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 밖’ 굉음에 “전화번호 내놔” 강남 일식 업주 입길

오토바이 배달 기사에 “영업방해 계약해지 가능”
SNS 타임라인 속 도장면 사진 발견으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강남 소재의 한 일식집 업주로부터 억울한 갑질로 당장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자신을 ‘배달 기사로 근무 중인 30대 청년’이라고 밝힌 회원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강남 악덕 업주 갑질 사건 피해자입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A씨는 “최근 업주로부터 생업까지 위협받는 억울한 갑질을 당해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다가 찾아 뵙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경 배달을 위해 해당 음식점 앞에 오토바이를 정차하는 과정서 사이드 스탠드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리를 들고 밖으로 나온 일식집 업주는 도장면이 벗겨진 벽면을 가리키며 A씨를 향해 “당신이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도착 전부터 해당 부분이 파손돼있다는 걸 분명히 봤다”며 도착 전의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본을 함께 첨부했다. 캡처 이미지에는 모서리 부분의 흰색 페인트 도장면이 벗겨진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해당 부분과 제 오토바이가 접촉되지 않았던 것까지 확인했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첫마디가 ‘이거 부순 거냐?’였다”며 “제가 파손한 것으로 확정짓고 전화번호를 달라고만 계속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계속 전화번호를 요구하는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도통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심적으로 했으면 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업주가)언성을 높이고 전화번호를 달라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에 A씨도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도저히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제가 파손한 게 아닌데 왜 전화번호를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파손)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나?’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바로 업주는 경찰에 신고했고 대화를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A씨가 업주에게 파손 부위의 흔적, 도착 당시의 기억 등을 설명하면서 “블랙박스로 확인 후 제가 파손한 게 아니면 사과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업주는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오토바이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요청했지만 업주는 “배달의OO 고객센터에 연락한 후 ‘라이더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매장서 소리 친다’ ‘통화 녹음 되고 있는 거냐’ 등 업장과의 분쟁 사유로 계약해지가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업주의 행태로 인해 배달의OO과 계약해지로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데 위협받았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아직도 억울함에 잠 못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하자 업주는 “A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면서 어중간한 각도의 CCTV를 가리키며 “파손한 게 맞다면 전체를 보상해야 한다, 정보공개 청구해서 민사 재판을 하겠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고 버틴다” 등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한 SNS를 통해 해당 부분이 촬영된 사진을 찾아냈다. 그는 “해당 사진의 블로그 리뷰는 지난 7·8월 사진으로, 자료를 찾은 뒤 ‘일식집 업주가 선량한 사람 하나 잡아 전체 보수하기로 했구나’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억울한 사건은 현재진행형으로 본인 가게 인스타XX 해명글을 통해 제가 고소를 언급했고 자신은 ‘파손했다고 언급한 적조차 없으며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 정신은 더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사장님, 명확한 자료가 있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보배 회원님들의 간절한 도움을 요청드린다. 공론화되길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A씨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회원 ‘드래곤OO’는 “8월20일에 어느 분 블로그에 찍혀 있는 사진을 보니 벽이 똑같이 파손돼있는데…”라며 링크와 함께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에는 해당 일식집의 전경 사진이 첨부돼있는데 게시일이 지난달 20일이다. 즉, 해당 위치의 페인트 칠 도장 벗겨짐(박리현상)은 A씨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회원 ‘이노OO’는 “업장이 인터넷에 올라가봐야 정신 차릴 텐데…선택해보라고 하시는 게 해결이 빠를 듯하다. 갑질은 님이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회원 ‘벌깨OO’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회덮밥이 너무 안 팔려서 수리비가 부족했나?”고 조소했다.

