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덕분에…” 산본 프랜차이즈 국밥집 사장의 토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1000만원 벌금
“5명 가장 생계 잃어…어른 되면 잘못 기억하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너희 덕분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진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지난 6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느 가게에 붙은 안내문’이라는 게시글이 작성됐다. 글 작성자 A씨는 “거짓말로 속인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영업정지(됐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고 한탄했다.

A씨는 짧은 한탄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출입문 옆에 붙은 업주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바탕의 안내문이 등장한다. 업주는 안내문을 통해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미성년자의 거짓말을 믿은 잘못으로 당분간 영업을 정지하게 됐다.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늙어 보이는 얼굴을 믿지 않고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당 음식점을 찾은 미성년자들은 ‘군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술을 요구했다. 당시 업주는 신분증을 검사해야 했지만 이들의 얼굴이 미성년자 같지도 않았던 데다 군대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7일 <일요시사>는 해당 음식점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몇 달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에는 “미성년자라서 처벌 못한다면 그 부모가 책임지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 “신분증 검사 못한 업주도 처벌받고 자식 잘못 키운 부모들은 업주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 “우리 동네도 저런 비슷한 경우로 업주가 마음 상해서 폐업한 곳이 있다. 몹쓸 것들”이라며 “미성년자라도 해도 저건 범죄인데 우리나라 법은 항상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야 하다니…” “속은 사람만 불쌍하다” “대한민국 법은 너무 잘 만들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됨” 등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회원도 “13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영업 잘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학생 알바생이 성인 직장인 여성인 줄 알고 술을 내줬는데 술 마시고 근방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순찰 경찰에게 미성년자로 밝혀져 벌금과 영업정지 받고 행정소송 중”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영업정지는 40~60일, 벌금은 1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나이를 속이고 술 마신 3명의 여고생과 그 부모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고 우리 가게만 피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이 댓글에는 “법이 이상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영업해본 적도 없고 그런 힘든 일 한 적도 없어서 서민들의 억울함은 모른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20대 때부터 다니던 24시간 영업하던 곳이 미성년자가 술 먹고 자폭해서 하루아침에 문 닫았다. 6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장사 그만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들의 핵심은 업주가 미성년자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업주를 속이고 주류를 주문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법에는 업주에 대한 처벌만 적시돼있을 뿐, 업주를 속인 미성년자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음식점 업주도 일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기에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거짓말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업주에게 잘못이 있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나야OOO’는 “청소년보호법의 목적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렇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제공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도 “신분증 검사를 했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속이더라도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아이들을 욕할 순 있겠지만 음식점 쉴드는 어렵다”고 동조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상 주류는 유해약물로 지정돼있으며,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또 제59조 제6호에 따르면 위반 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제28조 제4항에는 ‘주류를 판매하려는 자는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댓글에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법, 현실은 무시한 법, 목적 하나만 생각하고 만든 어이없는 법”이라는 반박 대댓글이 달렸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44조 2항 제4호 및 제75조 제1항 제13호에 따르면 식품접객 영업자는 청소년보호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고 위반 시 관할 행정청은 영업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단, 위반사항이 고의성이 없거나 국민 보건상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검사로부터 기소유예(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처분이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 판결을 받은 경우 정지처분 기간의 1/2 이하 범위서 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

한 재경 변호사는 “청소년들이야 재미로 한두 번 업주를 속이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구매하겠지만 업주 입장에선 영업정지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서운 처분”이라며 “물론 음주나 흡연하려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선도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겠지만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형평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이 많지 않으나 유독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상당수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는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엔 음식점 업주가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식점 판매 업주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업주는 지난해 4월, 15~16세의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주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으며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시했던 신분증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원은 업주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해당 소송서 재판부는 “청소년 주류 판매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기망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는 관련 형사 절차서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 음식점 업주는 “일부긴 하겠지만 주변 경쟁 업체서 미성년자들을 시켜서 잘되는 가게 문 닫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런 경우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고 하소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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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