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균·지드래곤 마약 스캔들’ 1% 룸살롱 사장의 하소연

“당신이 사장이면 뽕쟁이를 받겠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형사 입건됐다. 특히, 이선균은 서울 강남의 G 유흥업소 여자 실장 김모씨와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공분을 샀다. 마약 투약 장소로 알려진 G 업소 관계자인 A씨는 이선균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김씨가 2개월 전 가게를 관뒀고, 그 사이 가게 밖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선균과 권지용은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정식 수사 대상이 됐다. 앞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등의 혐의로 이선균 등 8명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를 진행했다. 

‘상위 1%’
회원제 운영?

지난 2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선균과 권지용 사건은 별개로, 두 사람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된 게 없다. 이선균이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G 업소와 관련한 기존 수사 대상자 8명에 권지용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의미다.

권지용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G 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을 조사하다가 권지용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9월경 서울 강남 유흥주점 관계자들이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하던 중 정황이 드러났다.

이선균과 권지용 등이 피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G 업소의 VIP 고객으로 자주 드나든 모습이 목격됐다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이선균과 권지용의 소속사와 법률대리인은 실제 마약 투약을 한 것인지, 유흥업소를 자주 왕래했는지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먼저,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 측은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선균의 법률대리인 박성철 지평 변호사는 이선균의 피의자 전환 소식이 발표된 후 “보도들과 관련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좀 많다”고 일축했다.

이선균에 이어 권지용이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권지용은 지난해를 끝으로 YG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강남 유흥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찰은 마약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이선균이 김씨와 수차례 연락을 하다가 3억5000만원을 보낸 사실을 포착했다.

“구속된 새끼 마담 두 달 전 그만뒀다”
역삼 G업소 “집서 마약한 게 내 책임?”

G 업소 관계자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와 그의 친구 B씨, 그리고 B씨의 남자친구 C씨가 이선균을 협박하기로 도모한 것으로 안다”며 “주로 C씨가 이선균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A씨는 G 업소가 이선균의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된 데 관해 “가게서 투약한 적 없다. 원하면 CCTV 자료도 줄 수 있다”며 “우리 가게 출신들이 밖에서 이선균과 마약한 것까지 내가 알 수 있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선균이 오래전에 방문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번 마약 사건과는 연관이 없고, 피의자들이 우리 가게 출신이라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오보 낸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업주에 처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경찰 측은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해당 업주가 의도적으로 장소를 제공했다면 마약 투약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CCTV조차 없는 사실상 폐쇄된 공간서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흥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 업소는 ‘1%’로 분류되는 룸살롱이다. 상위 1%에 해당하는 재계 고위층 인사, 연예인들이 주 고객이라는 의미다. 1% 업소의 3~4인 기준 술값은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테이블 차지)는 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회원제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손님 외엔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금액대가 높다 보니 아무나 올 수 없게 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유흥업소 출신의 한 여종업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솔직히 외모는 텐프로(10%)나 1%나 거기서 거기”라며 “중요한 건 나이고, 1%에 아가씨들은 20대 초반만 일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텐프로’라는 은어는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가 10%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선균을 협박한 김씨가 실장으로 일한 것과 관련해 부연했다. 이른바 ‘새끼 마담’ 역할에 관해 그는 “보통 유흥업소에 실장들은 접대부로 근무하다가 손님에게 초이스(지명)되지 않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영업을 대신하는 역할”이라며 “손님이 원하지 않는 외모나 성격이지만, 굳이 일하고 싶은 여자들이 ‘새끼 마담’(실장)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찾기에 술값이 비싸도 1% 업소는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G 업소 운영진은 최근 다른 가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G 업소가 있던 건물에는 M 업소가 들어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내사 중인 인물 가운데는 ‘재벌 3세’로 알려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YG엔터테인먼트 가수 지망생 한서희 등도 포함됐다. 아직 두 사람은 이선균과 면식이 없고, 구체적인 범죄 혐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둔 직원 일탈
“어떻게 알겠냐”

