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치면 죽는다?’ 황하나 제보자 극단적 선택 미스터리

‘안양 뽕쟁이’ 바티칸 킹덤 루트 노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황하나와 스치면 죽는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측근이 한 말이다. 황씨는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감옥살이 중이다. 황씨 측근의 말처럼 2020년 황씨의 남편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수도권 마약 총책으로 알려진 ‘바티칸 킹덤’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측근은 이외에도 여러 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주장한다. 석 달 전, 한 사람이 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황씨 마약 사건의 핵심 제보자였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상선 ‘사라 김’ 김형렬이 붙잡혔다. 국내에 공급한 마약만 시가로 100억원 가까이 된다. 100만명이 넘게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수년간 팔아온 것이다. 경찰은 황하나씨와 황씨의 전 연인인 가수 박유천씨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해왔다고 봤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는 여러 명이다. 충격적이지만 제보자 대부분은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열심히 살겠다”
약속 못 지켜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 핵심 제보자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난 건 2년 전이다. 그는 황씨의 남편인 오모씨의 친구이기도 했다. A씨는 기자에게 황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와 마약 투약 정황 등 물적 증거를 건네줬다. 당시 A씨는 취재팀에 “나도 올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내 친구들이라도 돕고 싶다”며 “황하나 사건 해결 좀 해달라. 내 친구들 꼭 좀 살려달라”고 청했다.

석 달 넘게 취재하는 사이 2020년 12월 오씨가 세상을 떠났다. 앞서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는 황씨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2020년 9월 조사를 받았다.

당시 오씨는 “황하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 황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2020년 12월22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앞서 경찰에 진술했던 내용 중 일부를 번복했다. 오씨는 “당시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했고 이틀 뒤인 24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오씨가 남긴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이틀 전 경찰에 자백했던 내용과는 상반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오씨가 마지막에 어떤 상태였고, 누구랑 연락했는지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씨의 지인이자 국내 최대 규모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밝혀진 남모씨도 2020년 12월17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남씨는 현재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씨와 남씨는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수원 모처에서 황씨와 필로폰 등을 투약한 사이다. 결과적으로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입증해줄 두 남성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한 명은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 명은 사망했다.

‘죽마고우’를 떠나보낸 A씨는 술에 빠져 살았다. “서둘러 언론에 제보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우울증으로 인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건 불과 석 달 전이다. A씨와 친했던 인사들은 그가 필로폰에 손을 댔다고 입을 모은다. A씨와 친구였던 B씨는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보니 술로도 커버가 되지 않아 손대지 말아야 할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죄책감·우울증 겪다 석 달 전 세상 떠나
황 녹취·투약 정황 담긴 녹취 수차례 제보

다른 인사도 “그 친구 집에 가면 가끔 테이블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며 “마약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몰래 투약하니 알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빚쟁이가 됐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에게 상당한 금액을 빌려준 적이 있다는 C씨는 “코인 관련해서 몇 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결국 수백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나 말고도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꽤 있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린 A씨가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지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난 5월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미스 맥심’ 출신인 엄모씨와도 친한 사이다. 엄씨는 수도권 마약 총책인 ‘바티칸 킹덤’ 이모씨와 연인 관계였다. 이씨는 ‘마약왕’이라고 불린 박왕열의 하선으로 수도권에서 상당한 양의 마약을 팔아치웠다.

엄씨와 A씨가 서로 마약을 주고받고 같이 투약한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언론에 남씨와 오씨 등이 필로폰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황씨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객관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A씨가 마약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를 통해 마약을 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황씨 사건을 제보한 이후 친구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상황을 고려하면 비상식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일부 지인들은 그가 강남에서 유명한 ‘뽕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마약 유통·공급 등으로 돈을 벌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와 바티칸 킹덤 수사 과정에서 마약 조직 일원으로 파악된 남씨 외에 A씨가 연루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서
유명 약쟁이

