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족한’ 병무청 신검 마약검사 속사정

돈도 없는데 무슨 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군대 내 마약과 전쟁이 시작됐다.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가 실시되면서다. 검사 대상자는 연간 26만명에 예산은 31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서 심사하는 예산은 예상보다 적고 병무청은 시행 약 두 달 전인데도 물량 확보를 안 하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의 문제 제기에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사항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마약류 전수검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병무청은 지난 1월 병역법을 개정해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영 판정검사 시 기존에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심리검사’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역법을 개정한 것이다.

돈 없는데···
병역법 개정

현재는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한 사람’ ‘병역 판정 전담 의사 등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선별적으로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의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약이나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한 범죄와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총기 운용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어 마약류 중독자 군 유입을 차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군사경찰에 입건된 현역 장병 마약사범은 모두 118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0년 9명 수준이던 마약사범이 2021년엔 20명, 2022년 3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개월 동안 26명이 붙잡혔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 2021년 8월 시행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병 모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 검사를 실시하도록 개정했다. 법 시행 이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해당 명단을 통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서도 검사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 체계 구축도 추진했다.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마약류 등을 고려해 검사항목도 현재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서 2종(벤조디아제핀, 케타민)을 추가해 총 7종을 검사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을 통해 입대 전 2차례에 걸쳐 마약류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차로 만 19세가 되면 받는 병역 판정검사서 본인 진술 또는 병역 판정 전담의에 의해 마약류 검사가 이뤄지게 되고, 일부 중독자가 걸러진다.

현역 대상자 전원에 마약류 검사 실시
연간 26만명 예상·31억원 소요 예정

2차로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입영 판정검사 등에서 대상자 전원이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되면서 숨어있던 마약 중독자들을 색출하게 된다. 특히 입영 판정검사는 입영 14일 전에서 3일 전까지 받아야 해 마약사범의 입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되면 경찰청에 명단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도 검사이력을 관리하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입대 대상자가 마약검사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영 판정검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입영 후 군부대서 실시하던 입영 신체검사 제도를 대체해 입영 전 병무청서 입영 대상자의 건강 및 질병상태를 검사해 군 복무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병무청은 오는 2025년까지 병역의무자의 입영 판정검사를 전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단급 훈련소에 입소하는 입영 대상자 외 육군훈련소와 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 훈련소로 직접 입영하는 사람들은 병무청서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 판정검사 인원은 ▲2021년 1만3000명 ▲2022년 3만7000명 ▲2023년 8만6000명 등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 5만8000명이 검사를 받을 전망이다. 내년에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검사자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된다.

계산보다
부족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검사 인원은 2025년 기준 연간 26만명, 예산만 31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검사 시행이 예정돼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는 병무청 소관 예산안 심사 결과 입영 판정, 검사 및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투약 여부 확인 검사를 위한 예산 6억9600만원을 증액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국방예산과에 따르면, 해당 증액금이 모두 올해 병무청 마약검사 예산으로 등록됐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마약 검사는 문제가 없지만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면 예산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서 심사한 2025년 병무청 마약 검사 관련 1차 정기 심사 예산이 약 24억8000만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서 예상한 31억보다 6억가량 부족한 셈이다. 국방위에 보고된 병무청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도 병역판정검사 예산안은 2023년도 대비 3.7%(6억8100만원) 증액된 188억5500만원이다.

주요 증액 사유는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질량분석기 등 도입(2억7900만원), 데이터 통합 병역면탈 조기경보체계 구축(5억8000만원)에 따른 것으로 마약류 검사를 위한 증액으로 볼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관해 병무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를 통해 “내년 1월1일부로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 개정 사항이기에 예산과 인력은 상황에 맞게 따라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 ▲제대로 된 마약검사가 가능한지의 여부 등 마약진단키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병무청서 확보하려는 마약진단키트는 검찰과 경찰 등에서 마약사범 검거 후 사용하는 소변검사키트로, 결과가 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5~10분이다. 키트의 줄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이다. 하지만 감정 가능한 기간은 통상적으로 5일서 10일밖에 되지 않아 해당 기간을 벗어나면 음성 반응이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

1개당 3만원
78억원 필요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진단키트는 감정 기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어 최근 경찰에서는 타액검사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소변용보다 타액용이 적게는 2배서 많게는 3배가량 비싸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경찰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대 전에 마약사범을 잡아 군대 내에서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마약검사가 도입됐지만 소변용보다 정교한 검사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경찰청서 구입하고 있는 타액용 마약검사기는 1개당 가격이 3만원에 달한다. 이를 병무청서 언급한 2025년 기준 26만명에 대입해 보면 78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경찰서 사용하는 소변용 마약검사기는 해외 제품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병무청이 2024년도 마약류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병리검사 시약기와 함께 구매한 것 뿐이다.


심지어 당시 계약한 것도 병리검사시약기가 1만4080개고 마약검사키트는 31박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3년 마약류·병리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보다 감소했다. 지난 2022년에 계약할 당시에는 병리검사시약기 1만5993개, 마약류 검사기 34박스를 구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일선 경찰들이 마약수사 활동을 하는 데 수요가 부족하면 그때마다 구매 계약을 한다”며 “일반적으로 마약검사기는 해외서 들여와 빨라도 한 달가량이 소요돼 부족하기 전에 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행 문제없다” 하는데···
예산 적고 물량은 미확보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마약검사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아직 두 달가량 남았다”며 “검사기 구매 계약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며 병무청서 시행 예정인 질량분석기도 있어 마약검사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올 하반기부터 혈액 내 특정 약물의 농도를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를 들여와 허위 진단에 따른 가짜 질병을 가려낼 예정이다.

병무청은 지난 2월18일 “올 하반기 혈액 약물농도 분석을 위한 질량 분석기 2대를 대구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이용해 신경과는 항경련제 치료약물 7종, 정신과는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 등 40여종의 약물을 일괄 검사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과에서는 지난해 뇌전증 허위진단을 통한 병역면탈 시도가 다수 적발된 만큼 병역면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간 마약류를 복용했던 병역 의무자는 정신과 7급 재검사 판정을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이때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마약류 중독 치료를 위한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했는지, 또는 치료 대신 마약류를 계속 사용했는지를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다.

입대 후에도 마약검사는 진행된다. 지난 1월9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지난 2월1일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난해 12월8일 병역법 개정으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에 대한 마약검사가 법제화됐다면 군인사법 개정으로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군 간부로 임용할 수 없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로 인해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는 장교, 준·부사관 지원자들도 지원 전 신체검사 또는 임관 전 신체검사 등에서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됐다.

그때그때
메꾼다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현역 장병들의 마약류 검사도 이뤄진다. 입대 후에는 마약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마약에 손을 대는 장병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입대 전, 중, 후로 마약검사가 이뤄져 총기를 다루는 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군대 안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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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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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