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는데…” 20대 여대생의 한숨

현장 출동 경찰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여대생의 하소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글 작성자 A씨는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하철서 도촬당하고 조롱당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너무 억울해서 글을 쓴다. 투잡 중이라 과제할 시간이 많지 않고, 오늘은 학교 행사가 늦게 끝나 집에서 밤샘 과제를 할 생각으로 지하철서 자료를 읽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하철 좌석에 앉아 아이패드로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 중 여성 B씨가 옆자리의 승객이 하차하면서 앉았다”며 “앉자마자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앞에 서 있는 남성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웃었다”고 주장했다.

몰카(불법 촬영)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촬영했느냐?’고 묻자 ‘친구와 카톡했다’며 발뺌을 했다. A씨는 추궁 과정서 B씨 휴대폰의 사용 앱 목록 중 SNS 업로드용 카메라를 발견했고 도촬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에 따르면, 휴대폰에 촬영된 동영상에는 A씨의 옆모습이 담겼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의 우스꽝스러운 필터가 적용돼있었다. 그는 즉시 커플에게 하차를 요구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촬영물 삭제가 염려됐던 A씨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B씨의 휴대폰을 소지하려 하자 이들은 “핸드폰을 주지 않으면 점유물이탈죄로 신고하겠다”고 오히려 A씨를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패드를 촬영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왜 아이패드를 촬영했냐고 물으니 ‘장난으로 촬영했다’ ‘조롱하려고 촬영했다’고 했다”며 “제가 녹음기를 켜고 다시 한번 말하라고 했더니 이번엔 ‘조롱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 피곤하니 일을 키우지 마라’ ‘경찰서 가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기서 그만하자’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었고 경찰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현장 도착한 4~6명의 경찰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촬영된 동영상까지 보여줬지만 A씨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 부위의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영상을 지우고, 그들이 나눴던 ‘저 헤드셋 낀 X, 왜 안 일어나냐’ ‘개X끼’ ‘저 X끼 소설 본다 ㅋㅋㅋ’ ‘이렇게 촬영해도 되냐’ ‘괜찮다, 어차피 저 X은 모른다’ 등 모욕적인 말로 조롱하는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남성은 카톡 내용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우리끼리 한 얘기니 네가 알바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낄낄거리며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며 “여성은 계속 ‘죄송한데~’ 라며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상황을 끝낼 생각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처벌은 어려우니 민사소송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제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부모님도 X 밟았다고 생각하고 저보고 참으라고 했다”며 “그저 지하철 타고 가면서 조용히 과제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촬당하고 온갖 모욕까지 듣고도 정신적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저”라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도대체 왜 피해자가 참아야 하고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걸까요? 정말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성적 수치심은 내가 느끼는 거지, 경찰이 판단하는 게 아니잖아요? 발가락만 찍혀 있어도 성적 수치심 느낀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그냥 아무 일 없이 묻히면)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법적으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정식으로 고소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수사 진행해야 한다. 죄가 없다면 그냥 끝날 것이고 있다면 처벌받을 것”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특정성, 공연성이 성립되는 상황서 욕설했으니 충분히 모욕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할 것 같다. 당시 카톡방서 글쓴이의 얼굴이 나오는 영상 및 사진이 올라간 이후 그런 대화가 나왔다면 더더욱 가능하다”는 댓글이 베스트 1위에 올랐다.

해당 조언에 대해 A씨는 “영상은 업로드 전에 발견해서 업로드 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 자리서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면서도 “왜 제가 사과해야 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카톡 내용까지 확인한 경찰에게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민사소송하면 유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이번 도촬 사건으로 심한 충격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그 사건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내내 울기만 했다”고 호소했다.

어이없는 부분은 상대방도 A씨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날 A씨는 평범하게 긴팔 상의에 바지 차림이었다고 했다.

A씨가 억울한 부분은 또 있다. 상대방이 조롱하고 욕했던 대화 내용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출동했던 경찰이 제지하는 바람에 촬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경찰은 증거를 수집하려는 저를 막았고 그 때문에 아무런 증거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촬 영상을 확인한 뒤 제 핸드폰으로 저를 촬영한 영상을 녹화했는데, 경찰은 사건을 대충 마무리 지으려고 가해자 여성에게 ‘영상을 삭제하고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촬당하고 온갖 조롱과 험담을 당했는데 이보다 가해자를 감싸주는 경찰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아 나라에 버림받은 기분”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을 도촬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모든 일은 피해자가 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원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가 켜져 있던 인스타그램 앱을 종료시키면서 촬영된 동영상은 바로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는 저장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을 경우는 저장되지 않고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과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했을 경우’에만 처벌됐으나 지난 2018년 12월18일 개정된 현행법에 따르면 촬영 대상에 ’사람의 신체‘로만 돼있어 본인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면 죄가 성립된다”고 제언했다.

