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가 마약으로 시끄럽다. 유명 배우가 마약 복용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가 하면, 세관에서 적발되는 마약도 급증하고 있다. 어린 학생에게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수를 마시게 하고 이를 통해 학부모를 협박하는 신종 피싱 범죄가 등장할 정도로 마약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었지만 이제는 청정국이 아니라 우려국이 되려고 한다. 마약은 더 이상 제한적·국소적 문제가 아니다. 성별·연령·직업 등을 불문한 보편적 문제나 다름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준비했고, 그래서 나온 게 미국의 ‘마약수사청(DEA, Drug Enforcement Agency)’을 본뜬 특별기구 설치 방안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특별전담기구는 검찰,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능을 중심으로 식약청과 교육당국의 예방과 치료기능까지 섭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약 관련 정부기관들이 합동으로 마약범죄에 대응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왕이면 더 효율적인 접근법은 없을까 생각해본다.
전통적인 마약과의 전쟁은 마약의 제조·재배·거래 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불행히도 전통적인 마약과의 전쟁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고, 수요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정책은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차단하는 것이다. 공급과 수요 모두 통제하는 ‘투 트랙(Two Track)’ 정책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공급의 차단을 도모하려면 제조자와 판매자 등 공급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분산돼있는 마약 수사 기능을 하나의 전담기구로 독립,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
추가로 공급자에 대한 양형기준을 상향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그나마 마약 공급이라는 범행의 동기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익과 손실, 쾌락과 고통을 합리적으로 계산할 줄 아는 알기에, 마약으로 얻는 범죄 수익보다, 적발 시 형벌이 훨씬 강해야만 통제 가능하다.
물론 마약을 비롯한 모든 범죄는 수사와 처벌이라는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마약범죄를 통제하려면 어떤 동기에서건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도록 하는 일반 예방적 방편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필수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Say No to Drug”, 즉 마약에 아니라고 답하라고 교육시키고 있다. 아이들에게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약물남용저항교육(DARE, 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타깝게도 예방적 노력을 펼쳐도 일부는 마약 복용의 늪에 빠지게 되고, 상당수는 마약에 중독되는 불행을 맞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더 이상 남용하거나 복용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법률 위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다만 마약이 습관화된 사람에게는 어쩌면 형벌이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엄벌 차원에서 장기수용이 결정될 경우 교정 부담이 커진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차단과 수요 차단이라는 투가지 트랙을 기본으로 접근하되,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에 힘쓰고, 예방되지 않은 기 남용자나 중독자를 위한 치료와 치유라는 다른 한 축을 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단순한 마약수사청이 아니라 검찰·경찰·교정·법원 등 형사사법제도가 망라되고, 예방을 위한 교육과 의료가 더해지는 그야말로 총합적 기구가 돼야 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