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마약 단속 2시간 미스터리

실적 챙기려다 국민들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안전 소홀 문제가 드러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마약 단속’보다는 안전을 챙겼다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137명의 경찰 중 오후 9시 전 이태원 일대에 있던 50여명의 마약 담당 경찰은 사고 발생 30분이 지나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수십명의 형사과 경찰이 핼러윈 데이 기간에 마약 단속에 나선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인파 사이에서 마약 투약 및 판매 행위를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술집과 클럽이 아닌 호텔과 파티룸 등에서 투약이 이뤄지기에 이태원 일대에 수십명의 형사가 마약 단속에 나간 것이 확실한 첩보가 있지 않고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
정부 기조 따라?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정부 기조를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됐으나 시민 안전이 아닌 마약 단속에 더욱 집중된 것이 그 이유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사고 현장 인근에 형사·강력 등 경찰 52명이 배치돼있었다. 이들은 마약범 단속을 위해 사고 현장에 있었는데, 이날 단속 실적은 전무했다.

형사·강력 경찰 52명은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서울 용산·동작·강북·광진서 소속이었다. 특히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1·2계팀, 12명의 인원이 현장에 나와 있었다. 서울청 마수대 인원이 38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되는 인원이 투입된 셈이다.


이들은 10개팀으로 나뉘어 지난달 29일 이태원 일대에 배치됐다. 이들은 오후 8시48분부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곳에서 가까운 이태원파출소 인근이나 이태원로·세계음식문화거리 등에 투입됐다. 이태원 일대 클럽·라운지바에서의 마약류 범죄 점검·단속 및 순찰 활동이 주된 임무였다.

형사들이 배치된 곳과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 112 구조신고가 빗발칠 정도로 아비규환이었고 10시15분부터 압사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나 마약 담당 형사들이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출하거나 통제에 나섰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합동단속반 중 용산경찰서 강력팀이 단속 활동 전 이태원파출소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10시37분쯤 현장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것이 첫 구조 활동인 것으로 확인된다. 강력6팀이 현장의 위급한 상황을 확인해 보고한 시간은 출동 7분 뒤인 오후 10시44분이었다.

합동단속반은 4분 뒤인 10시48분 근처에 있던 형사들을 모아 일정 수정 및 인원을 재배치하고 오후 10시50분쯤부터 구조 활동 및 인파 분산 유도, 구조로 확보 등의 조처를 진행했다.

사정기관 특별 정보 아니고서…
형사 50여명 투입 사실상 사족

경찰기동대 투입 지시는 사고 당일 오후 11시17분에야 처음 이뤄졌다. 당시 경찰 배치 운용 현황을 보면 용산 거점 근무를 하고 있던 11경찰기동대가 이 시간에 지시를 받고, 현장엔 오후 11시40분에 도착했다. 그 뒤를 이어 종로 거점 근무 77경찰기동대가 오후 11시50분, 여의도 거점 근무 67경찰기동대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10분쯤에 잇따라 현장에 왔다.

두 경찰기동대가 투입 지시를 받은 건 각각 오후 11시33분·11시50분이었다. 이들 포함 경찰기동대 총 5곳과 의무경찰부대 8곳이 긴급 투입됐지만, 이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경찰이 안전 관리가 아닌 마약 수사에 몰두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서는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교통기동대 20명, 교통과 6명, 생활안전과 9명, 112상황실 4명, 외사과 2명, 형사과 50명, 여성청소년과 4명, 이태원파출소 32명, 관광경찰대 10명 등 총 137명을 투입했다.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에서 발생한 집회·시위가 끝난 뒤 오후 10시쯤 넘어오는 방식이었다. 경비과의 지휘를 받는 일반 기동대와는 달리 교통기동대는 교통과의 지휘를 받아 차량 통제 등을 담당한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태원 일대에서 인파를 관리·통제할 인원은 사실상 제로였던 셈이다.

형사과는 마약사범 등 기타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다. 형사과 투입 인력이 교통기동대와 교통과를 합친 것의 약 2배에 달한 사실을 보면 경찰이 참사 당일 도로 통제 및 통행 관리보다 마약 수사에 몰두할 계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례적인
기획 단속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형사부서 경찰들이 마약 단속 말고도 절도나 성범죄 등 경범죄도 들여다본다”며 “특별히 핼러윈 데이기에 단속한 것이 아니다. 올 연말까지는 종종 단속을 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경찰 간부와 마약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을 위해 50명이 넘는 형사과 인력이 투입된 배경에 특별취급 정보(첩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마수대 출신 경찰 간부들은 이태원처럼 작은 지역에 수십명의 형사과 인력이 투입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실제 경찰 내부 문건인 ‘핼러윈 데이 사전 대비 파일’에 따르면 경찰은 당초 마약 단속을 위해 형사 16명을 배치하려 했다. 16명이었던 형사과 인원이 실제 현장에서 5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배경에는 김광호 서울청장 지시가 있었다.

