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품 3년 사용했다’는 커피머신…알고 보니 2016년산

보배드림에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 피해글
판매자 “환불 불가” 구매자 “경찰에 사건 접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온라인 중고장터 플랫폼 ‘당근XX’서 “얼마 사용하지 않았다”는 판매자의 말에 속아 제조 후 7년이나 지난 커피머신을 구매했다는 사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7일)업장서 쓰던 원두커피 자판기가 망가졌는데 단종돼 수리가 불가해 혹시나 당근에 같은 제품이 있는지 찾아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근처 역삼동에 우리 자판기의 후속모델이 딱!!(있는 걸 발견했다)”며 판매자와 나눴던 대화 메시지 내역을 캡처한 사진 여러 장을 첨부했다. A씨가 제조년월과 제품을 볼 수 있는지 묻자 판매자 B씨는 상OO공3단지 자택으로 가져와서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B씨는 “신품 구매했고 2년 정도 사용해 제품 상태는 좋다. 제조년월은 스티커에 안 나온다”며 “원두 새 봉지는 누구 줘서(없다)…지난 주말에 기계에 넣은 원두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일회용컵은 한 박스 있어서 최소 300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거래 예약이 잡혔고 A씨는 이튿날(8일)에 자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 A씨가 “작동 확인 후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B씨는 “며칠 전까지 잘 사용하던 제품으로 지금은 다 빼놨다. 사용설명서 다 드리고, 갖고 가셔서 작동 안 하면 저희 아빠 출동하던가, 환불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 상품을 산 거였고 한 번도 문제된 적 없어서 이상 없을 것”이라며 “갖고 가셔서 문제 생기면 연락 달라”고 재차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B씨로부터 “새 상품이다” “제품에 이상 없다” “환불해드리겠다”는 신신당부를 들은 A씨는 ‘굳이 상계동까지 갈 필요 없이 용달 배달 서비스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으로 옮겼다.

A씨는 “이렇게 보지도 않고 믿고 구매한 자판기를 받았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영…(좋지 않았다)”며 “지난 11일, 안에 찌든 때 닦느라 두 시간이나 땀 흘리고, 설정 세팅값이 이상해서 동구XX에 AS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서 A씨는 두 가지의 놀라운 경험을 해야 했다. 하나는 AS 접수 후 나흘 만에 해당 업체의 기사가 방문했던 점, 나머지 하나는 판매자 B씨의 설명과는 달리 2016년에 생산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자판기 캡처 사진에는 제조년월이 2016년 1월로 표기돼있다.

A씨는 “아니나 다를까 설치 후에 작동해보니 역시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두 찌꺼기가 (가루 형태로)저렇게 부셔진 채로 나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판매자 설명과 다른 제품임을 확인한 A씨는 괘씸한 마음에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어 문자로 문제점들을 설명하면서 환불을 요청했다.


B씨는 “기사님이 사용 불가한 제품이라고 하셨느냐? 저희는 7년 안 썼다. 일주일 전까지 잘 사용했다”며 “2016년식 새 상품을 저희가 늦게 산 건지는 몰라도…사용 불가한 게 아닌데 어떤 것 때문에 환불해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했다.

A씨는 “첫 질문이 제조년월이었고 3년 전, 신품 구매라고 답했다. 제조년월은 제품 내부 스티커에 나와 있는데 아무리 늦게 구매했다고 해도 1년 차이도 아니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불 생각 없으시면 제 방식대로 처리하겠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님이 직접 사용하신 것도 아니고 아버님이 쓰셨던 것 같은데 잘못된 정보로 판매하신 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B씨는 “중소기업 제품의 제조년월과 새 상품 구매 시기는 2, 3년 차이는 날 수 있다”며 10만원 부분 환불을 제의했다. 해당 제품의 거래가격은 70만원이었으며 새 상품은 200만원가량으로 형성돼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문제를 어렵게 해결하려고 하신다. 그 정도로 궁한 사람 아니다. 10만원은 됐다. 이렇게 파시면 안 되는 물건”이라며 “제가 가서 작동 확인하고 사려고 했던 건데 상태가 좋다고 하시길래 믿고 산 게 불찰”이라고 아쉬워했다.

B씨도 “구매 후 자리 위치시키고 계속 닦으면서 사용했고 이제까지 한 번도 문제 없었던 제품이라 상태 좋다고 말씀드렸다”며 지지 않았다.