A씨의 지인들은 A씨가 황씨와 박유천이 구입했던 통로로 마약을 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황씨가 마약을 구한 통로는 ‘바티칸 킹덤’ 이씨의 인맥이다. 이씨는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국내 총책이다.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박왕열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마약 조직, 일명 ‘전세계 그룹’을 만들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범죄 직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 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왕열의 상선은 1974년생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로 텔레그램에서 ‘사라 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동남아 등지에서 들여온 마약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2020년 10월28일 박왕열이 필리핀 현지에서 경찰에 검거되면서 김형렬을 향한 수사기관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경찰은 최근 김형렬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머문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거하고 지난달 19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경찰은 김형렬이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마약 유통책 중 검거되지 않은 마지막 ‘총책’이었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에 유통한 마약은 확인된 것만 70억원어치로 향후 수사에 따라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형렬의 하선인 강모씨와 송모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등으로 2020년 9월과 10월 법원에서 각각 징역 6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송씨는 항소해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3월 형이 확정됐다.

강씨와 송씨 모두 김형렬에게 필로폰을 건네받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적발돼 검거됐다. 베트남에 있던 두 사람이 김형렬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19년 초쯤이다. 이후 김형렬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져다 팔아주면 일정한 수익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대략적인 금액은 g당 1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

김형렬은 2018년부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활발히 마약을 판매해왔다. 그는 마약을 국내로 반입할 때마다 속칭 ‘지게꾼’이 늘 필요했다.

세 사람은 2020년 2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김형렬의 주거지서 필로폰 1kg(시가 1억700만원 상당)을 국내로 반입할 방법을 함께 의논했다. 처음 김형렬은 필로폰을 삼켜 체내에 은닉한 뒤 반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일회용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에 필로폰을 소분해 담은 다음 실로 묶었는데, 이 같은 체내 은닉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도출돼 포기했다.

수도권 총책 ‘킹덤’조직원 친구 “억울하다”
주변인들 가상화폐 제의 후 수익 못내 빚더미

결국 필로폰을 캐리어에 숨겨 입국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 필로폰을 비닐랩 등을 이용해 꽁꽁 포장한 뒤 ‘구슬 줄’로 여러 번 감는 방식이 사용됐다. 구슬공예품으로 위장한 셈이다.

베트남 공항에서 강씨와 송씨는 필로폰이 든 캐리어를 기내용 수화물로 등록했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에서 수색에 걸려 캐리어를 열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검색대 직원이 많은 양의 구슬 줄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터였다. 이때 송씨가 기지를 발휘했다.

휴대폰으로 ‘구슬공예’라는 단어를 검색한 뒤 이미지 등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정상적인 물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세관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은닉한 필로폰이 적발됐으며, 이온 스캐너를 통해 손바닥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는 등 궁지에 몰린 끝에 결국 체포됐다. 이들의 소식을 몰랐던 김형렬은 당시 ‘배달 사고’가 났다는 생각에 텔레그램을 통해 독촉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렬의 마약 밀수 행각이 일부 포착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행각과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형렬은 서울·경기·인천·강원·부산·경남 등 전국 13개 수사 관서에서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 선상에 올랐으며, 국내 판매책 등 공범만 20여명, 확인된 유통 마약은 시가 70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은 김형렬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을 전원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왕열과 김형렬 외에도 탈북자 출신 마약 총책인 최모씨는 캄보디아서 검거돼 지난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최씨는 2011년 탈북해 2018년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에서 국내에 있는 공범을 통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지속 밀반입했다. 지난해 7월 태국에서 붙잡혔으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또 다시 마약 판매를 이어갔다.

태국 법원의 재구금 추진에 종적을 감춘 최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그에 대한 마약 수배는 경찰과 검찰 포함 10건에 달했다.

황은 지금…
수원교도소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후, 형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다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 2월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금 50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 유지했다.

황씨는 2020년 8월 지인들의 주거지와 모텔 등에서 필로폰을 4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29일 지인의 집에서 명품 벨트와 신발, 시가 등 5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황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전 연인인 박유천 등 지인과 함께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이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5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 ‘마약을 끊겠다’는 서류를 제출한 것이 집행유예의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됐지만 또 다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부 필로폰 투약을 인정하고, 절도 범행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황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현재 수원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구속된 그는 오는 9월에 출소할 예정이다. 그는 재판에서 “반성하고 있다. 시골에 가 살겠다”며 개과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황씨가 옥살이 중에도 마약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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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