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낀’ 대학 동아리 마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09:17:45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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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 파티 연 카이스트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합 동아리에 마약을 유통·투약한 카이스트 대학원생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도림역 인근 아파트에 월세를 내가며 동아리 본부로 활용했다. 동아리 회장 염모씨는 모델 이모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주범인 동아리 회장 30대 초반 염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염씨 누구?

앞서 염씨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공문서 변조 혐의로 지난 4월17일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동아리 임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다른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 마약을 단순 투약한 8명은 전력, 중독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한 염씨는 지난 2021년 ‘깐부’(오랜 친구) 동아리를 만들어 인맥을 키워갔다. 이름처럼 ‘친목 동아리’를 표방하며 ‘자차 8대 이상 보유’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 광고를 앞세워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다가 제적된 염씨는 사진과 서류로 1차 합격을 하면, 2차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을 면접하면서 외모와 집안을 포함해 A부터 D등급으로 나누는 등 깐깐하게 따지기도 했다.


염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공범 홍모씨와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했다. 적극성이 높은 주축 회원이 구성되면 별도 행사에 초대해 참석자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액상 대마를 권했다.

그러다 케타민·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갔다. 

이 과정서 염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마약을 집단 투약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과 클럽, 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회원들과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숨겨 태국·제주 등지로 가져나가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깐부’ 동아리 결성
대마초서 수위 높여가

검찰은 동아리 내에서 마약이 어느 정도 퍼진 뒤에는 대놓고 마약을 유통·판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염씨와 동아리 임원들은 텔레그램 마약 업자로부터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개당 10만원 정도에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마약 1개당 15~20만원의 웃돈을 붙여 회원들에게 되팔았다. 

염씨 등이 지난해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 대금은 최소 1200만원에 이른다. 이 사건은 염씨의 단순 마약 투약 혐의 1심 재판 중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실체가 밝혀졌다.


추적이 어려운 현금과 코인 등으로 거래돼 확인되지 않은 마약 규모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염씨의 전자지갑을 동결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 처분한 14명 이외에 남은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목적으로 염씨 등 9000여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해 대검찰청과 함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적용 등도 검토 중이다. 

기소유예 처분된 8명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엄정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대학생들이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별건의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던 염씨의 계좌 거래 내용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3개 대학서 이 같은 범행 전모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동아리를 운영하며 회장단과 기획부·인사부·디자인부·회계부·홍보부 등 조직을 만들어 역할을 분배한 점과 내부 규율을 만든 점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또 피의자들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채널에 가입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 삭제하는 방법, 모발 염색·탈색 방법, 피의자 신문 조사 모의 답변 등 수사 대비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대형 마약 조직이 대학가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며 “인터넷·SNS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까지 마약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함에 따라 1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로 웃돈 붙여 마약 유통
성관계 영상으로 여성들 협박까지

동아리 회장 염씨는 앞서 지난해 12월경 호텔서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마약을 투약,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이씨는 증거인멸을 시도하다가 걸려 추가 혐의를 받았다. 또 그해 4월 염씨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와인병으로 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회원들은 검찰서 “염씨가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해 나중에 협박하거나, 소규모로 회원들을 분리해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했다”고 진술했다.

회원 중에는 명문대생뿐 아니라 의대와 약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여럿 포함됐다. 이들은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한 아파트를 임차해 OO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마약 아지트’를 운영했고,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도 고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엔 홍익대·건국대·가천대 등에 ‘영감이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약 홍보 전단이 뿌려졌는데, 배후에 마약 유통 조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염씨가 운영한 동아리 외에도 비슷한 형태의 파티 동아리가 전국적으로 결성됐고, 마약 투약 및 유통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문대 출신 제보자에 따르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파티 동아리가 결성된 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잘나가는 유학파 출신들이 주도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이들이 대마초 흡연 등을 권유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검찰의 대학 연합 동아리 마약 유통 및 투약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범행 당시 학생 신분은 아니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적발된 염씨는 모 대학을 졸업한 뒤 2018년 가을학기 대학원생으로 입학하고 이듬 해인 2019년 가을학기에 휴학했다. 이후 장기간 복학하지 않아 2020년 자동 제적돼 학생 신분을 잃었다.

앞서 지난 5일 카이스트는 입장문을 통해 “주요 피의자가 조직한 동아리는 교내에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와 무관하다”면서도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예견된 사태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번 사건서 거론되는 연합 동아리의 회장으로 특정된 주 피의자는 해당 동아리를 결성(2021년께)하기 전 2020년 카이스트서 제적돼 범행 당시에는 카이스트 학생 신분이 아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 위험성과 경각심을 고조할 수 있는 마약 예방교육을 조속히 실시하고 학생들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지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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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