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는데…” 20대 여대생의 한숨

현장 출동 경찰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지하철서 도촬에 조롱까지 당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여대생의 하소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글 작성자 A씨는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하철서 도촬당하고 조롱당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너무 억울해서 글을 쓴다. 투잡 중이라 과제할 시간이 많지 않고, 오늘은 학교 행사가 늦게 끝나 집에서 밤샘 과제를 할 생각으로 지하철서 자료를 읽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하철 좌석에 앉아 아이패드로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 중 여성 B씨가 옆자리의 승객이 하차하면서 앉았다”며 “앉자마자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앞에 서 있는 남성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웃었다”고 주장했다.

몰카(불법 촬영)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B씨에게 다가가 ‘촬영했느냐?’고 묻자 ‘친구와 카톡했다’며 발뺌을 했다. A씨는 추궁 과정서 B씨 휴대폰의 사용 앱 목록 중 SNS 업로드용 카메라를 발견했고 도촬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에 따르면, 휴대폰에 촬영된 동영상에는 A씨의 옆모습이 담겼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의 우스꽝스러운 필터가 적용돼있었다. 그는 즉시 커플에게 하차를 요구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촬영물 삭제가 염려됐던 A씨가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B씨의 휴대폰을 소지하려 하자 이들은 “핸드폰을 주지 않으면 점유물이탈죄로 신고하겠다”고 오히려 A씨를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패드를 촬영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왜 아이패드를 촬영했냐고 물으니 ‘장난으로 촬영했다’ ‘조롱하려고 촬영했다’고 했다”며 “제가 녹음기를 켜고 다시 한번 말하라고 했더니 이번엔 ‘조롱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 피곤하니 일을 키우지 마라’ ‘경찰서 가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기서 그만하자’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었고 경찰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현장 도착한 4~6명의 경찰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촬영된 동영상까지 보여줬지만 A씨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 부위의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영상을 지우고, 그들이 나눴던 ‘저 헤드셋 낀 X, 왜 안 일어나냐’ ‘개X끼’ ‘저 X끼 소설 본다 ㅋㅋㅋ’ ‘이렇게 촬영해도 되냐’ ‘괜찮다, 어차피 저 X은 모른다’ 등 모욕적인 말로 조롱하는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남성은 카톡 내용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우리끼리 한 얘기니 네가 알바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낄낄거리며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며 “여성은 계속 ‘죄송한데~’ 라며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상황을 끝낼 생각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처벌은 어려우니 민사소송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제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부모님도 X 밟았다고 생각하고 저보고 참으라고 했다”며 “그저 지하철 타고 가면서 조용히 과제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촬당하고 온갖 모욕까지 듣고도 정신적 피해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저”라고 억울해했다.

아울러 “도대체 왜 피해자가 참아야 하고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걸까요? 정말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성적 수치심은 내가 느끼는 거지, 경찰이 판단하는 게 아니잖아요? 발가락만 찍혀 있어도 성적 수치심 느낀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그냥 아무 일 없이 묻히면)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법적으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정식으로 고소하면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수사 진행해야 한다. 죄가 없다면 그냥 끝날 것이고 있다면 처벌받을 것”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특정성, 공연성이 성립되는 상황서 욕설했으니 충분히 모욕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할 것 같다. 당시 카톡방서 글쓴이의 얼굴이 나오는 영상 및 사진이 올라간 이후 그런 대화가 나왔다면 더더욱 가능하다”는 댓글이 베스트 1위에 올랐다.

해당 조언에 대해 A씨는 “영상은 업로드 전에 발견해서 업로드 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 자리서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면서도 “왜 제가 사과해야 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카톡 내용까지 확인한 경찰에게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민사소송하면 유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지난 9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이번 도촬 사건으로 심한 충격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두통에 시달리고 있고,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그 사건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내내 울기만 했다”고 호소했다.

어이없는 부분은 상대방도 A씨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날 A씨는 평범하게 긴팔 상의에 바지 차림이었다고 했다.

A씨가 억울한 부분은 또 있다. 상대방이 조롱하고 욕했던 대화 내용을 촬영하려고 했으나 출동했던 경찰이 제지하는 바람에 촬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경찰은 증거를 수집하려는 저를 막았고 그 때문에 아무런 증거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촬 영상을 확인한 뒤 제 핸드폰으로 저를 촬영한 영상을 녹화했는데, 경찰은 사건을 대충 마무리 지으려고 가해자 여성에게 ‘영상을 삭제하고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촬당하고 온갖 조롱과 험담을 당했는데 이보다 가해자를 감싸주는 경찰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아 나라에 버림받은 기분”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을 도촬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모든 일은 피해자가 다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원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가 켜져 있던 인스타그램 앱을 종료시키면서 촬영된 동영상은 바로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카메라는 저장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을 경우는 저장되지 않고 자동으로 삭제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과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했을 경우’에만 처벌됐으나 지난 2018년 12월18일 개정된 현행법에 따르면 촬영 대상에 ’사람의 신체‘로만 돼있어 본인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면 죄가 성립된다”고 제언했다.

다른 변호사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라는 부분은 유발 정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관의 해석에 맡겨져 왔던 게 사실”이라며 “판례상 판단 기준을 ‘피해자’가 아닌 객관적 시선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보니 재판 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폭법 제14조1항에 따르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항에는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대상자 의사에 반해 반포 등을 한 자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즉, 유무죄의 기준은 촬영 시 당사자의 허락 여부이며, 반포는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불법 촬영죄는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가 성립하지 않아 도촬 피해자나 제3자가 고발하거나 현행범 체포로 입건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본인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했을 경우 ‘초상권 침해’ 위반의 소지도 존재한다. 통상 초상권이란 타인에 의해 자신의 외모를 포함한 얼굴 부분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는 등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법적으로 타인의 촬영에 찍히는 것은 물론, 유포까지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NS의 발달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흔해졌고 개인방송이 늘어나는 만큼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포함하므로 모자이크 처리가 됐더라도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할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 또 공익적인 목적이나 보도 활동을 위한 예외적인 경우 외엔 타인을 함부로 촬영해선 안 된다.

위반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명예훼손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A씨는 “성폭법이나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하다면 고소를 고려하겠으나, 그 시간 동안 제가 겪는 정신적 고통과 비용을 쏟아부으며 그들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싶지 않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고소 과정서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싶지 않다”며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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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