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덕분에…” 산본 프랜차이즈 국밥집 사장의 토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1000만원 벌금
“5명 가장 생계 잃어…어른 되면 잘못 기억하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너희 덕분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진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지난 6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느 가게에 붙은 안내문’이라는 게시글이 작성됐다. 글 작성자 A씨는 “거짓말로 속인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거짓말에 속은 사람은 영업정지(됐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고 한탄했다.

A씨는 짧은 한탄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출입문 옆에 붙은 업주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바탕의 안내문이 등장한다. 업주는 안내문을 통해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미성년자의 거짓말을 믿은 잘못으로 당분간 영업을 정지하게 됐다.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늙어 보이는 얼굴을 믿지 않고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해당 음식점을 찾은 미성년자들은 ‘군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술을 요구했다. 당시 업주는 신분증을 검사해야 했지만 이들의 얼굴이 미성년자 같지도 않았던 데다 군대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7일 <일요시사>는 해당 음식점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몇 달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에는 “미성년자라서 처벌 못한다면 그 부모가 책임지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 “신분증 검사 못한 업주도 처벌받고 자식 잘못 키운 부모들은 업주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 “우리 동네도 저런 비슷한 경우로 업주가 마음 상해서 폐업한 곳이 있다. 몹쓸 것들”이라며 “미성년자라도 해도 저건 범죄인데 우리나라 법은 항상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야 하다니…” “속은 사람만 불쌍하다” “대한민국 법은 너무 잘 만들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됨” 등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회원도 “13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영업 잘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학생 알바생이 성인 직장인 여성인 줄 알고 술을 내줬는데 술 마시고 근방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순찰 경찰에게 미성년자로 밝혀져 벌금과 영업정지 받고 행정소송 중”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영업정지는 40~60일, 벌금은 1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나이를 속이고 술 마신 3명의 여고생과 그 부모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고 우리 가게만 피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이 댓글에는 “법이 이상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영업해본 적도 없고 그런 힘든 일 한 적도 없어서 서민들의 억울함은 모른다”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도 “20대 때부터 다니던 24시간 영업하던 곳이 미성년자가 술 먹고 자폭해서 하루아침에 문 닫았다. 6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장사 그만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들의 핵심은 업주가 미성년자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업주를 속이고 주류를 주문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관련 법에는 업주에 대한 처벌만 적시돼있을 뿐, 업주를 속인 미성년자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음식점 업주도 일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기에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거짓말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업주에게 잘못이 있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나야OOO’는 “청소년보호법의 목적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그렇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제공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회원도 “신분증 검사를 했으면 속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속이더라도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아이들을 욕할 순 있겠지만 음식점 쉴드는 어렵다”고 동조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상 주류는 유해약물로 지정돼있으며,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또 제59조 제6호에 따르면 위반 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제28조 제4항에는 ‘주류를 판매하려는 자는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댓글에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법, 현실은 무시한 법, 목적 하나만 생각하고 만든 어이없는 법”이라는 반박 대댓글이 달렸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44조 2항 제4호 및 제75조 제1항 제13호에 따르면 식품접객 영업자는 청소년보호법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고 위반 시 관할 행정청은 영업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단, 위반사항이 고의성이 없거나 국민 보건상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검사로부터 기소유예(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 처분이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 판결을 받은 경우 정지처분 기간의 1/2 이하 범위서 처분을 경감할 수 있다.

한 재경 변호사는 “청소년들이야 재미로 한두 번 업주를 속이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구매하겠지만 업주 입장에선 영업정지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서운 처분”이라며 “물론 음주나 흡연하려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선도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겠지만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형평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이 많지 않으나 유독 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상당수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는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엔 음식점 업주가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식점 판매 업주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해당 업주는 지난해 4월, 15~16세의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주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으며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제시했던 신분증은 다른 사람의 것이거나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법원은 업주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해당 소송서 재판부는 “청소년 주류 판매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기망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는 관련 형사 절차서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경 소재 음식점 업주는 “일부긴 하겠지만 주변 경쟁 업체서 미성년자들을 시켜서 잘되는 가게 문 닫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런 경우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고 하소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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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