A씨가 “누가 사용하셨고 관리는 누가 하셨느냐? 브로맥 고무줄은 왜 묶어두셨느냐?”고 묻자 그는 “내부 상태를 보여달라고 하셨으면 보여드렸을 텐데 둘 다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B씨는 “원하시던 상태가 아니라 당황스러우셨겠다. 나름 막 쓰지 않고 이제껏 문제없이 작동해왔는데 저희도 당황스럽다”면서도 “10만원 깎아드리는 것 외에 환불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A씨는 “왕복 운임비 10만원은 제 불찰 비용으로하고 70만원 전액 환불하시고 물건은 돌려드리겠다. 안해 주시면 사건 접수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하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사기인지 아닌지는 경찰이 판단해주겠죠?”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 설명대로라면 판매자 B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A씨의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이 1, 2, 3위를 찍었다.

전직 커피머신 AS 업종에 종사했다는 한 회원은 “이런 제품은 닥치고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잘 쓰던 것이다. 연식은 제조년월이 저렇다고 한들 판매자가 악성 재고를 구매해서 쓴 것이고 증거가 있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구매 영수증이나 그걸 증빙할 자료를 먼저 요청하고 안 나오면 싸움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A씨는 “그러게요. 새 제품 사도 200만원인데 돈 좀 아껴보겠다고 샀다가 이 지경이 됐다”며 “판매자도 3년 전, 구매 영수증을 갖고 있을 것 같진 않고 제조사에 시리얼넘버로 확인해보고 일단 경찰서에 접수해봐야겠다”고 답했다.

회원 ‘진짜OOO’는 “말마따나 님이 업자라고 하고 새것으로 갖고 가 안에 부품을 중고로 바꿔치기한 후 상태 안 좋다고 환불해달라고 우기면 어떻게 하시겠느냐”며 “애당초 처음에 확인 제대로 하지 않고 산 글쓴이 잘못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면거래하는 이유가 상태 제대로 보고 거래하기 위해서인데 님이 급해서 얻어온 잘못도 있다. 이번 경우는 오래된 거 3년밖에 안 썼다고 본인이 뭘 파는지도 모르는 듯한 판매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당근의 장점이 위치기반이라 당연히 저도 직거래만 하는데 판매자가 역삼동 위치로 띄워놓고 물건은 상계동에 있다고 했고, 이상이 있으면 환불해주겠다고 해놓고서 안 된다고 하니 양아X”라고 비판했다.

회원 ‘누구나놀OOOO’은 “제품 3년 정도 사용, 재고품 구매 여부 확인불가, 사용 전에는 잘됐는데 판매 후 고장 유무, 운송 간 고장 유무가 입증이 되지 않아 사기는 성립불가다. 개인 간 거래에 환불조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확인하지 않고 산 구매자 잘못과 판매자의 무지로 9:1 비율이 될 것”이라며 “고소해서 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고 판매자가 ‘배째라’고 버닐 경우 경험상 빨리 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반면 “참교육 들어가야 한다”며 A씨를 두둔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한 회원은 “이게 사기 성립을 떠나 사건이 안 된다면 다 이렇게 판매해도 된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판매자가 2016년 제조 상품을 3년 전에 신품 구매했다고 했는데 구매한 것을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못하면 속이기 위한 거짓말로 보면 된다”며 “뻔히 제조년월이 표기된 스티커가 있었는데 없다고 말한 건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판매자가 ‘작동이 안 될 시 환불하겠다’고 약속한 걸 믿고 구매했으니 제조사의 작동불가 판정을 받고 그냥 사건 접수하는 게…바로 10만원 빼준다고 하는 걸 보니 아예 무지한 건 아니고 막 사용하다가 팔린 건데 70만원을 다른 데 썼거나 버티기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도 “이게 어떻게 사기냐? 중고물품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그냥 10만원 받고 끝내세요” “7만원짜리도 아니고 지방도 아니고, 같은 서울인데 승용차 타고 싣고 오셨어야 했다” “안타깝다. 요즘 믿을 사람이 없다” 등 댓글 반응은 구매자 A씨 부주의로 흐르는 분위기다.

B씨는 환불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부분이 오직 ‘미작동’ 하나 뿐이었던 데다, 작동에도 문제가 없는데 A씨가 환불을 요구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A씨는 B씨의 새 상품 구매 여부 및 스티커의 제조년월 미인지 부분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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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