 되기 전에 나온 것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너무 안타까운 게 몇 만원도 안 되는 세금을 받겠다고 독촉장까지 날아오니…신안군 입장에선 절차대로 하는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아직도 저런 분들이 많이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댓글을 달았다.

회원 ‘최순sOOO’은 “희망이 샘솟는 신안, 크 취한다. 너희 신안 악덕 업주들 처리할 수 있는 희망도 샘솟는다”고 냉소했고 회원 ‘서OO’은 “나도 저번 달 월급 못 받고 있는데 자동차세 독촉장 나오는 거 해결해 달라”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전라도, 경상도 뿐 아니라 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1인” “사람 대접 안 해주고 부려먹는 행태를 버젓이 알고 있으면서 세금은 또 받아내야겠냐?” “안타깝다. 잘 해결되셔서 남은 인생 조금이나마 편히 사시길…” 등의 댓글이 달렸다.

회원 ‘아우라OO’은 “분명 주소지 불명서 주소지가 생겼으면 당시 행정복지기관은 왜 그런지 이유는 알고 있었을 텐데 저렇게 처리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꼭 언론 타고 방송 타야 조치가 되는 거냐? 분명 제대로 해당 복지센터서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아 처리가 잘못됐다고 할 듯”이라고 냉소했다.

댓글 분위기나 글 내용이 호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원 ‘의열단OOOO’은 “주민세(개인분)은 해당 지자체에 주소지를 둔 거주자라면 외국인이라도 부과되는 세금으로 별도의 감면 규정이 있으면 제외될 수 있겠지만 없다면 공무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욕 먹을 짓을 한 것은 그것대로 잘못을 지적하면 되겠지만, 제발 모든 걸 싸잡아 비난하지는 말자”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이야기가 뭔가 짬뽕된 것 같다. 주민세는 법적으로 부과하게 돼있는 세금이다. 당연히 신안군 입장에선 부과해야 하는 게 맞다”며 “염전노예였다고 하신다면 지방세 문제로 글을 올릴 게 아니라, 그 사업주의 만행을 올려서 그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아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회원 ‘불법주정OOO’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고지서에 나와 있는 대로 이의신청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저거 보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세무공무원들이 염전노예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느냐? 이의신청이라는 정당한 절차가 있는데도 이런 글은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해당 댓글은 지방세기본법 제90조(이의신청)이 규정돼있는 지방세 이의신청제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주민세‧지방세 부과 및 징수에 이의가 있을 경우 처분이 있음을 인지(처분 통지를 받았을 때는 해당 통지를 받은 날) 후 90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당사자가 이 같은 구제 방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B씨의 경우처럼 위법 및 부당한 처분을 알게 된 날이나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 시 감사원이나 각 지역의 지방법원을 통한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주민등록의 경우, 신고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말소 처리된다.


주민등록 말소는 크게 ▲가출·행방불명 시 가족이 신고하는 ‘주민신고(무단전출) 말소’ ▲사망 시 처리되는 ‘호적신고(사망) 말소’ ▲채권기관 등 제3자의 민원에 의해 ‘거주지 부재’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기관이 실시하는 ‘무단전출 직권말소’ 등의 세 가지의 사유로 나뉜다.

현행 주민등록법상에 따르면 국민은 주민등록상의 주소지에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 취약계층, 신용불량자 등 특수한 사례들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해당 동사무소는 행정안전부의 지휘를 받아 1년에 두 차례씩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하고 있다.

동사무소 직원이 직접 가가호호를 방문해 거주자의 거주 여부를 확인한 뒤 사실조사서를 작성하도록 돼있다. 그렇다고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고 거주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거주 불명자’로 분류돼 따로 지자체를 통해 관리된다.

B씨의 경우 염전노예 생활을 했던 당시 주소지가 등록됐지만 특정시점이 돼 말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당 특정시점 년도에 관할 동사무소가 위의 과정을 통한 B씨의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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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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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