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롤렉스 들튀 사건 피해자 “뭔가 느낌 쎄했다”

“왠지 찝찝했는데 눈앞에서 놓쳐”
현재 부산 당근마켓서 매물 판매 중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의 한 아파트 앞에서 15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서브마리너 시계 판매자가 들튀(들고 튀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튿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중고거래 들튀 당함 롤렉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롤렉스 중고거래 판매자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롤렉스 판매 중고거래 글을 보고 구매하고 싶다고 문자가 왔다. 아파트 근처 카페서 보자고 했더니 ‘밖에서 보면 안 되느냐’고 하길래 아파트 경비실서 거래하려고 만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후 10시가 다 돼서 경비 아저씨가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해서 경비실 앞에서 거래를 시작했다”며 “시계를 보고 보증서 보는 동안 아래위로 (구매자를)훑어보니 ‘왠지 들고 튈 것 같다’는 뭔가 느낌이 쎄~했다”고 회상했다.

A씨에 따르면 이날 구매자는 20~3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으며 부유해 보이지는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딱 봐도 돈이 없어보였다. 뭔가 찝찝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놈이 갑자기 시계를 박스 채 들고 튀어 버렸다”고 말했다.

요즘 날이 덥고 집 앞 거래라서 슬리퍼를 신고 나갔던 A씨는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사기꾼을 쫓아갈 수가 없었고 결국 시야에서 놓쳐 버렸다.


A씨는 “놓친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접수했는데 이런 건 잡을 수 없겠죠?”라며 “경찰들이 두 명 왔는데 주변 CCTV도 확인 안 하고 저에게 인상착의만 묻고 핸드폰 위치 추적도 안 되고 출동해야 한다면서 (되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제 밤부터 잠도 못자고 회사에서 일도 안 되고 완전히 멘털이 붕괴됐다. 퇴근 후 CCTV 자료 확보해서 여기저기 다 올려놔야겠다”며 롤렉스 시계 보증서와 롤렉스 서브마리너 시계 사진을 세 장 첨부했다.

그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기꾼이 도망쳤던 방향을 확인해보니 방범 CCTV가 잘돼있어 영상만 확보될 경우 범인을 특정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에는 해당 시계의 구매처, 구매 날짜가 담긴 개런티카드 및 시리얼넘버와 서브마리너 시계, 하단 이너 베젤의 인그래이딩 넘버 및 베젤 부분의 쓸려서 난 확대 상처 모습이 담겼다.

아울러 “현재 많은 분들 덕분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후기는 꼭 올리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A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해당 시계의 판매글을 올렸던 바 있다.

A씨는 이튿날 정오 무렵 ‘롤렉스 사기 글 쓴 사람입니다’는 제목으로 글을 추가했다.

그는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아내가 보배드림에 사연을 올려보라고 해서 등록했는데 커뮤니티의 대단함을 느끼고 따뜻한 마음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경찰서 사건 접수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여기 회원 분들의 위로와 많은 정보를 받으니 ‘꼭 잡을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이 든다. 꼭 잡겠다. 감사하고 저 또한 도움이 필요하신 분에게 도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앞선 글에 보배 회원들은 “꼭 잡으세요” “꼭 잡아서 참교육 시전되길 바란다” 등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특히, 몇몇 회원들은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기타 중고거래 사이트 모두 가입하시고 알람 설정해놓으시라” “혹시나 몰라서 쪽지 드린다” “전화번호 주시면 연락드리겠다” “주변 지인들 중 시계 마니아와 전문업 경영자 몇 분 있는데 내용 그대로 전달해서 공유하겠다”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시계는 지난 29일 오후, 부산시 수영구 지역의 당근마켓에 1150만원에 판매 물품으로 올라온 게시글이 확인됐다.

회원 ‘민X동’은 “2014년 중 신형 40mm 모델이고 연식에 비해 상태 좋고 수리이력 없다. 개인적으로 섭마 매달 날짜 맞춰야 하는 데이트보다 논데이트가 밸런스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신형으로 바뀌면서 1mm 커졌다고 하는데 큰 차이 없는 것 같다”고 서브마리너 판매 글을 게재했다.

판매자가 올린 사진에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시계와 함께 114060이라는 A씨가 사기꾼에게 탈취당했던 시계 넘버가 담겨있다. 114060은 모델 번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롤렉스 제품군 중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제품을 뜻한다.

해당 제품은 번개장터에도 판매글이 올라와 있었다. 보배 한 회원이 ‘밑에 롤렉스 서브마리너 사기맞으신 분 보세요’라는 글에 “번개장터에 똑같은 거 올라와서 올려본다‘며 판매글을 캡처해서 올렸다.

이날 오후 9시경에 작성된 롤렉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40mm 판매글은 부산 수영구 민X동 지역서 게재됐으며 당근마켓 판매글과 동일한 내용, 동일한 판매 가격으로 올려져 있다. 현재 네이X 등 중고로 판매 중인 해당 제품의 가격대는 1200만원 중반에서 1500만원 중반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있으며 상태나 보증서 유무에 따라 편차가 존재한다.

회원들은 번개장터에 올라온 사진과 A씨가 올렸던 개런티카드의 윗면 까짐 상태로 봤을 때는 도난 제품으로 확정하는 분위기다. A씨도 해당 글에 “사진 속의 제품이 제 시계가 맞다”고 인정했다.

한 회원은 “CCTV 역추적해도 되는데, 본인 명의로 폰 개통했으면 잡는 건 시간문제다. 인그래이빙 하단의 8자리 개런티카드에도 있는 시리얼넘버 공개해도 된다”며 “아마도 저 시계는 장물로 팔려 분해돼 짝퉁 시계 파츠(부품)으로 팔려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되찾게 되더라도 점검해봐야 한다. 관할 경찰서에서 강력범죄가 없다면 잡아줄 것”이라며 “꼭 되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도 중고거래 판매 과정서 이른바 ‘롤렉스 들튀 사건’이 발생해 직접 범인을 추적해 되찾았다는 <연합뉴스>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지난 2월27일, 당근마켓서 롤렉스 시계를 거래하기로 한 뒤 집 앞에서 거래자와 만났다가 들튀 사건에 연루됐다.

당시 슬리퍼를 신고 나갔던 피해자는 갑자기 도망치는 사기꾼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을 잡기 힘들 것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고 직접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범인 찾기에 돌입했다.

이 과정서 피해자는 사기꾼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성공해 경찰에 넘겼고 결국 자수를 받아낼 수 있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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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