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피니티? ‘대전 마세라티’ 긁힘 견적 2100만원 논란

모친, 보배드림에 “수리 금액 너무 커” 호소
“새 차 뽑으려고?” 과다 비용 비판 댓글 쇄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 외제차 차주가 경미한 흠집을 낸 중학생 부모를 상대로 2100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게다가 수리비 외에 렌트비도 7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25일,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아이가 자전거로 외제차를 긁었어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21일, 아들이 마세라티를 긁었다. 집에 오는 구간 아주 짧게 자전거 도로 없는 구간이 있다”며 “인도로 가던 중 행인을 피하려다 인도 옆으로 떨어지면서 손잡이가 차량 좌측 주유구 뒤쪽을 긁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가)차주 번호가 없어 112에 전화해서 사고접수를 했다. 부모 상의도 없이 그랬길래 어른스럽게 행동한 게 기특해서 칭찬해줬다”며 “교통사고가 아니라 아이 아빠 운전자보험에 있는 일상배상책임보험으로 손해사정인과 차주가 얘기하고 있는데 차주가 견적을 뽑아 요구한 금액이 21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에서 못해준다고 하면 소송 갈 준비하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소송하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혹시 아세요?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커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주차도 금지구역에다가 역방향으로 해놨고 수리 맡겨둔 상태로 카센터서 저렇게 세워놓은 것 같다”며 해당 차량의 사진과 차량의 긁힘 상태, 상대 측 차주가 보낸 것으로 예상되는 수리 견적서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에는 리어휀더 부분에 약 10cm가량의 스크래치가 나 있고 주유구 쪽에도 뭔가에 눌린 듯한 함몰된 부위도 찍혔다. 글 작성자는 함몰된 부분은 이번에 자전거 충격으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듯 대각선으로 나 있는 긁힘 부분에 붉은 원으로 표시했다.

수리 견적서에는 리어휀더 682만9570원, 휀더 삼각유리 130만2070원, 휀더 엠블럼 12만1990원, 사이드스텝 142만5380원, 리어휠 250만5580원, 휠캡 10만9340원, TPMS 센서 28만4130원으로 총 1383만5866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돼있다.

A씨의 주장과 달리 전체 수리 견적은 2100만원이 아닌 1383만원으로, 렌트비용 700만원이 합산된 금액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글에 일부 회원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재림인가?” “짝귀 시즌2 시작되나요?” 등의 댓글로 해당 차주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해당 차주보다 과잉 견적을 낸 정비업체 잘못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직 해당 차주나 차주의 지인으로 예상되는 회원의 반박이나 해명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차례 강한 전운이 예상된다.

현재 게시판에는 ‘베스트글 마세라티 제2의 짝귀님이 나타나신 것 같아 주저리 글 써요’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주님 보세요’ ‘오늘 가입했는데 마세라티’ ‘마세라티 차량 아이가 차 긁었다는 글 보고’ ‘마세라티가 짝귀2를 찍으려고 하나 보네’ ‘마세라티 차량 리어휀더 확인 결과’ ‘마세라티 사건 최초 글 올린 분께 쪽지 보냈는데요’ 등 관련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45분에 작성된 해당 글에는 불과 17시간 만인 26일 10시40분 현재 2900여명의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눌렀으며 댓글도 1000개가 넘게 달렸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커뮤니티’답게 억울할 수도 있는 교통사고 관련 문의 글에 유난히 더 많은 댓글과 추천이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댓글 분위기는 ‘차주가 수리비를 과다 청구했다’는 쪽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마세라티…전체적인 사진을 올려주세요. 이거 느낌이 쎄한데…” 두 번째는 “적당히 빨아야지. 제2의의 짝귀(인천 인피니티 사건의 차주)인가?”, 세 번째는 “긁힌 부분이 좀 되긴 하는데 저걸로 2100만원이요? 헤드램프 스크래치 나면 한 1억5000만원 부르겠네요”가 순위권에 올랐다.

일부 회원들은 페인트 도장만 긁혀 벗겨진 수준이라 리어휀더를 교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며 과다 수리비 청구를 강하게 의심했다.

한 회원은 “리어휀더 교환 시 사이드스컷 및 쪽 유리등은 탈거해야 교환이 가능하다. 보통 탈거 시 손상이 없으면 다시 재사용하면 되는데 사이드스컷 같은 부품은 거의 다 안쪽 파인 자리가 부서진다고 보면 된다. 차량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앞휀더 교환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리어휀더의 경우 찌그러짐 없는 단순 긁힘은 무조건 교환 없이 판금도색으로 진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리어휀더 긁힘인데 리어휠은 왜 바꾸느냐? 리어휀더가 긁힌 건데 교체 판정 나온 거냐?”며 “복원불가만 교체 판정해주던데 찍힘도 평소에 수리 안하고 다니면서 호구 물었다 이건가?”라고 비꽜다.