다른 변호사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라는 부분은 유발 정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관의 해석에 맡겨져 왔던 게 사실”이라며 “판례상 판단 기준을 ‘피해자’가 아닌 객관적 시선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보니 재판 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폭법 제14조1항에 따르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항에는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대상자 의사에 반해 반포 등을 한 자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즉, 유무죄의 기준은 촬영 시 당사자의 허락 여부이며, 반포는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불법 촬영죄는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가 성립하지 않아 도촬 피해자나 제3자가 고발하거나 현행범 체포로 입건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본인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했을 경우 ‘초상권 침해’ 위반의 소지도 존재한다. 통상 초상권이란 타인에 의해 자신의 외모를 포함한 얼굴 부분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는 등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법적으로 타인의 촬영에 찍히는 것은 물론, 유포까지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NS의 발달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흔해졌고 개인방송이 늘어나는 만큼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포함하므로 모자이크 처리가 됐더라도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할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 또 공익적인 목적이나 보도 활동을 위한 예외적인 경우 외엔 타인을 함부로 촬영해선 안 된다.

위반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명예훼손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성폭법이나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하다면 고소를 고려하겠으나, 그 시간 동안 제가 겪는 정신적 고통과 비용을 쏟아부으며 그들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싶지 않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고소 과정서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싶지 않다”며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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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80억 먹튀 노량진 조합장, 그 후···

[단독] 180억 먹튀 노량진 조합장, 그 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강을 바라보는 노른자 입지인 노량진본동 주택건설사업이 20년째 얼어붙은 상태다. 앞서 2013년 수백억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면서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암초를 만났다. 남은 지주택 조합원 일부는 구역 내에 자리한 빌라 한 채에 최대 55명씩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꿈의 한강뷰 악몽 현실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조합원 40여명에게 프리미엄 명목으로 웃돈 20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앞서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재산보호연대 일부 허위 가등기 의혹 부동산실권리자명의법 위반·업무방해 특히 최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서 일부가 동작구 공무원과 시공사인 대우건설 임원, 경찰 간부 등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최씨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잠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30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최씨를 공개수배한 끝에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노량진 재개발 조합비 1500여억원 중 18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파헤치다가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직 비서관에게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최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모 전 비서관도 구속 기소했다. 전 조합장 최씨가 2012년 3월10일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2012년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로쿠스 시행사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한마음 55명 누군가 보니…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B 빌라와 C 빌라 각각 한 채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며, 이 중 B와 C 빌라는 1% 미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B 빌라 502호는 55명, C 빌라 202호는 11명의 가등기권자 등으로 설정돼있다. 로쿠스 측은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사전 협의기간만 3개월 이상이 걸리고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며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이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지인들에게 정비사업 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작게 나누어 소유권을 넘겨주는 ‘지분 쪼개기’는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분 쪼개기 알박기 의혹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대법원 2부는 서울 성북구 장위3동 일대(장위3구역) 토지 등 소유자 D씨 등이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분 쪼개기는 도시정비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지분 쪼개기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조합설립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2003년 말부터 장위3구역 일대 부동산을 매입해 온 대명종합건설은 이곳에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65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대명종합건설은 2008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장위3구역서 보유한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을 임직원과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증여했다. 이 중 194명이 취득한 토지의 지분은 모두 1㎡ 이하였다. 대명종합건설로부터 넘겨받은 건축물 지분이 0.4㎡ 이하인 사람도 40여명에 달했다. 대명종합건설은 2019년 5월 장위3구역 토지등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동의율 76.37%)를 받아 성북구청의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냈다. 이에 원고들은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고, 그들에게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고 봤다. 속 타는 시공사 진땀 1400억 날린 조합원들 항소심 재판부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율 요건을 산정하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각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로도 토지 및 건축물의 지분 양도체가 법적으로 막혀 있진 않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서 지분 쪼개기는 탈법행위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산정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보연은 2017년 집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량진 본동 재보연 측은 2020년 6월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작구청의 잘못으로 대우건설에 재산 1400억원을 빼앗기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1년 조합이 채무를 갚지 못할 시 사업부지 처분권을 대우건설에 넘겨주기로 결정한 총회를 열었을 때 조합장 최씨에게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지주택 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 입주일까지 소유한 주택이 없거나 전유면적 기준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경우에만 그 자격이 있다. 그러나 최씨는 2008년 6월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한 뒤 10개월 뒤인 2009년 4월 전유면적 67.75㎡인 빌라를 구매해 조합원 자격을 잃었다. 하지만 2011년 9월 동작구청이 법령과 국토부 회신을 이용해 최씨가 구입한 빌라의 전유면적을 67.75㎡서 57.03㎡로 건축물대장에 축소 표시해주면서 최씨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당 빌라의 전유면적이 축소된 다음 날 열린 총회서 최씨와 조합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시 대우건설에 사업부지 처분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2012년 조합은 채무를 갚지 못했고 대우건설은 조합으로부터 넘겨받은 처분권을 바탕으로 사업부지를 대우건설 전 직원이 세운 시행사 로쿠스에 매매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진흙탕 싸움 일부 조합원은 빌라 건축물 변경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대우건설 북부사업소장의 부인 김씨라는 것과 동작구청이 편법으로 최씨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도와준 사실을 바탕으로 최씨와 대우건설, 동작구청이 서로 유리하게 입장을 맞춘 게 아닌가 의심했다. 결과적으로 동작구청이 최씨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지 않게 했다면 조합원들이 1400억원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