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떠난 남양유업 흑역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11 09:14:22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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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로 막 내린 홍씨 일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었다.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등 논란에 휩싸인 홍원식 회장은 2021년 초 사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해 5월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절반 이상을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긴 싸움을 택했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코가 지난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군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경 “남양유업은 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라”며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원심이 유지되면서 한앤코는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60년 종지부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허위·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식약처는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 등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9일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회장직서 물러남과 동시에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주식 지분 전량(53%)을 한앤코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여론 악화는 물론,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었다. 

이후 2021년 5월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 보유 지분 37만8938주를 주당 82만원으로, 총 3107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그해 7월30일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9월14일로 돌연 연기했다.

사퇴를 약속한 홍 회장도 물러나지 않았다. 급기야 경영권 매각 업무와 관련한 법률대리인을 LKB앤파트너스로 바꿨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 부부의 ‘임원진 예우’ 등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서 “한앤컴퍼니 측이 홍 회장 등에 대한 임원진 예우와 백미당 사업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것도 불법”이라며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앤코는 8월23일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도 9월1일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이후 한앤코는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허위·과장광고 논란도

2022년과 지난해 각각 진행된 1심과 2심은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 효력이 인정되는데도 홍 회장 측이 주식을 양도하지 않았으므로 주식을 넘기라고 판단했다.

2심 판결 이후 남양유업 측은 “이 사건 계약에 있어 원고 측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효력, 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 간 주식양도 소송은 약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홍 회장 측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결론을 수긍할 수 있어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기게 됐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남양유업의 정상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아직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 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서 패했다.

한앤코도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대유위니아와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유위니아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은 1심에서는 홍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2심에서는 대유위니아의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도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를 한 상태다. 경영권 방어에만 몰두한 홍 회장의 패착이 값비싼 계산서를 만든 셈이다.

‘갑질’ 대명사…불매운동까지
황하나 사건 터질 때마다 진땀

1964년 홍두영 창업주 이후 60년간 이어온 홍씨 일가 경영체제는 2대 만에 막을 내렸다. 홍원식 회장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03년 홍 회장 취임 이후 남양유업은 서울우유에 이어 우유 업계 2위를 지켜왔다.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에 이어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대리점에 대한 물품 강매와 폭언 등은 불매운동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은 지역 대리점에 우유를 강매하고 영업사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분노를 불러왔다.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해 여직원들에게 성차별적 인사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임신하면 퇴사를 종용했다는 시대착오적 횡포가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서 남양유업은 대중들에게 ‘갑질 기업’으로 각인됐다.

소비자들은 집요하리만큼 남양유업을 혐오했다. 당시 남양F&B가 사명을 ‘건강한 사람들’로 바꿔 ‘남양 찾기’가 어려워지자 ‘남양유없’이라는 앱도 만들었다.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아닌지 판별해주는 앱이다.

이후에도 자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경쟁업체 비방 댓글,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사건 등은 ‘오너가 리스크’로 이어졌다. 2019년 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자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홍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통해 “황하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할 뿐, 대리점주들에 대한 피해 보상 지원도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는 2022년 2월4일 실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하나의 상고심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금 50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씨는 2020년 8월 지인과 주거지 및 모텔 등지서 필로폰을 5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마약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된 지인의 집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의류와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드러났다.

당시 황하나는 앞선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그는 2015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 등지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 1차례 필로폰을 매수해 지인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2019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남은 리스크

한편, 업계에서는 한앤코 경영 체제가 황하나의 마약 스캔들 등 오너가 리스크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앤코의 대법 승소 판결 직후 남양유업 주가는 3% 가까이 급등했다. 한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인수합병(M&A) 계약이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다”며 “홍원식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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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