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몰랐다” ‘기막힌’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 사연

“중견기업 측 범죄자 취급했다” 주장
비판‧동정‧중립 등 회원들간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2년 넘는 시간 동안 에이즈환자가 거주 중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입길에 올랐다.

글 작성자 A씨는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저는 2년간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였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딸 붙잡고 펑펑 울다가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남기는 글은 100% 사실이고 불과 5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제목 그대로 저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B 에이즈환자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년 넘도록 에이즈환자가 사는 집에서 근무했었다는 그는 원래 B씨 본가서 파출부로 일해 왔었고 모친의 권유로 B씨 집까지 관리를 맡게 됐다. 당시 그는 남성 두 명이 동거하는 게 의문이긴 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A씨는 “중견기업 집안의 아들이 에이즈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아무 문제없이 잘해왔다”며 “정말 열심히 꽤 부릴 줄 모르고 일하는 스타일이라서 두 집 모두 굉장히 저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에 불거졌다. A씨는 우연한 계기로 B씨는 물론,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 에이즈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사도우미 업무 특성상 에이즈의 전염 위험성도 있는 만큼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침대에 뒹굴던 콘돔을 치우거나 둘이 쓰던 화장실 변기, 배수구 등을 맨손으로 청소했던 일이 떠올랐고, 일하다가 다쳐서 피가 난 적도 있었다”며 “이 사람들이 피 닦은 휴지 등을 치웠던 게 떠올라서 너무 화가 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하다 보면 손톱이 갈라져 이 사람들이 쓰던 손톱깎이를 썼던 것도 너무 후회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어떻게 에이즈환자인 걸 숨기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느냐“며 전화해서 따졌다고 한다. 울며불며 B씨가 ’사람 하나 살려 달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사정을 들은 A씨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도 고3 아들, 딸 키우는 엄마라서 갑자기 B씨와 모친이 짠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당장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두면 저도 수입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갑자기 일이 없어지게 됐으니 피해 보상 정도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너무 놀라서 심장이 아파 잠깐 숨 좀 쉬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얼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을 땐 목소리가 싹 바뀌어 있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그 동안 본인의 모친에게 전화했으며 A씨에게 “앞으로 볼 일 없을 것 같고 자신의 집도, 모친 집도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에이즈환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보안질병이라 함부로 발설 시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은 에이즈환자가 아니고 룸메이트만 에이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등 횡설수설하더니 더 할 말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전화 통화를 녹취 중이었다는 A씨는 “제가 녹취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다시 전화해서 또 ‘모친이 너무 놀랄 테니 자신이 얘기하고 보상해주겠다.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서 일도 못 가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든 보상해주겠다는 B씨의 말만 믿었는데 솔직히 저와 B씨 모친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괜히 말했나 후회도 했다. 미안한 마음도 생겼고 머리도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B씨로부터의 연락은 오지 않았고 사흘 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A씨는 B씨와 B씨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A씨를 차단해놨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A씨는 B씨로부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무조건 최고의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피해자는 나인데 2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해온 내가 피해자인데 갑자기 제가 가해자인 듯 대하는 그들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며 “B씨 모친을 꼭 만나 상황 설명도 하고 싶고 짐도 찾아갈 겸 가겠다고 하고 갔는데 경호인들 깔아놓고 무슨 범죄자 취급하듯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나인데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나왔어야 했는데 너무 수치스럽고 서러워서 그냥 돌아왔다”며 “이런 수치스러움은 처음이라 오는 내내 펑펑 울었다. 드라마서나 나올 줄 알았던 일이 내게 벌어지니 화를 내기는커녕, 그냥 다 내 잘못이고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래, 이게 대한민국이지. 돈 있으면 에이즈 걸린 거 숨기고 가정부 고용해도 되고 ‘누가 맨손으로 일하래요?’라고 조롱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름 알아주는 중견기업 가족들이 본인들 입으로 사회지도층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한탄했다.

