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피니티? ‘대전 마세라티’ 긁힘 견적 2100만원 논란

모친, 보배드림에 “수리 금액 너무 커” 호소
“새 차 뽑으려고?” 과다 비용 비판 댓글 쇄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 외제차 차주가 경미한 흠집을 낸 중학생 부모를 상대로 2100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게다가 수리비 외에 렌트비도 7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25일,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아이가 자전거로 외제차를 긁었어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21일, 아들이 마세라티를 긁었다. 집에 오는 구간 아주 짧게 자전거 도로 없는 구간이 있다”며 “인도로 가던 중 행인을 피하려다 인도 옆으로 떨어지면서 손잡이가 차량 좌측 주유구 뒤쪽을 긁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가)차주 번호가 없어 112에 전화해서 사고접수를 했다. 부모 상의도 없이 그랬길래 어른스럽게 행동한 게 기특해서 칭찬해줬다”며 “교통사고가 아니라 아이 아빠 운전자보험에 있는 일상배상책임보험으로 손해사정인과 차주가 얘기하고 있는데 차주가 견적을 뽑아 요구한 금액이 21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에서 못해준다고 하면 소송 갈 준비하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소송하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혹시 아세요?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주차도 금지구역에다가 역방향으로 해놨고 수리 맡겨둔 상태로 카센터서 저렇게 세워놓은 것 같다”며 해당 차량의 사진과 차량의 긁힘 상태, 상대 측 차주가 보낸 것으로 예상되는 수리 견적서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에는 리어휀더 부분에 약 10cm가량의 스크래치가 나 있고 주유구 쪽에도 뭔가에 눌린 듯한 함몰된 부위도 찍혔다. 글 작성자는 함몰된 부분은 이번에 자전거 충격으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듯 대각선으로 나 있는 긁힘 부분에 붉은 원으로 표시했다.

수리 견적서에는 리어휀더 682만9570원, 휀더 삼각유리 130만2070원, 휀더 엠블럼 12만1990원, 사이드스텝 142만5380원, 리어휠 250만5580원, 휠캡 10만9340원, TPMS 센서 28만4130원으로 총 1383만5866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돼있다.

A씨의 주장과 달리 전체 수리 견적은 2100만원이 아닌 1383만원으로, 렌트비용 700만원이 합산된 금액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글에 일부 회원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재림인가?” “짝귀 시즌2 시작되나요?” 등의 댓글로 해당 차주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해당 차주보다 과잉 견적을 낸 정비업체 잘못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직 해당 차주나 차주의 지인으로 예상되는 회원의 반박이나 해명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차례 강한 전운이 예상된다.

현재 게시판에는 ‘베스트글 마세라티 제2의 짝귀님이 나타나신 것 같아 주저리 글 써요’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주님 보세요’ ‘오늘 가입했는데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량 아이가 차 긁었다는 글 보고’ ‘마세라티가 짝귀2를 찍으려고 하나 보네’ ‘마세라티 차량 리어휀더 확인 결과’ ‘마세라티 사건 최초 글 올린 분께 쪽지 보냈는데요’ 등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45분에 작성된 해당 글에는 불과 17시간 만인 26일 10시40분 현재 2900여명의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눌렀으며 댓글도 1000개가 넘게 달렸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커뮤니티’답게 억울할 수도 있는 교통사고 관련 문의 글에 유난히 더 많은 댓글과 추천이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댓글 분위기는 ‘차주가 수리비를 과다 청구했다’는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마세라티…전체적인 사진을 올려주세요. 이거 느낌이 쎄한데…” 두 번째는 “적당히 빨아야지. 제2의의 짝귀(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차주)인가?”, 세 번째는 “긁힌 부분이 좀 되긴 하는데 저걸로 2100만원이요? 헤드램프 스크래치 나면 한 1억5000만원 부르겠네요”가 순위권에 올랐다.

일부 회원들은 페인트 도장만 긁혀 벗겨진 수준이라 리어휀더를 교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며 과다 수리비 청구를 강하게 의심했다.

한 회원은 “리어휀더 교환 시 사이드스컷 및 쪽 유리등은 탈거해야 교환이 가능하다. 보통 탈거 시 손상이 없으면 다시 재사용하면 되는데 사이드스컷 같은 부품은 거의 다 안쪽 파인 자리가 부서진다고 보면 된다. 차량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앞휀더 교환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리어휀더의 경우 찌그러짐 없는 단순 긁힘은 무조건 교환 없이 판금도색으로 진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리어휀더 긁힘인데 리어휠은 왜 바꾸느냐? 리어휀더가 긁힌 건데 교체 판정 나온 거냐?”며 “복원불가만 교체 판정해주던데 찍힘도 평소에 수리 안하고 다니면서 호구 물었다 이건가?”라고 비꽜다.

