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족한’ 병무청 신검 마약검사 속사정

돈도 없는데 무슨 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군대 내 마약과 전쟁이 시작됐다.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가 실시되면서다. 검사 대상자는 연간 26만명에 예산은 31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서 심사하는 예산은 예상보다 적고 병무청은 시행 약 두 달 전인데도 물량 확보를 안 하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의 문제 제기에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사항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마약류 전수검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병무청은 지난 1월 병역법을 개정해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영 판정검사 시 기존에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심리검사’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역법을 개정한 것이다.

돈 없는데···
병역법 개정

현재는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한 사람’ ‘병역 판정 전담 의사 등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선별적으로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의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약이나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한 범죄와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총기 운용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어 마약류 중독자 군 유입을 차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군사경찰에 입건된 현역 장병 마약사범은 모두 118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0년 9명 수준이던 마약사범이 2021년엔 20명, 2022년 3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개월 동안 26명이 붙잡혔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 2021년 8월 시행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병 모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 검사를 실시하도록 개정했다. 법 시행 이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해당 명단을 통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서도 검사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 체계 구축도 추진했다.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마약류 등을 고려해 검사항목도 현재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서 2종(벤조디아제핀, 케타민)을 추가해 총 7종을 검사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을 통해 입대 전 2차례에 걸쳐 마약류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차로 만 19세가 되면 받는 병역 판정검사서 본인 진술 또는 병역 판정 전담의에 의해 마약류 검사가 이뤄지게 되고, 일부 중독자가 걸러진다.

현역 대상자 전원에 마약류 검사 실시
연간 26만명 예상·31억원 소요 예정

2차로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입영 판정검사 등에서 대상자 전원이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되면서 숨어있던 마약 중독자들을 색출하게 된다. 특히 입영 판정검사는 입영 14일 전에서 3일 전까지 받아야 해 마약사범의 입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되면 경찰청에 명단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도 검사이력을 관리하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입대 대상자가 마약검사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영 판정검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입영 후 군부대서 실시하던 입영 신체검사 제도를 대체해 입영 전 병무청서 입영 대상자의 건강 및 질병상태를 검사해 군 복무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병무청은 오는 2025년까지 병역의무자의 입영 판정검사를 전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단급 훈련소에 입소하는 입영 대상자 외 육군훈련소와 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 훈련소로 직접 입영하는 사람들은 병무청서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 판정검사 인원은 ▲2021년 1만3000명 ▲2022년 3만7000명 ▲2023년 8만6000명 등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 5만8000명이 검사를 받을 전망이다. 내년에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검사자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된다.

계산보다
부족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검사 인원은 2025년 기준 연간 26만명, 예산만 31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검사 시행이 예정돼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는 병무청 소관 예산안 심사 결과 입영 판정, 검사 및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투약 여부 확인 검사를 위한 예산 6억9600만원을 증액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국방예산과에 따르면, 해당 증액금이 모두 올해 병무청 마약검사 예산으로 등록됐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마약 검사는 문제가 없지만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면 예산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서 심사한 2025년 병무청 마약 검사 관련 1차 정기 심사 예산이 약 24억8000만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서 예상한 31억보다 6억가량 부족한 셈이다. 국방위에 보고된 병무청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도 병역판정검사 예산안은 2023년도 대비 3.7%(6억8100만원) 증액된 188억5500만원이다.

주요 증액 사유는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질량분석기 등 도입(2억7900만원), 데이터 통합 병역면탈 조기경보체계 구축(5억8000만원)에 따른 것으로 마약류 검사를 위한 증액으로 볼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관해 병무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를 통해 “내년 1월1일부로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 개정 사항이기에 예산과 인력은 상황에 맞게 따라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 ▲제대로 된 마약검사가 가능한지의 여부 등 마약진단키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병무청서 확보하려는 마약진단키트는 검찰과 경찰 등에서 마약사범 검거 후 사용하는 소변검사키트로, 결과가 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5~10분이다. 키트의 줄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이다. 하지만 감정 가능한 기간은 통상적으로 5일서 10일밖에 되지 않아 해당 기간을 벗어나면 음성 반응이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

1개당 3만원
78억원 필요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진단키트는 감정 기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어 최근 경찰에서는 타액검사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소변용보다 타액용이 적게는 2배서 많게는 3배가량 비싸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경찰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대 전에 마약사범을 잡아 군대 내에서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마약검사가 도입됐지만 소변용보다 정교한 검사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경찰청서 구입하고 있는 타액용 마약검사기는 1개당 가격이 3만원에 달한다. 이를 병무청서 언급한 2025년 기준 26만명에 대입해 보면 78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경찰서 사용하는 소변용 마약검사기는 해외 제품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병무청이 2024년도 마약류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병리검사 시약기와 함께 구매한 것 뿐이다.


심지어 당시 계약한 것도 병리검사시약기가 1만4080개고 마약검사키트는 31박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3년 마약류·병리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보다 감소했다. 지난 2022년에 계약할 당시에는 병리검사시약기 1만5993개, 마약류 검사기 34박스를 구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일선 경찰들이 마약수사 활동을 하는 데 수요가 부족하면 그때마다 구매 계약을 한다”며 “일반적으로 마약검사기는 해외서 들여와 빨라도 한 달가량이 소요돼 부족하기 전에 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행 문제없다” 하는데···
예산 적고 물량은 미확보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마약검사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아직 두 달가량 남았다”며 “검사기 구매 계약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며 병무청서 시행 예정인 질량분석기도 있어 마약검사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올 하반기부터 혈액 내 특정 약물의 농도를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를 들여와 허위 진단에 따른 가짜 질병을 가려낼 예정이다.

병무청은 지난 2월18일 “올 하반기 혈액 약물농도 분석을 위한 질량 분석기 2대를 대구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이용해 신경과는 항경련제 치료약물 7종, 정신과는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 등 40여종의 약물을 일괄 검사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과에서는 지난해 뇌전증 허위진단을 통한 병역면탈 시도가 다수 적발된 만큼 병역면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간 마약류를 복용했던 병역 의무자는 정신과 7급 재검사 판정을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이때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마약류 중독 치료를 위한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했는지, 또는 치료 대신 마약류를 계속 사용했는지를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다.

입대 후에도 마약검사는 진행된다. 지난 1월9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지난 2월1일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난해 12월8일 병역법 개정으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에 대한 마약검사가 법제화됐다면 군인사법 개정으로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군 간부로 임용할 수 없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로 인해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는 장교, 준·부사관 지원자들도 지원 전 신체검사 또는 임관 전 신체검사 등에서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됐다.

그때그때
메꾼다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현역 장병들의 마약류 검사도 이뤄진다. 입대 후에는 마약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마약에 손을 대는 장병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입대 전, 중, 후로 마약검사가 이뤄져 총기를 다루는 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군대 안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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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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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