너무도 분통하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던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법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착수금만 수백만원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 이혼 후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고, 제게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것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즈라는 병 자체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다만 에이즈에 노출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숨기고 2년 넘게 저를 고용한 그들이 진정 잘못이 없는 건지, 반대로 본인들은 정상인이고 내가 에이즈환자였어도 고용했을 건지 묻고 싶다”며 “언젠가는 그 당당하고 뻔뻔한 B씨와 그의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넘기고 편하게 살지 말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고, 당신들이 소중한 존재이듯 나도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한 엄마이자 딸이라는 사실을 꼭 알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B씨의 행태를 지적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는 반면, A씨에 대한 부정적 댓글도, 중립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고지 없이 일 시킨 거라면 사기 아닌가?” “검사 먼저 받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그 후)사과를 받던 신고를 하던 하셔라. 4kg이나 빠질 정도면 스트레스 많았겠는데 언론에 공개하고 고소도 하시라” “아무리 그래도 고지해야지. 집안에서 온갖 걸 다 청소하는 사람인데…있는 사람들이 돈에 더 집착한다고 하더니…” 등 비판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 회원은 “2년 일하셨으면 퇴직금 나오지 않느냐? 아니면 더 많은 걸 원하는 건가요? 퇴직금도 못 받으신 건가요? 별 문제 없이 몸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일용직 파출부라서 4대보험 안 되고 그날 그날 일당으로 받은 거라서 퇴직금도 없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회원 ‘조OO’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에이즈 안 거르셨다면 보상을 바라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그쪽 대처야 당연히 잘못했지만 보상을 바라는 님 또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원 ‘커피는OOOOOO’는 “이상한 카더라식 댓글들이 많다. 에이즈는 성 접촉, 혈액 노출, 출산 전후의 수직감염으로 전파될 수 있다”며 “감염은 정액, 질 분비액, 모유, 혈액 등의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와야 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신체접촉이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댓글이 달리자 A씨는 추가글을 통해 “회사를 끼고 일했었는데 다이렉트로 입급해줄테니 직거래하자고 해서 날마다 일당으로 입금받았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도 없다. 그래서 더 비참한 것”이라며 “진심도 없을 사과는 필요 없고 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에이즈환자인 걸 인지했던 건 재활용 플라스틱을 버리는 곳에 깨끗한 약병을 발견하고 난 후였다. 지병이 있다는 A씨가 약통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당 병을 가져가 약병으로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이즈환자들이 복용하는 에이즈 치료 약병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인터넷에 검색해본 결과 해당 약은 대학병원서만 처방이 가능한 약이었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다가 대학병원 약 비닐봉투를 검색해보니 에이즈 치료 약 처방전이었다.

그는 “변호사 선임할 돈도 없거니와 소송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 고3 아이를 둔 엄마이자 가장인 게 가장 속상하다. 고민 끝에 보배에 하소연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쓴 글”이라며 “돈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물으시는 분들 많은데 맞다. 하루 4만원 받다가 올해 들어 10만원씩 받은 내 일당이 너무 아쉬웠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마무리했다.

댓글을 통해서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몰랐으니 2년 넘게 일했고 그래서 더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며 “에이즈 검사는 간이로 해서 음성으로 나왔고 항원항체검사해보라고 해서 내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즈환자들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권리는 있지만, 제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이즈환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그들로 인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에이즈면 보상받고 아니면 말라’는 이런 경우가 맞는 거냐?”며 “어제 받은 수모만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글 쓸 용기도 못 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회원은 “에이즈는 남에게 알려야 하는 병이 아니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 할 수 있는 병”이라며 “감염이 쉽지도 않아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을 듯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였던 주인공 톰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려 직장서 해고돼 소송을 통해 승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에이즈 문제를 최초로 다뤘던 1993년도 할리우드 영화 <필라델피아>를 예로 들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인권문제에 큰 울림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회원 ‘청담OOO’는 “보니까 처음 올리신 글로 일단 사실확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는 일단 중립”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A씨가 에이즈 감염이 되지 않았을 경우 금전적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데다 법적으로도 에이즈 감염 여부를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의무화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14조상 근로자의 기준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사용자를 감독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2조1항1호에 따르면,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정신·육체·사무 노동자, 상용·일용·임시직 노동자를 모두 포함한다. 또 사업 및 사업장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으로 고용돼있는 취업자만이 근로자에 해당하며, 실업자나 해고자 등 미취업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임금은 명목과 상관없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을 모두 포함하며, 예외적으로 현재 임금을 받고 있지 않더라도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무급의 노조 전임자·무급으로 휴직중인 자 등)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다만, 판례에 의해 사용종속관계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보험 모집인, 골프장 캐디 등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고용주)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만큼 그런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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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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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