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예인 마약 스캔들’ 최초 신고자 만나보니…

“5개월 전 제보…처음엔 뭉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인천경찰청의 ‘이선균 마약 의혹’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 내사자로 거론됐던 인물 모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2명이 추가됐으나 객관적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청이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약 사건은 신고 및 첩보 사실관계 확인 이후 내사(입건 전 조사)에 들어간다. 정식 수사 단계가 아닌 만큼 언론에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이선균 마약 의혹’ 내사 사실이 드러난 건 자칫 경찰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서 경찰이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과의 ‘플리바게닝’을 활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판 키워서…
수사 경쟁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은 지난달 19일 <경기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2주가 지난 현재까지 피내사자와 입건된 인물을 포함하면 총 10명으로 이선균, 권지용,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정다은, 한서희, 유흥업소 여 실장 김모씨, 의사 A씨, B씨, C씨, D씨 등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일부 피내사자들에 관한 조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된 김씨의 진술을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이선균의 혐의 입증을 위한 주요 ‘키맨’이기도 한 김씨는 친분이 있던 의사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 이선균과 권지용 등에게 전달하거나 이선균에게 자신의 집을 마약 투약 장소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과거에도 마약 범죄로 수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출소 후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김씨는 현재 일부 혐의에 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필로폰 투약 및 이선균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제 3자에게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앞서 김씨는 경찰의 수사 압박이 시작되자 이선균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3억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는 지난달 20일, 공갈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도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김씨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인물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선균 측은 김씨가 또 다른 인물과 짜고 자신을 협박했다고 의심 중이다. 그러나 김씨는 본인도 SNS서 접근한 또 다른 인물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 중이다.

그는 “나와 이선균 사이를 의심한 인물에게 SNS를 통해 나도 협박을 당했다”며 “협박한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선균이 피해금으로 주장한 3억5000만원 중 나머지 5000만원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선균은 본래 피내사자였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선균이 투약한 마약의 종류와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장소 및 시기를 파악해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이선균을 1차 소환하고 간이 시약검사를 집행했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이선균으로부터 채취한 모발과 소변에 대해 신속한 결과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수사가 속도전에 들어선 건 이선균 마약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탓이 있지만 인천청이 강남 라인 관할지역 사건을 수사 중인 이유도 언급된다.


한 마약수사계 팀장은 “본래 강남서에서 수사하려 인천청에 이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청이 첩보를 먼저 입수한 건 맞다. 절차대로라면 강남서가 수사를 하는 게 맞지만 인천청도 ‘성과 욕심’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했나 
못 했나

다른 마약수사대 경찰도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국과수의 판단이 중요하다. 향정과 대마가 음성이 나오면 경찰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 유통책이나 ‘마약왕’급 이슈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인천청의 수사가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사 단계서부터 언론에 알려져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마약법 위반 혐의 중 가장 처벌이 약한 대마이기에 양성이 나왔다고 해도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상황을 놓고 보면 재판에 넘기기엔 어렵다”고 봤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양성 여부는 11월 중순 정도에 나올 전망이다. 통상 수사기관이 국과수에 긴급 감정을 의뢰하면 2주 안에 결과가 나온다. 국과수서도 음성이 나온다면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라는 간접·정황 증거로 법리구성을 할 수밖에 없다. 

6월 성동서에 접수
“물적 증거가 없다”
소극 수사 결국 접어

권지용이 본인의 마약 투약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권지용이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과 연관이 없다던 발표도 경찰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특히 경찰은 권지용의 통신내역을 받아내지 못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혐의점과 범죄 사실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사실상 수사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청 관계자는 “지금은 권지용이 자진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해서 영장을 재신청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비협조적이라면 신청할 것”이라며 “조사 이후 마약을 공급한 의사, 김씨와의 관계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선균과 권지용의 혐의는 같지만 투약한 마약류의 종류는 다르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의 사용·재배·소지·매매 등 행위를 금지하며 종류를 크게 마약·향정신성의약품(향정)·대마 등 3가지로 크게 나눈다. 오용·중독 위험성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도 항목을 구분해 투약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제각각이다.

먼저 대마에는 대마초·수지(대마초의 털을 분리해 생산한 분발·점액)와 이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이 포함된다. 향정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대마보다 범위가 넓어 법률에는 가목서 마목까지 열거돼있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프로포폴·케타민·졸피뎀 등이 포함된다.


이선균이 대마와 향정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2개 종류 이상의 마약류를 흡입·투약했다고 볼 수 있다. 권지용에게 적용된 ‘마약’에는 양귀비·아편·코카잎과 이를 함유하는 각종 혼합물도 범위에 들어간다. 시약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 마약류가 검출된다면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도 있다.

자수자
쏟아져

황하나와 정다은, 한서희에 관한 혐의 입증도 난관이다. 경찰은 최근까지 김씨를 찾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정다은과 한서희를 찾아 조사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선균과 권지용에 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지만, 수습하기엔 판이 커져 버렸다는 뒷말이 인천청 내부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정다은과 한서희도 황하나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시사>는 최근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을 처음 신고한 제보자 신모씨를 만나 현재 수사 상황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맨 처음 인천청이 아닌 6월경 성동경찰서에 신고했으나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신씨는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지체되자 약 두 달 전에 인천에 신고하게 됐다”며 “인천청이 한 달 반 전에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는 게 그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신고 이유와 관련해 “가족 같던 사람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소중하게 여겼으나 현재 구속된 김씨와 황하나로 인해 일상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청 성급한 수사 왜?
내사자 10명으로 늘어나

경찰이 아직 황하나와 정다은에 관한 수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관해서는 “이달부터 피크가 될 것”이라며 “현재 두 사람에 관한 제보와 경찰에 자수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선균과 권지용에 관한 수사를 보강한 이후 정다은과 황하나를 조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구속된 상태인 정다은과 일상생활 중인 황하나를 찾아가 조사하거나 증거 확보 차원의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권지용에 관한 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씨는 “‘황하나가 마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의 모호한 신고가 많지만 핵심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이선균도 아닌 김씨다”며 “김씨가 입을 열어야 하는데 황하나를 보호해주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신씨는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고도 했다. 그는 “김씨에 관한 영장이 원래 기각될 뻔했다. 영장실질 담당 판사가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을 했고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신병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씨의 통신내역과 위치 등 간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사건이 묻힐 뻔했다”고 했다. 

신씨는 이선균과 권지용이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신씨는 “연예인이기에 그 사람들에게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따로 있다. 경찰이 황하나와 정다은에 관한 조사 이후 김씨의 진술과 비교하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유통책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 자수자에 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자수자 대부분은 황하나의 마약 의혹과 아직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이들의 투약 사실을 진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사 단계서… 
역풍 우려도

피내사자들은 현재 ‘옥중 편지’를 통해 입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수사기관 대응 방향 등 플리바게닝까지 계획 중이라는 설명이다. 

신씨는 “수사기관이 아무리 자수자라고 해도 형량 거래가 아닌 구속을 통해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암묵적 관행이 오히려 범죄를 키우고 있다. 피내사자들이 옥중 편지로 증거인멸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고 토로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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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