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몰랐다” ‘기막힌’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 사연

“중견기업 측 범죄자 취급했다” 주장
비판‧동정‧중립 등 회원들간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2년 넘는 시간 동안 에이즈환자가 거주 중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입길에 올랐다.

글 작성자 A씨는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저는 2년간 에이즈환자 가사도우미였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딸 붙잡고 펑펑 울다가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남기는 글은 100% 사실이고 불과 5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제목 그대로 저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B 에이즈환자의 가사도우미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년 넘도록 에이즈환자가 사는 집에서 근무했었다는 그는 원래 B씨 본가서 파출부로 일해 왔었고 모친의 권유로 B씨 집까지 관리를 맡게 됐다. 당시 그는 남성 두 명이 동거하는 게 의문이긴 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A씨는 “중견기업 집안의 아들이 에이즈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아무 문제없이 잘해왔다”며 “정말 열심히 꽤 부릴 줄 모르고 일하는 스타일이라서 두 집 모두 굉장히 저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에 불거졌다. A씨는 우연한 계기로 B씨는 물론,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 에이즈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사도우미 업무 특성상 에이즈의 전염 위험성도 있는 만큼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침대에 뒹굴던 콘돔을 치우거나 둘이 쓰던 화장실 변기, 배수구 등을 맨손으로 청소했던 일이 떠올랐고, 일하다가 다쳐서 피가 난 적도 있었다”며 “이 사람들이 피 닦은 휴지 등을 치웠던 게 떠올라서 너무 화가 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하다 보면 손톱이 갈라져 이 사람들이 쓰던 손톱깎이를 썼던 것도 너무 후회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어떻게 에이즈환자인 걸 숨기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느냐“며 전화해서 따졌다고 한다. 울며불며 B씨가 ’사람 하나 살려 달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사정을 들은 A씨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저도 고3 아들, 딸 키우는 엄마라서 갑자기 B씨와 모친이 짠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당장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두면 저도 수입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갑자기 일이 없어지게 됐으니 피해 보상 정도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너무 놀라서 심장이 아파 잠깐 숨 좀 쉬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얼마 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을 땐 목소리가 싹 바뀌어 있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그 동안 본인의 모친에게 전화했으며 A씨에게 “앞으로 볼 일 없을 것 같고 자신의 집도, 모친 집도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에이즈환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보안질병이라 함부로 발설 시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은 에이즈환자가 아니고 룸메이트만 에이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다는 등 횡설수설하더니 더 할 말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전화 통화를 녹취 중이었다는 A씨는 “제가 녹취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다시 전화해서 또 ‘모친이 너무 놀랄 테니 자신이 얘기하고 보상해주겠다.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서 일도 못 가고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든 보상해주겠다는 B씨의 말만 믿었는데 솔직히 저와 B씨 모친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괜히 말했나 후회도 했다. 미안한 마음도 생겼고 머리도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B씨로부터의 연락은 오지 않았고 사흘 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 A씨는 B씨와 B씨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A씨를 차단해놨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A씨는 B씨로부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무조건 최고의 변호사 선임해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피해자는 나인데 2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해온 내가 피해자인데 갑자기 제가 가해자인 듯 대하는 그들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며 “B씨 모친을 꼭 만나 상황 설명도 하고 싶고 짐도 찾아갈 겸 가겠다고 하고 갔는데 경호인들 깔아놓고 무슨 범죄자 취급하듯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나인데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나왔어야 했는데 너무 수치스럽고 서러워서 그냥 돌아왔다”며 “이런 수치스러움은 처음이라 오는 내내 펑펑 울었다. 드라마서나 나올 줄 알았던 일이 내게 벌어지니 화를 내기는커녕, 그냥 다 내 잘못이고 죽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래, 이게 대한민국이지. 돈 있으면 에이즈 걸린 거 숨기고 가정부 고용해도 되고 ‘누가 맨손으로 일하래요?’라고 조롱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름 알아주는 중견기업 가족들이 본인들 입으로 사회지도층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한탄했다.