황하나, 한서희 등이 G 업소서 근무했다는 의혹에 관해 A씨는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고, 그 사람들은 가게를 와도 받을 수가 없다”며 “워낙 이슈가 있는 사람은 문제되겠다 싶어 받지 않는다. 당신이 가게 사장이면 황하나를 고용하거나, 손님으로 받겠나”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G 업소는 인맥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가게다. 이선균도 지인의 소개로 G 업소의 여자 실장 김씨와 친분을 쌓았고, 이후 두 사람은 대마 등을 수차례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G 업소서 모 실장이 VIP들과 마약을 투약한다’는 제보를 입수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김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이선균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구속된 김씨는 10월23일 기준으로 G 업소를 그만둔 지 2개월 정도가 됐다”며 “그 2개월 사이에 생긴 일인 것이고, 이선균을 협박해 고소당한 김씨의 지인들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밖에서 두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왜 우리 책임으로 몰고 있냐”며 “입증할 자료가 확실하다고 해도 일부 언론사들이 악의적으로 보도해서 억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이선균이 예전에 G 업소에 자주 왔던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선균이 뭘 했는지는 모른다는 그는 “방에서 무엇이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더 큰 게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해 의혹은 증폭됐다.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
“억울하다” 법적대응 예고

반면, A씨는 “이선균은 실제로 G 업소에 온 적이 없다. 프리랜서인 김씨가 G 업소서 일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게서도 ‘G 업소 김마담’으로 불릴 뿐”이라며 “김씨가 다른 가게서 이선균을 만났는데, G 업소라고 소개하면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선균 마약 투약 사건의 진상규명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선균이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안을 두고 변호인은 “일단 2명을 피고소인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1명인지 2명인지는 알 수 없다. 피해 금액도 수억원이며 특정 금액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사를 받아온 인물은 총 8명으로, 이선균 등 3명을 정식으로 형사 입건했다. 나머지 5명은 여전히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돼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는 인물들의 실체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사자 중에는 황하나, 한서희를 포함해 작곡가 정다은(개명 후 이태균) 등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이들도 포함됐다. 

정다은은 같은 혐의로 내사받는 가수 한서희와 한때 연인으로 알려졌다. 정다은은 2009년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얼짱시대>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강동원 닮은꼴’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CCTV 자료
 깔 수 있다”

방송 이후 정다은은 작곡가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았으며 이태균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정다은은 2018년 빅뱅 출신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적발된 한서희와 2019년 공개 열애를 해 대중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한서희는 지난 3월 징역 6개월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한서희는 지난해 7월에도 소변서 메스암페타민 양성 반응이 나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다은은 2016년과 2021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했다. 현재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차 구속된 상태서 경찰 내사를 받는 중이다. 

이선균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향정 혐의까지 추가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에게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 투약 혐의를 추가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향정신성 물질들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취제, 수면제 등이다. 

경찰은 이선균이 수면제 성분의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이 방문했다는 G 업소 측은 “이선균이 김씨와 만나면서 수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빌미로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이선균은 측근을 통해 김씨와 만난 건 사실이지만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고, 마약류를 복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출석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사자인 이선균에게 혐의 또는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조심스럽게 보강수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 여러 법률적 문제가 있다”며 “동시에 내사 중인 본인 범죄 이외 사적인 부분이나 관계도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영창 부장검사)은 해당 사건을 지난 23일 인천경찰청에 이송했다. 마약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같이 수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사건을 이송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배우 이선균은 그동안 억대 출연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는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선균은 <법쩐>의 주연을 맡으며 회당 2억원을 받았다.

<법쩐>의 단역 연기자는 회당 10만원을 수령, 주연 배우와 몸값 차이가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균의 차기작 흥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영화 <행복한 나라>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OTT 영화 <노 웨이 아웃>과 <닥터 브레인> 시즌2 촬영 역시 예정돼있었다.

이선균이 하차 의사를 전한 <노 웨이 아웃>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마약 논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선균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주인공으로 최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 최근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데다 반듯한 인상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불구속 입건된 권지용의 마약 범행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1년 5월 일본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권지용과 관련된 마약 범죄 사안에 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권지용이 재차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습에 나선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종목 게시판을 통해 “투자자 여러분, 권지용은 YG를 퇴사했다. 이번 마약 사태와 주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날 오전 9시20분 전날보다 4% 내린 5만2300원에 거래됐다.

내사자서
피의자로

컴백을 앞둔 권지용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권지용은 워너뮤직 레코드 이적설까지 나와 솔로 컴백을 시사했다. 지난 9월 그는 SNS에 “WELCOMES G-DRAGON(권지용 환영)”이라고 적힌 미국 워너뮤직 레코드 로스앤젤레스 사무실 앞 전광판 사진을 게재했다. 이마저도 그의 마약 혐의 입건으로 차질이 예상된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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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