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가는’ 다이어트약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02 09:51:09
  • 호수 14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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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뽕쟁이’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마르고 싶은 욕망’이 1020세대를 마약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있다. 정확히는 마약 성분이 강한 다이어트약 때문이다. 16세 이하 청소년이 다이어트약을 처방받는 것은 불법이라 대부분 10대는 SNS서 다이어트약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 자체가 마약사범이 되는 길이다.

마약사범은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 사적으로 마약을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정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에 대해 동법서 금지한 방법으로 투약·소지·소유·제조·수출입·매매·매매의 알선 또는 수수·원료의 재배 및 소지 행위 등을 해 법원서 유죄를 선고받은 범죄자를 말한다.

식욕억제제 위험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서 벌어진 이른바 ‘마약 음료수 사건’으로 학교 안팎서 일어나는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청소년 수는 500명에 육박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7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 백서와 마약류 월간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19살 이하 청소년은 481명으로 2013년(58명)과 비교해 8배 이상 증가했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3년 58명에서 2014년 100명대, 2019년 200명대로 올라선 뒤 2021년 400명대로 늘었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15~18살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291명으로 통계가 시작된 2017년 55명과 비교하면 5.3배 증가했다. 


15세 미만만 따져도 2021년까지 한 자릿수이던 마약류 사범들은 지난해 4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마약 문제와 관련해 초·중·고교 담장 안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청소년이 마약에 노출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다이어트약’이다. 다이어트약은 병원서 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서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마약 성분이 포함돼있다.

특히 펜터민(식욕억제제)과 디에타민정(체중감량 보조 요법에 사용되는 약)은 마약으로, 다이어트약으로 둔갑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병원 처방이 아닌 소셜네트워크(SNS)로 간편하게 거래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높다.

디에타민정은 알약의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서 ‘나비약’이라고도 부르는데, 인터넷서 검색만 하면 나비약을 판매한다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약물 복용 후기도 많다.

청소년들이 다이어트약을 사는 이유가 뭘까? 일명 ‘프로아나’라고 불리는 거식증을 지향하는 현상 때문이다. 결국 ‘마르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한 청소년은 마약사범이 된다.

마르고 싶은 욕망으로 먹은 마약?
‘디에타민’ 먹고 환청·환각 시작

기본적으로 다이어트약은 중증의 비만 환자가 의사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 구매·판매하는 행위는 처벌을 받고, 이런 약물은 다이어트약 외에도 ADHD 치료제, 프로포폴 등 실제 의약 행위에 쓰는 약물 다수가 포함됐다.


향정신성 의약품 양형기준은 약물의 종류, 행위의 종류 크게 두 가지 사안에 의해 정해진다. 디에타민은 항정신성 의약품 라목에 해당하는데, 라목은 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처벌이 가볍지는 않다. 향정 사범의 양형기준에는 다이어트약을 투약하거나 소지하면 징역 8개월서 1년6개월을 기본으로 선고한다고 적시돼있다. 상습범인 경우 10개월~2년으로 가중 처벌한다.

이처럼 법적으로 처벌이 이뤄져도 다이어트약 불법 판매는 끊이지 않고 있다. SNS에 ‘디에타민’ ‘나비약’ 등을 검색하면 관련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을 10대라고 밝힌 A씨는 나비약 후기를 남겼다. A씨는 “나비약을 한 달 먹고 몸무게가 68kg이었는데 58kg까지 총 10kg 빠졌다. 나비약을 먹을 때는 하루 종일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식욕이 없어서 하루에 삶은 달걀 하나만 먹고 생활했다”고 적었다.

그는 “약을 먹으면 ‘배부름’이나 ‘배고픔’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계란 안 먹고 굶어도 될 것 같다”며 “부작용은 개인차가 정말 큰 것 같다. 나는 입 마름이나 불면증 외 부작용은 없었다. 사실 58kg까지 뺀 뒤 일주일 더 나비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48kg까지 감량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후기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후기도 있었다. 10데 B씨도 가족이 먹는 나비약을 몰래 복용했다.

B씨는 “처음에는 거짓말처럼 식욕이 사라졌다. 정말 적게 먹으니 살이 바로 빠진다. 몸무게가 변하는 게 보이니까 약에 더 집착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니 심장이 빨리 뛰고 심한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도 불법 구매 후 
‘경찰 피하는 방법?’ 공유

그는 “그래서 한 알 먹던 것을 반 알로 줄였다. 그러니 부작용은 없어서 계속 먹었다”며 “약을 복용한 지 2주가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심각한 우울증이 왔고 환청과 환각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약을 먹을 때는 집중이 잘됐는데, 약발이 떨어지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약을 먹으면서는 이게 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끊고 나니 전부 괜찮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후기들이 SNS에 난무하는 가운데 나비약 불법 구매로 경찰이 연락왔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비약 구매했는데 경찰이 문자로 연락이 왔다. 나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 “경찰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부로 병원에 가서 디에타민 처방받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경찰 조사 피할 수 있다” “경찰이 말해준 건데 디에타민 먹다가 대마초나 펜타닐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디에타민도 먹지 말라고 했다” “경찰이 연락와서 디에타민 사기가 많으니 절대 SNS서 구매하지 말라더라. 그냥 허름한 내과서 처방받자” 등이다.


실제로 디에타민을 마약처럼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C씨는 병원서 디에타민을 처방받았다. 원칙대로라면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에만 ‘비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체질량지수 확인 없이 간단한 상담 후 한 달치 약을 처방한다.

심지어 “4주까지 처방 가능한데 몇 주로 처방을 원하나? 바로 결제를 도와주겠다”며 의사가 진료 전, 카운터서 결제부터 하는 식이다.

처방이 너무 쉽다 보니 1년 동안 디에타민 10년치를 타간 사람도 있는 정도다. 한 병원은 1년 동안 3만2000여명에게 알약 1200만정을 처방했다. 이렇듯 다이어트약으로 시작해서 마약사범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처방이 쉽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미디어에 비치는 마른 연예인들을 보고 따라 하려는 1020세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마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더불어 마약성 식욕억제제 위험성에 대한 교육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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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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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