너무도 분통하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던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법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착수금만 수백만원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 이혼 후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고, 제게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것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즈라는 병 자체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다만 에이즈에 노출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숨기고 2년 넘게 저를 고용한 그들이 진정 잘못이 없는 건지, 반대로 본인들은 정상인이고 내가 에이즈환자였어도 고용했을 건지 묻고 싶다”며 “언젠가는 그 당당하고 뻔뻔한 B씨와 그의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넘기고 편하게 살지 말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고, 당신들이 소중한 존재이듯 나도 누군가에겐 너무나 소중한 엄마이자 딸이라는 사실을 꼭 알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B씨의 행태를 지적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는 반면, A씨에 대한 부정적 댓글도, 중립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고지 없이 일 시킨 거라면 사기 아닌가?” “검사 먼저 받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그 후)사과를 받던 신고를 하던 하셔라. 4kg이나 빠질 정도면 스트레스 많았겠는데 언론에 공개하고 고소도 하시라” “아무리 그래도 고지해야지. 집안에서 온갖 걸 다 청소하는 사람인데…있는 사람들이 돈에 더 집착한다고 하더니…” 등 비판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 회원은 “2년 일하셨으면 퇴직금 나오지 않느냐? 아니면 더 많은 걸 원하는 건가요? 퇴직금도 못 받으신 건가요? 별 문제 없이 몸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일용직 파출부라서 4대보험 안 되고 그날 그날 일당으로 받은 거라서 퇴직금도 없다”고 대댓글을 달았다.

회원 ‘조OO’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에이즈 안 거르셨다면 보상을 바라는 건 이해가 안 간다. 그쪽 대처야 당연히 잘못했지만 보상을 바라는 님 또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원 ‘커피는OOOOOO’는 “이상한 카더라식 댓글들이 많다. 에이즈는 성 접촉, 혈액 노출, 출산 전후의 수직감염으로 전파될 수 있다”며 “감염은 정액, 질 분비액, 모유, 혈액 등의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와야 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신체접촉이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댓글이 달리자 A씨는 추가글을 통해 “회사를 끼고 일했었는데 다이렉트로 입급해줄테니 직거래하자고 해서 날마다 일당으로 입금받았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도 없다. 그래서 더 비참한 것”이라며 “진심도 없을 사과는 필요 없고 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B씨가 에이즈환자인 걸 인지했던 건 재활용 플라스틱을 버리는 곳에 깨끗한 약병을 발견하고 난 후였다. 지병이 있다는 A씨가 약통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당 병을 가져가 약병으로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에이즈환자들이 복용하는 에이즈 치료 약병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인터넷에 검색해본 결과 해당 약은 대학병원서만 처방이 가능한 약이었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다가 대학병원 약 비닐봉투를 검색해보니 에이즈 치료 약 처방전이었다.

그는 “변호사 선임할 돈도 없거니와 소송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 고3 아이를 둔 엄마이자 가장인 게 가장 속상하다. 고민 끝에 보배에 하소연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쓴 글”이라며 “돈 때문에 그러는 거냐고 물으시는 분들 많은데 맞다. 하루 4만원 받다가 올해 들어 10만원씩 받은 내 일당이 너무 아쉬웠다.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마무리했다.

댓글을 통해서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몰랐으니 2년 넘게 일했고 그래서 더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며 “에이즈 검사는 간이로 해서 음성으로 나왔고 항원항체검사해보라고 해서 내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즈환자들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권리는 있지만, 제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에이즈환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그들로 인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에이즈면 보상받고 아니면 말라’는 이런 경우가 맞는 거냐?”며 “어제 받은 수모만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글 쓸 용기도 못 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회원은 “에이즈는 남에게 알려야 하는 병이 아니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 할 수 있는 병”이라며 “감염이 쉽지도 않아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을 듯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였던 주인공 톰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려 직장서 해고돼 소송을 통해 승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에이즈 문제를 최초로 다뤘던 1993년도 할리우드 영화 <필라델피아>를 예로 들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인권문제에 큰 울림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회원 ‘청담OOO’는 “보니까 처음 올리신 글로 일단 사실확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는 일단 중립”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A씨가 에이즈 감염이 되지 않았을 경우 금전적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데다 법적으로도 에이즈 감염 여부를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의무화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14조상 근로자의 기준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사용자를 감독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2조1항1호에 따르면,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정신·육체·사무 노동자, 상용·일용·임시직 노동자를 모두 포함한다. 또 사업 및 사업장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으로 고용돼있는 취업자만이 근로자에 해당하며, 실업자나 해고자 등 미취업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임금은 명목과 상관없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을 모두 포함하며, 예외적으로 현재 임금을 받고 있지 않더라도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무급의 노조 전임자·무급으로 휴직중인 자 등)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다만, 판례에 의해 사용종속관계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보험 모집인, 골프장 캐디 등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고용주)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만큼 그런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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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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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