회원 ‘파OO’은 불법주차 주제에 뭐 큰 스크래치도 나지 않은 것 같구만 어처구니가 없네. 저 차 중고 시세 얼마인지 궁금하다“고 거들었다. 회원 ‘이넘OOO’은 ”휀더 엠블럼, 사이드스텝, 삼각유리는 어디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휠캡에 TPMS 센서까지, 이참에 차를 새것으로 바꾸려고 하나? 다른 차 견적 가져다 장난치는 건가?”라고 허탈해했다.

자동차 관련 현직에 있다는 회원 ‘에쿠스OOOO’은 “불법주정차 자리에 주차한 건 생각 안 하고 견적 사악하게 뽑았던데 거지냐? 마세라티 거지”라며 “인피니티 사건을 모르고 있나 봐. 안 그래도 부품 가격 산출 중이니 과하다 싶으면 그대로 뚝배기 깨버릴 거니까 조심해”라고 경고했다. 이 회원은 “난 한다면 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또 뉴스 나오겠네” “2100만원? 21만원이면 될 듯한데…” “2100만원이면 저 차보다 더 괜찮은 연식의 마세라티 뽑을 듯” 등의 차주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 ‘너의사OOOOO’가 게재한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글에는 해당 중고차 매물이 소개돼있다. 2013년식이라는 해당 차량보다 더 최신 연식인 2015년 4만1000km 주행 차량이 3560만원, 2014년식 8만2000km 주행 차량이 3990만원, 2018년식 6만6000km 차량도 수리비의 2배 값에도 미치지 않는 4195만원으로 올려져 있다.

렌터 비용 700만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현직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회원은 “렌트비 절대 저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부 회원은 해당 차량이 주정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돼있는 것과 이번 사안은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회원 ‘d60f10OOOO’은 “불법주정차 과태료만 내면 장땡이고 그건 과실 산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판금도색 안 하고 센터 입고시키면 저 정도 금액이 나올 수 있다. 렌트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전거 핸들의 충격으로 인해 차량의 다른 부위까지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학생이 부딪친 부분만 사진을 촬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견적은 해당 차주가 직접 뽑은 게 아닌 만큼 그의 잘못으로만 몰 수도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회원 ‘오OO’은 “저 차는 딱 보니 액면 그대로 사업소 입고해서 정식 수리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보험에 일상배상이 있으면 1억원까지 한도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자전거로 인도 주행하는 것도 사고 시 문제가 된다. 수리를 맡긴 업체에 과실을 물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회원 ‘잣밥OOO’도 “차주도 문제지만 과잉 견적낸 업체가 더 나쁜 것 같다. 휀더 한 판 기껏해야 50이면 될 것을 진짜 너무들 한다”며 “TPMS는 뚜 뭐고 사이드스컷은 또 왜 수리에 들어갔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수리비 견적을 낸 업체는 대전시 신탄진동 소재의 한 공업사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29일, 한 보배드림 회원은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던 바 있다.(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880)

그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차주로부터 사이드미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며 수리비 견적을 받았는데 수리비 및 도장 비용으로 100만원을, 렌트비용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다 청구’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인피니티 차주는 아이 부모에게 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며 오히려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보배드림 한 회원이 지난해 7월에 촬영된 포털 로드뷰의 주차 사진을 게재하면서 해당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해당 사진에는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지 않았고 결국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고장 낸 게 아닌, 이미 고장 나 있던 상태였고 아이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했다는 의혹에 제기되면서 되레 역풍을 맞았다.

해당 글은 몇 몇 회원들의 성지 방문(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일)을 부채질했고 벌금 미납, 번호판 훼손 등의 범법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고 해당 차주는 몇 번의 사죄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보배 회원들이 아닌 아이의 엄마에게 해야 한다며 훈수했고 이후로도 ‘인천 인피니티’ ‘짝귀’ 등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짝귀라는 별명은 한쪽의 사이드미러는 정상적으로 접혀져 있고 다른 한쪽은 제대로 접혀 있지 않은 차량 모양을 희화한 것으로 보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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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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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