회원 ‘파OO’은 불법주차 주제에 뭐 큰 스크래치도 나지 않은 것 같구만 어처구니가 없네. 저 차 중고 시세 얼마인지 궁금하다“고 거들었다. 회원 ‘이넘OOO’은 ”휀더 엠블럼, 사이드스텝, 삼각유리는 어디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휠캡에 TPMS 센서까지, 이참에 차를 새것으로 바꾸려고 하나? 다른 차 견적 가져다 장난치는 건가?”라고 허탈해했다.

자동차 관련 현직에 있다는 회원 ‘에쿠스OOOO’은 “불법주정차 자리에 주차한 건 생각 안 하고 견적 사악하게 뽑았던데 거지냐? 마세라티 거지”라며 “인피니티 사건을 모르고 있나 봐. 안 그래도 부품 가격 산출 중이니 과하다 싶으면 그대로 뚝배기 깨버릴 거니까 조심해”라고 경고했다. 이 회원은 “난 한다면 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또 뉴스 나오겠네” “2100만원? 21만원이면 될 듯한데…” “2100만원이면 저 차보다 더 괜찮은 연식의 마세라티 뽑을 듯” 등의 차주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 ‘너의사OOOOO’가 게재한 ‘살짝콩 긁힘 수리비로 살 수 있는 마세라티’ 글에는 해당 중고차 매물이 소개돼있다. 2013년식이라는 해당 차량보다 더 최신 연식인 2015년 4만1000km 주행 차량이 3560만원, 2014년식 8만2000km 주행 차량이 3990만원, 2018년식 6만6000km 차량도 수리비의 2배 값에도 미치지 않는 4195만원으로 올려져 있다.

렌터 비용 700만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현직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회원은 “렌트비 절대 저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부 회원은 해당 차량이 주정차금지구역에 불법주차돼있는 것과 이번 사안은 관계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회원 ‘d60f10OOOO’은 “불법주정차 과태료만 내면 장땡이고 그건 과실 산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판금도색 안 하고 센터 입고시키면 저 정도 금액이 나올 수 있다. 렌트비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전거 핸들의 충격으로 인해 차량의 다른 부위까지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학생이 부딪친 부분만 사진을 촬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견적은 해당 차주가 직접 뽑은 게 아닌 만큼 그의 잘못으로만 몰 수도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회원 ‘오OO’은 “저 차는 딱 보니 액면 그대로 사업소 입고해서 정식 수리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보험에 일상배상이 있으면 1억원까지 한도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자전거로 인도 주행하는 것도 사고 시 문제가 된다. 수리를 맡긴 업체에 과실을 물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회원 ‘잣밥OOO’도 “차주도 문제지만 과잉 견적낸 업체가 더 나쁜 것 같다. 휀더 한 판 기껏해야 50이면 될 것을 진짜 너무들 한다”며 “TPMS는 뚜 뭐고 사이드스컷은 또 왜 수리에 들어갔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수리비 견적을 낸 업체는 대전시 신탄진동 소재의 한 공업사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3월29일, 한 보배드림 회원은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던 바 있다.(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880)

그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차주로부터 사이드미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며 수리비 견적을 받았는데 수리비 및 도장 비용으로 100만원을, 렌트비용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다 청구’ 공분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인피니티 차주는 아이 부모에게 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며 오히려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보배드림 한 회원이 지난해 7월에 촬영된 포털 로드뷰의 주차 사진을 게재하면서 해당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해당 사진에는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지 않았고 결국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고장 낸 게 아닌, 이미 고장 나 있던 상태였고 아이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했다는 의혹에 제기되면서 되레 역풍을 맞았다.

해당 글은 몇 몇 회원들의 성지 방문(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일)을 부채질했고 벌금 미납, 번호판 훼손 등의 범법 이력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고 해당 차주는 몇 번의 사죄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보배 회원들이 아닌 아이의 엄마에게 해야 한다며 훈수했고 이후로도 ‘인천 인피니티’ ‘짝귀’ 등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짝귀라는 별명은 한쪽의 사이드미러는 정상적으로 접혀져 있고 다른 한쪽은 제대로 접혀 있지 않은 차량 모양을 희화한 것으로 보인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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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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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