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우습나? 건드리지 마” 여행사 협박 논란

3달 전 계약·당일 다른 호실 확인 후 항의
환불배상 요구에 돌연 “가족들까지 끝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여행사를 통해 숙박 예약 후 찾아간 방이 계약조건과 너무 달라 항의와 함께 환불 및 배상을 요구하자 되레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피해 호소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조폭 같은 여행사 직원에게 협박을 받았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1월에 친구 둘과 울릉도 여행 계획을 잡고 숙박예약을 의뢰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여자들은 잠자리를 중요시하기에 최근에 생겼다는 호텔에 트윈+싱글베드룸으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방이 몇 개 없어서 빨리 잡아야 한다길래 1월19일에 계약금 50%인 74만7500원을 회사계좌로 송금했다”며 “호텔 측으로부터 예약이 확정됐다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일, 나머지 잔금을 보냈는데 12일 담당자(B)가 ‘호텔 측 실수로 예약 파일이 지워져 다른 사람들 예약을 받느라 예약했던 방이 없어졌다’고 했다”며 “다른 방은 모두 예약돼서 2층 침대가 있는 방이 더 큰 다른 호실로 잡았다며 차액은 환불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일행 중 2층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힘든 데다 2층에서는 못 자겠다고 해서 한 명은 이불을 깔고 바닥에서 자기로 하고 이불 준비를 요청한 후 울릉도로 향했다.

A씨 일행은 지난 14일, 울릉도 해당 호텔에 도착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된 호실로 가보니 B씨의 말과는 다르게 게스트룸이었고 방도 좁아 이불을 깔면 짐을 놓을 공간은커녕 앉을 자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호텔 측에선 예약 파일이 지워진 적도 없고 예약 자체가 없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아마 B씨가 깜빡 잊고 예약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책임을 호텔에 떠넘기며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전화로 항의와 함께 환불 및 배상을 요구했다”며 “그때부터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은 후 받지 않길래 회사로 전화하니 횡설수설하면서 ‘짜증나지? 나도 그래’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식 대응에 황당함을 느꼈던 그는 이튿날(15일) “그동안 통화내용이 녹음돼있는 파일과 문자메시지가 다 있으니 합당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겠다”고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여행 일정 마지막날이었던 16일 오전 11시28분, B씨로부터 “숙소는 더 비싸다. 숙소에 물어봐도 된다. 법 얘기해서 겁먹지도 않고 법대로 살아왔다”며 “내가 우습게 보이나? 내가 그냥 여행사 직원으로만 보이지? 니 연락처, 전화번호 하나로 니 기족들까지 끝나. 날 건드리지 마”라는 협박성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아마도 50대 아줌마들이 협박과 공포를 주면 그만둘 줄 알았나 보다. 친구들과 저는 그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며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하고 언어폭행에 개인 신상 비밀침해 등 전국구 여행사 직원이 고객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형사소송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B씨로 예상되는 한 보배드림 회원은 해당 글에 “2주 전쯤, 숙박업소 직원이 엑셀파일이 삭제돼 제가 예약했던 게 사라져 다른 고객을 받았다고 다른 숙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며 “비슷한 수준의 방으로 부탁해도 마감돼있어 계속 기다리며 대기를 요청했으나 해결되지 않아 결국 누락시킨 숙소(호텔)서 2층 침대 2개가 된다고 해서 예약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트윈베드보다 2층 침대 2개가 더 저렴하다고 생각해 배상해주겠다. 고객에게는 호텔 직원 실수니 사장님이 1박에 2만원 정도 할인해주겠다고 얘기했는데 호텔에선 당연히 (고객이)고함지르고 힘들게 하니까 자기들 실수가 아니라고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제게 반말하고 욕한 건 (글에)적지 않았는데 그래서 저도 욕을 했다. 고객이 욕해도 여행사 직원의 잘못이면 무조건 욕을 먹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며 “저는 녹취가 돼있지 않아 소명 못하겠지만 글 쓴 사람은 있다고 하니 통화시간 만큼 편집 없이 녹취록을 올리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먼저 욕한 부분인 앞부분을 자르면 제가 통화시간을 캡처해 답글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21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여행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실수를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만 취해줬어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고 횡설수설 제대로 답도 못하고 따져 물으니 짜증내고 전화를 끊었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여행사 직원이 예약을 뒤늦게 했는지 대구서 포항 여객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었지만 인원초과로 택시(무료)로 이동했고, 포항서 울릉도 들어가는 배는 우등석이었던 반면 올 때는 일반석이었다”며 “1월에 예약했는데, 아마 늦게 예약이 들어가 일반석 자리가 없어 우등석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일로 저와 동행자 2명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여행을 망치고 사기와 협박 등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당 호텔 측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수로 예약 파일이 지워진 것 같다”는 B씨 주장에 대해 “예약 당일 오버부킹(초과예약)이 있어 해당 내용을 여행사 측에 통보했다”면서도 “여행사에서도 예약했던 고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더 이상은 답변드릴 게 없다”고도 했다.

