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낀’ 대학 동아리 마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09:17:45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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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 파티 연 카이스트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합 동아리에 마약을 유통·투약한 카이스트 대학원생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도림역 인근 아파트에 월세를 내가며 동아리 본부로 활용했다. 동아리 회장 염모씨는 모델 이모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주범인 동아리 회장 30대 초반 염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염씨 누구?

앞서 염씨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공문서 변조 혐의로 지난 4월17일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동아리 임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다른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 마약을 단순 투약한 8명은 전력, 중독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한 염씨는 지난 2021년 ‘깐부’(오랜 친구) 동아리를 만들어 인맥을 키워갔다. 이름처럼 ‘친목 동아리’를 표방하며 ‘자차 8대 이상 보유’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 광고를 앞세워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다가 제적된 염씨는 사진과 서류로 1차 합격을 하면, 2차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을 면접하면서 외모와 집안을 포함해 A부터 D등급으로 나누는 등 깐깐하게 따지기도 했다.


염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공범 홍모씨와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했다. 적극성이 높은 주축 회원이 구성되면 별도 행사에 초대해 참석자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해 액상 대마를 권했다.

그러다 케타민·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갔다. 

이 과정서 염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마약을 집단 투약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과 클럽, 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회원들과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숨겨 태국·제주 등지로 가져나가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깐부’ 동아리 결성
대마초서 수위 높여가

검찰은 동아리 내에서 마약이 어느 정도 퍼진 뒤에는 대놓고 마약을 유통·판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염씨와 동아리 임원들은 텔레그램 마약 업자로부터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개당 10만원 정도에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마약 1개당 15~20만원의 웃돈을 붙여 회원들에게 되팔았다. 

염씨 등이 지난해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 대금은 최소 1200만원에 이른다. 이 사건은 염씨의 단순 마약 투약 혐의 1심 재판 중 공판 검사가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실체가 밝혀졌다.


추적이 어려운 현금과 코인 등으로 거래돼 확인되지 않은 마약 규모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염씨의 전자지갑을 동결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 처분한 14명 이외에 남은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목적으로 염씨 등 9000여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해 대검찰청과 함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적용 등도 검토 중이다. 

기소유예 처분된 8명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엄정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대학생들이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별건의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던 염씨의 계좌 거래 내용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3개 대학서 이 같은 범행 전모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동아리를 운영하며 회장단과 기획부·인사부·디자인부·회계부·홍보부 등 조직을 만들어 역할을 분배한 점과 내부 규율을 만든 점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또 피의자들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채널에 가입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 삭제하는 방법, 모발 염색·탈색 방법, 피의자 신문 조사 모의 답변 등 수사 대비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대형 마약 조직이 대학가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며 “인터넷·SNS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까지 마약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함에 따라 1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로 웃돈 붙여 마약 유통
성관계 영상으로 여성들 협박까지

동아리 회장 염씨는 앞서 지난해 12월경 호텔서 성인잡지 모델 이씨 등과 마약을 투약,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이씨는 증거인멸을 시도하다가 걸려 추가 혐의를 받았다. 또 그해 4월 염씨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와인병으로 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회원들은 검찰서 “염씨가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해 나중에 협박하거나, 소규모로 회원들을 분리해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했다”고 진술했다.

회원 중에는 명문대생뿐 아니라 의대와 약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여럿 포함됐다. 이들은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한 아파트를 임차해 OO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마약 아지트’를 운영했고,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도 고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엔 홍익대·건국대·가천대 등에 ‘영감이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약 홍보 전단이 뿌려졌는데, 배후에 마약 유통 조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염씨가 운영한 동아리 외에도 비슷한 형태의 파티 동아리가 전국적으로 결성됐고, 마약 투약 및 유통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문대 출신 제보자에 따르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파티 동아리가 결성된 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잘나가는 유학파 출신들이 주도적인 분위기를 이끌었고,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이들이 대마초 흡연 등을 권유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검찰의 대학 연합 동아리 마약 유통 및 투약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범행 당시 학생 신분은 아니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적발된 염씨는 모 대학을 졸업한 뒤 2018년 가을학기 대학원생으로 입학하고 이듬 해인 2019년 가을학기에 휴학했다. 이후 장기간 복학하지 않아 2020년 자동 제적돼 학생 신분을 잃었다.

앞서 지난 5일 카이스트는 입장문을 통해 “주요 피의자가 조직한 동아리는 교내에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와 무관하다”면서도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예견된 사태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번 사건서 거론되는 연합 동아리의 회장으로 특정된 주 피의자는 해당 동아리를 결성(2021년께)하기 전 2020년 카이스트서 제적돼 범행 당시에는 카이스트 학생 신분이 아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 위험성과 경각심을 고조할 수 있는 마약 예방교육을 조속히 실시하고 학생들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지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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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