용산서가 지난달 24일 작성한 치안대책 자료에는 “핼러윈 주말에 작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중이 밀집한 틈을 노린 강제추행·치기절도 등 강력범죄와 과다 노출, 모의총포 소지와 같은 위법행위가 특히 우려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형사 16명, 생활안전 8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팀 4개 조를 투입해 마약 투약 등 불법행위와 질서 위반 단속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0만명 인파 적발 불가능”
특정 거물급 인사 쫓았나

그런데 김 청장이 지난달 28일 ‘핼러윈 때 마약이 문제될 수 있어 대책을 세워보라’며 공문을 내렸다. 김 청장의 지시로 서울청은 용산서 자체 계획에 더해 마약범죄수사대와 인접서 3개 팀 등 25명을 추가 투입했다. 용산서가 투입했다는 형사 50명은 용산서 자체 인력 25명에 서울청 마수대 12명, 인접서에서 파견된 13명 등을 합한 규모다.


마수대 출신의 한 서울청 간부는 “원래 배치될 인력의 3배가 늘었다. 전례가 없다고 볼 수 있고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 정보기관에서 확실한 첩보를 넘겨받으면 상당수 경찰이 사복을 입고 주변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가 말한 정보기관은 어디일까? 마약 관련 첩보를 관리하는 사정기관은 경찰을 제외하고 국가정보원과 검찰, 관세청 등이 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검찰은 마약 사건을 두고 최근까지 공조하지 않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경찰과 마약 수사 공조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검찰이 핼러윈 데이에 마약 실적 수사를 위한 기획과 파견이 있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반부패·강력부도 연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설치된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첩보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마약 수사를 두고 경쟁 레이스를 뛰고 있다. 김 청장이 마약 단속 인원을 대폭 늘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핼러윈 데이 기간 이태원 일대에 수십명의 형사를 투입한다고 해서 실적을 낼 수 있을까?

인원 대폭 늘려
성과는 없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마약 단속이 수사 목적이 아닌 범죄 예방 차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술집과 클럽 등에 직접 형사가 들어가 사람들을 지켜봤을 것”이라며 “특정 수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언제든지 수사 전환을 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클럽과 술집에도 수백에서 수천명의 사람이 밀집해 있었을 텐데 마약 단속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핼러윈 데이에 누가 대놓고 마약을 투약하거나 판매하겠나. 경찰이 마약 단속 인력을 대폭 늘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마약 담당 경찰 수십명은 팀을 나눠 이태원 각 술집과 라운지바·클럽을 드나들며 단속했다고 한다. 사복을 입고 흩어지기에 경찰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단속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청 간부는 “과거부터 검찰과 경찰은 마약 사건 공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 또는 경찰과 국정원으로 나눠서 한다”며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마약 첩보를 입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다면 국정원으로부터 확실한 첩보를 넘겨받아 마약 단속 인력이 3배 이상 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검찰과 공조하기도 하고 경찰과 공조도 한다.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공조하고 마약 관련 첩보를 공유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첩보를 경찰에 넘겼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강남과 이태원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과거부터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대검·중앙지검·국정원
“기획 의혹, 사실 아니다”

마약사범들에게 한국은 큰돈을 벌 수 있는 곳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필로폰의 미국 시세는 g당 44달러(약 6만원)이고 태국은 13달러(1만8000원)다. 우리나라는 450달러(64만원)다. 태국보다 무려 35배나 높다. 국정원은 이 같은 이유로 중국 삼합회, 대만 죽련방, 일본 야쿠자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마약·폭력 조직들은 한국을 마약 경유·소비지로 만들려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마약을 은닉한 화물을 정식 수출입으로 위장해 한국으로 밀반입한 다음, 제3국으로 밀반출하는 ‘원산지 세탁’ 수법까지 쓰고 있다.

특히 IT기술의 발달로 국제 마약조직원들은 정보통신기술에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필로폰 소매 방식이 크게 변했고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국정원은 동남아 지역 정보·수사기관들과 공조해 2018년부터 한국인 마약조직 총책 6명을 현지에서 검거했다. 이들 중 4명은 검경과 협조해 국내로 송환했다. 나머지 2명은 현지 수감 중이다.

2017년 콜롬비아발 한국행 선박에서 코카인 657kg이 나온 바 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의 배후에 A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국제 마약유통 혐의로 미국·호주 수사기관이 추적 중인 인물이다. 그는 중남미발 마약을 호주로 밀반입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지로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 동포 B씨를 포섭해 아시아 총책으로 활용했다. B씨는 국내에 자신의 하수인 C씨를 두고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남미에서 대형 기계류에 마약을 숨겨 국내로 들여와 뒤 다시 호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 수법’을 사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호주 당국이 한국발 선적화물(헬리컬기어)에서 필로폰 230kg을 적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정원은 관세청과 협조해 아직 호주로 빠져나가지 못한 필로폰 은닉 헬리컬기어 9개가 한국에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국정원과 관세청은 필로폰 404kg을 국내에 밀반입해온 C씨를 검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가 1조3000억원 상당이며, 무려 13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국정원은 이후 국내외 정보망을 총동원해 아시아 총책의 베트남 은신처 정보를 파악하고 지난 2월 B씨를 현지에서 검거해 한국으로 송환 조치했다.

특별 정보
존재했나

대학생이 많은 신촌에서도 어마어마한 양의 필로폰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2018년 7월 대만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한 필로폰 수십kg이 일본 야쿠자와 국내 마약조직에 넘어간다는 제보를 받고 국내로 들어온 대만인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국정원은 세관과 합동추적팀을 꾸렸다. 국정원은 신촌 한 모텔에서 필로폰 5kg을 밀반출하려던 용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인근 모텔에 23.5kg의 필로폰을 숨겨놓은 상태였다. 총 28.5kg으로 시가 940억원 상당, 94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분량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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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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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