회원 ‘카리스마D’도 “업주님, 그냥 지금이라도 사과하시고 마무리하시라. 원래부터 부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도 “저걸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벗겨진 거라고 하는 게 대단하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벗겨진 거라고 해도 각도상 훨씬 위쪽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열심히들 산다” 등 업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닉값하려고 로그인했다’는 회원 ‘OO페인트’는 “페인트만 15년 넘게 단종 운영 중인데 외부 도장이 저렇게 일어날 정도면 분명 재도장일 것”이라며 “재도장 시 바인더를 바른 후 재도장해서 저런 (들뜸)현상이 나타났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마)수성외부 2급을 사용했을 것 같다”며 “절대 사람 손이나 도구로 저렇게 파손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리 봐도 박리현상인데…”라며 의심했다.


박리현상이란 기온의 변화 및 풍화 작용 등으로 도장면이 양파껍질처럼 한 겹씩 벗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업주 B씨는 “최초 오토바이 세우고 들어오시는 중에 굉음이 울려 식사하시던 분을 비롯해 한 곳을 응시했다”며 “기사님도 오토바이 확인을 위해 나가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마 기사님도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장면을 못 보셨을 것이고 저도 못 봤다”면서도 “이미 오토바이는 세워져 있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르니 외부 방범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께 첨부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B씨는 가게 문을 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를 맞추고 있는 A씨에게 “이거 부수신 거에요?”라고 묻고 있다. A씨가 먼저 나갔고 B씨가 뒤따라 나오자마자 파손을 의심한 셈이다. 

이어 “왜 갑자기 (A씨가)‘아, 너무하시네요’ 하시면서 언성을 높이셨는지 모르겠지만 후로 계속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고 오토바이 뒤쪽의 배달박스에 스크래치가 보여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사님이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땅바닥에 텀블러가 같이 떨어져 큰 소리가 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한 어딘가는 파사드 간판을 말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번째 해명글에선 “(A씨가)처음엔 바닥에 쓰러진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가시기 전엔 도장이 떨어져나간 부분을 가리키셨는데 이미 굉음이 오토바이와 파사드 간판에 의한 거라고 인지하고 계셨던 것 아니냐?”고 상반된 해명을 내놨다.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던 첫 번째 글과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B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 소리가 크게 났다”며 텀블러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B씨는 “그러기엔 파사드(외부 간판) 울리는 철판 소리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B씨가 올린 인스타XX 해명글은 ‘파사드 간판은 물적 재산인데 파손했으면 A씨가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로 요약된다. 파사드 간판이란 입구 기둥과 전면을 아연도금 소재의 철판으로 감싸는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그는 “파사드 간판 중간의 하얀 점 두 개도 예전에 다른 기사님이 오토바이를 넘어뜨려 생긴 상처였다”며 “바로 나가서 확인하니 오토바이가 간판에 닿아 있었고 ‘죄송하다’는 기사님의 사과를 받으면서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요구한 후 아무 후속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B씨가 언짢았던 부분은 A씨가 “바닥에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내 오토바이가 망가져 속상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제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위기만 모면해보자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화가 나서 ‘저 사람 데리고 가세요. 민사로 보자’고 격하게 발언했던 건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해당 인스타XX 해명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댓글에는 “아니,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고 해도 어떤 근거로 사장님 재산인 파사드 간판에 손상을 입혔다고 확신하는 거냐? 저 당시는 CCTV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 아니냐? 본인 뇌피셜인데 왜 그 상황에 기사님께 사과를 바라시는 거냐?” “네이X 타임라인 보면 이전부터 녹슬어 있었는데 이번이 기회로 보고 덤터기 씌우려고 한 건가요?” “이거 부순 거에요?라고 왜 물어봄? 원래 저 상태라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 등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물론, B씨 주장처럼 A씨가 악의적으로 영상을 왜곡, 편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잘못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영상편집을 ‘굳이, 왜?’ 하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억울한 건 알겠는데 당일 가입에 도와달라고 공론화되길 원한다는 말이 살짝 역겹다. 보배가 무슨 언론공작소도 아니고…” “신호위반 밥 먹듯이 하고 이슈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유튜버라서…큰 사건도 아닌데 공론화까지…” “여기는 딸배 사이트 아니다. 딸배들 하는 거 보면 그냥 중립이다. 다 뿌린 대로 걷는 법” 등의 부정적 댓글들도 달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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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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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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