▲지난 1월19일 비용 입금 후 이미 여행사로부터 A씨에게 예약 완료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점 ▲호텔 측에서도 초과예약으로 인해 예약이 불가해 이를 여행사에 통보했다고 밝힌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결국 여행사 측에서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행사 직원 B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클레임을 제기하길래 더 이상 전화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 짜증을 냈다”면서도 “A씨도 통화 중에 욕설을 했다. 어제 A씨가 올린 녹취 파일을 확인해봤는데 불리한 본인의 욕설 부분은 편집해서 올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전에 OOO호텔에 전화했던 언론사 맞느냐? 우리도 A씨를 상대로 영업방해로 고발을 준비 중에 있다. 더 이상은 답변이 곤란하다”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일요시사>는 A씨로부터 입수한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의 통화 음성 녹취 파일 10건을 확인했다. 녹취 파일 중 논란이 될만한 14일 파일에는 호텔 호실 도착 후, 16일엔 협박성 문자메시지 수신 후의 A씨와 B씨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아래는 14일, A씨가 숙소 도착 후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A씨 : “방에 들어왔는데 게스트하우스네요? 룸이 게스트룸이라구요?”

B씨 :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호실)게 더 비싼데…”

A씨 : “뭐가 비싼데요? 우리가 더블+싱글 좋은 방으로 예약했잖아요. 근데 여긴 게스트룸인데 그렇게 말씀 안 하셨잖아요.”

B씨 : “2층 침대 맞잖아요.”

A씨 : “게스트룸이 더 비싼 거에요? 우리가 예약한 방이 더 비싼 거에요?”

B씨 : “제가 말씀드렸잖아요…”(잠시 침묵)

A씨 : “무슨 말을 하셨는데요?”

B씨 : “제가 할 말이 없는데…금액이 차이가 난다고 말씀드렸구요. 그 방이 더 비쌉니다. 직원이 실수했기 때문에 제가 할 말이 없는데…”

A씨 : “그럼 뒤에 예약하신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을 바꿔줘야지, 먼저 예약한 사람의 방을 바꾸면 어떻게 해요. 이 방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몇 달 전에 예약한 거 아니에요?”

B씨 : “제가 잘못했고 그쪽에서 잘못한 건데 제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는데…그러면 고객님이…어… 어…2층 침대는 당연히 없고…중간에…2층 빼고…”(잠시 침묵)

A씨 :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에요?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제가 뭐라고 부르면 돼요?”

B씨 : “죄송한데요. 제가 잘못한 건 없고요. 따지시려고, 진짜 짜증나 죽겠네!”

A씨 : “지금 뭐라고 했어요?”

3분6초 가량의 통화는 여기서 종료됐다.

아래는 지난 16일, A씨가 B씨에게 항의 과정에서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후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B씨 : “문자 봤어요?”

A씨 : “봤어요.”

B씨 : “봤어요. 고소하면 되고, 고소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지 모르겠는데…”

A씨 : “우습게 보이든 안 우습게 보이든…우리가 지금.”

B씨 : “그 방은 더 비싸고.”

A씨 : “비싸다니까.. 또 거짓... 여보세요? 우리가 무슨 바봅니까?”

B씨 : “욕 나올 수 있으니까.”

A씨 : “욕해, 욕해.”

B씨 : “욕하라고?”

A씨 : “응, 욕해요.”

B씨 : “아이고…”

A씨 :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진짜.”

B씨 : “야, 그래 있어.”

A씨 : “야? 그래 미친 X아!”

B씨 : “미X OO. 니가 미X지. 왜 미X다고 지X하고 있어. 니 그렇게 살아. 씨X. 니 지인 전화번호 갖고 내가 못 찾아갈 것 같아?”

A씨 : “찾아와.”

B씨 : “아이고, 됐다 그래. 씨XX아!”

A씨 : “찾아오고. 너거는 앞으로 장사 못하게 SNS 다 올릴 테니까.”

B씨 : “아이고, 다 올려, 지X하지 마. 그거 해.”

A씨 : “지금 통화하는 거, 욕하는 거 다 올릴 테니까.”

B씨 : “내가 니 위치 못 찾아갈 것 같애? 이 씨XX아, 니 마음대로 해. 개XX야!”

A씨 : “야이, 개XX 씨XX아, 나는 욕 못하는 줄 알아?”

A씨는 <일요시사>에 “이후 B씨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론 다른 문자도 없었다”며 “오전에 통화 녹취 파일과 문자메시지 캡처 등을 증거자료로 정리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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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